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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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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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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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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마경(10)

DUMMY

베르푸기스의 눈은 옹이구멍이 아니었다.

보는 순간 상대방의 역량을 파악하는 귀신들린 눈썰미 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랜 세월 사령관으로 살아오며 사람 보는 눈을 키워왔다. 그런 그가 마경에 오래도록 지내며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인재를 활용한 용병술이었다.


베르푸기스가 러너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변경백 직속 개척군의 정찰병으로 그가 탐났기 때문이었다. 허나, 노예군 특작대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


노예군 특작대는 베르푸기스의 권속에 속해있으면서도 속해있지 않은 이상한 곳이었다.


마경 개척군의 총사령관으로서 부속 되어있는 특작대를 부릴 수도 있고 문제가 있는 부하를 노예군 특작대로 발령낼 수 있는 권한도 있지만, 노예군 특작대원을 사면해주거나 마경 개척군의 다른 부대로 발령낼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베르푸기스의 손조차 닿지 않는 ‘천상 계급’의 눈 밖에 난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베르푸기스의 예리한 안목은 러너와 러시를 시작으로 노예군 특작대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러너를 제외하곤 속된 말로 죽을 일만 남은 ‘고기 방패’들만 가득했던 부대에, 그의 눈길을 잡아 끄는 인재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노예군 특작대에서 선봉을 맡도록”


가장 위험한 임무에 노예군 특작대를 투입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즉 별동대에 노예군 특작대가 포함되는 것은 기정 사실이었다. 투입하는 것은 원칙이었고,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원래 베르푸기스의 예상대로라면 러너 정도만 정찰병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짐꾼이 되어야 했다. 허나, 그들을 눈으로 본 순간 생각을 바꾸었다.


“너희의 임무는, 오크로드에 도착할 때까지 별동대 본대의 전력 손실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저들은 희생으로 오크 로드 척살 별동대는 최대한 전력을 온존한 채 그들을 맞이 할 것이다. 그것이 노예군 특작대의 가장 가치있는 활용이었다.


***


“이쪽입니다”


전투가 시작 되면 모든 이들의 이목은 그곳으로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아군이건 적군이건 상관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별동대가 움직일 시간이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무섭게 러너는 발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갈림길로 이루어진 산등선을 마치 일방 통행길로 인지하는 듯 그의 인도에는 거침이 없었다. 전투가 벌어지는 정문이 아니라 후문으로 출발했기에 처음엔 별다른 조우 없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었지만, 10만의 대군을 뚫고 후미로 가는 길이기에 언제까지나 그럴 순 없었다.


다행인 것은 산악 지형의 특성상 대부분의 오크 대군은 산기슭과 골짜기를 활용하여 이동했기에 산등선의 좁은 폭과 높은 지형을 충분히 활용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방 30미터, 오크 20여기”


꼭 필요한 정보만 담은 러너의 브리핑이 끝나자 마자 특작대원 전원이 눈을 맞췄다.


-끄덕


시작은 네벤더였다.


“사일런스(silence)!”


영창이 끝나기 무섭게 전쟁으로 시끄럽던 사위가 고요해졌다.

근방의 소리가 외부와 격리된 것이다.


특작대의 임무가 정해졌을 때, 작전을 짜던 러시가 물었더랬다.


- 네벤더, 전투의 소음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마법이 있어?“

- 규모는요?

- 음... 사방 20미터 정도?

- 아마 가능할 것 같아요.

- 아, 다행히 있구나.

- 지금 있는건 아닌데, 내일까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 뭐...?


마법이 적용되기 무섭게 러너와 네벤더를 제외한 셋, 힐리온 등에 매달린 디토까지 포함하면 넷이 달려나갔다.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힐리온의 등에서, 디토는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 서걱


”켁“


러시의 날 빠진 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한 마리의 오크가 목의 동맥이 잘려나가며 운명을 달리했다.


-푸슉


”크르르르....“


베기로 동맥을 자르는 러시와 달리 벨르케는 집요하게 찌르기로 심장을 노렸다.

방식은 달랐지만 섬전과도 같은 빠르기와 깔끔한 동작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몇 번의 전투가 예정되어 있을지 조차 예상이 불가능하기에, 적절한 체력 배분을 위해 둘 모두 가급적 오러의 사용을 배제했다.


그리고 그 옆에 결이 다른 전투가 있었으니,


”으랏차!“


- 퍼억!


”쿠엑“


”하아압!“


-퍼버버버벅


”쿠에에에엑!“


온갖 기합성을 지르며 현란하기 그지없게 몬스터를 때려죽이는 힐리온이 보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움직이는 무투에 오크들은 순식간에 곤죽이 되었다.

힐리온의 펀치에 목이 꺾여 죽은 오크를 바라보니 단칼에 죽은 오크가 차라리 덜 불쌍할 정도였다.


20여 마리의 오크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별다른 소음도 발생하지 않았다.

가장 시끄러운 것은 전투의 소음이 아니라, 힐리온의 기합성이었다.


”그곳에선 편안하시오.“


자비 없는 손속과는 달리, 죽은 적을 향해 명복을 빌어주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제였다.


”힐리온, 그 기합성 좀 어떻게 할 수 없어?“


어느새 다가온 러너가 물었다.


”네벤더 군의 마법이 있지않소?“

”아니, 그래도 혹시나 라는게 있으니까...“


마법을 겪어본 경험이 적은 러너는 아무래도 불안한 듯 했다.

혹여나 근처 오크들의 시선을 끌어 몰려들기 시작하면, 앞으로의 행로가 힘들어질 것이기에 일행의 인도를 책임지는 정찰병으로서 당연한 접근이기도 했다.

만사는 불여튼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허... 무투는 기합인 것을...“

”그 정도는 괜찮을거에요. 상정 범위 내에요!“


네벤더가 힐리온을 도왔다. 실제로 힐리온의 우렁찬 기합소리에도 추가적으로 포착되는 오크의 기척은 없었다.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하고 피드백을 하는 노예군 특작대를 베르푸기스와 직속부대가 지켜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유능하군.“


베르푸기스는 노예군 특작대의 평가를 조금 더 상향 조정했다.


”이쪽으로“


상황이 정리되기 무섭게 러너가 다시 일행인 인도했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였다.


***


”후우...“


한숨을 내쉬는 러쉬의 주변으로 오크의 시신이 즐비했다.

어림잡아도 최소 30여기 이상이었다.


같은 상황이 수십번 반복되었고, 체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수가 많아질수록 정교함은 떨어지고 한기의 오크를 처리하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횟수가 늘어갔다. 일례로 처음의 전투와 다르게 쓰러진 오크들의 상처가 각양각색이었다. 일검으로 목의 동맥만 베어 처리했을 때와 대비해서 체력 소모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허나 나팜의 지옥같은 체력 단련과 아르칸의 훈련을 견뎌낸 러시였다.

숨을 몇 번 고르자 금방 호흡이 돌아왔다. 아직은 괜찮았다.

오러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벨르케는 이 와중에도 자신이 쓰러뜨린 오크의 수와 러시가 쓰러뜨린 오크의 수를 번갈아서 확인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슷했지만 지금은 꽤 차이가 났다. 이 와중에도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무투 사제 힐리온 또한 만만치 않은 역량을 보여주었다.

그의 손에 쓰러진 오크의 수가 벨르케와 비슷했다. 체력만 놓고 보자면 제일 쌩쌩해 보였다. 그렇게 격한 움직임 속에서도 호흡 한번 흐트러지지 않았다.


전투가 끝나기 무섭게 이후 루트를 정찰 나간 러너가 금새 돌아왔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심력의 소모가 커 보였다. 수많은 변수를 제거하며 60여명이나 되는 일행의 전투를 최소화 시키며 전진시켜 온 것은 오로지 러너의 공이었다.


수십번의 전투라 이야기했지만, 오크 웨이브의 규모와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얼마나 적은 횟수인지 모를 정도로 무능한 사람은 여기 존재하지 않았다.


”후우...“


오크 부대와 조우하는 빈도가 계속해서 늘어 날 때 예상했었다.

그리고 방금 막 그 불안함 예감을 확인 사살 한 참이었다. 러너의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이제, 정찰병의 역할은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일행을 인도하던 그의 걸음이 처음으로 갈피를 잃었다.


”네벤더, 오크 로드는?“

”원래 위치에서 그다지 움직이지 않았어요.“


전쟁이 시작된 지 약 2시간, 오크 로드의 위치가 변함 없다는 것은 전선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개척군 본대가 잘 버티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별동대에게는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지금 위치는 어디쯤인가?“


긴장을 풀지 않으면서도 체력 비축을 위해 전투를 관망하기만 하던 베르푸기스가 다가와 물었다. 노예군 특작대를 소모하기만 하는 것이라면 미워하기라도 하련만 그럴수도 없었다.

지금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은 베르푸기스가 분명했으니까.


”빙 둘러오기는 했지만 위치상 3km 정도 전진 했습니다.“

”오크로드까지 1km 정도 남았겠군.“

”예.“

”지금 문제는?“


망설임 없이 일행을 인도해오던 러너다.

그런 그의 발걸음이 처음으로 멈추었다.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눈으로 확인하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그러지“


러너의 인도에 따라 일행이 이동했다.

산등선을 따라가니 산마루(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가 나타났다.

산등선도 고지이지만 산마루에 올라가자 전체 지형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산마루에서 바라본 아래에 보이는 것은 울창한 나무를 대신해 그보다 빽빽하게 들어 차있는 오크의 대군이었다.


러너가 손 끝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저곳이 오크 로드가 있을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입니다.“


러너가 가리킨 곳은 능선을 따라 쭉 내려간, 산 기슭의 중앙 지점이었다.

유난히 그곳에 오크의 밀집도가 높았다.

먼 거리임에도 흉흉한 기세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저기가 맞습니다.“


네벤더가 러너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더 이상 우회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뜻이군.“


눈으로 보니 상황이 대번에 이해되었다. 더 이상 오크 로드를 잡기 위해 돌아갈 길이 없었다. 오크로드의 사방 1km는 말 그대로 오크들이 가득 차 있었으니까.

시간을 더 들여 뒤로 돌아간다고 해도 비슷할 터였다. 오히려 이동 거리가 길어지고 교전이 늘어나면서 일행의 체력만 빠질 것이다.


”무력으로 돌파한다.“


베르푸기스가 결단을 내렸다.


”지금까지 고생했다.“


덕분에 3km를 체력을 보존하며 이동했다.

노예군 특작대는 희생도 없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주었다.

이제 마경 개척군 최강의 검과 직속 정예부대가 나설 시간이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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