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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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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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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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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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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새로운 국면(6)

DUMMY

”흥, 형편 없구만.“

”정말로 그렇습니다.“

”이런 곳이 외세의 것들로부터 제국을 지키는 방패라니 통탄할 노릇이로군.“

”총사령관에게 죄를 물을까요?“

”되었다. 개척 임무에 대한 감찰이 우리의 임무니, 이런 사소한 것은 넘어가도록 하지.“

”역시 자비로우십니다.“


감찰을 핑계로 마경 개척군의 여기저기를 이 잡듯 뒤져보던 니콜라이의 평가였다. 그리고 그런 니콜라이의 말에 맞장구 치는 부관 딜스의 모습은 한편의 경극을 보는 듯 했다.

되는대로 말을 주워 섬기는 그들을 보면서도 부관 미하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감찰부대와 마찰을 빚어 이득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베르푸기스의 엄명이기도 했다.


미하일은 무표정으로 일관하면서도 본국에 대한, 특히 감찰대에 대한 반감이 스멀스멀 자라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감찰부대의 뒤를 따르는 마경 개척군 장병들 또한 눈 앞에 미하일이 없었다면 진작 폭발해 버렸을지도 몰랐다.


8년 간 본국에서 대부분의 지원이 끊긴 채 마경을 방어하는 악전고투를 치러온 마경 개척군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방어진지 곳곳은 조악하게 덧대어 막은 흔적이 역력했고 장병들의 장비는 낡고 해져있었다. 병사들의 표정에서도 생기를 찾아보긴 쉽지 않았다.

8년 간 제대로 된 보급이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다고 하여 총사령관에게 죄를 묻다니?

이건 선을 넘은 문제였다.

본국의 지원 없이도 8년이라는 지난한 세월을 버텨온 개척군에게 칭송을 하긴 커녕 탓을 하는 그들을 좋게 볼 방도는 전무했다. 니콜라이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면, 미하일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호오?“


불만스러운 눈으로 진지를 둘러보던 니콜라이의 눈에 색다른 것이 눈에 띄었다.


”후욱 후욱“


평소와 다름없이 육체의 단련에 전념하고 있는 디토의 모습이었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물구나무를 서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예였으며, 날카롭게 조각된 그의 몸은 마치 예술품 같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사실은 그가 새하얀 피부를 가진 백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니콜라이가 빠르게 디토와 가까워졌다.


”넌 누구인가?“

”예? 전 디토인데요.“


모습을 보아하니 높은 사람 같기에 공손히 대답했지만, 디토의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한참 이어가던 단련의 흐름을 방해 받았기 때문이었다. 디토의 훈련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곳 마경 개척군에선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 불손한 표정을 부관 딜스는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니콜라이가 타인의 표정 따위를 신경쓰며 살아온 적이 있던가. 관심이 없었기에 표정이 어떤지 읽지도 못했다. 그는 지금 그의 기분이 중요할 따름이었다.

니콜라이가 말을 이었기에 딜스는 나설 타이밍을 놓쳤다.


”훌륭한 몸이다.“

”예? 아...예. 감사합니다.“


디토의 반응이 떨떠름 하거나 말거나 니콜라이의 눈은 디토의 이모저모를 뜯어보고있었다. 완벽하게 단련된 육체. 젊은 나이. 백인. 니콜라이가 원하는 인재상과 완벽하게 부합했다.

감찰대원들 또한 하나같이 잘 단련된 장병들이었지만 디토를 보고나서 쳐다보니 초라해보일 정도였다. 오랜만에 니콜라이의 수집욕이 꿈틀거렸다.


”미하일“

”예.“

”저 친구를 내 휘하에 두고 싶은데.“


그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수도도 아닌 이딴 벽지에 천상계급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존재가 있을리 만무하니.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베르푸기스 또한 겨우 한 명의 병사 때문에 그와 척을지고 싶을리 없지 않은가. 따라서 니콜라이의 요구는 당당했다.


”불가합니다.“

”응?“


그런데 미하일의 반응이 너무 예상 외였다.

감히 나의 요청을 거부하다니?


”미하일경. 겨우 병사 하나 때문에 본인과 척을 지고 싶은 것이오?“


자신의 요구가 부당한 것이 아니다.

그 요구를 거절한 것이 부당하다.

천상계급으로 평생을 살아온 니콜라이로서는 당연한 사고 구조였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다. 다만 저 자의 신분이...“

”신분이 왜? 베르푸기스경의 아들이라도 된단 말이오?“


그 정도 신분이 아닌 이상 그의 요청을 거절할 명분이 될 수 없기에 합당한 의문이었다.


”아니, 아닙니다. 노예병입니다.“

”노예병?“


순간 니콜라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원한 것은 정련된 병사였지, 한낱 노예병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졸지에 자신이 노예병 따위에 감탄하고 그를 탐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아닌가?


그 사실과 더불어 ‘노예병’ 따위의 인계를 거절했다는 사실이 니콜라이의 기분을 더 언짢게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그에게 당연한 반응은 남을 탓하는 것이다. ‘내가 잘못했다’는 것은 그의 사고에 없었으니까.


”그 뜻은 나에게 천한 노예병 하나도 내어주기 아깝다는 말이오?“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는 노예군 특작대 소속입니다.“

”뭣?“


노예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보다 훨씬 심하게 니콜라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표정에 떠오른 감정은 누구나 알 정도로 명확했다.

그것은 혐오감 이었다.


노예군 특작대.

천상계급인 니콜라이가 어찌 모를까.

고귀한 천상계급. 제국에서 신과 다를바 없는 자신들에게 반기를 든 사상 불순자들이 파병되는 사실상 사형장 아니던가?


”저런 천한것들이 이리 편히 진지를 활보하다니, 마경 개척군은 본국의 명을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인가?“

”본국의 명에 따라 그들은 가장 위험한 임무에 최우선으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마경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라 함은 죽음과 벗 삼아 살아간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지금의 광경은 결코 마경 개척군의 직무 유기가 아닌, 노예군 특작대의 능력에 따른 결과일 뿐이었다.


”흥, 내 이 일을 기억할 것이오. 본국에 보고 때 참고토록 하지.“


물론 그 말이 니콜라이에게 설득 될 리는 없었다.

그때,


“저기...”


디토가 니콜라이에게 말을 걸었다.

디토의 입장에서도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난데없이 훈련을 방해하더니 천하다니 뭐니 하면서 자신을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는 상대를 어찌 좋게 본단 말인가. 차출은 또 무엇이고.


“이놈! 감히 노예병 주제에 이분께 말을 걸다니!”


그것은 디토의 입장일 뿐이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딜스에겐 충성을 증명할 기회일 뿐이었다.


- 챙


재빠르게 딜스의 허리춤에서 검이 뽑혀나왔다.

노예병이니 베어버려도 후환 따윈 없을 터.

그런 노예병을 베고 니콜라이에게 점수를 딸 수 있다면 딜스로서도 여러모로 남는 장사였다.


“아니, 왜 갑자기 검을...”

“질문은 저승에 가서 해라!”


- 탓


특출나지 않다해도 천상계급인 니콜라이의 부관이었다.

딜스는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디토에게 도약해 검을 휘둘렀다.


-후웅


그러나 패기 좋은 기세와 다르게 딜스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마경의 악전고투 속에서 살아남은 디토다.

러시와 벨르케의 검을 수도 없이 보아온 그다.

그의 눈에 딜스의 검은 마치 병정놀이 하는 아이의 장난감 나무 막대기처럼 보였다.

마주하는 것 만으로 숨통을 옥죄어오는 그들의 검에 비하면 저게 나무막대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크윽. 이놈이!”


노예병 따위가 고개만 까딱거려 자신의 검을 피해버리자 딜스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달아올랐다. 이대로는 점수를 따기는커녕 니콜라이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후웅 후웅 후웅


딜스가 계속해서 디토에게 검을 휘둘렀다.

별다를 것 없는 움직임으로 손쉽게 딜스의 검을 피해내는 디토의 눈이 미하일을 좇았다. 때려눕혀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의 뜻을 알아챈 미하일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디토가 딜스를 때려눕힌다면 정말로 수습이 불가능해진다.

당장 지금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감이 안 오는 상태였지만 더 최악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멈추어라.”


그때 니콜라이가 명을 내렸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딜스가 검을 거두었다.

딜스에게 있어 니콜라이의 명은 무엇보다 지엄했다.


니콜라이의 눈은 그런 딜스가 아닌 디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탐났지만 노예군 특작대 소속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가질 수 없었다.

디토를 가지려 애쓰는 것보다 자신의 면을 세우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니콜라이가 오만하게 디토에게 삿대질을 했다.


“너, 지금부터 움직이지 말거라. 움직인다면 항명으로 알고 즉참 할 것이다.”


디토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일단은 따라줄 수 밖에 없었다.

뭔가 사태를 키우고 싶지 않은 것은 디토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애초에 딱히 목숨의 위협을 받지도 않았고 말이다.


“딜스.”

“예.”

“베어라.”

“예!”


디토의 얼굴에 황당함이 어렸다.

그렇다고 죽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웅


움직임 자체는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딜스의 검에 오러가 맺혔다. 명백한 살의였다.

아무리 단련된 디토의 육체라 해도 오러에 베인다면 죽는 것은 똑같았다.


어찌할까 망설이던 디토의 표정에 안도감이 찾아왔다.

너무도 익숙한 기척을 느낀 까닭이었다.


- 후웅!


오러를 머금은 검이 디토의 머리를 향해 치달았다.


- 챙!


허나 그 검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컥!”


아니, 오히려 공격을 하던 딜스가 무언가에 막혀 비명을 지르며 튕겨나가버렸다.


“대장!”


딜스의 검을 막아선 존재를 디토가 반겼고,


“저건 또 뭐야?”


니콜라이는 결국 분노를 터트렸다.

니콜라이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그가 혐오해 마지 않는 유색 인종이 있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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