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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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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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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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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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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마경(7)

DUMMY

천막 내 모든 이들의 이목이 러시에게 집중되었다.

경멸과 무관심 사이의 그 애매한 시선. 러너가 했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저들에게 별다른 악의는 없다. 단지 그 시선 만으로 러시는 저들이 자신에게 가지는 감정이 느껴졌을 뿐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무기질적인 시선을 마주하는 것은 무척 거북한 경험이었다.


“노예병이면서 어디 고개를 빳빳이 드나? 고개를 숙여야 할 것 아닌가?”


40대의 백전노장 용병 분위기를 풍기는 백인 사내가 언짢은 표정으로 러시를 나무랐다. 그는 저번 작전에서 사망한 부대장을 대신해 신임 부대장이 된 트레키였다.


트레키는 지금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정규 군사훈련을 받고 기사로서 마경에 파병된지 벌써 햇수로 10년이 흘렀다.

수십번의 죽을 고비와 수백번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그는 드디어 100여명 남짓한 부대의 부대장이 될 수 있었다.


200명 정도 되는, 규모로 치자면 마경에서 손꼽히는 부대였지만 대장과 같이 절반이 산화한 것을 수습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30대의 청년은 40대의 노장이 되었고, 수 천명의 동료를 잃어왔다.

부귀와 영화가 따라오는 자리는 아니지만, 그런 고난을 이겨낸 끝에 들어온 곳이 이곳 부대장 회의였다.


헌데, 노예군 특작대의 대장이랍시고 들어온 저 녀석은 무엇인가?

새파랗게 어린 것이 경험도 얼마 없어보였다. 마경에서 상처란 곧 훈장과도 마찬가지거늘 온 몸을 훑어보아도 그 경험치가 보이지 않았다. 마경의 부대장들이 패시브처럼 두르고 있는 날카로운 살기 또한 엿볼 수 없었다.


결론은 한가지다.

저 녀석은 애송이다.

그런 애송이가 자기와 같은 부대장으로 이 회의에 와 있는 것이다.


노예군 특작대라는, 부대원도 꼴랑 6명밖에 안되는 고기방패 부대에 질투를 느끼는 것이 웃기다는 걸 잘 알지만, 그런 주제에 자신과 같은 회의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자신의 지난 세월을 모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랜 세월 전장을 전전하다보면 당연하게 공격성이 짙어진다.

트레키의 수년간 누적된 그 공격성이 러시를 향했다. 신임 부대장에 불과한 그가 이 회의에서 폭력을 행할 수는 없으니, 하다 못해 기세로 눌러 놓을 작정이었다.


- 휘이잉


사방이 꽉 막힌 천막에서 바람이 불어오듯 기류가 변했다.

그리고 그 기류가 러시를 옭아매고 있었다. 오러의 권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람 하나를 질식시켜버리기엔 충분한, 백전 노장의 살기였다.

천막 안에있는 모두가 그 기세를 느꼈지만, 말리기는커녕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된 양 흥미로운 시선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뭐지?’


기세를 유형화 시킨다는 것이 쉬울 리 만무하다.

그리고 그 유형화 된 기세가 약할 리는 더욱 만무하다.

여기 있는 모두가 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유형화 된 살기가 자신을 옭아맸음에도 러시는 평온해 보였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견딘다기 보다는 흘려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주저앉아도 모자랄 판에 대답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보다 못한 트레키가 기세를 강화했고, 그의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지고 있었다.

주저 앉히는 것을 넘어 졸도 시켜버릴 심산으로 기세를 끌어올렸다.

이대로 물러서기엔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으니까.


“그만”


그때, 중저음의 묵직한 목소리가 공간을 점령했다.

모두의 이목이 그 소리를 발한 존재에게 집중되었다.


마경 개척군의 총사령관이자 이 회의를 소집한 자.

마경의 특성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르칸과 마찬가지로 변경백의 작위를 하사 받은 마경 개척군의 가장 날카로운 검.

베르푸기스 반 뉴트로 변경백이었다.


“죄송합니다.”


위험한 전장일수록 군율은 엄정하다.

신임 부대장 주제에 총 사령관이 나서게 만들었다면 무엇인가 선을 넘었다는 뜻이다. 트레키는 자신의 실책을 깨달으며 기세를 수습했다.


트레키가 분주하거나 말거나 베리푸기스의 눈은 트레키가 아닌 러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러너는 죽었는가?”


그의 질문은 다소 의외였다.

총사령관이 노예군 특작대장의 이름까지 알고 있다니?

의문은 의문이고 러시는 대답을 해야했다.


“살아있습니다. 밖에서 대기중입니다.”

“그렇군.”


베르푸기스가 마치 상품을 품평하듯 러시를 관찰했다.


“쉽게 죽지는 않겠어.”


부대원의 생사는 지휘관인 부대장의 역량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러너’가 부대의 생사여탈권을 넘겼다는 것은 그만한 믿음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당장 눈으로 관찰 할 수 있는 이상의 그 무언가가 러시에게 있다는 뜻이겠지.

러너의 생사만 확인하곤 베르푸기스는 이내 관심을 끊었다.


“회의를 시작하겠다.”


모두가 착석해 있는 상황, 러시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의자가 아닌 천막의 귀퉁이에 있는 사람이 설 수 있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 러시는 서서 고개를 숙였다.


러너에게 미리 들어서 알고 있다.

모두가 앉아서 하는 회의지만 노예군 특작대에게 배정된 자리는 없었다.

그는 망부석처럼 서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회의에 참가해야했다.

그것이 세 시간이 되었건 다섯 시간이 되었건.


러너가 말하길, 그런 별거 아닌 것들이 주는 멸시와 모멸감이 크다고, 잘 견뎌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한 참이었다.


사실, 러너가 당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 러시가 당하고 있는 대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운이 좋게도 늦게 도착해 이미 총사령관이 와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컸다. 그렇지 않았다면 러너는 30여명의 부대장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했을 것이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쭉.


불러서 왔건만, 노예병 주제에 부대장 회의에 들어왔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 러시를 트레키가 바라보았다.


한때 그도 피부색으로 사람을 가르던 때가 있었다.

정확하게는 마경에 파병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하지만 수백번의 전투는 그의 가치관을 바꾸어놓았으니, 중요한 것은 피부색이 아니라 그의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실력이었다.


피부색도, 실력도, 관록도, 경험도 부족해보이는 노예병이지만, 그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베르푸기스 옆에 착석한 부관의 브리핑는 단순했다.


“대규모 오크 웨이브가 관측되었습니다.”


황제의 와병 와중에 회의가 소집된 이유는 이것이었다.


-술렁술렁


마경에 익숙한 각 부대의 부대장들조차 술렁거릴 정도로 오크 웨이브는 큰 이벤트였다.


오크.

그린스킨을 가진 유사인종 형태의 몬스터.

인간보다는 떨어지지만 꽤 고등한 지능을 소유하고 있고, 그들만의 언어가 있으며, 군집 생활을 하는 몬스터였다. 거기까지면 이렇게까지 술렁거리진 않았을 터.


오크의 골치 아픈 점은 첫째로 무시무시한 번식력과 성장력이었다.


오크는 인간과 다르게 한 번의 출산에 5-10마리씩 출산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또한 인간이 자라는데 20년 정도가 걸리는데 반해 오크는 3년만 성장하면 한 명의 전사가 완성되었다. 식량만 확보된다면, 20개체 내외의 군락이 대규모 군대로 변모하기까지 10년도 필요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군대’를 조직해 운영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량전밖에 없는, 단조롭기 그지없는 전술 밖에 사용하지 못 하지만, 인간의 몇 배를 가뿐히 뛰어넘는 신체 능력과 힘을 타고나는 오크라는 종족의 특성이 결합 되면 무시무시한 군대로 변모한다는 사실을 러시를 제외한 모두가 경험한 상태였다.


해서 마경 개척군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오크 군락이 보이는 족족 소멸시키는 것 이었지만, 모든 군락을 통제 하기란 실제 요원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경은 몬스터들의 보고.

오크 세력이 원하는대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는 인간만이 아니었기에 그리 자주 관측되는 현상은 아니었다.


경험상 최소 5년은 지나야 오크 웨이브가 한 번 발생하는데, 저번 오크 웨이브가 발생한지 아직 3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 한 것이다.

술렁이는 부대장들과 관계없이 베르푸기스는 냉정함을 유지한 채 질문했다.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에서 그의 관록이 보였다.


“웨이브의 규모는?”

“척후병의 보고로는 최소 10만에서 13만 정도로 추정된다 합니다.”

“10만...!”


부관의 보고에 다시 한번 경탄성이 터져나왔다.

오크라는 집단은 군락생활을 하며 ‘군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였다. 그 뜻은 달리 풀이하면 물경 수만을 헤아리는 오크 군을 장악해 통솔할 수 있는 압도적 카리스마를 가진 ‘오크 로드’가 탄생했다는 뜻이었다.


대다수의 오크 웨이브가 물경 5만을 정도의 병력임을 감안하면, 이번 오크웨이브는 그 규모부터 시기까지 모든 것이 범상치 않았다. 10만을 통솔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힘을 지닌 오크 로드가 제국을 침공한다는 소식인 것이다.


“현재 본대의 규모는?”

“근 2년간 개척활동을 하지 않아 평균 인원보다 많습니다. 5천 정도입니다.”

“20배 정도인가...”


총사령관 베르푸기스가 변경백의 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5천의 병력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지속직인 전투로 병력의 손실이 있는 마경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당장에 같은 변경백의 위를 가지고 있었던 레볼리스도 1천의 기사와 1천의 병사를 보유했을 뿐임을 생각하면 그 규모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었다. 허나 10만이라는 오크 대군 앞에서는 한 없이 초라한 숫자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었다.


“본국의 지원은?”


마경이 뚫리면 제국 본국에도 피해가 가기 마련이다.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선, 정확하게 마경 주둔군이 살아남기 위해선 본국의 지원이 절실했다.


“없습니다.”


부관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크라운 황태자께서, 황제 대행께서 마경 주둔군은 오크 웨이브와 함께 산화하라 전하셨습니다.”


본국은, 정확하게 크라운은 이 자리의 사람들과 생각이 다른 듯 했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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