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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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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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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마경(11)

DUMMY

”준비하도록“

”예!“


변경백 직속 부대라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실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압도적인 실력 뒤에 있는 것은 압도적인 훈련량 이었다.

하루 하루 생존이 임무인 마경에서도 변경백 직속 부대 만큼은 훈련을 쉬지 않았고, 그만큼 그들은 많은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전략 스피어(Spear)다“


전략 스피어(창).

창을 드는 마상(馬上)기사들의 핵심 전략 중 하나였다.

압도적인 기동력과 창의 파괴력을 활용한 돌파 전략.

뒤를 고려하지 않은 전술이지만 밀집 대형을 뚫어내기에 이만한 전략이 없었다.


몬스터의 진득한 살기와 산악 지형 때문에 마경에서 말(馬)은 활용할 수 없다.

말을 사용할 수 없기에 창을 들고 있는 기사도 없다.

하지만 직속 부대는 스스로의 기동성과 검으로 마상기사 이상의 전략 스피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창 끝만 닿으면 된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모조리 뚫어버릴 수 있을테니까.

그것이 베르푸기스와 부하들이 만들어 내는 스피어다.


”우리는 반드시, 오크 로드에게 닿는다.“


산마루에서 산기슭으로의 돌진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돌진하는 만큼 그 힘은 평소의 훈련보다 배가 될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전략이었다.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죽어나가겠지만 성공 할 수 있으리라.


물러날 곳은 없다.

창은 부서질 지언정 꺾이진 않을 것이다.


***


변경백 직속 부대가 스피어를 준비하고 있을 때, 노예군 특작대는 출발 한 이후 처음으로 대열의 후미에서 정비를 할 수 있었다.


”우리를 쉬게 해 주는건가?


네벤더가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솔직히 저 대열을 뚫을 때도 선두를 맡을 줄 알았다.

저 오크의 대군을 정면으로 뚫어낸다 생각하니 암담했다. 분명 특작대원 중 몇몇 혹은 모두가 죽어 나갔을 것이다.


“그럴 리가. 총사령관은 합리적인 사람이지 온정을 베푸는 스타일은 아니야.”


베르푸기스를 아는 러너의 말은 틀림 없었다.

수십번의 전투를 치루는 와중에도 체력의 온존을 위해 베르푸기스는 손을 거든 적이 없었다. 그가 온정적인 인물이었다면 조금은 도왔을 법한 상황은 충분히 많았다.

허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더 이상 대열 후미에 있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 뿐이야.”


차근차근 오크 무리를 정리하며 전진할 때와 상황이 달랐다.

1km에 가까운 장거리를 단숨에 돌파해야 한다. 모든 오크가 상황을 인지하고 별동대에게 몰려들 것이다.


그 말은 즉, 60여명도 안되는 별동대는 수만의 오크 군세에게 둘러 쌓이게 될 것이란 뜻이었다. 대열의 후미로 빠진다고 전투를 회피하며 체력을 보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특작대를 선두에 세웠다간 진격 속도가 느린 것은 둘째 치고 자칫 길이 막혀 고립된다면 훨씬 많은 피해가 예상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특작대가 후미에 있다면, 상황에 따라 언제든 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낙오되면 무조건 죽을거야. 단단히 준비해.”


전투에 있어 가장 까다로운 건 뒤에 있는 적을 상대하는 것이다.

돌파진에서는 더욱 그렇다. 후미의 적이 접근 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돌파가 가능하다면 그것 또한 다른 말이겠지만, 특유의 용력을 자랑하는 오크 대군을 뚫어내는 것을 그들이 달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그거도 1km에 가까운 구간을 전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돌진을 하면서 앞의 적을 분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등 뒤의 적을 신경쓰고 칼을 회피하면서 돌진하는 것 보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노예군 특작대가 대열의 후미에 배치 되었을 뿐이다.

앞서 말했듯, 베르푸기스는 합리적인 인물이었다.


러너의 설명을 들은 일행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최후방으로 간다.”


러너를 제외하곤 대열의 최전방에서 싸워온 러시였다.

그는 대장으로서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바꾸었다.


“나도”

“그래. 벨르케도 나랑 간다.”


벨르케도 자원해서 후미에 남았다.

대련을 하며 쌓아온 경험으로 서로는 본인을 제외하고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합이 잘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나도 후미로 가겠오.”

“안돼.”


슬그머니 힐리온도 끼려고 하자 벨르케가 막았다.

벨르케의 눈은 힐리온이 아니라 그 뒤의 디토를 보고 있었다.


“디토, 지켜.”

“아니, 나만 빠지기는...”

“이제 힐리온의 신성력이 필요해질 시점이 올 겁니다.”

“그렇군.”


러시가 적절히 거들었고 힐리온이 납득했다.

무투가 특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힐리온의 가장 큰 전술적 가치는 그 신성력의 축복이었다.


“네벤더는 가장 앞으로 가. 너 체력 약하잖아.”

“약하지는 않아!”

“그래도 앞으로 가. 마법사잖아.”

“알았어”


마법사인 네벤더의 포진은 앞으로 바뀌었다.

탐색과 사일런스 마법이 필요없어진 시점이니 적절한 공격 마법으로 일행을 보조해 줄 수 있을 터였다.


“디토군”

“네?”

“양손의 무기를 꼭 쥐시게”

“네.”


힐리온은 전투 와중에도 후미에 적이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왔다.

디토의 안위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를 터였다. 후미는 분명 적이 있을 것이고, 디토가 공격에 노출 될 위험이 있었다.


“우리 목적은 살아남는 것이다. 그걸 잊지마.”


러시의 명령이 부탁이 되어 일행의 가슴에 남았다.


***


창의 가장 강력한 부분은 창 끝이다.

당연히 그곳은 베르푸기스의 자리였다.


“간다”


죽음을 각오 한다기엔 낮고 단조로운 한마디만 남기고 그가 날아올랐다.

아래 경사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활강하는 듯 보였다.

그의 뒤를 따라 직속 부대원들과 특작대가 날아올랐다.


전술의 이름 그대로 그 형태는 끝이 날카로운 창과 같았다.


-우웅


대기가 진동하며 베르푸기스의 검에 오러가 맺혔다.


-우우우웅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직속부대 전원의 검에 오러가 맺혔다.

마치 연동이라 된 듯 50개의 검에 오러가 동시에 아른거렸다.

마경의 기사는 오러가 기본이라는 풍문이 완전 허언은 아닌 듯 했다.


“쿠오오오오!”


별동대를 발견하자 오크 무리가 바로 돌진해왔다.

50여기의 오러가 눈 앞에 아른거림에도 오크들은 물러섬이 없었다.

오크 로드의 통솔 아래 오크 웨이브에 속해진 오크는, 그들이 봐왔던 오크와 여러모로 달랐다.


“일단 한번 뚫고 시작하지.”


- 쿠웅


마음과 동시에 베르푸기스의 중심으로 오러의 권역이 형성되었다.

지고한 검사, 소드마스터의 경지였다.

권역이 발동됨과 동시에 베르푸기스의 검에 맺혀있던 오러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흐읍!”


-서겅


베르푸기스가 오러의 검으로 가로 베자 순간 공간에 잔상이 생겼다.

소름끼치는 기세와 함께 공간이 베이는 모습은 마치 잠시 동안 시간이 멈춘 듯 보였다.


-투두두두둑


그리고 찰나의 멈춤이 끝나자, 눈 앞의 오크 모두 허리가 양분되어 쓰러져 내려갔다. 최소 1천 여기 오크가 사라지고, 전방 50m의 반원 안에 살아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쉬운 기예는 아니었는 듯, 베르푸기스의 얼굴에 땀이 맺히고 숨이 약간 차올랐다.


“속도를 높인다”

“예!”


오크의 시체만이남아 있는 대지를, 별동대는 거침없이 진격해갔다.


***


언제까지고 쾌속 진격이 계속될 수 없었다.

처음의 검격 이후로 베르푸기스는 다시 힘을 비축하는지 공간 자체를 절단하는 신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검격을 무차별로 난사할 수 있다면 애초에 이런 무리한 작전을 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쾅!


그리고 마침내 베르푸기스의 검격을 막아내는 오크가 등장했다.


“오크 워리어인가...”


오크 개체중에서도 상급으로 분류되는 오크 워리어가 베르푸기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희귀 종이나, 로드가 있는 곳이니 당연히 있을것이라 예상했다.

일반적인 오크들과 다르게 오러 기사도 쉬이 볼 수 없는 상대였다.


-서걱


“크륵?”


오러가 맺힌 검이 살을 도려내는 소리와 함께 오크 워리어의 얼굴이 갈라졌다.

눈 앞의 존재는 일반적인 오러 기사가 아니었으니까. 방금 검이 한번 막힌 것 만으로도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 빨리, 더 많이 베어내야했다.


-서걱


“꾸에엑”


베르푸기스의 진격이 느려질수록 검이 살을 헤집는 피륙음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대원들의 전투 빈도가 더 늘어남을 의미했다.


“으악!”


그리고 비명 소리 중에는 별동대원들의 목소리 또한 섞여 있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볼 시간은 없었다. 아니,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돌아본다면 더 많은 이들이 죽게 될 터였다.


“흐아압!”


베르푸기스는 끊임없이 오크의 산을 베어내며 전진했다.

허나 점점 속도가 느려졌다.

오크의 방벽은 더욱 두터워지고, 막아서는 개체들은 강해져갔다.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낼 시간도 없어 날이 점점 둔해지고 있었다.

오러를 발현해 대응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가 더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모든 힘을 쓰지 않았다. 충분히 뚫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크악!”


하지만 부하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올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까득


베르푸기스가 이를 악물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검을 휘두르는 것 뿐이다.

한번 이라도 더 많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베르푸기스의 두 다리와 검이 쉼 없이 움직였다.


***


후미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별동대의 후미조차 오크 대군으로 진작에 가득 들어찼다.


러시와 벨르케의 검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러너와 힐리온도 끊임없이 분투하고 있었다.

달리는 와중에 뒤를 견제해야 했기에 마냥 편하진 않았지만 아직은 여력이 있었다.


“쿠에에에엑”


하지만 죽어나가는 오크보다 그 자리를 메꾸는 오크의 수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선두의 진격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느낌이나 기분이 아닌, 사실이었다.


“이대로라면 위험해.”


러시의 눈이 전장을 관조했다.

생각보다도 노예군 특작대 하나하나의 역량은 우수했다.

당장의 위기는 없어보였다.


전방의 직속 부대가 길을 뚫어낸다면, 후미는 낙오되지 않은 채 막아내기만 해도 전열이 유지가 가능했다. 허나 이 또한 앞이 멈춘다면 끝이었다. 느려지기만 해도 점점 더 위험해질 터였다.


전방에서 계속 무얼 던져대는 네벤더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별다른 영창도 없이 그의 손에서는 끊임없이 마법 화살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위력도 약하지 않은 듯 그가 한번 화살을 던질 때마다 오크가 하나씩 거꾸러졌다.

하지만 그의 검은 얼굴에도 어느새 피로가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네벤더, 오크 로드와의 거리는?”

“잠시만”


날려대던 화살을 멈추고 그가 잠깐 눈을 감았다.

눈 앞에 러시가 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그 와중에 러시는 끊임없이 주변의 오크들을 처리했다.


“전방 300미터.”


네벤더가 가리킨 곳을 러시가 눈에 담았다.


“다들 버틸 수 있지?”


일부러 크게 말했고 특작대는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다들 탈진한 모습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전방을 뚫는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무도 무모하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의 러시의 실력을 알고, 믿고 있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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