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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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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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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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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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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새로운 국면(7)

DUMMY

검을 막았을 뿐인데 딜스가 튕겨져나갔다.

이는 검을 막아선 이가 딜스를 아득히 상회하는 역량을 지녔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 사실을 모를 정도로 무지한 자는 이 자리에 없었다.


디토를 향해 검을 휘두를 때 애꿎은 허공만 휘저어 모자라 보인 감이 없지 않지만, 딜스 또한 오러를 발현하는 모습을 보여준 직후였다. 애초에 오러를 휘두른 검을 막아낸 것 만으로 딜스를 튕겨낸 상황이 아닌가. 그 정도의 반발력을 발휘하는 것이 예사 기예 일 순 없었다.


디토를 향해 살의를 가진 채 쏘아지는 검을 막아서고 튕겨낸 것 만으로 주변의 모든 시선을 흡수해버린 러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침착하고 고요한 고개 짓과는 다르게 그의 두 눈에는 분노가 차 있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대장이 부하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노예군 특작대는 러시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수 년간 디토를 지켜봐온 러시다.

그가 마경 개척군의 진지에서 오러를 두른 검에 맞을 만한 잘못을 했을 확률?

러시는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노예군 특작대원들에 한해 깐죽대기는 하지만 디토는 순수하고 솔직한 청년이었으니까.

즉, 러시가 분노하는 것은 합당하다는 결론이었다.


허나 니콜라이는 그런 러시의 분노에는 관심이 없었다.


“미하일, 저건 뭐지?”


디토보다 훨씬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음에도 니콜라이의 표정은 부루퉁했다.


자신의 행사가 방해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그 행사를 방해한 이가 황인이었기 때문이다.

천상 계급으로서의 체통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금 니콜라이는 대노(大怒)하여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


“노예군 특작대의 대장입니다.”

“감히 버러지 따위가 나의 행사를 방해했단 말인가?”


노예군 특작대의 대장이라면, 당연히 그 또한 노예병이라는 의미다.

부대의 대장이라 해도, 유색인종 노예병 따위가 천상 계급인 자신의 행사를 방해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니콜라이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냉철하기 그지 없는 미하일로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감정적으로는 러시와 디토의 편이었다.

8년간 동고동락하며 마경을 견뎌온 동지라는 사실을 차지하고서라도 미하일의 입장에서 바라봐도 니콜라이의 행태는 역겹기 그지 없었으니까.

이성적으로는 니콜라이의 편을 드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있었다.

노예병 둘을 지키기 위해 천상 계급, 심지어 마경 개척군을 감찰 부대와 척을 지는 선택을 하는 것은 너무 멍청한 짓이었다.


‘제압 할 수 있을까?’


최대한 냉철하게 전투의 향방을 추측해보았다.


‘불가능하다.’


냉철한 미하일이었기에 디토와 러시를 버린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역으로 그가 냉철했기에 선택할 수 없었다. 미하일은 눈 앞을 가로막은 러시의 역량을 알고 있었으니까.


베르푸기스와 견줄 수 있는, 아니 이젠 어쩌면 베르푸기스조차 뛰어넘었을 소드 마스터아닌가.


마경 개척군이 각을 잡고 사살하고자 한다면 큰 희생 뒤에 제압할 수 있겠지만, 눈 앞의 감찰부대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것이 미하일의 결론이었다.

비참한 이야기지만, 베르푸기스가 없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미하일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일 수 있었다.


“전원, 저 비천한 녀석을 죽여라.”

“예!”


- 챙!

- 우우웅!


미하일이 선뜻 결정을 못 내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기어이 사달이 났다.

서른에 달하는 감찰대원 전원이 앞으로 나서 러시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딜스를 향한 출수가 심상치 않다 생각한 듯 시작부터 오러를 피워올리는 자들도 있었다.


미하일로선 다행이었다. 만약 니콜라이가 도움을 요청했다면 곤란했을 것이다.

미하일은 어떻게 결착이 나든 뒷수습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으로선 그것이 최선이었다.


“당신들,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를 향해 맹렬한 살기를 피워대는 상대들을 보며 러시가 물었다.


“뭐래는거냐?”


그런 러시를 보며 감찰대원 하나가 비아냥댔다. 비웃음을 겸해서였다. 그 비아냥에 다른 감찰대원들도 같이 킬킬대며 웃었다.

임전태세의 기사들이 농지꺼리를 하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30여명의 정련된 기사가 단 한 명의 황인종 노예병을 상대하는 일이다.

긴장하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모욕하는 격이었다.


“검을 휘두른다면 죽이겠습니다.”


-쿠웅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러시가 기세를 발산했다.

비웃던 감찰대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면 절대로 알아볼 수 없지만, 드러낸 이상 모를 수 없는 기세.

소드 마스터만이 가지고 있다는 오러의 권역이었다. 눈 앞의 자는 자신의 말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강자였다.


30여명에 달하는 기사들 모두가 러시가 펼쳐낸 권역에 속해있었다.


뱀을 눈 앞에 둔 개구리가 된 것 같았다.

비천해 보이던 황인종의 안광이 서늘하게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의 기세가, 살기가 감찰대원들을 짓눌렀다.

확신할 수 있다. 움직이는 순간 죽을 것이다.


“이...이 비천한 노예병 따위가!”


그 압도적인 기세 앞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이 니콜라이었다.

실력도, 기세도 아닌 노예병 따위에게 겁먹을 수 없다는 천상 계급의 자존심이 그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죽여! 저 새끼를 죽이라고!”


유색 인종의 기세에 자신이 쫄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에 니콜라이가 더 강하게 고함쳤다. 그리고 그 고함은 효과가 있어 감찰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러시에게 느낀 것이 본능적 공포라면, 니콜라이의 분노에 학습된 공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러시에게 느낀 감정은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니콜라이에게 죽을 것이다. 확실하게. 그 공포를 원동력 삼아 감찰대원들이 러시의 권역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세를 정비하는 감찰대원들을 보며 러시의 눈이 서늘해졌다. 이제 저들이 진정 검을 휘두른다면 전원 죽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후환이나 후폭풍을 생각하진 않았다. 그딴 것 때문에 디토를 잃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스릉


러시의 검이 스산한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최대한 한 합에 깔끔하게 죽일 심산이었다. 시체를 욕보이는 취미도, 학살을 즐기는 취미도 그에겐 없었으니까. 능력이 없다면 모르겠으나, 지금 러시에겐 저들을 한 합에 모두 저승으로 보낼 힘이 있었다.


- 쿠웅


그때 니콜라이의 뒤에서 러시의 것과는 다른 맹렬한 기세가 뻗쳐왔다. 그 또한 오러의 권역임이 분명했다.


- 콰광!


오러의 권역이 충돌하며 실제로 났을리 없는 소리가 사위를 진동했다.

감찰대원들을 옭아매던 러시의 권역이 중화되어 사라졌다.


“그만”


그때 니콜라이의 뒤에서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르푸기스였다.

러시가 순식간에 권역을 삭제하고 고개를 숙였다. 마경을 지키는 총사령관에 대한 예우였다.


“베르푸기스경!”


니콜라이가 베르푸기스를 격렬하게 반겼다.

그가 돕는다면 저 오만방자한 노예병을 죽여버릴 수 있으리라.


“저 오만방자한 노예병의 목을 베어 그 수급을 내게 주시오!”


저 천상계급 머저리는 방금 자신의 목이 떨어지기 직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모르니까 저런 소리를 당당히 내뱉고 있는 것이겠지. 베르푸기스가 한심하다는 눈빛을 숨기지 않고 니콜라이를 바라보았다.


“불가 합니다.”


불가하다.

니콜라이의 인생에 그 말을 이렇게 많은 들은 날이 바로 오늘일 것이다.

그의 삶에 불가한 것은 없어왔는데, 마경에 오자마자 불가한 것 투성이였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단전에서 솟구쳤다.


“크악!!!”


-짝!


순간적인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니콜라이의 손이 베루푸기스의 뺨을 후려갈겼다.

큰 소리가 들렸음에도 베르푸기스의 고개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피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피하지 않은 것이었다.


“화가 좀 풀리셨습니까?”

“왜 불가하오?”


상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니콜라이는 대뜸 제 용건부터 들이밀었다. 총사령관의 뺨을 후려갈긴 초유의 상황에 어느정도 냉정이 돌아온 상태였다.


“내일 있을 마경의 개척에 있어 그들은 중요한 전력입니다. 사소한 다툼으로 귀중한 전력을 잃을 수 없습니다. 저 ‘노예병’들이 죽을 곳은 여기가 아닌 전장입니다.”


베르푸기스가 일부러 ‘노예병’을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자신이 총사령관이니, 저들이 곧 자신의 수중에 있다는 뜻이었다.

베르푸기스로선 나름 니콜라이가 빠져나갈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었다.

따귀를 피하지 않고 맞아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래도 내가 저들을 죽여야겠다면?”

“저희는 빠지겠습니다.”


베르푸기스가 선택한 것은 미하일과 마찬가지로 방관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명백히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인지 니콜라이는 깨달을 수 있었다.

변병백은 저 노예병들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빠지겠다는 저 대답은 자신들의 죽음을 방관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니콜라이는 아까전에 느꼈던 러시의 권역을 생각했다.

소드 마스터. 그때는 머리에 열이 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소름이 돋았다. 감찰대원들 만으로 저녀석을 제거할 수 있을까? 아니, 저 녀석이 다른 것을 도외시하고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면 그의 부하들이 그를 지켜낼 수 있을까?


- 까드득


“변경백의 얼굴을 봐서 내 이번은 넘어가도록 하겠소.”

“선처에 감사드립니다.”


갈등이 봉합되는 화목한 대화가 오갔지만, 니콜라이의 표정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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