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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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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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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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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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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마경(1)

DUMMY

세간에 알려진 마경은 무채색의 풍경에 모든 것이 죽어있는 암흑과 피폐의 땅이다.

하지만 실제 마경은 울창한 녹색 산림에서 신록이 피어나는, 생명력이 충만한 지역이었다. 대륙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세아름은 넘는 아름드리 나무들은 하늘이 높은지 모르고 웃자라 있었다.


대륙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마경이 생명의 땅이라면, 대륙에 알려진 것과 같은 사실이 있었다. 수많은 생명들이 수시로 사라지는 죽음의 공간. 특히 수 많은 인간의 목숨이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곳이라는 사실 말이다.


”신병 받아라!“


- 쿠당탕


기사들이 노예병을 거칠게 밀치자 그가 중심을 잃고 바닥을 뒹굴었다.


레볼리스가 점령 당한지 3개월.

스타라슈는 드디어 마경에 도착했다.

그간의 고초를 증명하듯 지난 3개월 사이 스타라슈는 많이 피폐해져 있었다.


몰락한 귀족이자 현재는 노예병 신분인 그에게 제대로 된 음식은 사치라는 듯 스타라슈에게 주어진 음식들은 말 그대로 연명에 필요한 최소한에 불과했다. 저작활동을

한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였으니, 건장한 스타라슈에겐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식사도 없이 드넓은 제국을 가로지르는 일정은 건강하게 단련된 스타라슈로서도 버겁게 느껴지는 여정일 수 밖에 없었다. 평범한 자였다면 10번을 탈진해서 죽어도 납득이 갈만한 그런 나날이었다. 마경으로 파병가는 여정 자체가 일종의 귀양 이었기에, 배려는 당연히 없었다.


”아이고, 이번엔 거의 산송장이 왔구만.“

”우리는 노예병의 인계를 완료 했다. 수고하도록“


신병을 인수받는 사내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기사들은 스타라슈를 인계하자마자 제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사내 또한 그런 기사들의 태도가 익숙한 듯 그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인계받은 백인 사내는 쓰러져서 미동도 하지 않는 눈 앞의 노예병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검지로 콕콕 찔러보았다.


”여, 살아있냐?“

”예, 괜찮습니다.“


기사들이 사라지자, 쓰러져있던 노예병이 몸을 일으켰다.


”오?“


피폐해져있는 몰골과는 다르게 그 노예병의 눈은 살아있었다.

마경에 온 자들을 봐온 것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꽤 많은 자들이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더라도 눈이 죽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예병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가지고 누리던 모든 것을 잃었다는 뜻이고, 마경에 파병되었다는 것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뜻과 다르지 않았으니. 온전히 정신을 차리고 있는 자들을 보는 것이 오히려 어려웠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해 몸을 움직이더라도, 활력 혹은 의지라고 부를만한 것들이 말살 된 그들은 여지없이 오래지 않아 목숨을 잃곤 했다.


”이번에는 좀 오래 살아 남으려나?“


사내는 잠깐 기대하는 듯 하더니,


”아니, 더 빨리 죽을 수도 있겠군.“


이내 자신의 기대를 부정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목숨이 날아가 버릴 수 있는 곳.

가끔은 오히려 저런 눈을 한 녀석들이 더 빨리 죽어나가는 곳, 이곳은 마경이었다.


***


사람이 모기처럼 죽어나가는 마경이지만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사망률을 자랑하는 악명 높은 부대가 있었다.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임무에 우선적으로 투입되는, 오로지 노예병들로만 이루어진 부대. 모든 노예병들의 무덤이자, 노예병들이 절대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 기피 대상 1위 부대.


마경에서는 이 부대를 일컬어 ‘노예군 특작대’라고 불렀다.


실리를 위해 살려두긴 했지만, 구태여 레볼리스의 마지막 핏줄을 오래도록 살려둘 생각이 없는 원로원은 노예병이 갈 수 있는 곳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노예군 특작대로 스타라슈의 파병을 결정한 것이었다.


특작대라고 불리지만 특작대는 수 십년의 세월 동안 한번도 부대로서 제대로 운용이 되어본 적이 없는 곳 이었다. 들어오기 무섭게 다들 죽어버리니 훈련은 요원했고, 최소한의 합을 맞출 기회도 없었다.


훈련보다 실전 기회가 더 많은 마경에서 훈련을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죽지만 않는다면 실전이야말로 최고의 훈련이 아닌가? 문제는 그 ‘죽지만 않는다면’이라는 전제가 달성 된 적이 없는 부대가 노예군 특작대 라는 사실이었다.

특작대는 부대의 정규 인원인 최소 6인을 채우기도 힘들었다.


모든 부대의 사망률이 높은 마경에서, 압도적 사망률 1위라는 것은 대부분의 임무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작다는 것을 뜻했다. 적어도 ‘부대’로서 노예군 특작대가 투입된 임무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


부대가 완성되기 무섭게 노예군 특작대는 임무에 투입되고, 그날로 다시 부대는 부대로서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까.


노예병은 대부분의 부대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인간 방패로 소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병사라고는 하나 그 앞에 붙은 ‘노예’라는 특성상 독립적인 판단과 행동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허나 노예병들로만 구성된 노예군 특작대는 그 기준에서 예외였다.

대장도 노예병이고 대원도 노예병이다. 누군가는 판단하고 움직여야 했다. 비록 노예일지라도. 노예군 특작대는 그런 이상한 부대였다.


지휘부의 입장에선 그 누구도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은 소모품이기에 얼마든지 위험한 임무에 거리낌 없이 그들을 투입할 수 있다.


그 위험성을 대가로 독립 유군으로 존재하는 노예군 특작대대에게 결정권이란 곧 목숨 값과 같은 의미였다.


노예에게 부대의 결정권을 준다는 사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들도 간혹 있었으나, 노예군 특작대의 압도적인 사망률과, 노예군 특작대를 희생양 삼아 살아남은 경험이 있는 많은 부대들의 존재는 특작대의 존재를 용인하게 만들었다.


토키라는 현재 노예군 특작대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저번 임무에도 저저번 임무에도 그는 유일한 생존자였다.

혼자 임무에 투입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임무가 완료 된 이후 오직 토키라만 살아남았을 뿐이다.


수없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노예군 특작대에 기록이 남아있을 리 없기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토키라가 아마도 노예군 특작대 역사상 가장 오래 살아남은 사람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다.


살아남는 것 자체가 실력인 마경에서, 토키라는 살아 남았기에 부대의 리더가 될 수 있었다. 본인이 전혀 원하지 않는 자리지만, 노예병에게 거부할 권한 따위는 없었다.


여튼 노예군 특작대의 리더 토키라는 눈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나름 호의를 담아서였다. 눈 앞의 사내가 있기에 오랜만에 노예군 특작대의 유일한 생존자가 아니게 된 것 아니겠나.


귀족들은 노예병이라는 특성 때문에, 노예병들은 노예임에도 독립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는 특작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기에, 아무도 토키라를 상대해주지 않았다. 저번 임무에 투입되고 혼자 살아 돌아온지 보름, 토키라는 그 보름의 기간동안 아무와도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참이라 눈앞의 사내가 참으로 반가운 것이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보급조차 없는 노예군 특작대에서 자신의 힘들게 구한 비상식량을 눈 앞의 사내에게 선뜻 내어준 이유 말이다. 마경에서 비상식량을 나누어준다는 의미를 눈 앞의 이 사내는 알고 있을까?


신기한 것은 언뜻 보기에도 온갖 고초를 겪고 며칠은 굶은 듯 보이는 몰골을 한 사내는 그 와중에도 격식을 잊지 않고 그가 준 식량을 먹고 있었다.


‘귀족 출신인가.’


태만 봐도 알 수 있다.

몰골과 상관없이, 아니 저런 몰골로도 저런 격식을 갖춘다는 것은 눈앞의 사내가 뼛속까지 귀족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귀족으로 태어나서 귀족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아직 노예병이 된 자신에게 적응도 제대로 못했겠지.


”너, 이름은?”

“스타라슈 반...”


습관적으로 이름을 되뇌던 스타라슈는 고개를 저었다.

스타라슈 반 레볼리스. 레볼리스가 귀족위를 박탈당한 지금 그 이름은 이제 없다.


“스타라슈입니다.”


하지만 이미 토키라는 ‘반’이라는 이름을 들어버린 후였다.

제국, 귀족, 황인종, 그리고 ‘반’ 이라는 미들네임. 스타라슈의 이름에 잠깐 멈칫한 토키라였지만 이내 표정을 숨겼다.


“노예병이 된 이상 예전 이름은 의미가 없다. 그 이름은 이제 버리도록”


평생 가지고 살아온 이름.

이미 ‘반 레볼리스’를 잃었건만 남은 이름조차 버리라는 토키라를 스타라슈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이름은 왜 물어본 겁니까?”


토키라가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높은 확률로 뒈질텐데, 이 마경에서 누구 하나 이름 정도는 기억해주는게 좋지 않겠냐”

“그럼 그쪽은 이름이 뭡니까?”

“내 이름은 왜?”

“그쪽이 죽으면 그 이름을 제가 기억해 주려고 그럽니다. 식량을 나눠준 값으로 그 정도는 할 수 있겟죠.”

"푸하하"


맹랑한 신입의 말에 토키라가 오랜만에 웃었다.

마경에 와 노예군 특작대가 된 지 수 년.

자신이 웃는 법을 잃은 줄 알았던 토키라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항상 마음과 영혼이 죽어버린 녀석들만 상대해와서 그런가, 뭔가 살아있는 사람같은 스타라슈와의 대화가 기꺼웠다.


“토키라. 내 이름은 토키라다.”


오랜만에 불러보는 자신의 이름이 입 안에서 까끌거렸다.


“여기선 앞으로 러너라고 불러라.”


러너, 이것이 내 이름.

토키라라고 칭할 때는 까끌거리던 것과 달리 러너라는 이름은 입 안에서 부드럽게 굴러갔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마경을 벗어날 때 까지 나는 러너였다. 높은 확률로 러너로서 죽게되겠지.


“러너?”

“그래, 도망자 러너. 그게 내 이름이다. 동료들을 모두 버리고 도망가서 살아남은 후 얻은 이름이다. 너도 니 목숨은 알아서 챙기도록 해. 난 여차하면 버리고 도망갈거니까.”


그 말을 하는 러너를 스타라슈는 잠시간 말 없이 바라보았다.


“러시(rush : 돌진).”

“그게 뭔데?”

“이름 버리라면서요. 러시. 그걸 제 이름으로 하겠습니다.”


러시의 뜻을 되뇌던 러너가 다시 웃었다.


“역시 넌 빨리 뒈지겠구나. 애송이.”


노예군 특작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만남이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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