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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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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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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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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마경(4)

DUMMY

스타라슈가 마경에 온 지도 일년이 흘렀다.

수 많은 임무를 거쳐오며 17살의 앳된 스타라슈는 없어지고, 노련한 용병과 비슷한 백전 노장의 분위기를 풍기는 베테랑 러시만이 이곳에 남아있었다.


별도의 보급이 없는 노예군 특작대에게는 원래는 하루 하루 생존 자체가 임무였으나, 그조차 옛날 이야기였다. 러너의 눈 앞에, 장정 서넛은 합친 듯 한 크기의 집채만 한 멧돼지를 짊어지고 러시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이 그 증거였다.


마경에서도 야생 동물은 있었다.

다만 그 동물들 또한 몬스터와 생존 경쟁을 하기 위해 몬스터 급으로 진화해 있었다.

당장 러시가 짊어지고 오는 저 집채만 한 멧돼지가 유난히 웃자란 것이 아닌, 이 마경의 평균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마경은 몬스터의 땅,

그 야생 동물조차 발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에 가까웠다.


몬스터 급이라 하나 수 많은 기사와 병사가 존재하는 이곳에서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이 불가능 할 리가 없었다. 문제는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미션인 것이다. 그것도 도처에 넘쳐나는 몬스터들의 시선을 피해서 말이다.


주변에 넘쳐나고 사냥하기 쉬운 것이 몬스터였는데, 차마 그 몬스터 고기를 먹을 엄두가 안 나니 노예군 특작대는 열매 따위로 연명해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제대로 못 먹으니 힘이 안나고, 힘이 없으니 전투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물론 그것도 옛날의 이야기였다.

적어도 노예군 특작대에 있어서는 말이다.

앞서 열거한 그 어려운 일을 러시는 손쉽게 해냈으니까 말이다.

고기가 떨어질 때 쯤이 되면 훌쩍 사라진 러시는 저렇게 커다란 동물을 짊어지고 나타나곤 했다.


보급이 없다는 것은 식자재 및 보급품을 본대와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형벌과도 같은 그 상황이 지금에 와서는 노예군 특작대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역시 대장! 이 정도면 한 달은 먹겠는데?“

”대장이라 부르지 말라니까요“

”그래. 러시 대장“


노예군 특작대 대장이 별다른 권력과 영화를 약속하는 자리도 아니었다.

러시의 실력을 확인한 첫 날, 러너는 미련 없이 대장 자리를 러시에게 넘겨버린 상태였다. 처음 몇 달은 러너에게 이것저것 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완연한 특작대의 리더로서 자리매김한 러시였다.


”이젠 입이 늘어서 이걸로 이주일도 못 버티지 않을까요?“


지난 1년, 러너 혼자 남아있던 특작대는 계속된 인원 충원으로 부대의 규모가 늘어있었다. 충원은 비 정기적이지만 늘 있었던 일이다. 임무가 생길 때마다 다 죽어나자빠지니 규모가 늘어날 일이 없었을 뿐이었다.


러시가 대장이 된 이후 1년, 노예군 특작대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긴 기간 동안 사망자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큰 임무가 없는 것도 호재 중 하나였다. 노예군 특작대가 창설된 이후 몇 번 없었던, 부대 인원 확보를 코 앞에 두고 있었다.


”크으~역시 대장이 최고야!“

”이럴 때만 최고지, 네벤더.“


러시를 향해 쌍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는 넉살 좋은 흑인은 네벤더.

러시 다음으로 노예군 특작대로 파병 된 불우한 사내였다. 20대 초반으로 러시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이 성격 좋은 남자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러너는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큰 힘을 쥔 자가 더 큰 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이 이곳 제국이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흑인의 지위를 생각하면 노예군 특작대에 들어올 정도의 죄를 짓기도 쉽지 않았기에,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노예군 특작대에 흑인이 입대한 경우는 흔치 않았기에 그랬다.


사실상 노예군 특작대가 범죄자 수용소가 아닌, 제국의 질서에 반기를 든 자들이 내쳐지는 정치 사상범 수용소에 가깝다는 사실을 러너는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러했으니까.


처음에 특작대는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러너의 가르침과 다르게, 대장이 된 러시가 바꾼 첫 방침은 서로 간에 최소한의 과거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특작대에 오게 된 경위 정도는 아는 것이 서로에 대한 신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리더를 넘긴 이상, 러너는 러시의 방침을 따라주었다.


- 넌 어쩌다 이런 험한 곳까지 왔냐?

- 흑인이 마법 쓴다고 사악한 흑마법사라던데요?

- 뭐???


그 말을 듣고 내색하지 않았지만 러시는 욜이 왜 마법사임을 숨겨왔는지 알 수 있었다.


- 그래서 마법은 어디서 배웠는데?

- 배운 적 없는데요.

- 뭐?

- 독학 했습니다.

- 뭐?????


마법에 조예가 없어 잘 모르지만, 네벤더의 마법 실력은 러시와 러너의 도움이 있다고 해도 마경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역량이 있었다. 20대 초반에 독학으로 마경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실력을 쌓은 위대한 마법사는, 한 마법 학파의 수장이 될지 대마법사가 될지 모를 씨앗을 가진 마법사는,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노예군 특작대에 와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가 어떻든, 이 흑인 사내는 유쾌함을 잊지 않았다.


”와하하하, 힐리온. 우리 대장은 정말 대단하지 않아? 어떻게 이 마경에서 야생동물을 잡아오지? 내가 탐지 마법을 아무리 넓게 펼쳐도 감지되지 않던데?“

”흠, 나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오. 건강한 몸과 건강함 마음을 위해서는 양질의 식사가 중요한 법이지“


네벤더의 말을 받는 40대의 청인(靑人) 사내의 이름은 힐리온이었다.

근육질의 몸과 각진 턱, 그리고 앙다문 입술은 사내의 완고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륙에서는 드물게 하오체를 사용하는 어법 또한 그 완고한 인상을 한층 강화해주었다.


청인.

대륙에도 정말로 극소수만 존재하는 희귀 인종이었다.

제국 어디서나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백인, 황인, 흑인, 적인과는 다르게 정말로 마주치기 힘든 이들이 청인이었다. 오죽했으면 변경 영지이긴 하나 한 영지의 소영주 출신인 러시 조차 청인은 이곳에서 처음 만난 것이었다.


사실상 피부색 말고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나머지 인종과는 다르게 청인은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특질을 타고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세상과의 소통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그 특질로 말미암아 대부분의 청인들은 신성직(神聖職)에 종사하고 있었다.

즉, 사제라는 이야기였다.


대륙 말로 ‘모든 청인이 사제는 아니나, 모든 사제는 청인이다’ 하였으니, 이는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특질에 기반한 신성력의 발현, 치유의 기적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 기적을 신과의 소통을 통한 축복의 발현이라 하였다.


시대를 막론하고 종교는 존중 받는 법.

심지어 신성력이라는 물화된 기적은 비틀어진 제국에서도 청인의 입지를 확고히 만들어주었다. 안하무인 천상계급 백인이라 해도 청인은 나름 존중해주었기에, 실질적으로 백인 다음의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계층이라 할 만 했다.


단순 사회적 지위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지나온 행적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기에 종교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청인에게 호의적이었다. 이는 러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이 따윈 신경쓰지 않는 그의 입에서 존댓말이 절로 나왔다는 이야기다.


- 사제님은 대체 어떻게 이런 곳에 오시게 된 겁니까?

- 나는 사제가 아니오.

- 아 실례했습니다.


앞서 말했 듯, 모든 청인이 사제는 아니다.


- 무투사제요.

- 예?


힐리온이 사이드 체스트 포즈(측면 가슴 자세)를 취했다.

잘 발달 된 대흉근과 삼두근이 불끈거렸다.


- 무.투. 사제요

- 아 예...


힐리온은 자신의 근육에 자부심을 가진 남자였다.

저렇게 대놓고 티를 내는데 모르기도 힘들었다.


수도에 살았기에 청인을 여럿 접할 기회가 있었던 러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청인 사제들은 비리비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눈 앞의 힐리온은 무언가 좀 달랐다.


- 그래서 무.투. 사제님은 어쩌다 이런곳에...?

- 언쟁이 좀 있었소.

- 예?

- 천상 계급의 백인이 천상 계급은 신의 위에 존재한다 하기에, 신께서는 그 모든 인간의 위에서 우리를 보살핀다는 사실을 설파했을 뿐이오.

- 그런데요?

- 좋게 말로 타일러도 알아 먹지를 못하고 계속해서 신성모독을 하더군.

- 그래서요?

- 말로 해도 알아먹지를 못하니 뚝배기를 깨버렸오.

- 뚝배기요?

- 그렇소.

- 천상 계급을요?

- 그렇지. 신 아래에서는 모든 이는 평등하오.


러너는 힐리온을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그에게 청인은 이해하지 못할 족속이라는 정보가 추가되었다.


”벨르케 경도 좀 잘 먹어야 할 것인데 말이오. 검을 잘 휘두르기 위해서는 근력이 필수라오.“

”···“


그리고 노예군 특작대의 마지막 멤버.

노예군 특작대의 유일한 홍일점 벨르케.

나팜처럼 붉은 피부를 가진 그녀는 전사의 일족, 적인 이었다.

특이점이라면 그녀는 극단적으로 말 수가 적었다.


특작대의 리더는 러시지만 실질적 관리를 하는 러너도 그녀와의 대화는 조금 어려웠다.


- 이름이 어떻게 되지?

- ···

- 이름, 안 알려 줄거야?

- ···

- 그럼 그냥 ‘야’ 라고 부른다?

- ···벨르케

- 후... 그래 벨르케, 다룰 줄 아는 무기는?


순간 무뚝뚝한 벨르케의 눈이 잠시 빛났다.


- 검.

- 오, 그럼 특작대에 이제 검사가 둘 이로군.

- 검사?

- 아, 몰랐나 보군. 우리 리더가 검사라네. 관심 있나?

- ···

-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됐어?

- ···

- 후··· 그래, 됐다.


꼭 필요한 질문 외에는 대답하지 않고, 그마저도 단답이 대부분이었다.

특작대원들은 유일하게 벨르케가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몰랐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먼저 말을 할 때가 있었으니.


-리더. 대련.


러시에게 대련을 신청할 때였다.

비록 기사가 아닌 노예병 신분이지만, 대련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동료들은 둘의 대련을 지켜보지 못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러너가 러시에게 조용히 따로 물어봤을 따름이었다.


- 벨르케의 검 실력은 어때? 쓸만해?

- 저보다 나은 부분이 많아요.


러시의 실력을 제대로 알고있는 러너로선 저게 겸양의 표현인지 벨르케의 실력이 그만큼 대단한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 쿵


러시가 멧돼지를 내려놓았다.

어찌나 덩치가 크고 무게가 무거운지 땅이 울렸다.


”벨르케, 손질 좀 부탁해“


- 끄덕


대답은 없었지만, 벨르케의 검이 빠르게 출수 되었다.


- 슈슈슈슉

- 촤앗


”오! 훌륭하오“


몇 번 검이 움직인 것 같지도 않은데, 커다란 멧돼지의 가죽이 해체되었다.

신기에 가까운 칼놀림이었다.

러시의 말이 빈말은 아닌 듯 했다.


”제가 구울까요?“


별다른 영창이 없었음에도 네벤더의 손 끝에는 선명히 타오르는 불꽃이 피어있었다.


그때, 오랜만에 노예군 특작대에 외부인이 찾아왔다.


”신병 받아라!“


드디어 노예군 특작대가 6인, 부대의 구성을 맞추는 날이 왔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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