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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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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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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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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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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새로운 국면(8)

DUMMY

“괜찮으시겠습니까?”


머뭇거리던 미하일이 베르푸기스에게 물었다.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진 않았지만 니콜라이가 아닌 러시와 디토의 편을 들었다.


니콜라이는 분명 앙심을 품었을 것이다. 그 표정만 봐도 모를수가 없었다.

그가 가진 천상 계급이라는 신분과 감찰부대장이라는 직함을 생각할 때 쉽게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 나에게는 먼 미래보다 당장 내일이 중요하네.”

“그렇지요...”


미하일은 베르푸기스의 자조적인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내일 마경 개척을 위한 출정이 예정되어있었다.

마경을 개척하는데 러시의 존재는 일당 백이라는 표현도 모자랐다.

노예군 특작대의 전체 전력을 생각하면 능히 천 명의 병사들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은 즉, 그 자리에서 러시와 디토를 축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개척을 진행하는 마경 개척군은 전력은 약화되고, 병사들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게 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함을 의미했다.


최전선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도맡아 하는 노예군 특작대의 역할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더 눈의 띄게 드러났을 것이다. 단지 천상계급의 변덕에 죽을 맞추기 위한 대가치고는 너무도 컸다.


베르푸기스는 단순히 러시와 디토를 지킨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하들을 지킨 것이다.


“그리고...모르겠군.”

“예?”

“아니, 아닐세”


방금 전 러시가 내뿜던 기세, 오러의 권역을 중화시킨 한 수를 베르푸기스는 떠올리고 있었다.


8년 전,

오크로드를 척살할 때만 하더라도 명백히 자신이 러시보다 두 걸음 정도 앞서있다 생각했다. 허나 20살도 안된 청년이 소드 마스터에 진입해 있다는 사실에 내심 얼마나 경악했던가. 노예병만 아니었다면 그의 미래가 얼마나 찬란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쉬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방금 부딪쳐본 결과에 대한 감상은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소드 마스터에게 경지의 발전이란 엄청난 지원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러시는 노예병이라는 신분을 딛고 8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장해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 베르푸기스의 권역이 러시의 권역을 막아서 상쇄시킨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베르푸기스의 느낌은 달랐으니. 그것은 분명 상쇄 당했다기 보단 상쇄 ‘당해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경에서, 실전 속에서 반평생을 지내온 백전노장은 알고 있었다.

강대한 상대보다 무서운 것은 그 깊이가 정확하게 가늠되지 않는 상대다.

권역의 충돌에서 베르푸기스는 러시의 깊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그것은 단 하나의 사실을 의미했다.

러시의 권역이 베르푸기스를 넘어섰다는 것.


모르겠는 것은 단 하나, 만약 싸웠더라면 누가 이겼을까?

죽고 죽이는 싸움에서 결착은 단순 경지로만 결정나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는 자신이 이룩해온 경지와 더불어 자신이 거쳐온 세월을 믿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베르푸기스가 미하일에게 물었다.


“싸웠다면, 이겼으리라 보는가?”


맥락없는 베르푸기스의 질문이지만 미하일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자신 또한 그 순간 수없이 했던 고민과 질문이었으니까.


“사령관님이 계셨다면 이겼을겁니다.”


미하일은 진심이었다.

미하일에게 모든 고민의 이유는, 그 자리에 베르푸기스가 없었기 때문이었으니까.


“글쎄”


베르푸기스의 모호한 대답에 미하일의 표정이 변했다.


“러시가 그 정도 입니까?”


자신을 굳건히 믿으며 충격을 받는 부관을 바라보며, 베르푸기스는 슬쩍 말을 돌렸다.


“전투가 시작되었다면 노예군 특작대 전원이 모였을걸세.”

“아..!”


그리고 이 말 또한 거짓이 아니었다.


노예군 특작대.

정말 이상한 부대였다.

군대 내 최하층으로 분류되어야 마땅한 그들이지만, 어느새 최강의 부대가 되어있었다. 베르푸기스가 온건한 인물이 아니었다면, 러시가 훌륭히 명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절대 성립할 수 없는 관계가 그들 사이에 형성되어있었다.


적어도 지금 마경 개척군의 역량으로는 노예군 특작대를 제어하기 어렵다는 것은 군 최상부는 모두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노예군 특작대는 묵묵히 명을 따르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기에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진 않아왔다.


그러나 면면을 떠올리면 놀랍기 그지 없었다.

당장 소드 마스터 둘이 있었고 그 소드 마스터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는 무투가도 존재했으며, 재난급이라 불러도 손색 없는 마법사가 있는 곳이 노예군 특작대였다.


혹여나 그들이 노예병이라는 신분을 버리고 탈주한다면, 천상 계급을 위시한 제국의 모든 전력이 그들에 대한 척살령을 내릴 것이 확실하다. 그들은 결코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마경 개척군 안에서는? 당장 눈앞에서 노예군 특작대가 소란을 일으킨다면 마경 개척군은 이를 제어할 능력이 있을까?


물경 2천에 달하는 베테랑 병력이다.

그들이 끝까지 항전한다면 제압은 가능할 것 같았다.

수 많은 병력들의 희생 뒤에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절대 잡을 수 없지 않을까?


니콜라이로 인해 베르푸기스와 러시가 부딪쳤다면, 노예군 특작대가 그로 인해 모두 반발했다면, 어쩌면 내일 출정은 없어졌을지도 몰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전력이 빠져나간 마경 개척군은 더욱 힘든 고난의 길을 걷게 되었겠지.


결국, 베르푸기스의 선택은 최고라고 볼 수는 없지만 최선이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내일을 살아남을 생각만 하세.”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당장 내일 전멸 당한다면, 노예군 특작대에 대한 걱정도, 본국과의 관계에 대한 걱정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테니까.


***


“죽여야 한다. 아니, 죽일 것이다.”


니콜라이의 표정이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처음으로 입은 자존심의 상처, 그것은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되어 니콜라이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었다.


“비천한 노예병 새끼들도, 그 노예병을 두둔한 총사령관도 죽여야 한다.”

“예!”


니콜라이의 서슬퍼런 기세에 감찰대원 전원이 부복하여 대답했다.

그들 또한 백인이라 하나 천상계급인 니콜라이와는 그 신분부터가 달랐다.

니콜라이의 분노가 그들을 향한다면 본인 뿐 만 아니라 일가족, 가문이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제국에서 천상 계급에게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바짝 엎드려야 하는 때라는 이야기다.


“핑계거리를 만들 필요도 없다. 죽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저 혼자 결론을 내놓고는 니콜라이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의 두 눈에는 이미 원통하게 죽어가는 러시와 베르푸기스의 잔영이 맺혀있었다.


“노예병도, 총사령관도 소드 마스터입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부관으로서 오랜 시간 니콜라이를 보필해 온 딜스라서 가능한 질문이었다.

겨우 이 정도 질문으로 그를 팽하기엔, 니콜라이와 딜스가 쌓아온 유대는 깊었다.

이번 감찰을 위해 차출 된 대원들과는 그 관계의 시작부터가 다른 것이다.


이 중 유일하게 러시와 검을 맞대 본 딜스였다.

꾸준히 검을 수련 해왔고, 그 결과 젊은 나이에 오러를 발현 할 수 있게 된 그였다.

나름 자신의 역량에 자신이 있었건만, 그 단 한 수로 그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느꼈었다.

소드 마스터란 그런 존재였다.

단 일검으로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경지 말이다.


“흥, 소드 마스터의 피륙은 무슨 강철로 이루어졌다더냐? 싸우는 중에 뒤에서 급습하면 그들도 죽을 수 밖에.”


니콜라이의 말에 틀린 것은 없었다.

한창 전투 중에 뒤에서 파고드는 아군의 검이라면, 그들에게도 치명적으로 다가오리라.

전투 중에 아군의 뒤를 급습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은 할 수 없었다.

니콜라이가 하라고 하면, 행하는 것 외에는 그들에게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본국에는 마경 개척 도중 총사령관이 전사했다 보고하면 된다.”


원래 감찰부대의 임무는 마경 개척군 총사령관 베르푸기스를 축출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다지 어려운 임무도 아닌 것이, 애초에 본국에서는 마경 개척군이 개척 명령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점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니콜라이의 임무는 끝.

그는 별다른 노력없이 훌륭한 전공을 세우고 돌아갈 수 있는 판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마경 개척군이 순순히 마경 개척에 응한다는 사실에 어떤 죄를 만들어낼 까 고심 중이었는데, 이제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다. 축출 할 것도 없이, 그는 죽을테니까. 오히려 더 큰 공을 인정받게 되지 않을까?


그가 죽는다면 마경 개척군은 현 황제의 심복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 노예병 두 녀석은 꼭 수급을 취해 오도록. 원 없이 짓밟아야 내 속이 풀리겠으니.”


어릴 때 귀찮더라도 검술에 매진하지 않은 것이 아쉬운 니콜라이가 곱디 고운 제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으로 그들을 직접 쳐 죽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서 였다.


***


“죽일까?”


벨르케가 분노했다.

감히 디토를 건드리다니.


“좋은 생각이오.”


점잖은 힐리온이 그 과격한 의견에 동조했다.

감히 나의 제자를 죽이려들다니.


“죽이자!”


네벤더까지 눈에 불을 붙이며 가세했다.

피부가 검은데 마법을 사용한다는 이유 만으로 핍박 받아온 그에겐 특작대는 벼랑 끝에서야 만난 소중한 가족이었으니.


“아서라, 다칠라.”


유일하게 냉정을 지키고 있는 러너가 그들을 말렸다.


“냉혈한”

“러너군은 참 정이 없소”

”우우우우“


비난이 따라왔다.

네벤더는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면서 야유까지 보내왔다.


”닥쳐 이 멍청이들아! 누군 기분 좋은 줄 알아?“


그들의 행태에 러너도 발끈했다.


”전 괜찮아요. 죽일 것 까지는 없어요.“


디토가 딴에는 러너 편을 들었다.


”착해“

”누구 제자인지 참 잘 배우지 않았소?“

”크으으으“


이번엔 네벤더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굳이 나서서 문제 일으킬 필요는 없어. 기회는 분명히 올테니까.“


이 중에 천상계급의 생리를 잘 아는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러너였다.

러너는 따로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눈에 훤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천상계급만큼 읽기 쉬운 존재가 또 있을까?


”등 뒤에 칼만 조심해라.“


그러면 우리 가족을 건드린 복수를 할 기회가 올 것이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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