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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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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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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마경(6)

DUMMY

마경과 제국을 구분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애초에 마경은 제국에 속해 있는가, 제국 외의 지역인가.

해답을 찾자면 현재 흔히 쓰는 ‘마경’은 영토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마경이란 제국군 주둔지를 일컫는 용어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처음에 ‘마경’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광활한 미개척 지역 그 자체를 이르는 말이었다. 하지만 미개척 지역이란 말 그대로 대중의 인지 범위를 넘어선 지역이다 보니 대중이 인식할 수 있는 지역 ‘미개척 지역과 제국 내지의 경계’를 ‘마경’이라 부르게 변모되어갔다.


그 용어가 점차 변형되어 마경은 제국의 강역과 미개척 지역의 접경지 중, 제국군이 주둔하는 지역을 말하는 용어가 되었다. 용어 자체의 원 의미와 다르게, 현재 마경이란 결국 제국군의 주둔지를 이른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마경에 미개척 지역이라는 의미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었으니, 마경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미개척 지역을 뜻하기도, 그 미개척 지역을 방어하고 있는 제국군의 주둔지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국군 주둔지를 뜻하는 마경은 제국의 강역으로, 미개척 지역은 제국의 강역이 아닌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마경을 흡수해 소화한다면 대륙 최고의 국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제국의 국력이 최소 3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게 제국 수뇌부의 판단이었다.


험난한 지형, 그리고 안전한 제국 내지와는 다르게 인간을 포식하는 수 많은 몬스터가 활보하고 다니는 마경은 여전히 인간들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제국의 건국왕 슈타인공은 인외의 것들을 마경으로 몰아냈다 알려졌지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드넓은 판 대륙에서 인간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인간의 영역’을 확보했다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었다.


왜냐하면, 알려진 것만 해도 미개척지역의 영역이 제국의 강역을 수십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제국은 자신의 위대함을 선전하기 위해 인외의 존재를 마경으로 몰아냈다 선전했지만, 실상은 드 넓은 대륙에서 인간을 위한 영역을 조금 확보한 정도인 것이다.


데시트 제국은 제국 동쪽 국경의 전체를 그 마경과 접경하고 있었다.


***


슈타인공의 개천 이래 미개척영역을 개척하려는, 인간의 영역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없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슈타인 이래 모든 황제들의 원대한 포부 중 하나가 바로 마경의 개척을 통한 제국의 확장이었다.


위대한 슈타인공의 후예인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그를 뛰어넘는 위업을 이루는 것은 역대 모든 황제들의 숙원인 것이다.


마경에 비하자면 좁디좁은 북,서,남쪽의 국경에서 아웅다웅하며 제국의 영토를 확장하는 것보다 드넓은 마경의 개척을 통한 강역 확장은 이득이 많았다. 제국 외 인간의 국가를 점령하여 강역을 확보하고자 하면 제국은 침공국이 되어 전 대륙의 규탄을 받게 되지만 미개척 지역의 개척을 통한 확장은 규탄을 받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영역을 넓힌 대륙의 수호자로서 더 우월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 확장은 수 많은 제국 기사와 병사들의 목숨, 그리고 군자금을 담보로 해야 가능한 목표였다. 강대한 제국이라 하나 마경에 지속적으로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부담되기 마련이었다.


국제관계라는 것이 오묘해서, 제국을 포함 대륙 모든 나라들이 마경의 개척을 지지하면서도 견제하는 것이 현 대륙의 실정이었다. 주변국들은 강대한 제국에 굴종하면서도 제국이 약해지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함부로 틈을 보일 수 없는 제국의 입장이 마경으로의 전격적인 진격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경에 주둔하는 제국군 대부분은 마경의 것으로부터 제국을 지켜내는 방위군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제국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대륙을 수호자라는 위명을 지켜나가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다만, 대부분이라는 것은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노예군 특작대가 소속되어있는 마경 주둔군이 바로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은 부대였다. 마경의 개척을 위한, 황제와 제국의 욕망이 투영되어있는 부대. 마경 방위군과 구분되어 ‘마경 개척군’으로 불리곤 하는 그 부대에 러시와 노예군 특작대는 소속되어있었다.


다른 마경과 비교해도 높은 사망률은 단순 방어가 아닌 적극적 확장을 모색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었고, 노예군 특작대에 들어갈만한 정치사상범들을 파병시켜 보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 되어주었다.


사실, 근 2년간 마경 개척군은 마경 방위군과 별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일상이 별다를 것 없다는 것은 사망률이 다를 것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악명과 다르게 러시가 상대적으로 평온한 일상을 보내온 것도, 노예군 특작대가 오랜만에 부대 단위의 인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같은 원인에서 기인했다.


황제의 와병(臥病).


마경 개척군은 당대 황제의 욕망을 반영하는 부대였다.

황제는 자신의 치세하에 마경의 개척을 통한 제국 강역의 확장을 도모해왔다.

그 황제가 병석에 누워 황태자 크라운의 대리청정이 시작된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기간동안 마경 개척군에게는 별다른 명령이 하달되지 않았고, 여타 방위군과 마찬가지로 마경의 방위에만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실질적으로 황제 대행으로서 국정을 수행한다고 해도 그 모든 권위와 힘이 승계되지 않는다. 대리청정 중이라 해도 이는 국가의 안정을 지켜내기 위한 범위 내에서의 승계지 황제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는 곧 황위의 이양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적어도 지금 크라운에게 마경 개척군을 움직일 수 있는 힘까지 승계되지 않았다.

그런 마경 개척군에 근 2년 만에 본대 회의가 소집되었다.



***


“멸시와 모멸의 집합장이지.”


본대 회의는 어떠냐는 러시의 질문에 대한 러너의 답이었다.

러시에게 대장을 물려준 이후 항상 웃는 상이던 러너의 표정이 오랜만에 잔뜩 찌푸려졌을 정도로 본대 회의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듯 했다.


“직접 부딪쳐 보는 수 밖에 없겠군요.”


러너가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주먹으로 부딪치지는 말고”

“그 정도인가요?”

“검을 안 뽑으면 다행이지.”


러시는 대답 대신 그냥 웃어 보였다.


“어이, 진짜 뽑을 건 아니지?”


러시의 실력을 아는 러너로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든다면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괜찮아요. 지켜야죠.”


러시의 시선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생사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고락을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이 보였다.

명상하는 네벤더, 검을 손질하는 벨르케,

다정하게 디토를 챙겨주는 힐리온까지.


“이백구십구”

“끄으으으”

“마지막이오, 힘내시오. 삼백!”

“끄어어어어어어”

“한번, 한번만 더!”

“살려주세요...제발...”

“지금부터 근육이 크는거요. 한번 더!”

“끄아아아아아아아아”


노예병이 되어서도 러시에겐 지켜야 할 것들이 있었다.


“얼른 가세.”


로퍼의 채근에 따라 러시는 발걸음을 옮겼다.


***


본대는 특작대의 본거지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특작대의 본거지와 다른 점이라면, 사방이 탁 트여 언제든지 공격 받을 수 있는 특작대의 본거지와 다르게 사방에 성벽이 증축되어 언제든지 방어를 할 수 있도록 진지가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 넓은 진지에 6명에 불과한 특작대가 들어갈 공간이 없을리 만무하다. 단지 그들은 특작대를 진지에 넣어주기 싫었을 뿐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러시는 처음으로 본대의 진지 안으로 들어갔다.


진지에 들어가 얼마 걷지 않아, 수십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법한 넓은 천막이 보였다.


“내 안내는 여기까지네. 건투를 비네.”


고기 한점의 은혜는, 로퍼의 말투가 바뀌는 것을 넘어 건투를 빌어주는데 까지 발전해있었다.


본대 회의 장소로 안내가 끝나자 마자 로퍼는 서둘러 사라졌다.

노예병인 그의 신분상 마경 개척군 본대의 부대장들이 회의하는 장소는 편할 수 없는 장소인 것이다.


“갔다 와.”


한때 노예군 특작대의 대장이었지만, 자발적으로 러시에게 대장 자리를 넘겨준 러너에게도 그곳에 입장할 권한은 없었다.


러시가 망설임 없이 대형 천막의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의 입구가 마치 몬스터의 아가리처럼 보였다.


***


천막 안에는 이미 서른명이 넘는 인영들이 모여있었다.

각 부대의 지휘관 급으로 보이는 그들은 하나하나 만만치 않은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모두 제 나름 마경에서 살아남아 부대의 지휘관까지 올라온 역전의 용사들인 것이다.


제국의 모습과 사뭇 다른 것이 있었으니, 백인 일색일 것이라 예상했던 러시의 예상과는 달리 꽤나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중 전사의 일족이라는 적인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당연한 사실이기는 했다.

죽음이 상존하는 곳에서 중요한 것은 피부색보다는 몬스터를 죽이는 능력이나 부대를 통솔하는 능력이었으니까.


대부분 부대의 지휘관은 백인으로 시작했으나, 마경 개척군의 척박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나가다 보면 결국 그 자리는 살아남은 유능한 자가 차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천 마경 개척군의 역사만 수백년, 아이러니하게도 죽음과 가장 가까운 이곳이 적어도 인종 차별로부터는 가장 자유로운 곳이 되어있었다.


“노예군 특작대 대장, 러시입니다.”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자 러시가 자신을 소개했다.


“세상 좋아졌구만. 노예병 주제에 가장 늦게 들어오고 말이야.”


물론, 인종 차별로부터 자유롭다는게 신분 차별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은 물론 아니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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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P.3 새로운 국면(9) 22.07.08 20 1 10쪽
38 EP.3 새로운 국면(8) 22.07.07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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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P.3 새로운 국면(2) 22.06.27 21 2 10쪽
31 EP.3 새로운 국면(1) 22.06.19 36 4 11쪽
30 Ep.2 마경(13) +1 22.06.18 2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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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p.2 마경(7) 22.06.14 26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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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p.2 마경(4) 22.06.09 32 5 12쪽
20 Ep.2 마경(3) +1 22.06.08 28 6 11쪽
19 Ep.2 마경(2) 22.06.07 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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