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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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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6 00:06
최근연재일 :
2022.07.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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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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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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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마경(2)

DUMMY

“러너! 거기 있나?”

“뭐야? 오늘 무슨 날이야?”


저번 임무에서 가까스로 생환한 지 보름.

본인을 제외한 부대 전원의 전멸이라는 대사건을 겪었음에도 러너 토키라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하루 한에 두 번이나 누군가 자신을 찾는 이벤트가 생겨서 하는 이야기였다.


마경에서도 경원시되는 노예군 특작대는 마경을 방어하기 위한 제국군 본대에서도 외곽에 동떨어져 있었다. 본대의 보호로부터 벗어나 언제든지 몬스터의 습격을 받을 수 있는 곳에 특작대의 근거지가 위치해 있다는 이야기였다.


보급도 없고, 부대와 동떨어진 외곽에 노예군 특작대를 누군가 찾아오는 경우는 단 두가지였다. 하나는 오늘 스타라슈와 같이 외부에서 누군가 특작대를 찾아와 노예병이 충원되는 경우, 그리고 내부에서 전령이 찾아오는 경우.


마경 제국군 본대에서 전령이 찾아온다는 것은 단 하나의 경우였다.

임무가 하달되는 경우 말이다.


“로퍼, 무슨 일이지?”


덩치 좋은, 능글맞은 인상의 백인.

로퍼가 바로 노예군 특작대와 본대 사이를 오가 임무를 전달하는 전령이었다.

대부분의 특작대원들은 로퍼를 몇 번 보기도 전에 그 목숨을 잃기에 로퍼와 안면을 익힐 기회가 거의 없었으나, 도망자라는 오명에도 여하튼 오랜 세월 생존한 러너는 충분히 로퍼와 면을 익힌 사이였다.


문제는 노예군 특작대가 임무에 투입되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것이 불과 보름전이고, 겨우 한 명이 충원되어 2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명령이 하달되다니, 나름 특작대에서 오래 지내온 러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내가 이 누추한 곳까지 뭐하러 오겠나? 명령 전달이지.”

“누추? 얼씨구, 저도 노예병이면서 귀족 납셨네”

“크흐흐, 노예군 특작대에 비하자면야 나는 귀족이지.”

“예예, 좋~으시겠습니다. 귀족 나으리.”


오랜 친우인양 농담 따먹는 둘을 스타라슈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 친구가 이번에 들어온 신병인가?”

“예, 러시입니다.”

“난 곧 죽을 놈 이름 기억하는 취미 없다.”

“예?”


-빡!


그 말을 들은 러너가 로퍼의 뒷톨수를 후려갈겼다.


“넌 왜 재수 없는 소리를 하고 그러냐”


로퍼가 러너를 흘겨봤다.

그런 로퍼를 보며 러너가 소매를 걷어올렸다.


“왜? 한판 뜰까? 어차피 같은 노예병이니 계급장 뗄 것도 없겠네”

“후... 됐다. 명령이나 전달하고 가련다.”


로퍼가 꼬리를 내리자 만족한 듯 러너는 더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불똥은 괜히 스타라슈에게 튀었다.


“너도 저새끼한테 존댓말 하지마. 쟤도 우리랑 같은 노예병인데 무슨 존댓말이냐”

“딱 봐도 저보다 연장자인데...”

“노예주제에 연장자는 옘병. 하지 말라면 하지마. 약해보이면 잡아먹힌다 여긴.”


참된 예절교육을 지켜보던 로퍼에게 러너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무슨 명령인데? 우리 이제 겨우 둘이라고? 심지어 하나는 방금 막 들어온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

“전투 임무는 아니다. 마경 동쪽 오우거 둥지 근처에 식수원으로 쓸만한 물을 발견했다는 정보다. 정찰 좀 다녀와라.”

“아, 그 정도야 뭐”


러너.

도망자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러너는 그 이름에 걸맞게 신속 이동과 은밀 기동에 능했으니까. 특정 지역을 정찰하는데 그 이상의 인재를 찾기 힘들었다.

명령을 전달하고 로퍼는 돌아가려는 듯 몸을 돌렸다.

단, 오늘 러너에게 당한게 있으니 뒤끝을 부리는 것은 잊지 않았다.


”어이 신병, 저 녀석 너무 믿지 마라. 결국 널 버리고 또 혼자 살아남을테니까. 러너가 괜히 러너겠냐?“


그 말에 러너는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았다.


***


”어이 러시, 가자.“

”따로 준비는 필요 없습니까?“


스타라슈의 질문에 러너는 피식 웃었다.


”준비? 너 가진 거 있냐?“

”없죠.“


맨 몸으로 이곳에 내동댕이 쳐진 것이 불과 1시간 전이다.


”뭐 할 줄 아는건?“

”검을 좀 다룰 줄 압니다.“


검술과 승마는 귀족 남자의 기본 소양 중 하나였다.

하지만 러너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저택에서 호의호식하며 검을 휘둘러본 녀석들이 마경의 몬스터 앞에서 제대로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 기억은 제로에 수렴했으니까.


러너가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여기 쯤이었던거 같은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러너가 어디선가 검 한 자루를 구해왔다.

녹슬고 칼날에 이가 좀 빠진 것이 오랜시간 관리를 제대로 안 한 티가 났다.


”언젠지는 모르겠고, 특작대 있던 놈이 쓰던거다. 원 주인은 진작에 죽었으니까 너 써라.“


죽은 자의 물건. 관리조차 제대로 안된 검.

러시는 그 검을 자신의 목숨 줄이라도 되는 양 소중히 챙겼다.


”가시죠.“


검만 있다면, 두려운 건 없었다.


***


정찰을 해본 적 없는 러시의 눈으로 보기에도 러너는 정찰의 전문가였다.

정확한 요령은 모르지만 러너의 안정적인 인도에 따라 러시는 순조롭게 마경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사냥꾼 이었습니까?“

”노예군 특작대에서 과거를 묻는 건 금기다.“

”왜 그렇습니까?“

”마경에 노예병으로 파병으로 왔다는 건, 밖에서 다 사연이 있다는 건데 그 사연이 마경에서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러너는 스타라슈를 쳐다보았다.

이해를 잘 못하는 듯 하자 여상하게 말했다.


”넌 내가 만약에 마경에 오기 전에 사람들을 취미 삼아 죽이던 연쇄 살인마라고 하면 지금 나와 협력 할 생각이 들겠냐? 네 등 뒤를 나한테 맡길 수 있겠냐?“


주변을 예리하게 살피면서도 러너는 계속 러시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무서운 예시를 들고 있지만 러너가 친절한 사람이라고 러시는 생각했다.


”때론 모르는게 약이라는 이야기다. 이 망할 마경에서 같은 부대원조차 믿지 못하면 살아남는 건 더 힘들어지니까.“


러시는 러너의 말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는 이해했다는 뜻이지 납득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사냥꾼인지 아닌지 알려주는 정도는 상관없지 않습니까?“

”싫다.“

”예?“

”알려주기 싫다고“

”왜요?“


러너는 귀찮은지 한숨을 푹 쉬었다.


”두 달 동안 생존하면 알려주마.“


너무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봐온 러너는 쉽사리 관계를 맺기가 싫었다.

사적인 이야기는 사람을 정들게 만든다. 정을 주었다가 죽어버린 녀석들이 너무 많았다.


”그럼 그때 듣죠 뭐.“


***


이름도 모르는 몬스터들을 몇 번이나 지나쳤을까.

한 낮에 출발했거늘 어둑해져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으나, 가는 길에 마주치는 수 많은 몬스터들과의 교전을 피하며 정찰을 목적으로 오다보니 일반적인 걸음보다 족히 5배의 시간이 흐른 듯 했다.


이미 마경에 오는 길에 피폐해진 러시였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러너가 나누어준 식량을 먹었다고 하나 그 체력이 온전할 리 없었다. 은밀기동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입장에서 체력은 더 빠르게 소모되는 듯 했다.


하지만 러시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러너의 행동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막 마경에 도착한 러시에게 러너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다 생존을 위한 교본 그 자체였으니까.


별다른 채비도 없이 출발한 길이었다.

러너는 이래저래 장비가 있다하나 식료품은 하나도 없었고, 러시는 이 빠진 검 한자루가 가진 전부였다.


수시간의 은밀기동에서 갈증을 느낄 때쯤이 되자 러너가 지나가다가 보이는 나무의 줄기를 베었다. 그 줄기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목을 축이고 나자 허기가 몰려왔다. 약간 신맛이 나긴 했지만 해갈에는 충분했다.


”우린 보급 같은거 없으니까 보고 잘 외워둬라.“


러너는 친절하게 하나하나 독성이 있는 열매와 먹어도 되는 열매를 구분해서 러시에게 알려주었다. 만찬이라 할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갈증과 허기는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것을 배우며 목적지에 도착한 러너와 러시는 식수원으로 추정되는 맑은 물을 내려다보았다.


”텄다.“

”예?“

”텄다고. 이 물 못 마신다.“


러너의 말에 러시는 다시 물을 쳐다보았다.

물 속에 달이 그대로 떠있고, 어둠 속에 미약한 달빛만으로도 러시의 모습을 그대로 반사하는 것이 여간 맑은 물이 아니었다.

러시가 이해를 못한 듯 하자 러너가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잘 들여다봐라“

”모르겠는데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쯧쯧“


떠먹여줘도 모르는 러시가 한심하다는 듯 러너가 혀를 찼으나, 당연한 일이었다.

영주성에서만 살아온 러시가 이런 지식을 어디에서 습득했을 것이란 말인가.


”그게 문제다.“

”예?“

”아무것도 없잖아.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물이라는 뜻이다. 못 믿겠으면 한번 마셔보든지. 죽어도 책임은 못진다?“

”아!“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놀랍도록 맑고 놀랍도록 잔잔해 마치 거울처럼 보이는 맑은 물이었으니, 밤이라 해도 지나치게 고요한 물이었다. 인지하고 나자 오히려 섬뜩해보였다.


”임무는 끝났다. 묵을 곳을 찾아보자. 마경의 밤은 위험해.“


밤의 어둠은 우리의 모습도 숨겨주지만, 적들의 모습 또한 숨겨준다.

당연하게도 이 경우, 싸움을 피해야 하는 이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마련이다. 함부로 움직이다 몬스터와 조우하게 되면 전투를 피할 수 없다.

심지어 밤이 되면 흉성이 증가하는 몬스터의 특성상, 밤에 움직이는 것은 최악의 판단 중 하나였다.


- 부스럭


그때 무언가의 기척이 러너의 귓가를 스쳤다.

러시 또한 기척을 느낀 듯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식수원을 살피기 위해 너무 개방된 공간으로 나온 상태였다.

엄폐물이 없는 상태였으니 상대는 이미 러너와 러시의 모습을 확인 한 상태라고 보아야 했다.


‘젠장’


혼자였다면 무조건 도주 해서 기척을 숨겼을 것이다.

하지만 눈 앞의 러시가 그리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다행히 기척으로 판단하건데 소형 몬스터가 확실했다. 이런 녀석들은 보통 무리생활을 하니, 무리를 부르기 전에 처치한다면 무난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판단은 찰나와 같았고 러너는 특유의 기동력을 발휘해 화살처럼 기척을 향해 쏘아져갔다. 최대한 소란 없이 제압해야 하기에 한 합에 전력을 실었다.


- 서걱


”뀌엑!“


정제된 러너의 칼놀림에 몬스터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앳된 비명소리, 칼을 훑고 지나가는 어색하고 단단한 질감, 익숙한 그린스킨이 러너의 눈을 스쳤다.


”하...씨발. 망했구만.“


놀(Gnoll)이나 고블린 같은 소형 몬스터가 쓰려져있어야 할 그 자리에,

마경에서조차 평생 한번 보기 힘들다는 새끼 오우거가 죽어있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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