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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사경 : 무림인 및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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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엑시구아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8
최근연재일 :
2022.07.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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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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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글자수 :
277,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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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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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형 마제

DUMMY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게 보였다.


급하게 잠금을 해제하고 문을 활짝 연 그녀가 내 손을 붙잡았다.


“스, 스승님이?! 너, 너는 누구야. 스승님을 어떻게 알고 있어?!”


그녀는 내 손을 잡은 채 안으로 나를 이끌었다.


애나와 천마가 내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왔고, 뒤에서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약품의 냄새랄지, 약초의 냄새랄지.


일반 병원의 수술실과 한의원의 냄새를 섞어놓은 듯한 냄새에 곧 코에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지하실이기에 창문도 없었고, 집주인 앞에서 대놓고 코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 그저 인내해야 하는 건가.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나를 자리에 앉혔다.


뒤늦게, 내 뒤에 선 두 여자를 보고는 그녀들을 위한 의자도 가져왔다.


우리가 자리에 앉은 뒤 그녀는 차를 준비했다.


낡은 주전자가 수증기를 뿜었고, 안 그래도 냄새 때문에 불쾌한 상황에 습기와 더위가 더해졌다.


그녀는 우리 앞에 잔을 놓았다. 각기 다른 컵받침과 그 위에 올려진 각기 다른 잔들.


“자, 자. 얼른 마시고 얘기해줘.”


급한 듯 보였지만 차를 대접하는 이유가 뭐지? 그녀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더 답답한 건 마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앎에도 불구하고.


나는 잔의 손잡이를 잡았다. 끈적하고 미끈한 느낌. 설거지는 제대로 한 걸까?


나는 잔을 들어올리지 않은 채, 그녀를 보며 물었다.


“당신의 이름이 델리아 켈레스포스 맞습니까?”


그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아델레이드 뒤팡이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스승님이 내 도움을?!”


그녀의 태도가 돌변했다.


크게 떠졌던 눈이 급격히 가늘어졌고,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나를 속였구나!”


그 목소리마저 변했다. 이전의 사근사근함이 눈녹듯 사라지고, 데스메탈을 하는 듯 긁는 목소리로 변했다.


“스승님은 누구에게도 부탁하지 않아. 기대지 않아. 그 자체가 완벽한 존재란 말이다!”


이 정도면 스승에 대한 사랑이나 존경이 아니다.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지.


광신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메릴레스.”


내가 내뱉은 단어를 들은 그녀의 재촉이 멈추었다.


“마제 아델레이드 뒤팡의 또 다른 정체. 그것을 아는 이는 본인과, 그녀의 전 제자였던 델리아 켈레스포스뿐.”


그녀가 의자에서 떼었던 엉덩이를 다시 붙였다.


“지금 그녀의 영혼이 내 안에 있습니다.”


나는 내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



아래에는 더 아래가 있다.


그녀의 집이 그랬다.


델리아는 식탁을 거칠게 밀어냈다. 그 위에 올려진 식기나 음식 따윈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오히려 애나가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냈다.


식탁 아래에 깔려있던 카펫을 치우자 문이 보였다.


그녀는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끙끙거리며 문을 올렸다.


지하로의 문이 열리자 곧장 한기가 얼굴에 스쳤다.


델리아는 익숙한 동작으로 사다리를 잡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가 바닥에 도달한 후, 우리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지하실은 넓었다.


그녀의 집을 두세 배쯤 늘린 것처럼.


그리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더욱 강했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또 하나의 인간을 만드는 것이 나의 비원이었지.”


그녀는 벽장의 문을 열었다.


그렇게, 그녀의 ‘작품’이 공개되었다.


SF영화에서 흔히 나올 법한 로봇 같은 모습이다.


전체적으로는 인간의 형상을 닮아있다. 인간에게는 관절부에 해당하는 부분은 마네킹의 그것과 같았고, 그 재질도 인간의 피부 질감이라기보다는 금속에 가까웠다.


“갑옷처럼 튼튼하고 마법을 흡수할 수 있어. 관절의 움직임도 자유롭고 근력은 마력으로 강화되어 있어 어지간한 사람은 그대로 찢어버릴 수 있을 정도야. 게다가 안에 들어간 사람이 마력을 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심장 부분에 마석이 박아 놓았기 때문에······.”


<난 싫어.>


마제가 딱 잘라 말했다.


델리아를 만난 후 처음으로 한 말이다.


“그녀는 이게 싫다고 하는데.”


“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 된 델리아가 나를 보았다.


“크흠!”


마제의 속삭임을 들은 나는 목을 가다듬은 뒤 그녀의 말을 델리아에게 전했다.


“인간처럼 보이지만 그건 인간의 골격만을 가져왔을 뿐, 골렘이나 다른 인조물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면 금방 눈에 띌 거야. 인간을 대체하는 몸으로는 탈락이랄 수 있겠지. 사람을 위한다고 한다면 그런 면도 고려해야만 해. 너는 영혼을 연구하는 마법사지 군사병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까.”


델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진 게 보였다.


“라고 말합니다.”


“스승님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병기가 아니야. 애초에 저 몸이 가지는 능력은 내게 크게 필요하지 않아. 사람으로 위장할 생각도 없고. 그보다는 저게 마음에 드는걸.”


나는 마제가 시키는 대로 손가락을 뻗었다.


그곳에는 작은 인형이 앉아 있었다.


프랑스 인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분위기였다. 하늘하늘한 드레스에 모자를 쓴, 그리고 그 아래로 돌돌 말린 금발이 매달린 인형.


“아, 알아보시겠습니까, 스승님?!”


델리아의 얼굴에 좌절감이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이내, 그녀의 얼굴은 기쁨과 기대감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내가 가리킨 곳으로 달려가 인형을 조심스레 안고 돌아왔다.


인형은 그녀의 가슴 부분을 다 가려버릴 정도로 컸다.


“스승님을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스승님의 어릴 적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오직 그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말에서 위험한 냄새가 났다.


“그 어떤 재질로도 스승님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상앗빛 피부! 사금을 녹여내 뿌린 듯한 머리카락! 에메랄드를 박아 놓은 듯한 눈동자! 하지만 제가 표현하는 물질들 모두 스승님의 몸을 따라갈 수는 없었으니······.”


델리아는 제멋대로 이야기를 계속 해나갔다.


스승에 대한 제자의 사랑?


존경하는 이에 대한 신앙?


나는 왠지 아이돌에 열광하는 소녀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델리아의 찬양은 어느새 마제의 외모에서 벗어나 그 능력과 성정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


그녀가 있던 세계에서, 대체 마제는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델리아가 심한 거야. 그녀는 나를 은인처럼 생각하고 있으니까.>


은인?


<그녀를 파문한 건 이 세계에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야.>


그럼 최소 10년은 넘었다는 말이네.


<글쎄. 그녀를 파문한 건 그녀가 30대였을 때 즈음으로 기억해.>


30대?


나는 델리아의 얼굴을 보았다.


최소 10년 전에 30대?


<지금은 70이나 80쯤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시 그녀를 보았다.


화장기 하나 없는 밋밋한 얼굴이다. 약간의 주름이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할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모습은 절대 아니다. 절대로.


<마법사라면 이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야. 많은 마법사들이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수명을 늘리고 젊음은 되찾기도 하지.>


그런 약을 만들어서 팔면 말 그대로 대박일 텐데.


<안타깝게도 다른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주는 방법은 없어. 강대한 마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수명을 늘리는 거지. 뭐, 그 덕에 왕족이나 황족도 중에도 마법을 익히는 자들이 있었지만, 모두가 그 정도 경지에 다다르진 못했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원래라면 이쯤에서 천마도 한마디 했을 텐데. 갑자기 그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그래서 천마를 보았다.


천마는 델리아가 하는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무림인이라고 해서 무공에만 관심을 가진 건 아닌 모양이다. 천마의 옆에 선 애나도 마찬가지였고.


“스승님!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스승님을 위해서 제가 가진 가장 커다란 마석을 박아 넣겠습니다!”


“잠깐!”


곧장 준비를 위해 달려나가려던 그녀를 붙잡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소울볼을 꺼냈다.


“소울볼?!”


오늘 가장 많이 본 모습은 그녀의 놀란 표정일 것이다. 그녀는 조심스레 다가와 소울볼을 받았다.


“그런 방식을 취하겠단 말씀입니까? 아, 그렇군요! 스승님은 역시! 지금만이 아니라 미래까지 보시는 거로군요! 곧장 준비하겠습니다!”


그녀는 급히 작업대 위에 인형을 올리고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봐도 뭘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냥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법사의 방’이라든가 ‘마녀의 방’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음침하기도 하고, 또 호기심이 가는 물건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내게 인형을 내밀었다.


그 뒤, 분필 같은 걸 가져와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흔히 말하는 마법진 같은 모양이다.


두 개의 마법진을 그린 그녀는 한 곳에 나를 앉히고, 다른 한 곳에 인형을 두었다.


그녀는 우리를 향해 주문을 외웠고, 방 안 가득 마력의 빛이 퍼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




허리가 아팠다.


역시 나는 잠자리가 바뀌면 적응을 하지 못하는 타입인가 보다.


델리아의 집에서 하루를 지낸 뒤, 다시 밤이 되어 우리는 제로의 구역을 나왔다.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다.


천마에게 마제의 영혼이 들어간 인형을 들게 했다.


우리들 중 그 인형을 들었을 때 가장 위화감이 없는 게 바로 천마였기 때문이다. 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 상태로 우리는 시내로, 그리고 대사경청으로 향했다.


“유영한!”


앞에 다다랐을 때쯤,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서지혁 과장이 웃으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휴가는 잘 보내고 있나? 표정이 좋지 않은데.”


거기까지 말한 그의 시선이, 나의 손을 잡고 있던 천마를 향했다.


“······ 미아?”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갈! 누구더러 미아라는 것이냐!”


미리 생각해둔 대로 우연히 발견한 아이고, 애나처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말하려는 찰나 천마가 서지혁 과장을 향해 일갈했다.


“어, 아니, 그게.”


당황한 표정을 짓던 천마가 내 뒤로 몸을 숨겼다.


“미아라고 해야 할지······.”


“······ 피곤해 보이는데 우선 짐이라도 좀 두고 30분쯤 있다가 회의실로 오겠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먼저 청사로 들어가는 서지혁 과장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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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상처 22.07.13 28 0 11쪽
49 금기를 어긴 대가 22.07.12 22 0 12쪽
48 진실의 공유 22.07.11 25 0 12쪽
47 내가 천마의 제자다 22.07.06 47 0 11쪽
46 천마의 몸을 가져간 남자 22.07.05 30 0 11쪽
45 천마 등장 22.07.04 29 0 12쪽
44 여기 있었구나 22.06.29 45 0 12쪽
43 형을 찾는 동생과 제자를 찾는 스승 22.06.28 38 0 13쪽
42 태을진인 22.06.27 41 0 12쪽
41 조사 시작 22.06.23 46 0 12쪽
40 분열 22.06.22 44 0 12쪽
39 일단락 22.06.21 44 0 12쪽
38 22.06.20 48 0 12쪽
37 제 1마탑 22.06.18 50 0 12쪽
» 인형 마제 22.06.17 52 0 11쪽
35 정보상 22.06.16 57 0 12쪽
34 소녀 천마 22.06.15 63 2 13쪽
33 마교선(魔敎船) 22.06.14 66 1 13쪽
32 사실 나는 22.06.13 70 0 13쪽
31 타르페리우스 교단 22.06.12 67 0 11쪽
30 휴가는 없다 22.06.11 68 0 13쪽
29 인원 보충 22.06.10 77 1 12쪽
28 뱀파이어 22.06.09 77 1 13쪽
27 형제싸움 22.06.08 76 1 13쪽
26 행복을 찾는 사람들 (4) 22.06.07 79 1 12쪽
25 행복을 찾는 사람들 (3) 22.06.06 80 1 13쪽
24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22.06.05 8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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