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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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부차
작품등록일 :
2022.05.17 05:58
최근연재일 :
2022.05.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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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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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타임 (5)

DUMMY

한걸음 나서자 콩알만한 크기의 불 마법이 경고 사격으로 시전되어 옆을 날아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재생의 룬 덕분에 화상 걱정은 없다.


“나는 상관없지만 당신들 노인공경 몰라? 어르신 괴롭히면 돌 맞아 죽어.”

“아티팩트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저명하신 마법사요? 당신이라 해 봤자 뭘 할 수 있는데? 마나를 움직이려고 하면 이 애는 죽는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너희가 돌 맞아 죽는다니까?”

“뭐?”


저들이 마나를 볼 수 있다면 아무것도 없는 손을 들어올리는 것쯤이야 포를 위협하진 않겠지.


아직은 미숙해서 손의 도움이 필요했다. 포를 겨냥했다. 두 사람의 발 밑에서부터 암석이 튀어나와 소년을 감쌌다.


포착된 마나의 흐름이 없었기에 피어싱은 포를 공격하진 않았지만 내 손짓을 경계하다가 급히 뒤로 물러나 피했다.


그가 뭐라 명령하기도 전에 다른 마법사 셋이 일제히 마법을 시전했지만 나는 벽을 세워 막았다.


“땅 속성 마법사다! 제기랄! 불도 안 먹히고 전기도 안 먹히는 사기 속성 같으니라고!”


나는 웃음기 담아 그들을 조롱했다.


“그런 것 치고 열심히만 하면 부서질 거 같은데?”

“그래야지!”


피어싱이 벽 뒤의 우리를 식물로 공격하려 했지만 눈먼 장님의 공격은 노인인 빌 게이트도 피할 정도로 어설펐다.


“생각보다 마법사라는 양반들이 단순하네요.”

“방벽 때문에 자네도 안 보이지 않나. 저들이 포를 가둔 돌을 공격하기 전에 끝내야 하네.”

“방금 말했지만 저는 현자예요.”

“저들을 한꺼번에 무력화시킬 거대한 마법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 무슨 방법이······. 자네 뭐라고 하고 있는 건가?”

“현자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죠.”


현자의 눈에는 사각이 없을뿐더러 장애물도 없다. 한정된 건 거리뿐이다. 저들은 거리 안에 있고 대지 룬의 범위 안에도 있다.


“돌 날아간다!”


턱 밑에서 솟아오른 암석이나 뒤에서 포탄처럼 튀는 돌을 피할 마법사가 얼마나 있을까. 검을 쓰는 이들은 피한 듯하나 마법사 셋은 날아온 돌을 머리에 맞고 입에서 피를 토하고 기절했다.


“제기랄, 제기랄!”


예상 밖이다, 피어싱 녀석이 덩쿨을 세워 돌을 막아내고 자신을 감쌌다. 그렇다면 다 부서진 방벽을 치워도 고립된 녀석은 마법을 맞추지 못하겠지.


나는 평범한 시야로 세상을 봤다.


빌 게이트는 시야를 가리던 돌이 사라지자 당혹했지만 상황을 보고는 커다란 마법보다 적당한 사출 계열 마법의 영창을 준비했다. 게임에서 본 적 있는 것이다.


“역시 마법사는 나이가 갑이에요.”

“오랜만에 하는 거네. 집중하게 조용히.”


무기를 든 몇몇이 재빨리 달려오려고 했지만 나는 지형을 바꿔 손쉽게 제지했다. 그들의 보폭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따라서 피할 수 있던 돌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게임에서야 룬 마법에 숙련도 게이지 따위는 없지만 지금 나는 토할 정도로 빠르게 대지의 룬을 능숙하게 다루게 됐다.


“엄살 부려도 돼요?”

“좀만 더 버텨.”

“이게 보기보다 힘든 건데.”

“마나 구성을 바꾸는 건 쉽고?”


마나 구성을 바꾸는 건 게임 시스템상 NPC를 찾아가 ‘마나를 바꾸시겠습니까?’ 라는 선택지에 Yes를 하는 만큼 간단하지만 어디서든 즉석에서 할 수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혈액투석에 비유할 수 있는데 빌 게이트는 그걸 본인에게 직접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위험하고 힘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나는 꾹 참았다.


그런데 이건 무슨 소리지?


풀이 사라락 사라락 쓸리는 게 밧줄이 바닥을 기는 것 같다. 그런데 익숙하다.


“피어싱?”


발악하려는 걸까? 덩쿨 마법이 허공을 찰싹 휘감는다.


“질보다는 양인가.”


먼젓번보다 가느다란 넝쿨이 힘없이 몰아친다. 수는 많았지만 딱 꽃으로 때리는 만큼 아프겠는 걸.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건 무시해선 안 된다. 나는 바닥을 부수려고 했다.


아니 그러면 안 된다. 피어싱한 녀석이 나를 질타했지만 식물을 다루는 본인이야말로 땅 속성 마법사가 아닌가. 넝쿨 줄기가 땅속에서 얼기설기 뒤엉켜 그에게 정보를 주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있는 곳을 제외한 주변 땅을 부쉈다가는 역으로 위치를 들키게 된다. 그렇다고 가만 두면 넝쿨이 우리 위치를 알게 된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뭐야, 답은 하나밖에 없지 않나.


“제가 탱커도 하죠, 뭐!”



나는 멀리 뛰어서 넝쿨을 밟았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얆은 넝쿨이 급성장하고 가시를 돋쳤다.


“어, 어. 그래, 보호막!”


라울 바우가 갖고 있던 마법 도구가 충전이 다 된 참이었다. 어디 한번 성능 확인을 해 볼까?


두꺼운 넝쿨 하나가 확인 차 공격해 왔다. 나는 날카로운 암석을 세워 그걸 끊었다. 끈적한 수액이 튀어서 외계 식물인 줄 알았다.


“다 됐다!”


보호막이 완전히 펼쳐졌다. 나머지 덩쿨들이 나를 꿰뚫을 기세로 솟았지만 주황색 보호막을 막혀 휘었다. 진동이 느껴져 불안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그러나 덩쿨은 이내 보호막을 찌그러트릴 듯 감싸 조여오기 시작했다.


나는 보호막이 깨지는 걸 우려해 크기를 점차 줄였지만 이내 내 생존권이 위험한 수준이 됐다.


줄일 수 없으면 곧 부서지겠지만 덩쿨을 제거할 틈이 없었다.


빌 게이트를 노리는 일당을 정리하는 게 먼저다. 제발 연륜의 힘을 보여줘요!


빌 게이트가 시전하려는 마법의 영창은 이미 끝나 있었다. 동시에 체내의 마나 구성을 바꾸는 중이었는데 그게 오래 걸렸다.


“웨이! 서브!”


오색 찬란한 마법이 여러 탄환이 되어 포물선을 그리며 표적을 향해 시원스럽게 뻗어나갔다. 뒤이어 다른 여러 마법을 영창했다.


연계는 신속했고 나는 그를 노리는 이들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대부분 불구가 되거나 죽었다.


나는 비늘 모양의 암석 꼬리를 만들어 덩쿨을 휘감아 갈기갈기 찢고 나왔다.


“죽는 줄 알았네!”


룬을 이렇게까지 다루는 게 처음이라 가늠이 안 됐지만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정신력이 만신창이가 된 나는 털썩 주저앉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덩쿨을 해제한 피어싱이 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걸 보았다.


그는 빌 게이트의 마법을 간신히 두세 번 막거나 피했다. 그런데 빌 게이트는 다음 마법을 맞히지 않았다. 포가 휘말릴 정도로 피어싱이 가까워졌다.


“어르신, 잔디는 새로 깔아야 할 겁니다.”

“이미 개판이네.”


나는 있는 힘을 쥐어짜 포가 있는 반경을 제외하고 우리 앞으로 구덩이를 만들었다.


피어싱은 넘어지더니 부서지는 바닥에 굴러서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다.


앞으로 다가가자 녀석이 구덩이 아래에서 겨우 숨만 붙인 채 내게 물었다.


“다, 당신 같은, 당신 같은! 녀석에 대한 정보는 없었어! 그 어디에도! 뭐냐, 젊음을 되찾은 은거한 마법사라도 되는 거냐고!”

“내 조언을 들었으면 안 맞을 수 있었잖아?”

“돌 맞는다는 경고?”

“무려 현자의 조언이라고.”


피어싱한 녀석은 기가 찬 표정이다.


“현자라고 자칭하는 덜떨어진 괴짜한테 당했다고?”

“세상 억울한 모양인데 사실이잖아.”

“그 로브, 외부로 나가는 마나를 차단해서 감추는 건가? 아니, 그럴 수 없어. 그렇다면 마법의 발현도 불가능해!”

“흥분하지 말고 들어봐. 다친 사람이 악을 쓰면 빨리 죽어.”

“하하, 하하! 죽어? 죽는다고? 그래, 죽어야지!”


아니될 말이지. 나는 그가 자결하기 전에 작은 돌을 튀겨 검을 쳐냈다. 그러자 피어싱은 웃었다.


“역시 덜떨어진 괴짜가 맞았어.”

“현자라니까.”

“잘난 현자가 요즘 유행하는 마법도 모르나?”

“뭐?”


그 순간 그곳에 빛이 있었다.


나는 보호막을 급히 작동했지만 켜지는 데도 시간이 걸렸고 다 펼쳐지기도 전에 깨졌다. 그리고 온몸이 불타서 녹아내리는 고통을 맛보았다.



그러나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쇼크사할 것 같다. 앞으로 내밀고 있던 팔은 뼈가 드러난 듯했다. 시야가 없으니 확실치 않다. 현자의 눈을 작동할 여유도 없다. 미칠 듯한, 미칠 듯한!



빛이 가득한 그곳에 세 거인이 있었다. 내 뇌가 흘러내린다. 눈을 타고. 벌린 입으로 다시 들어가는 오싹함. 그러나 거인 셋이 찾는 건 내가 아니었다. 우리가 아니었다. 우리보다 더 멀리 바라보았다. 그래서 죽지 않았다. 그래서 살아서 죽었다.



빛은 사라졌다. 멀리서 비명소리 비슷하게 내 안부를 묻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황급히 벗겨진 녹색 거적을 썼다. 몰골이 처참할 테니까. 그러니까 살아 있나? 다행이군.


재생의 룬으로 눈부터 수복했다.


저들이 아무리 걱정해도 나는 손만 들어올려 제지했다.


한참 후에야 목을 복구해 말할 수 있었다.


“어떤······ 미친 놈이 자폭을 유행시켰답니까?”

“나 같은 늙은이는 그런 유행 모르지. 그나저나 정말 괜찮은 건가? 의사를 부르겠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그리 거부하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네.”

“의사는 당연히 불렀어야죠! 아파 뒤지겠다고요!”

“그런 것치고는 자네 손이 재생하고 있군.”

“통증은요? 통증은!”


빌 게이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다니 다행이군. 그런데 저 놈들 싸그리 증발해서 심문할 수 없게 됐네. 그래도 자네가 구덩이를 만들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게야.”

“모든 마법사가 저런 위력을 낼 수 있답니까?”

“본인을 기폭제로 쓰고 쓰러진 동료들과 성역을 이용한 폭발이지. 사제들이 봤으면 신이 노해서 천벌을 내린 거라며 곡소리를 낼 빛 기둥이었네. 이제 와 생각하니 좀 아름답더군.”

“그 성역이라는 게 대체 뭐길래.”

“자넨 현자라며 그런 것도 모르나? 아까 보니 마법은 쓰지 않던데 혹 정말 룬 마법만 쓸줄 아는 건가?”

“예, 마법 몰라요.”

“그런 주제 룬과 마법을 논하다니 건방지군. 그래도 배우는 건 빠르 테지, 책 한 권 주겠네.”


빌 게이트는 품안에 있던 책을 건네려했다.


“어이쿠, 실수. 이게 아닌데 말이야.”


그러면서 계속 내밀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지켜서 저한테 주려고요?”

“임자한테 가야지 않겠나. 나야 그냥 마나가 잘 통하는 매개체로 쓰고 있을 뿐이지만 자네라면 다르지.”

“무슨 룬인데요?”

“이런, 자네도 안 보이나?”


나는 고개를 간신히 끄덕였다. 팔에 새살이 완전히 돋았지만 온몸이 삐거덕거리고 정신력은 바닥을 뚫었다. 이를 눈치챈 빌 게이트는 포를 불렀다.


“손님을 안으로 들이거라. 나는 결계를 고치러 가겠다.”


나는 사람 들기 전문이 된 포에게 안겨 이동되었다.


그 뒤로 기억은 없다.


작가의말

 빠른 전개에 맞추다 보니 진행에 포커싱이 엇나가 전투 장면이 대거 생략되어 악당은 허접이고 주인공은 타격감 없이 뾰로롱 하면 다 잡는 먼치킨이 되었기에 내용을 좀 보충하고 퇴고한 다음 한 회당 분량을 잘게 나눴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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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자타임 (5) 22.05.23 16 1 11쪽
4 현자타임 (4) 22.05.19 21 2 12쪽
3 현자타임 (3) +1 22.05.18 33 1 19쪽
2 현자타임 (2) 22.05.17 32 1 21쪽
1 현자타임 (1) 22.05.17 4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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