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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6 00:06
최근연재일 :
2022.07.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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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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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새로운 국면(5)

DUMMY

”쯧“


저 멀리 보이는 마경의 모습이 니콜라이 폰 데시트는 혀를 찼다.

저런 누추한 공간에 앞으로 자신이 기거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한탄스러웠다.


’폰 데시트‘.

이 이름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니콜라이는 위대한 혈맥을 타고난 천상계급이라는 뜻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존귀했고, 존귀했기에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으며, 눈에 차지 않는 모든 것을 치워버릴 수 있는 그런 존재.


위대한 데시트 제국에서 인구로 따지자면 천상 계급은 한 줌에 불과하다.

데시트 제국을 차지하는 20퍼센트 가량의 백인들 중에서도 극소수, 슈타인 공의 혈맥을 잇는 자 들만이 차지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칭호이다. 그리고 그 한 줌의 천상 계급이 황궁 및 원로원, 그리고 절반 이상의 고위 귀족 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천상 계급이라는 핏줄을 쥐고 태어난다는 것은 앞으로 평생에 걸쳐 탄탄대로가 펼쳐져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황제폐하께서는 어찌 나를 이런 곳으로 보내셨을꼬...어찌 생각하나?“

”니콜라이님을 중히 쓰시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중히 쓰신다라... 틀린 이야기는 아니구만.“


니콜라이의 질문에 부관 딜스가 대답했다. 딜스는 시원스러운 이목구비를 가진 백인 남성이었다. 나이는 니콜라이와 비슷한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감찰부대고 뭐고 그냥 수도로 돌아가고 싶다...“


니콜라이는 벌써 부터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딜스의 말에 틀림은 없다. 자신은 천상 계급이고 위대하다.

그렇기에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위대한 천상 계급이 아닌 딜스는 절대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나는 천상 계급인 것을“


그렇다.

황제의 총애를 받지 않아도.

중요한 임무를 하지 않아도.

니콜라이는 타고나기를 천상 계급으로 태어났기에 위대하고 존귀했다.

이는 출생부터 정해진 사실이란 말이다.

그렇기에 ’임무‘라는 것이 귀찮고 거치적거리기만 했다.


”예?“

”아니, 아니다.“


천상이 아닌 딜스에게 굳이 이를 설명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딜스는 유능하고 충직한 부관이었지만,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서둘러 가자. 여독이 깊다.“

”예!“


니콜라이의 나른한 말에 뒤를 따르던 30여명이 제식을 맞추듯 칼같이 맞춰 대답했다. 니콜라이의 뒤를 따르는 이들이 바로 이번 제국에서 마경 개척군의 감찰을 위해 보낸 부대였다.


천상계급 니콜라이 폰 데시트.

그가 바로 제국에서 마경 개척군을 감찰하기 위한 감찰부대의 총괄 책임자, 감찰부대장이었다.


감찰부대원들은 하나같이 잘 단련된 몸과 정련된 기세, 엄정한 군기와 절도를 지니고 있었다. 하나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하나도 빠짐없이 그들 전원이 백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감찰부대가 고위부대인 만큼 백인의 비율이 높은 것은 당연할 수 있었으나 30명 전원이 백인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분명 특이한 일이었다. 황궁 근위병조차 간간히 유색인종이 섞여있는 것이 사실이었으니.


이는 전적으로 감찰부대장인 니콜라이의 성향을 따른 결과였다.

천상계급은 날 때부터 뼛속까지 인종차별주의자 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태어나고,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존중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같은 천상 계급 뿐이었으며, 그마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간‘의 범주는 백인까지였다. 잘 쳐줘야 그나마 세상과 소통하며 신성력의 기적을 발현할 수 있는 청인 정도가 그들이 인간으로 대우할 수 있는 한계치였다.


이런 천상 계급에서도 유형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크라운처럼 백인 이외의 모든 인간을 사물 혹은 도구로 대하는 이.

그리고 니콜라이처럼 백인 이외의 모든 유색 인종에게 불쾌감을 느끼며 그들이 근처에 있는것 만으로도 질색하는 이.


니콜라이는 유색 인종을 극도로 경멸하고 혐오했기에 그의 휘하에 유색 인종을 무조건적으로 배제했다. 그 결과 당연하게도 니콜라이가 처음으로 지휘하게 된 감찰부대는 백인으로만 이루어진 특이한 부대가 되었다.


”저기엔 냄새나는 원숭이들이 없었으면 좋겠군. 불가능하겠지?“

”마경 개척군은 유색 인종의 비율이 높습니다. 하찮은 것들이 모인 군대니까요.“


딜스는 그런 니콜라이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아, 정말 임무 수행할 맛이 안나는구만.“


감찰부대는 빠르게 마경과 가까워져갔다.


***


”어서오십시오. 마경 개척군의 총사령관 베르푸기스 반 뉴트로입니다.“


자신의 응접실에 도착한 니콜라이를 베르푸기스가 손을 내밀며 맞이했다.

대륙의 고위인사들이 만나면 의례 하듯 악수를 건낸 것이다.


”반갑소. 니콜라이 폰 데시트요.“


인사는 받아주면서도 니콜라이는 손을 맞잡기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 모습에 베르푸기스 또한 손을 자연스럽게 내렸다.


제국의 변경백이자 총원 2천에 달하는 마경 개척군의 총사령관.

’감찰‘부대라 하나 총원 30에 불과한 부대장 니콜라이가 무시할 수 있는 인사는 아니었다.


허나 그는 당당했다.

아니 당당한 정도가 아니라 악수를 대놓고 무시할 정도로 고자세였다.

자신은 천상계급이고 베르푸기스는 그 혈맥을 잇지 못한 자라는 사실을 아는 까닭이다.


세상 살이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베르푸기스는 알고 있지만, 천상 계급의 온실 속에서 황궁의 비호를 받으며 살아온 니콜라이는 그 사실을 몰랐다.


”황제폐하의 의중이 매우 불편하십니다.“


당연히 니콜라이는 눈치를 보는 방법을 몰랐으며,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며 대화하는 방법 또한 알지 못했다. 권력 쟁취를 위한 ’암투‘도 어느정도 계승 서열이 있는 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실제로 크라운은 황제 대행이 되기 전, 그리고 황제가 되기전 많은 암투를 통해 정적(政敵)들을 제거해왔다. 미친놈처럼 보이지만 그냥 미친놈은 아니었고, 무능한 듯 보이지만 황제에 오를만큼 귀계와 계산에 빨랐다.


니콜라이는 사정이 달랐다.

천상계급을 타고났으되 실제 계승서열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력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으니 노력을 한적도, 경쟁을 한 적도 없었다.


눈치도 없었고, 능력도 없었다.

개발한적이 없는데, 발현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황제폐하께서 안 좋은 일이 있으십니까? 황위에 오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의중이 불편하시다니 큰일이 아닐 수 없군요.“


그리고 마경에 파병오기 전 오래도록 수도에서 천상 계급을 지켜봐온 베르푸기스는 그들의 그런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해서 당황하지 않고 적당하게 받아넘겼다.

이 정도 귀족식 화법이면, 적당히 화제를 넘어가야 했다. 눈치란게 있지 않은가.

하지만 베르푸기스의 예상과 다르게 니콜라이는 그 정도의 눈치도 없었다.


”허? 뉴트로 경 께서는 말귀가 어두우시군. 이게 다 마경 개척군 때문이 아닙니까?“

”저희가 말입니까?“


베르푸기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명백한 적의의 표시.

그러나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니콜라이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오히려 그 옆에 있는 부관 딜스가 베르푸기스의 기세를 느낀 듯 순간 움찔했다.


”마경 개척군은 전대 황제의 수족입니까? 새로운 황제가 옹립되고 세상이 바뀌었는데 어찌 마경 개척군은 바짝 엎드리지 않느냐 이 말입니다!“

”저희는 언제나 황제 폐하의 충실한 검이자 방패입니다.“

”그게 전대 황제인지 현 황제인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 이 말입니다!“

”저희가 황제 폐하에 대한 충심을 어떻게 증명해야 되겠습니까?“

”쯧“


베르푸기스의 질문에 니콜라이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런 행동이 베르푸기스에게는 모멸감으로 다가왔다.

저런 대우를 받아본 것이 대체 언제이던가.


기선을 제압했다는 듯 니콜라이의 표정이 득의양양해졌다.

그와 반대 급부로 베르푸기스의 표정이 점차 싸늘해져갔다.


혀를 찬 후에야 가르침을 베푼다는 태도로 니콜라이가 장괄성을 늘어놓았다.


”황제폐하의 이름으로 서둘러 마경을 개척해야지요! 하늘이 바뀐지 한 달이 넘게 흘렀습니다. 그간 마경 개척군은 대체 뭘 한 겁니까? 황제를 폐하를 위해 마경을 개척하고 전과를 올려도 모자랄 판에 제국의 국고를 갉아먹는 애물단지 신세 아닙니까!“


자신이 말한 논리에서 빈틈이라도 찾아보라는 듯 득의양양한 표정을 보이는 니콜라이를 보며 베르푸기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황제의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에 못 이긴 자신이 저 무례한 녀석을 죽여버리면, 천상 계급을 시해했다는 죄명으로 마경 개척군을 토벌한다는 그런 계략 말이다.


”제 말에 틀린 바라도 있습니까?“


많다. 너무 많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설명을 해준다고 해도 눈 앞의 존재가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후...“


베르푸기스는 체념했다.

제국에 따르기로 한 것은 자신의 결정이다.

그것이 자신이 평생토록 지켜온 제국과 제국의 백성들을 위한 결정이었고, 자신의 부하들을 위한 결정이었으며, 그 자신을 위한 결정이었다. 지금은 그 결정에 책임을 질 때다.


”마경 개척군은 황제 폐하의 명을 이행하기 위해 개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출병이 가능하오?“

”당장 내일도 출병이 가능하나, 여독을 푸셔야 할테니 이틀에서 삼일 후가 좋겠습니다.“

”오? 경은 역시 백인이라 그런가 말이 아주 안 통하는 상대는 아니었구려!“


베르푸기스의 응대가 마음에 든다는 듯 니콜라이가 껄껄 웃었다.

그런 니콜라이를 보며 베르푸기스의 안광은 더욱 서늘해졌다.


마경은 매 전투마다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곳이다.

여차하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곳이다. 몬스터들의 손에 말이다.

구태여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혀 명분을 줄 이유는 없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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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3 새로운 국면(10) 22.07.11 19 1 10쪽
39 EP.3 새로운 국면(9) 22.07.08 2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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