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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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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6 00:06
최근연재일 :
2022.07.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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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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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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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잊혀진 이름, 레볼리스(15)

DUMMY

”대련을 하자고 했지 생사결을 요청한게 아니잖아요.“


진심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꼈던 스타라슈가 불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열이 내린 나팜이 이성을 차리고 대꾸했다.

갑자기 식어버린 흥에 나팜 또한 입이 잔뜩 튀어나온 삐진 모습이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잘못한 것은 나팜이니 인정 할 것은 인정해야지.

마지막 순간의 기세는 변명의 여지 없이 명백하게 생사결의 그것이었는 것을.


이성을 완전히 놓아버린 것은 아니니 죽지는 않았겠지만, 부딪쳤다면 분명 둘 중 하나는 다쳤을 것이고, 높은 확률로 다치는 이는 스타라슈 였을 것이다. 레지스탕의 기사단장의 역량은 명불허전이었으니.


”어땠습니까?“

”소영주님 사람 맞습니까?“


스타라슈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답은 즉시 날아왔다.


17살에 소드 마스터라니,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라면 헛소리로 생각하고 넘겼을 그런 이야기였다.


”사람이죠, 그럼. 그래서 나팜님이 보기에 제 실력이 어느정도냐구요."

”소드 마스터가 세지, 약하겠습니까?“


뾰루퉁하게 대답하고 스타라슈를 쳐다봤다.

자랑을 하고 싶어하는 듯한 그런 눈이 아니었다.


답을 갈구하는 기사의 눈빛.

끊임 없는 향상심.

그리고 생존에 대한 책임감과 열망.

나팜은 스타라슈의 눈에서 그것을 읽었다.


”그럼 질문을 바꿔야 겠네요. 소드 마스터로서 제 역량은 어떤가요?“

”흠...“


고민을 싫어하는 나팜이 왠일로 즉답을 회피하고 고민을 했다.

그만큼 이 대답이 쉽지 않다는 뜻이리라.


”언제, 어떻게 오러의 권역을 이룬겁니까?“

”15살 때 아버지가 보여주신 모습을 흉내내다가...“


스타라슈가 머리를 긁적이며 한 대답은 더 충격적이었다.

17살도 이르거늘, 오러의 권역을 처음 이룬 나이가 15살 무렵이라는 것 아닌가.

심지어 배운 것도 아닌 보고 깨달은 것이라니.


”소영주님은 천재입니다. 그냥 천재도 아닌 엄청난 천재.“


나팜의 극찬에 스타라슈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버지는 빈깡통 이라고 하시던걸요“


마냥 부정할 수도 없는게, 실제로 그 어떤 방식으로 애를 써도 스타라슈의 검이 아르칸에게 닿은 적은 없었다. 아르칸이 애를 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마치 날파리를 쫒는 듯한 무심한 검놀림에 수도 없이 날아가 버리곤 했다.


빈깡통이라.

르칸이 어떤 의미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나팜은 즉시 이해할 수 있었다.

단 한번의 대련으로도 느껴지는 부분들을 아르칸이 놓쳤을 리는 없으니.


”단점을 말하자면 우선, 경험 부족이 티가 많이 납니다. 대련이었기에 합을 주고 받았지만 생사결 이었다면 전 다른 방식으로 소영주님을 공략했을 겁니다. 암습은 제 취향이 아니니 변칙적인 형 위주로 혼란스럽게 만들었겠죠.“


분명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인데 스타라슈는 진지한 자세로 경청하고 있었다.


”실전 경험 부족으로 인해 생긴 문제이니 실전을 경험하다 보면 금방 개선될 겁니다. 실전을 경험하다가 죽지만 않으면요.“


실제로 많은 이들이 저 실전을 경험하는 와중에 죽어나가고, 그 경험을 간직한 채 살아남은 소수만이 나팜과 같은 상위 기사가 되는 것이다.

수련만으로 소드 마스터의 형에 이르다니, 다시 생각해도 스타라슈의 재능은 이질적이었다.


”결정적인 문제는 검에 살기가 없습니다.“

”살기?“

”소영주님 무언가를 죽여본 적 있으십니까?“

”아뇨.“


수십만번 수백만번 검을 휘둘러 왔지만 스타라슈의 검에 피가 묻은 적은 없었다.

애초에 유순한 성격에 변경백의 자제로서, 레지스탕의 사랑받는 군주의 아들로서 자란 스타라슈가 누군가에게 강력한 살의를 느껴본 적은 더더욱 없고 말이다.

어머니가 죽은 그때는, 아직 검을 들기 전이었다.


”오러의 권역은 소드 마스터의 상징이자 그 사람이 가진 무의 총체입니다. 소영주님의 권역은 살기로 상대로 압박하는 힘이 전혀 없습니다. ‘빈깡통’이란 그런 뜻일 겁니다. 강한 기술과 힘은 있으되, 시전자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설명하긴 어려운데 그런 느낌입니다.“


”후...“


지금 당장 개선하기 힘든 문제였다.

어찌보면 실전 경험이 없다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문제.

변경 영지 레지스탕의 특성 상 수 많은 실전 경험이 보장되어 있기는 했다.

18살이 된다면 아르칸은 분명 스타라슈에게 군역(軍役)을 부과했을테니까.


모든 것은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에 비해서’ 라는 이야기였다.

아르칸이 허투루 가르치지 않은 듯 스타라슈는 기본기부터 응용까지 상대적으로 모든 것이 탄탄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의 스타라슈에게 위안이 될 수는 없었다.


”마경에선 반드시 무언가를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순간이 올 겁니다.“

”예.“


걱정과 달리 스타라슈는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마경은 가혹하지만, 지금 스타라슈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기엔 최적의 장소일지도 몰랐다.


노예해방전선의 그날까지 앞으로 10년.

만약 스타라슈가 그 마경에서 10년을 살아남는다면 세상은 다시 볼 수 없을 만큼 강대한 기사를 맞이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


시간은 빠르게 지나 일주일이 흘렀다.

황가의 토벌군군 2만이 3일 거리의 옆 영지에 도착했다는 소문이 레지스탕에 파다하게 퍼졌다.


나팜과 욜, 어울리지 않는 둘이 마주보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 호록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나팜님“

”준비랄 것이 있습니까. 기사들이 동요하지 않게 수습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인걸요.“

”그것이 제일 힘든 일인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고생이 많았습니다.“

”욜 님이 하고 계신 고생에 비하자면야...“


인사치레가 아닌 것이, 그간 많은 업무를 무리하게 처리한 듯 피곤해 보였다.


”나팜님“


그러나 집사장의 고고한 자태는 여전히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 흐트러짐 없는 태도로, 욜은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듯 폭탄 선언을 했다.


”나팜님은 이제 해고입니다.“

”예?“


순간 나팜은 욜이 무슨 말을 하는가 했다.

해고? 내가 아는 그거?


”나팜님은 아르칸님 개인에게 기사 서약을 한 종주기사(從主騎士 : 주군을 따르는 기사)입니다. 영지에 고용된 영지 기사가 아니므로 아르칸님이 돌아가신 지금 나팜님은 자유의 신분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나팜은 좌천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팜이 바보고 아니고 어찌 모를까.

욜은 지금 토벌군의 이후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나팜을 그 지옥에서 빼내고자 하고 있다.

해고라는 표현을 썻지만 구명이라 읽음이 합당한, 그런 이야기.


스타라슈가 마경에 가는 것으로 합의가 끝난 지금, 뒤의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더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토벌군의 총사령과 그레고리만 자작이 변경백으로 영전 될 예정이라 했다.


그렇다면 그레고리만의 토벌군이 레지스탕을 점령하고 난 후, 영주성의 행정과 관리를 전담하던 ‘집사장’의 자리와 군사력인 기사단의 관리를 총괄하는 ‘기사단장’의 자리는 분명 큰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토벌군을 파병한 황가의 입장은 레볼리스의 토벌, 허나 새롭게 변경백으로 임명될 그레고리만의 입장은 레지스탕의 점령 및 흡수이다. 둘의 목적은 합치해 보이나 명백하게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 분명했다.


토벌군의 입장에서는 역도인 레볼리스를 지운다면 모든 목적을 달성 할 것이다. 레볼리스가 토벌된 이상 같은 제국의 소속인 다른 이들의 피를 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애초에 원하는 바가 레지스탕의 온전한 흡수가 아니던가.


그러나 레볼리스가 사라진다고 해도 그레고리만의 입장에서 기존 레볼리스의 가신들은 눈엣가시 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집사장과 기사단장은 강력한 견제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그레고리만도 마찬가지로 황가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에 지워버릴 수 없지만, 지워버리지 않으면 영주의 지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2만에 달하는 토벌군이 임무를 마친다면 황가의 군대는 수도로 회군 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관료 귀족인 그레고리만의 세력은 200명이 채 안 될 것이다. 2천에 달하는 군사력을 지닌 변경 영지 레지스탕을 지배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전력이다.

당장은 황가의 후광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겠지만, 그게 어디 평생 가겠는가?


그레고리만에게 남을 방법은 황가의 영향력이 남아있을 때, 레지스탕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것이다. 당장에 그레고리만의 첫 타깃은 행정을 총괄하는 욜이 아니라, 군사력을 총괄하는 나팜일 확률이 높다. 눈 앞에 칼이 더 무서운 법이니.


그레고리만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사단을 굴복시키기 위해 기사단장나팜을 자신의 수하로 거두는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온갖 핑계를 대서 기사단장을 파면 혹은 숙청한 후 자신의 심복을 기사단장 자리에 심는 방법이다.


욜이 판단하건데, 나팜은 누군가의 밑에 들어갈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아르칸 같이 대해(大海)와 같은 그릇을 가진 이가 아니고서는 품을 수 없는 불과 같은 이였다.


높은 확률로, 나팜은 파면 혹은 숙청을 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팜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이런 내밀한 사정과 전후 사정 계산이 아니라, 그레고리만의 점령 후 기존의 가신들에게 가해질 압박으로부터 나팜을 해방시키고 그 짐을 온전히 욜 자신이 지려고 한다는 사실이었다.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은 이야기였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욜님에게 그 모든 짐을 떠넘길 순 없습니다.“


-후룩


욜이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함께 남아서 가능성을 보면 되지요.“


욜이 고개를 저었다.

노예해방전선은 욜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제 한 몸 희생하는 것이 무엇 큰일이랴.


”나팜님, 저는 소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스타라슈의 이야기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팜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스타라슈는 말 그래도 노예해방전선의 횃불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존재였다.


”횃불이 오래도록 타오르기 위해선 땔감이 필요하겠지요. 세나린님에게는 아직 버거운 짐입니다.“

”하... 이러지 마십시오. 욜님.“


자신을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팜을 보며 근래 들어 더 자글자글해진 욜의 눈가 주름이 반원으로 휘었다.


”나팜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지금 나팜님에게 토벌군을 피해 영지를 버리고 도망갔다는 오욕을 감수 해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명예를 자신의 목숨처럼 생각하는 기사에게 이는 치욕일 수 있다.

하지만 욜이 감수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나팜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 늙은이에게도 빛나는 순간 한 번쯤은 있어야 하고 말이지요.“


항상 그래왔지만, 오늘따라 욜의 바른 자세가 더 고고해 보였다. 늙은이라고 지칭하는 욜의 눈빛은 청년의 그것보다 단호히 빛나고 있었다.


그날 밤,

토벌군이 도착하기 3일전.

세나린과 말콤 그리고 나팜이 레지스탕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세간에는 토벌군에 항전을 주장한 레볼리스의 기사단장이 해고당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영주성에서 퍼져나간 소문이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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