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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사경 : 무림인 및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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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구아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8
최근연재일 :
2022.07.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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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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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7,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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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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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행복을 찾는 사람들 (4)

DUMMY

“쉬이잇.”


눈이 마주친 그녀는 검지를 입술을 갖다 대었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내 몸을 더듬었다. 그러더니 곧 손발을 구속한 밧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서걱!


시원한 절삭음과 함께 사지에 자유가 돌아왔다.


혈행이 개선된 팔다리를 움직이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은 누구죠?”

“넌 누구야?”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향해 물었다.


“그 남자와 무슨 관계야?”


그녀가 덧붙여 질문했다.


그녀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나를 풀어준 것인지,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이상 섣불리 대답할 순 없었다.


나는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아.”


짧게 한숨을 쉰 그녀가 자세를 낮춰 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나는 애나. 애나 케레스라고 해. 너는?”


“김철수.”


이곳에 잠입을 하기 위해 미리 짜두었던 이름을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흔해서 오히려 보기 힘든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 남자와 싸우는 모습을 봤어. 그가 당신을 여기로 끌고 오는 것도.”


신기하다.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형에게 신경을 집중해서 그런 건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잘 알았어. 그 남자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왜 여기에 온 거야?”


“······.”


이름을 댄 것까지는 나를 풀어준 것에 감사의 표시다. 하지만 그 이상은, 그녀를 믿을 수 없는 이상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팔루스교를 조사하러 온 거지?”


“······.”


“숨길 필요 없어. 그 정돈 알 수 있으니까. 그 남자와의 관계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같은 편은 아니겠지. 그러니 더는 묻지 않을게. 대신, 하나만 대답해줘. 처음부터 여기를 조사하러 온 거 맞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그리고 곧 그 눈이 비틀렸다.


“어째서······?”


의문이 담긴 그녀의 목소리. 무슨 의미일까?


<뱀파이어의 매료야. 하지만 네겐 통하지 않지.>


뱀파이어의 매료? 그리고 내겐 통하지 않는다니? 그 전에, 그럼 그녀는 뱀파이어라는 말이야?


<마법과는 조금 다른······ 뱀파이어만의 힘이야. 정신력이 약하거나 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은 저항하지 못해. 그대로 뱀파어이의 먹잇감이 되거나, 노예로 전락하지. 케레스라는 성을 보면 알겠지만, 아마 베를리앙의 혈족인 것 같아.>


>상단전이 열린 네 정신을 침범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환사파파의 섭혼술이 통하지 않았던 것처럼.<


“너, 설마 처음부터······.”


모든 걸 깨달은 듯, 말을 잇지 못하는 애나.


이내, 그녀는 당황감을 털어버리고 크게 미소지었다.


“큰 도움이 되겠어.”


“네 목적은 뭐지?”


“팔루스교의 파괴.”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바다. 여기에 좋은 마음을 품고 있다면 나를 풀어줄 생각은 하지도 않았겠지.


“이유는?”


“그건······ 일이 다 끝난 뒤에 말해줄게.”


동기를 말하지 않으면 믿기 힘들긴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그래서 더는 묻지 않았다.


“계획은 있고?”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에게 걸린 정신을 지배를 풀어야 해.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그 할망구에게 당한 사람들이니까.”


“그걸 푸는 방법은?”


“주기적으로 다시 지배를 걸지 않으면 풀리는 걸로 알고 있어. 그래서 그녀는 사흘에 한 번씩 그걸 반복하고 있고.”


맙소사.


“그러니까 그녀를 구속할 생각이야.”


“어떻게?”


그녀는 대답 대신 검지를 들어 나를 가리켰다.


“나?”


“네 실력은 봤어. 그 남자에겐 안 됐던 것 같지만, 그래도 그 할망구를 상대하긴 충분하다고 생각해.”


나를 과신하는 것 아닌가?


>뭘 보고 판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다.<


어째서?


>환사파파의 특기는 독과 사술. 차를 마시던 두 사람을 재운 것도 환사파파의 독일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네게는 통하지 않지. 이프리트의 극양의 기운은 네 몸에 독이 침범하는 걸 허락지 않으며, 상단전이 열렸기에 정신에 작용하는 사술도 통하지 않는다. 너는 환사파파에게 극상성의 존재라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녀는 마교의 장로잖아?


무공을 못 하는 건 아닐 텐데.


>맞다. 무공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 하지만 그 수준이 지금의 너보다 높다고 말할 순 없다.<


천마야말로 나를 과신하는 것 같다.


어쨌든, 팔루스교 내부에서 조력자를 얻었다는 사실은 든든하다.


“다른 사람들은?”


교주인 숀이나 베를리앙. 숀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지만, 베를리앙이 무서운 힘을 가진 존재라는 건 마제를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두 사람은 내가 붙잡아둘게. 날 믿어.”


“두 사람?”


“유영호는 돌아갔어. 너를 여기에 가둔 후 곧장.”


“돌아갔다니? 어디로?”


그녀의 입이 망설임을 보였다.


“나도 몰라. 중요한 건 그가 지금 여기에 없다는 거지. 한동안은 돌아오지 않을 듯싶어.”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아니. 믿을 수밖에 없겠지. 형이 애나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좋아. 해보자고.”


내 말을 들은 그녀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



내 피부가 이렇게나 민감한 줄은 처음 알았다. 얼굴에 붙인 얇은 가죽 한 장이 이렇게나 불편하게 느껴지다니.


>그냥 가죽이 아니다. 환사파파가 만든 역작이지.<


그래. 이름이 인피면구랬던가?


>사람의 얼굴 가죽을 가공해 만든 물건이지. 다른 문파에서는 돼지 가죽을 이용해 비슷하게 만든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실제 사람 가죽으로 만든 것만큼 뛰어나진 않다.<


무림인들의 발상이란 정말 무섭다.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겨서 변장용 가면을 만들다니.


>산 사람의 가죽을 벗긴 게 아니다. 또, 우리 마교에서만 쓰는 것도 아니지. 정파 놈들도 대놓고 사용하진 않을 뿐이지, 종종 인피면구를 사용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곤 한다.<


산 사람이든 아니든.


인륜을 저버리는 미친 행동인 건 맞지.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쓸 마음이 들지 않았을 물건이다.


천마는 기발한 물품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영화 분장용 물품보다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가죽일 뿐이니까 표정 변화를 일으킬 수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내가 정신을 빼앗긴 신도 중 한 명을 연기하고 있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 정도다.


눈에서 힘을 빼고, 사물이 두 개로 흩어져 보이는 상태로 애나의 뒤를 따랐다.


“애나? 무슨 일이냐? 뒤에 그 놈은 뭐고?”


소파에 앉아 있던 베를리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 데려왔어요.”


애나는 베를리앙의 말을 무시한 채, 환사파파를 향해 말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다 기억하긴 힘들겠죠. 당신으로선.”


“끌끌끌. 여전히 버릇이 없구나.”


“버릇이 없는 건 당신이겠죠. 새파랗게 어린 게.”


“삶이란 시간으로만 재단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꼬맹아.”


이대로면 계속 두 사람의 신경전이 이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싸움이 길어지기 전에 애나가 먼저 물러났다.


“가요, 아버지. 교주가 불러요.”


“교주가?”


“네.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이지?”


“저도 모르겠어요. 어서 가요.”


애나의 재촉에 베를리앙이 그녀를 따랐다.


이제 방에는 나와 환사파파. 둘만 남았다.


이제 그녀는 다시금 내게 입을 맞추려고 할 것이고, 그때 그녀를 제압하면 된다.


예상대로 환사파파가 멍하니 서 있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환사파파의 손이 내 머리를 잡았다.


순간, 노인이나 여자를 때려선 안 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그녀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퍽!


놀란 얼굴로, 신음조차 내뱉지 못한 채 주저 앉는 환사파파. 그녀의 손에 내 인피면구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급히 나를 향해 정체 모를 가루를 뿌렸다.


숨을 참은 상태로 그녀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팔뚝으로 그녀의 목을 압박했다.


“케, 케엑!”


거친 소리를 내는, 붉어진 그녀의 얼굴.


생각보다도 더 쉬웠다. 이대로 그녀를 죽여야 하나?


>기다려라. 내 말을 잊은 건 아니겠지? 환사파파를 찾아야 한다는 걸.<


의도치는 않았지만 천마의 말대로 되었네. 하지만 그녀는 지금 팔루스교라는 종교를 위해서 활동하는 중인데.


>······ 잠깐. 내 말을 그대로 따라해라.<


뭐?


천마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말을 할 뿐.


그런 말을 환사파파에게 해도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그의 말을 따랐다.


“환사파파. 아니, 전추연. 오랜만이로군. 나를 기억하나? 양백준이다.”


환사파파의 눈이 터질 듯이 부릅떠졌다. 나는 그녀의 목을 압박하던 팔에서 조금 힘을 뺐다.


“예상치도 못한 사건으로 내 영혼이 이 남자의 몸에 들어왔다. 어째서 그대가 여기서 재능과 힘을 낭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마교인이라는 자각이 있다면 나를 도와줄 것이라 생각한다.”


“고얀놈! 감히 만인지상의 교주님을 사칭하다니!”


환사파파는 어느새 꺼냈는지, 기다란 장침을 내 목을 향해 뻗어왔다. 급히 그녀를 구속한 손을 놓고 뒤로 몸을 뺐다.


그러는 동안에도 천마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대가 아직도 환마(幻魔)라는 이름을 잊지 않았다면, 언젠가 화산(華山)에 오를 약속을 잊지 않았다면 부디 나를 도와주길 바라오.”


“······ 정말 교주님이십니까?”


그녀의 손에 들린 장침이 힘없이 떨어졌다.


“비록 낯선 세계로 오게 되었지만, 언젠간 반드시 그대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소. 우리의 약속을 위해, 나를 도와주시오.”


“교주님······ 교주님······.”


환사파파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잊으신 줄 알았습니다. 모두 끝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요. 우리 모두.”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이 더 지난다 한들 나는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오. 그대와의 약속을 위해. 그리고, 교도들을 위해.”


“교주님께서 이미 포기하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의 눈물이 내 가슴을 가득 적셨다.


“이해하오. 그리고 미안하오.”


“아닙니다. 교주님께서 약속을 잊지 않으셨다는 것만으로도······.”


환사파파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맑은 눈.


여러 감정으로 떨리고 있지만, 개중에 악의는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눈.


그 눈을 보고 있으려니, 한 여성의 모습이 환사파파의 위치 겹쳐졌다.


검은 머리를 길게 기른, 어쩐지 조금 지친 기색이 보이는, 하지만 그럼에도 매몰되지 않는 미모를 가진 여인.


“아, 아아.”


나도 모르게 그녀를 밀어냈다.


“교주님······?”


낯설다.


너무나도 낯설다. 하지만 동시에 내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 그녀의 이름은


“전추연.”


지금은 환사파파라 불리는 그녀는


“화산파에서 파문당한 재녀(才女). 재능 넘치는 여관(女冠).”


그리고


“한때는 화산제일미(華山第一美)였던 여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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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경 : 무림인 및 마법사 대응 부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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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체포 22.07.18 55 0 12쪽
50 상처 22.07.13 28 0 11쪽
49 금기를 어긴 대가 22.07.12 22 0 12쪽
48 진실의 공유 22.07.11 26 0 12쪽
47 내가 천마의 제자다 22.07.06 47 0 11쪽
46 천마의 몸을 가져간 남자 22.07.05 30 0 11쪽
45 천마 등장 22.07.04 30 0 12쪽
44 여기 있었구나 22.06.29 45 0 12쪽
43 형을 찾는 동생과 제자를 찾는 스승 22.06.28 38 0 13쪽
42 태을진인 22.06.27 42 0 12쪽
41 조사 시작 22.06.23 46 0 12쪽
40 분열 22.06.22 44 0 12쪽
39 일단락 22.06.21 44 0 12쪽
38 22.06.20 48 0 12쪽
37 제 1마탑 22.06.18 50 0 12쪽
36 인형 마제 22.06.17 52 0 11쪽
35 정보상 22.06.16 57 0 12쪽
34 소녀 천마 22.06.15 64 2 13쪽
33 마교선(魔敎船) 22.06.14 66 1 13쪽
32 사실 나는 22.06.13 70 0 13쪽
31 타르페리우스 교단 22.06.12 67 0 11쪽
30 휴가는 없다 22.06.11 68 0 13쪽
29 인원 보충 22.06.10 78 1 12쪽
28 뱀파이어 22.06.09 77 1 13쪽
27 형제싸움 22.06.08 76 1 13쪽
» 행복을 찾는 사람들 (4) 22.06.07 80 1 12쪽
25 행복을 찾는 사람들 (3) 22.06.06 80 1 13쪽
24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22.06.05 8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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