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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6 00:06
최근연재일 :
2022.07.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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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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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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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3 새로운 국면(2)

DUMMY

”크하하하하하하하하“


데시트 황궁 깊숙한 밀실, 끊임 없는 광소가 사위를 뒤덮었다.


황제가 9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와병을 하다 승하했다.

당연하게 지금 제국의 분위기는 상중(喪中)이었고, 수도의 분위기는 더했다.

한 달간 모든 파티와 행사들이 금지되었고, 기쁜 일이 있다 하여도 편하게 웃을 수 없는 정세였다.


허나, 이곳 크라운의 별실만은 이야기가 달랐다.


”크하하하하하“


자신을 낳아준 아비이자, 핏줄의 죽음이었다.

그러나 지금 가장 행복한 이를 꼽으라면 단연 크라운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당장에 죽을 듯 골골대던 황제가 자그마치 9년을 버텼다.

신성력과 제국의 의료기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20대에 황제 대행을 시작한 그가 어느새 30대가 되었다.


”황제가 죽었다.“


그리고 마침내 제국의 모든 것을 손에 쥐게 되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


크라운의 눈동자가 광기로 요사스럽게 번들거렸다.

제국에 희대의 암군이 등장했다.


***


”불가하옵니다.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황궁의 어전.

제국의 경제를 총괄하는 장관 대신이 오체투지하며 읍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인상을 잔뜩 찌푸린 크라운이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제국의 경제를 총괄하는 대신이라 함은 그 지위가 황궁 내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만큼 높다. 돈 없이 굴러갈 수 있는 곳은 없기에 모두가 은연중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그의 위세가 황제가 된 크라운 앞에서도 힘을 발휘할 순 없었다.


시작부터 새로운 황제의 의견에 반대하며 마찰을 빚어야 한다.

그 부담감과 위험을 알기에 대신은 몸을 바짝 엎드렸다. 도저히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의견이 황제의 입으로부터 나왔기에 그랬다.


”왜 불가한가?“


잔뜩 찌푸린 표정과는 다르게 크라운의 입에서는 근엄하고 절제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제로서 진행하는 첫 정무에서 크라운은 ‘황제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듯 했다.


9년동안 크라운의 황제 대행을 봐온 대신들의 입장에선 그 모습이 마치 한편의 연극 같아 실소가 터질 것 같았지만, 차마 웃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크라운의 성정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로 유래 없이 큰 규모의 대관식은 현 제국의 재정으로는 무리가 따르옵니다. 지난 9년간 전대 황제의 와병으로 제국의 국력이 쇠했고, 특히 근 3년간 흉년이 지속되어 여력이 부족합니다.“

”우리 제국이 그 정도 여력도 없단 말인가?“


크라운의 온화한 말투에도 대신의 얼굴에선 식은땀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굳이 그의 심경을 대변하자면 미친놈이 정상인인척 하는 지금 모습이 더 무서웠다. 차라리 화를 냈으면 덜 무서웠으리라.


”대관식을 치를 여력은 충분하옵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말씀하신 유래없는 규모의 대관식을 치르려면 제국의 국고를 끌어모음은 물론 백성들에게 추가적인 징발을 행해야 하옵니다. 그러면 민생이 파탄나고 백성들의 원성을 사게 될 것입니다.“

”그대는 나의 대관식보다 백성들의 민생이 중요하단 말인가?“

”그...그것이 아니옵고...“


-뚜벅


대신이 말을 흐리자 크라운이 말 없이 일어났다.


-뚜벅뚜벅


말 없이 대신에게 접근하는 크라운의 걸음걸이만이 고요히 대전을 울렸다.


-덥썩


”컥?“


오체투지를 하고있는 대신의 머리를 잡아챈 크라운이 대신의 머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제 눈을 맞추었다.


”너는 내 대관식보다 백성들의 민생 따위가 더 중요하다 이 말이렸다?“


머리 끄댕이를 잡아 당기는 황제라니, 순간 당황한 대신은 기가 막혀 입을 뻐끔댈 뿐 아무런 말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 대신을 바라보며 크라운이 비릿하게 웃었다.


- 퍼억


”크악!“


그리고 머리끄댕이를 잡고 있던 대신의 얼굴을 그대로 바닥에 내다 꽂았다.


”너는 반역도로구나. 그렇지? 짐의 황궁에 반역도가 있다니, 참을 수가 없구나.“


-퍼억 퍼억 퍼억


”커어억...“


대답하지 못하는 대신의 얼굴을 크라운은 연달아 바닥에 내다 꽂았다.

그리고는 대신을 내평겨친 채 일어나더니 손을 털었다.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만진 것처럼.


”근위병. 이리 오도록“


살얼음 같은 풍경에 검을 패용한 적인 근위병이 재빠르게 다가갔다.


”반역도다. 지금 당장 참수하도록.“

”예?“


상상치도 못한 명령에 여기가 어디인지, 눈 앞의 사람이 누구인지도 깜빡한 근위병이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후... 리쿰도 그렇고, 적인은 왜 이렇게도 말귀를 못 알아먹는단 말인가. 하등한 녀석들.“


크라운이 느릿한 손놀림으로 근위병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들었다.

그 움직임은 느렸지만, 황제의 행사이기에 근위병은 차마 막아 설 수 없었다.


- 서걱


”끄륵?“


- 털썩


그리고는 검으로 근위병의 목 경동맥을 그어버렸다.

창촐간에 일어난 일에 근위병은 대응하지 못하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베인 목을 손으로 짚으며 쓰러졌다.


”짐의 황궁에 앞으로 유색 인종은 필요 없다. 하등한 인종에게 근위병을 맡기니 감히 황제에게 말 대답을 하는 것 아닌가?“


크라운이 무심하게 검에 뭍은 피를 털어냈다.

대전안에 수많은 대신들이 자리해 있었지만, 그들 모두 숨소리조차 내쉬지 못하고 있었다.


근위병은 대대로 황제에게만 충성을 바쳐온 집단이다.

황제 대행 때라면 모를까, 크라운이 황제로 즉위한 이상 근위병들은 무조건적으로 크라운에게 충성할 것이기에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세력은 없었다.

사실 근위병까지 갈 것도 없이, 마치 무생물처럼 옥좌 뒤에 시립해있는 리쿰의 존재만으로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정의나 옳음과 그름, 그런 거창한 담론까지 갈 것도 없다.

최소한의 득과 실을 계산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 크라운과 같이 행동할 순 없었다.

폭정을 하며 장수한 황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중명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는 무적이었다.


이 자리에 존재한 모든 대신이 그날의 아르칸과 같았다.

상식을 따르지 않는 자가 거대한 힘을 가져버리면, 상식으로선 대응을 할 수 없기 마련이다.


”살려주십시오“


그렇기에 지금 눈 앞의 대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뿐이었다.

크라운의 다리에 매달려 비참히 읍소하는 것. 바닥에 여러 차례 찧인 얼굴이 엉망진창이었지만 그 고통조차 잊은 듯 대신은 전력을 다해 크라운에게 사정했다.


”살려주십시오. 폐하. 성심을 다해 대관식을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반역도에게 짐의 신성한 대관식을 맡길 수는 없지.“


- 서걱


크라운은 망설임 없이 대신의 목 또한 베어버렸다.

검을 휘둘러 생명을 앗아갈 때마다 크라운의 표정에 찌르르한 쾌감이 감돌았다.


”아, 이런. 반역도의 목을 붙여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콰직!


”흠. 목 뼈를 끊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구만.“


- 콰직! 콰직! 콰직!

- 툭. 데굴데굴데굴


검을 마치 도끼처럼 몇 차례나 내려찍은 후에야 대신의 목이 분리되었다.

굴러떨어진 얼굴은 원통함이 어려 눈조차 감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내 목이 떨어지자, 개운하다는 듯 크라운이 화사하게 웃어보였다.

화사한 웃음과 다르게 핏물이 잔뜩 튀어있는 크라운의 얼굴은 그 상처와 어울려 어딘가 그로테스크해 보였다.


”아직도 반대하는 사람 있나?“


대전안의 누구도 반대를 표현하지 못했다.


"그 어떤 역대 황제보다 성대한 대관식을 준비하도록."


크라운이 대신들을 둘러봤다.


"나는 가장 위대한 황제가 될, 크라운 폰 데시트다."


***


<불가하다. 마경 방비에 전념하도록.>


단촐한 글귀만 적힌 답장을 베르푸기스는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입니까?“

”그래, 역시군“


미하일은 그런 답장을 예상했다는 듯 여상스럽게 물었고, 베르푸기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황제의 신하로서 장례식에 참여하겠다는 서신을 보낸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마경의 방비가 중요하다 하나, 베르푸기스가 아예 몸을 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방안에 대한 강구조차 없이 즉각 불허를 했다는 것은 마경의 방비가 걱정되었다기 보다는 베르푸기스를 수도에 들이기 꺼림직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현 황제는 역시 우리를 경계하는 것 같군.“

”본인이 한게 있는데 오죽하겠습니까?“


황제가 와병하고 크라운이 정권을 잡은 이후, 정확하게는 오크웨이브의 지원요청을 묵살한 이후, 제국은 마경 개척군을 일관적으로 무시해왔다. 마경개척군이 현 황제에게 앙심을 품었으리라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도 앙심을 품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베르푸기스 혼자 장례식을 방문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는 분명 '반역' 이라기보단 '화해'에 가까운 제스처였다. 현 황제에게 얼굴 도장을 찍고 잘 지내고 싶다는 베르푸기스의 제안인 것이다.


”화해의 제스처를 이쪽에서 먼저 취해도 무시하니...“


들이받을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봉기를 했을 터였다.

장례식에 참여하겠다는 서신 대신 검과 창을 들고 수도로 돌격했겠지.

지난 세월 크라운의 치하에 마경개척군에 대한 대우를 생각하면 응당 그럴만했다.


허나, 그럴 수 없었다. 마경 개척군 만으로는 봉기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차지하고서라도 마경 개척군이 제국을 향해 칼을 돌렸을 때,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뚫린 마경에 피해를 입을 무고한 백성들이라는 사실이 그들을 막아섰다.


그들이 유일하게 능동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이 화해의 제스처였는데, 그 마저도 묵살당했다.


”이제 어쩌시렵니까?“

”조금만 더 고심해보도록 하지.“


마경 개척군에게는, 베르푸기스에게는 선택지가 몇 가지 남지 않았다.

갉아먹히며 죽을 날을 기다리거나,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달려들 듯 상처라도 남기기 위해 발악하거나.


”분명히 제국에서 먼저 움직임이 있겠지.“


어느 선택을 미리 해도 ‘악’이라면, 모든 상황을 보고 움직이는 것이 그나마 나은 선택지이리라.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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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3 새로운 국면(10) 22.07.11 18 1 10쪽
39 EP.3 새로운 국면(9) 22.07.08 20 1 10쪽
38 EP.3 새로운 국면(8) 22.07.07 17 1 11쪽
37 EP.3 새로운 국면(7) 22.07.05 16 1 10쪽
36 EP.3 새로운 국면(6) 22.07.04 20 1 10쪽
35 EP.3 새로운 국면(5) 22.07.01 22 1 10쪽
34 EP.3 새로운 국면(4) 22.06.30 25 1 10쪽
33 EP.3 새로운 국면(3) 22.06.28 23 0 10쪽
» EP.3 새로운 국면(2) 22.06.27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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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2 마경(13) +1 22.06.18 29 3 11쪽
29 Ep.2 마경(12) 22.06.18 2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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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p.2 마경(10) 22.06.17 22 3 11쪽
26 Ep.2 마경(9) 22.06.16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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