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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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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5.15 22:4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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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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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생명체들

매일 낮12시에 업로드합니다.




DUMMY

ESS-01 은 식물이 발견되었다고 알려진 지점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2족 보행형 로봇에 탑재된 상태였기 때문에 드론형태로 날아다닐 때보다는 에너지 소모가 많았지만, 덕분에 드디어 전투를 할 수 있게 돼서 들떠있었다. 기계가 흥분상태라니 언뜻 이해가 안되는군. 하지만 게임에 보면 캐릭터가 상태이상에 걸리면 광분상태가 될 때가 있는데, 그런거랑 비슷하려나?


“저쪽이다!”


일행은 서둘러 그곳으로 갔다. 이럴수가!! 온 사막이 붉은 꽃으로 덮혀있었다. 뭐야 이거. 방금전 초거대 자기폭풍이라도 지나간건가? 수현과 릴리스가 넋을 잃고 구경하고 있는데, 촌장 혼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을 본 ESS-01이 말했다.


“가실레우스, 뭔가 안좋은 일이라도 있나?”

“음..이걸 보게”


촌장이 가방에서 압축고기를 하나 꺼내더니 꽃밭 한가운데다 던졌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압축고기 주변으로 꽃들이 씨벌겋게 모여들더니 서로 고기를 차지하려고 맹렬하게 싸우는 것이 아닌가. 그로 인해 꽃들끼리 싸우다가 서로 상처가 나기도 했다. 으으..아마존에 산다는 식인물고기 떼를 보는 것 같네.


“촌장님!”

“왜?”

“이런 정보가 있다면 진작에 알려주셨어야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꽃 한가운데가 갔다가 봉변당할뻔 했잖아요”

“말로 하면 못믿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제 됐지?”


이 망할 영감. 이런 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한다 이거지?


“수현, 큰일이야!”

“무슨 일인데?”


수현은 놀라서 릴리스를 쳐다보았다.


“우리..갖힌 것 같아”

“뭐라고??”


어느새 꽃들이 슬금슬금 일행이 온 길을 덮더니 완전히 둘러싸이고 말았다. 진짜 큰일이네. 하늘을 날줄 모르면 여기서 하루종일 싸우겠는걸. 꽃과 싸운다니 미친 소리 같지만 사실이었다.


“일단 녀석들을 자극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정 급하면 식량을 던져서 주의를 분산시키죠”

“알았네”


수현은 단도를 거꾸로 든채 자신의 정면에 있는 붉은 꽃들을 노려보았다. 벌써 필살기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데.


“릴리스”

“응?”

“혹시 배운 무공중에, 이렇게 다수의 적을 한번에 상대하는 것도 있어?

“아니. 혈마선의 무공들은 상대의 크기에 상관없이 무조건 1대1 로 싸우도록 맞춰져 있어”

“알았어. ESS-01은 어때?”

“화염방사기가 있지만 유지시간은 15초 뿐이다”

“그렇군”

“하지만 걱정마라. 난 기계니까 생명체의 영양을 빨아먹는 저녀석들에게는 공격을 받아도 별 피해가 없을거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언제든지 머리를 분리하고 달아날 계획 아니야?”

“수현 가끔 그럴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내 본심을 그리 잘 알지?”


너야 말로 소름돋는다. 인공지능 주제에 속마음이 따로 있다니. 아참. 나도 인공지능이었기에 그런 건가?


“생기를 빨아들이는 이 무기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지”

“촌장님. 생기가 100% 충전되면 바로 저에게 써주세요”

“어쩔 셈인가?”

“언제나 선공은 제가 합니다. 그럼!”


수현은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외쳤다.


“피에 굶주린..늑대의 이빨”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꽃들 사이로 단숨에 스무걸음 정도를 지나가자 그 자리엔 베이거나 타버린 꽃잎만 가득했다. 그리고 즉시 방향을 바꾸어 한 번 더 필살기를 사용했다. 지그재그로 꽃들을 마구 베어버리자 꽃밭 전체가 수현에게 어그로가 끌렸다.


(좋았어! 파티에서 최약체가 되버린 내가 밀린 레벨업을 여기서 한꺼번에 하는거다)


이 필살기는 알렉산드리아를 덮쳤던 늑대들이 공격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고, 창세기전이란 게임에서 주인공이 사용했던 기술을 참고해 완성시켰다. 몸 전체가 무기화되는 것이기에 필살기가 발동되는 짧은 순간 동안 무적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응용하여 필살기를 연쇄적으로 사용하는 요령을 얼마전에 터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야생의 늑대와 동일시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기술을 너무 오래 사용하면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버린다. 그래서 아군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들이 다칠 수 있어서 홀로 떨어져 싸워야 한다. 그 밖의 단점으로는 근처에 적이 있을 경우 기술이 자동으로 발동되기 때문에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것과 그로 인해 경험치를 독식한다는 점이었다.


릴리스는 수현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녀가 아이언 나이트의 몸을 꿰뚫을 때 썼던 무공과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겨우 터득한 기술인데, 그걸 수현이 어떻게 아는걸까? 릴리스의 특기인 ‘따라하기’로 금방 카피할 수는 있지만, 수현이 들고 있는 것은 두자루의 단도였기 때문에 릴리스의 라운드 실드와 장검으로는 똑같이 구현할 수 없었다. 설마 이것도 전부 계산에 넣은건가?


“릴리스, 정신차려! 놈들이 온다!”

“네!”


어느새 꽃밭은 두 개의 부류로 나뉘어져 한쪽은 수현을 상대하고, 다른쪽은 나머지 일행을 노렸다. ESS-01이 화염방사기를 끊어치듯이 사용하며 꽃들과의 거리를 벌렸고, 화염공격을 무시하고 가까이 다가온 꽃들을 릴리스가 처리했다. 그 사이 촌장은 멀리있는 꽃들에게 생기흡수총을 계속 쏘고 있었다.


“수현! 백퍼센트 채웠다!”

“알았어요!”


마침 체력이 거의 고갈되었던 수현은 촌장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필살기를 중단하고 일행이 있는 쪽으로 훌쩍 뛰어왔다. 촌장은 즉시 생기방출모드로 전환해 수현의 체력을 회복시켜주었다.


“고마워요”

“또 어딜 가? 그냥 우리랑 같이 싸우자고”

“아니요. 아직 몇 번 더 써야해요”


수현은 짧은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꽃들을 베어넘겼다. 그때 갑자기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화가 나서 발악을 하는 것 같은.. 릴리스는 일행을 이끌고 진원지에서 먼 방향으로 물러났다. 그랬더니 갑자기 거대한 꽃이 나타났다. 뭐든 너무 크면 징그럽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마치 짐승의 머리처럼 꽃은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수현과 일행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카시약 카시으으 카샤샤


꽃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러자 땅이 갈라지더니 모래가 틈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틈은 점점 벌어져 버렸고, 손으로 붙잡을만한 단단한 것이 주위에 없었던 모두는 그만 그 틈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린 수현은 자신이 지하에 있는 거대한 호수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물위에 떠있는 커다란 연꽃잎 같은 것 위에 있었는데,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식물의 뿌리들이 아래로 뻗어있었다. 그런데 뿌리가 마치 촉수처럼 움직이는게 보였다. 놀란 수현은 재빨리 일어나 연꽃잎들을 징검다리삼아 그곳을 벗어났다. 옷이 물에 젖어 무거웠지만, 레벨업을 한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


“헉..헉..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는거지?”


블랙홀 행성에 온 이후 어둠에 충분히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에 있는 희미한 금빛선 (아마도 블랙홀을 빠져나가지 못해 주위를 돌고 있는 빛의 띠로 추정) 마저 없으니 코앞이 아니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꺄악~~~~!!!!!”

“이 목소린..릴리스?”


다급해진 수현은 비명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무작정 뛰었다. 아내가 있다며 매번 그녀를 밀어냈던 그였다. 하지만 릴리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는 아마도 스스로를 용서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 연꽃잎 같은 것이 없었다. 시커먼 물속은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수현은 이를 악물고 물위로 뛰었다.


찰박

찰박 찰박 찰박

파파팟


놀랍게도 그는 물 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런걸 보고 수상이동이라고 하던가? 무협지에서 본 경공의 일종이었는데 정확한 이름은 까먹었다. 아무렴 어떠냐? 지금 이 일이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릴리스! 어디 있어? 내가 지금 간다!!”

“여기! 여기야 수현!”


바닥이 단단한 것이 밟히는걸 보니 땅위로 올라온 것 같았다. 그는 앞에 있는 어떤 형체를 향해 단도를 찔러넣었다.


“으아악!!!”


순간 수현은 급하게 무기를 거두었다. 형체는 바로 촌장이었다.


“어떻게 된겁니까?

“내 입으론 민망에서 답할 수 없네”

“촌장님이 내 가슴을 만졌다구!”

“헛..그런게 아냐. 일어나려고 땅을 집다가 그런거였어. 오해하지 말라구”


긴장이 풀린 수현은 풀썩 주저않았다.


“다들 무사한겁니까?”

“물을 많이 먹긴 했지만. 이 행성에 이렇게 많은 물이 있는 곳은 처음보네”

“릴리스는 어때?”

“난 괜찮아”

“그런데..ESS-01이 안보이는데?


녀석은 무거운 쇳덩이니까..설마 물속에 가라앉은건가? 어디선가 프로펠러가 도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갑자기 눈이 부셨다.


“난 무사하다”

“아..알았어. 됐으니까 후레시는 아끼도록 해”


ESS-01은 드론형태로 날고 있었다. 수현이 나머지 기계몸은 어디갔냐고 묻자 잃어버렸다고 했다. 이런..만든지 얼마나 됐다고. 일단 다시 만난 것을 다행으로 여긴 일행은 움직였다. 바위 틈으로 난 오솔길 같은 것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다행히 ESS-01이 맵을 만들면서 전방을 비추었기 때문에 낯설고 축축한 지하의 어둠속을 안심하고 걸을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릴리스가 들고 있는 무기는 아실리드족 아니었어?”

“맞아”

“그런데 조용하네. 우리처럼 대화하며 여행하는 타입이 아닌가봐?”

“자신의 몸이 적에게 닿으며 베고 찌르고 할텐데, 그 와중에 말을 하면 어색하다나? 그래서 과묵한 일족을 소개해준거라고 들었어”

“과묵하다는 것은 오해다. 난 단지 낯을 가리는 것 뿐이야”


처음 듣는 목소리에 일행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뚝 멈췄다.


“방금..아실리드족이 말한거야?”

“그렇다. 내 이름은 필로. 소개가 늦었군”

“어..만나서 반가워”

“원래는 무기의 주인인 릴리스하고만 대화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수현이 없으면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더군. 그래서 일행 모두의 성격을 파악할 때까지 침묵하고 있었다”


아..그러셔?


“아실리드족은 이런 지하세계는 탐험한 적이 있나?”

“난 없다. 우린 기계족처럼 지식을 전송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개개인이 경험한 것을 알고 있을 뿐”

“기억해두지”

“점점 밝아지는군. 이쪽일세”


일행은 마침내 밝은 공간으로 빠져나왔다. 위로 올라온 것 같지는 않은데 빛이 어디서 나오는거지? 아하! 여긴 싱크홀 같은거구나. 머리위로 동그랗게 뚫린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허공에 뭔가 덩어리 같은 것들이 둥둥 떠있었다.


“너흰 누구냐?”


어라? 액체덩어리가 말을 해? 저런 것도 생명체라고 할 수 있나?


“난 지구인 수현. 이쪽은 릴리스, 촌장, 그리고 ESS-01 이다”


필로는 말이 없군.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고 그러는건가?


“우린 몰타 항성계에서 온 존재들이다. 이 낯선 세계에 오기 전까진 의식이란게 존재하지 않았지. 이곳에서 진화했다”

“그렇다면 혹시 이 행성의 주민들이 호퍼, 포기버로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나?”

“아니. 다른 생명체와 만나는건 너희가 처음이다. 설명해주기 바란다”


설명은 ESS-01이 잘하니까 그에게 맡겼다. 액체생명체는 한참을 듣더니 말했다.


“그렇다는건 이 행성의 생명체들은 대부분 물이 필요하고, 그들이 이곳의 존재를 알게 되면 우리 종족은 곤란해지겠군”

“이곳에서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다면 비밀을 보장해주겠다. 하지만 필요한 자원이 있으면 거래할 용의가 있어”

“자원이라. 우린 액체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른건 필요없는데”

“알았다. 하나만 알려주면 좋겠는데. 지상으로 나가는 방법 말이야”


액체덩어리는 한참을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떠올랐다. 들어줄 수 있겠나?”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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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녀와의 재회 22.05.25 51 1 12쪽
7 그의 과거 22.05.24 55 1 12쪽
6 곤충족의 조언, 무공을 얻다 22.05.23 67 1 13쪽
5 블랙홀의 두번째 비밀 +1 22.05.20 72 2 16쪽
4 대치상황 22.05.19 77 9 15쪽
3 기계족 22.05.18 97 11 15쪽
2 물을 찾아서 22.05.17 132 13 16쪽
1 우주의 가장 깊은 곳 +1 22.05.16 274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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