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대사경 : 무림인 및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엑시구아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8
최근연재일 :
2022.07.18 19:03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5,917
추천수 :
183
글자수 :
277,243

작성
22.06.11 20:59
조회
67
추천
0
글자
13쪽

휴가는 없다

DUMMY

어색하게 웃는 나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는 김경환.


그럴싸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상황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그는 나를 추궁하는 듯, 나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점차 다가오는 그의 얼굴은, 그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꽤나 무서웠다.


“절망? 아니, 공포의 블랙?”


그리고 그는 다시 거리를 벌렸다.


“미안해. 괜한 걸 물었네. 다시 보니 블랙이다, 블랙. 내가 잘못 봤나 봐.”


그렇게 말한 그는 고개를 돌려, 열변을 토하는 서지혁 과장을 보았다.


“······ 화가 나고,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다 내가 힘이 없기 때문이다.”


서지혁 과장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지만, 김경환에게 정신을 집중했던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과장님!”


최은미가 벌떡 일어나 서지혁 과장에게 다가갔다.


“이러지 마세요. 과장님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어요.”


신철훈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옆에 있던 서예린은 그저 굳은 표정으로 테이블 위를 응시할 뿐이다.


대체 무슨 말을 했던 거지?


“브라운. 이 색엔 여러 감정이 있지만, 과장님에게서 보이는 경우는 늘 한 가지였지.”


김경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직한 마음. 맹세. 결의.”


그의 입가가 씨익 올라갔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과장님과 함께한 우리는 과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고개를 숙일 필요 없어요.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잖아?”


아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분위기에 맞출 수 없다면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지혁 과장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이 이어졌고, 곧 회의가 종료되었다.


우선 그가 말한 대로 우리 셋 – 나와 신철훈과 서예린은 일주일의 휴가를 받았다.


갑작스레 주어진 일주일.


본가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차라리 천마와 마제에게 부탁해 단기간의 깊은 수행을 하는 게 나을까.


그런 고민을 하며 방에 도착해 문을 여니 애나가 내게 다가왔다.


문을 닫고,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에게 물었다.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약속했으니까.”


“뭐?”


그녀는 손을 들어 손가락을 옭아매고 있는 반지를 내게 보였다.


“이건 맹약의 반지라고 해. 네 손가락에도 있지.”


나는 오른손을 들었다.


“서로의 영혼에 칼을 맞대고 약속을 지키게끔 하는 반지야. 너는 아빠를 살려주겠다 약속했어. 그리고 아빠는 네 말대로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그걸로 끝 아니야?”


그녀는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너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반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야.”


“반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게 대체 무슨 소린데?”


“기억나? 내가 했던 말. 아빠를 살려주면 뭐든 하겠다고 했던 거 말이야.”


잠깐, 설마······?


“하지만 그건 약속이라기엔······.”


“중요한 건 말의 형식이 아니라 그 내용과 의지.”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적어도, 반지는 그렇게 인식하는 것 같아.”


<흥미롭네. 맹약의 반지라는 걸 실제로 보기는 힘들었으니, 자세한 건 알기 힘들었는데.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반지는 마치 사람처럼 의지를 가지고 있는······.>


잠깐, 잠깐, 잠깐! 조용히 해봐.


“그 뭐든지 라는 건······?”


“최소한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지.”


사실 굉장히 범위가 넓은 말이다. 뭐든지 할 테니까, 라는 건. 만약 그녀의 말대로, 그리고 마제의 생각대로 반지가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 말의 해석도 반지에게 달린 걸까?


“그래서 난 네게서 떨어질 수 없어. 내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그 뭐든지에, 그녀를 풀어주는 선택도 있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예쁜 소녀도 보이는 그녀는 강력한 힘을 가진 뱀파이어다. 이대로 아무 제약 없이 그녀를 풀어줄 순 없다.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한 건 베를리앙이지 애나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을 순 없잖아. 게다가······ 넌 뱀파이어니까 제약도 있을 테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너를 귀찮게 하진 않을 테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녀의 말은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었다.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한다고 그랬지?”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그 얼굴 그대로 조용히 얼굴을 위아래로 끄덕였다.


“피를 마시지 마. 사람을 죽이지 마.”


내 말과 동시에 우리 두 사람의 반지에서 은은한 빛이 일었다.


그녀는 고통과 조소가 섞인 얼굴로 말했다.


“피를 마시지 않은 지 200년은 넘었어.”




*****



본가로 내려가는 건 그만두었다.


형을 만난 이상, 이 상태로 부모님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수행을 하자는 천마와 마제 두 사람의 말을 뒤로하고, 그냥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하아.”


해가 중천인데, 아니, 그렇기에 침대에 누워 곤히 자는 그녀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애나는 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서예린과 비슷한 나이 정도로 보이는 얼굴. 그녀의 말을 참고로 유추해보자면 적어도 200살은 넘었지만, 역시나 뱀파이어라 해야 할지.


어쨌든, 비슷한 나잇대로 보이는 두 남녀가 같은 방을 쓰는 건 좋은 시선을 받기 힘들다. 특히나 여기서는 더욱.


그럼에도 어찌하여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그에 대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었다.


“저 사람. 여자와 애한테 약한 사람이야. 두 개가 섞이면 정신을 못 차려.”


서지혁 과장을 향해 한 말이다. 물론, 그녀의 말은 그의 성적 취향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애나는 ‘사이비 종교에 잡혀들어가 고생을 하다가 겨우 구해진 소녀’를 연기했고, 그 소녀가 지금 의지할 곳은 ‘당시 자신을 구해준 사람’밖엔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서지혁 과장은 그녀의 연기에 넘어간 것이고.


우선은 ‘임시’라는 것으로 나의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오늘은 그녀와 함께 외출을 하기로 했다.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가 내 방에 머무르는 건 서지혁 과장의 선에서 처리한 일인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내게 개인 카드를 빌려줄 리가 없으니까.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애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서 와라는 그의 말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하아아암.”


마침내 애나가 일어났다.


상체를 일으키고 크게 기지개를 켠 애나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기다렸지? 바로 준비할게.”

그녀는 내가 있다는 걸 의식하지도 않는 듯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오히려 민망해진 내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그녀가 그런 나를 제지했다.


“괜찮아.”


옷을 입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옷을 차려입은 그녀가 말했다.


“가자.”


“안 씻냐?”


“뱀파이어는 안 씻어도 돼.”


정말 만능의 단어로군.


우리는 청 밖으로 나갔다.


제복이 아닌 사복으로 거리를 나서는 건 오랜만이었다.


“이 세계는 좋아.”


애나가 가로등 아래에 선 채 말했다.


“밤에도 빛을 볼 수 있잖아.”


“원래 세계엔 이런 게 없었나?”


“횃불이나 걸어 놓는 정도였지, 대부분. 물론 대도시 같은 곳은 마도구로 불을 밝히긴 했지만 여간 비싼 게 아니어서.”


“뱀파이어는 빛을 싫어할 줄 알았는데.”


“싫어하는 건 햇빛.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으니 굳이 조명이 필요하진 않지. 하지만 그리움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있어.”


“그리움?”


“난 원래 사람이었거든.”


그녀는 가로등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리고 손바닥을 쫙 폈다.


“햇빛은 기억 속에만 머물러 있어. 긴 수명과 함께 따라온 기억은 지워지지 않아. 그래서 더 서글프고, 더 희망을 가지게 만들고······.”


그녀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나답지 않게 감성적이었네. 자, 가자.”


그녀와 함께 거리를 돌았다.


이번 일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어느 세상이나 여자는 다 똑같다는 것이다.


<아니야. 그건 편견이야. 나는 그렇지 않아.>


그건 마제가 특이한 거겠지.


언젠간 친구들이 했던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다.


‘여자와 쇼핑을 할 때면 책과 낚시 의자를 챙겨라.’


뭐, 그것도 여자가 자신을 가만 놔둘 때에나 통하는 말이지.


이 옷 저 옷을 가져오며 어울리겠느냐는 물음을 들으면, 처음 세 번 정도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결국 나오는 말은 ‘뭐 괜찮지 않아?’지만.


다섯 여섯 번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슬슬 지친다.


이 가게에서만 40만원이 나왔다.


미안해요, 과장님.


속으로 그 말을 삼키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앞으로도 사야 할 게 많았다. 옷 다음은 신발인가? 악세사리까지 사진 않겠지? 이게 끝나고 생활용품을 사러 갈 때면 지금과 같은 일은 없을 거라는 희망을 가진 채 그녀의 뒤를 따랐다.


댕댕댕댕!


마침 애나가 신발을 하나 신어보려고 하는 찰나, 급히 비상종이 울렸다.


이어지는 방송음.


- 현재 백화점 밖에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현재 대사경과 경찰이 출동했다고 하니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대사경?”


무림인과 마법사가 벌인 일이나 그 뒷수습을 위해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반대는 없다.


대사경이란 말이 있다는 건 즉 무림인 혹은 마법사가 사고를 치고 있다는 뜻이다.


“잠깐 여기에 있어!”


애나에게 소리친 후 계단을 향해 달렸다. 창문이 없다는 건 정말 불편한 일이다.


사람들 사이를 겨우 헤쳐나왔다.


“멈추십시오! 방송 못 들으셨습니까?”

백화점의 경비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제지했다.


나는 그를 향해 신분증을 내밀었다.


“대사경입니다.”


떨떠름한 표정을 하는 그를 뒤로하고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아앗!”


콰앙!


힘찬 기합과 함께 주먹을 휘두르는 여성. 그녀의 주먹에 강타당한 남자의 몸이 멀리 날아가 자동차에 박혔다.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최미선?!”


똑똑히 기억한다.


다소 거칠고 단정하지 못한 움직임. 무림인들의 무공이 아니었고, 또 격투기라 보기도 좀 애매했다.


>그저 자신의 힘을 믿고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희미하게 마력이 계속 발산되고 있어. 마법이 상시 발동 중이야.>


마제의 말을 듣고 그녀의 전신에서 퍼져나오는 마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발차기에 강타당한 남자가 내 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황급히 몸을 피했고, 남자의 몸은 옆에 있던 유리문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와장창!


나는 그를 보았다. 그도 나를 보았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네, 네 이놈! 드디어 찾았다!”


손에 커다란 도를 든 애꾸눈의 남자.


어찌 그 모습을 잊겠는가.


첫 실전을 경험한 날, 우리를 덮쳤던 마교의 무인.


>대도광마!<


“지종학?!”


“죽어라, 교주님의 원수!”


그가 나를 향해 달려들며 대도를 휘둘렀다.


“위험해! 피해요!”


이어지는 최미선의 목소리가.


그녀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지종학을 보았다.


그를 어떻게 제압해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안으로 파고 들어가 거리를 좁힌 후 그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쾅!


천마신권에 적중당한 그의 몸이 멀리 날아가 벽에 꽂혔다.


남은 건 최미선. 그녀는 모든 힘을 다해 달려오고 있었고, 그녀 스스로도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의 몸을 받은 후, 거기에 실린 힘을 흘렸다.


>태극권의 묘리를 익혔구나.<


그녀의 몸을 살포시 내려놓은 뒤 피를 토하며 몸을 일으키는 지종학을 보았다.


아무래도 내게 휴식이란 건 없는 모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사경 : 무림인 및 마법사 대응 부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를 변경했습니다 22.06.23 4 0 -
공지 제목 변경했습니다. 22.05.30 61 0 -
51 체포 22.07.18 55 0 12쪽
50 상처 22.07.13 28 0 11쪽
49 금기를 어긴 대가 22.07.12 22 0 12쪽
48 진실의 공유 22.07.11 25 0 12쪽
47 내가 천마의 제자다 22.07.06 47 0 11쪽
46 천마의 몸을 가져간 남자 22.07.05 30 0 11쪽
45 천마 등장 22.07.04 29 0 12쪽
44 여기 있었구나 22.06.29 45 0 12쪽
43 형을 찾는 동생과 제자를 찾는 스승 22.06.28 38 0 13쪽
42 태을진인 22.06.27 41 0 12쪽
41 조사 시작 22.06.23 46 0 12쪽
40 분열 22.06.22 44 0 12쪽
39 일단락 22.06.21 44 0 12쪽
38 22.06.20 48 0 12쪽
37 제 1마탑 22.06.18 50 0 12쪽
36 인형 마제 22.06.17 51 0 11쪽
35 정보상 22.06.16 57 0 12쪽
34 소녀 천마 22.06.15 63 2 13쪽
33 마교선(魔敎船) 22.06.14 66 1 13쪽
32 사실 나는 22.06.13 70 0 13쪽
31 타르페리우스 교단 22.06.12 67 0 11쪽
» 휴가는 없다 22.06.11 68 0 13쪽
29 인원 보충 22.06.10 77 1 12쪽
28 뱀파이어 22.06.09 77 1 13쪽
27 형제싸움 22.06.08 76 1 13쪽
26 행복을 찾는 사람들 (4) 22.06.07 79 1 12쪽
25 행복을 찾는 사람들 (3) 22.06.06 80 1 13쪽
24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22.06.05 81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