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 무협세계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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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서혁(瑞赫)
작품등록일 :
2022.05.18 00:00
최근연재일 :
2022.06.28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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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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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우비룡(雨飛龍)을 만나다 1

DUMMY

광적(廣賊)의 산채,

햇빛이 잘 드는 아담한 곳에 있다.

상주하는 인원은 대략 2~3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의 계획은 원남에서 우씨 가문의 사람들이

오기 전에 비룡을 구출하는 것이다.

원남에서 산둥까지의 길은 멀고 험하다.

그들이 먼 길을 달려온다 해도 산채에서

우비룡을 구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사부,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길이 물어왔다.


“우비룡(雨飛龍)을 기억해?”

“우비룡이 누군데?”

“점창에서 삼착한 아이.”

“아, 날쌘돌이라 불리던 그 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시간의 인연이었지만,

소중한 인연이었다.

설령,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라 해도 가만있을 순 없는 일이다.


“사부, 우비룡 구하러 가려고?”

“그래야지. 좋은 인연이었는데.”

“어떻게 구하려고?”

“차츰 생각해 보자.”

“사부, 미인계를 쓸까?”


나는 물끄러미 길을 쳐다봤다.

이제 여장에 자신이 붙은 것 같다.

내가 정체를 알고 있는데도 절색인데,

다른 사내들이 보면 그냥 넘어갈 것 같다.


광적의 산채로 들어가

신속하게 비룡을 구하고 난 뒤,

산채를 불태우든 쑥밭을 만들든 해야 할 것 같다.


해가 곧 산봉우리에 걸릴 것 같은 시간이다.


“사부, 비룡은 어디에 있을까?”

“제일 많은 놈이 지키는 곳 중의 하나일 거야.”

“저기 두 곳, 하나는 광적이 있는 곳 같고,

다른 하나가 비룡이 갇힌 곳 같다.”

“사부, 어떻게 들어갈 거야?”

“제자 말대로 미인계를 쓰자.”

“최대한 시끄럽게 주의를 끌어,

그사이에 내가 비룡을 찾아서 데리고 나올게.”

“알았어.”


절색의 여인이 산채 앞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다.

다짜고짜 한다는 말이 기가 막혔다.


“내 돈 훔쳐 간 땡피리 놈 나와.”

“그게 누군데?”

“시끄럽고 땡필아, 빨리 나와. 땡필아.”

“아니 그게 누군데.”

“그놈 대신 내가 애인하면 안 될까?”

“사내새끼들이란 그저 다 똑같은 놈들이야.

땡필아 나오라, 땡필아.”


큰 눈, 가름하고 긴 목에 잘록한 허리,

늘씬한 각선(脚線),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여자가 나타나 땡피리를

찾고 있다.

여자를 구경하기도 힘든 산채에서 절색의 여인이 나타나니

산채 놈들은 눈이 뒤집혔다.


“땡피리 찾지 말고 나는 어때?”

“이 오빠가 잘해 줄게.”


등등 온갖 달콤한 말들이 쏟아진다.

나는 길이 소란을 일으키는 틈을 이용해 담을 넘었다.

그리고

비룡이 있을 만한 곳으로 찾아 들어갔다.

문 앞을 지키던 두 놈의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키고,

재갈을 물렸다.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안을 살펴보니

피투성이가 되어 묶여 있는 우비룡이 보였다.


나는 잠시 먹먹해지는 마음을 달래고

비룡의 몸을 살펴보았다.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잔인한 매질을 했는지

비룡의 몸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피투성이가 된, 비룡을 보는 순간

‘나쁜 놈들’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나는 비룡의 몸을 흔들었다.


“삼착 나다.

무슨 일이냐. 이게.”


우비룡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얼떨떨하며

상황 파악을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야, 일착.”

“일착, 도검무?”

“그래 도검무.”

“여기 내가 있는 것 어떻게 알고 왔어?

그리고 얼굴이 왜 이래?”


나는 손가락 하나를 입에 댔다.

우비룡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반가운지

웃으려 애썼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자.”


비룡을 부축하고 막 문을 빠져나오려는데,

문 앞에서 우리를 가로막는 놈이 있었다.

나는 품속에 손을 넣어 수리검을 단단히 잡았다.

여차하면 놈의 가슴에 깊이 찔러 놓을 생각이었다.

놈은 제법 간덩이가 큰 놈이었다.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서라.”

“조용히 가게 내버려 주지 않으면

후회할 일 생긴다.”


놈은 손에는 커다란 검을 들려있었다.

나는 놈이 소리만 지르지 않는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놈을 무시하기로 했다.

내 손에는 언제든 던질 수 있는 예리한 비수가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놈을 무시하고 돌아서 나가려는데

등 뒤에서 놈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대로 멈춰라.”


나는 어쩔 수 없이 뒤를 돌았다.

그런데 놈의 얼굴이 어디서 본 것 같이 낯이 익다.

어디서 봤더라?


“어, 산채에 그 약초 도둑놈?”

“어라,

네놈이 여기는 또 어떻게?”

“아직도 더러운 짓거리냐?

막을 거면 덤벼라.

이번엔 끝을 보자”


놈은 아주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아니다. 네게 할 말이 있다.”

“뭔데?”

“오늘 저녁에 만나서 이야기할게.”

“왜?”

“할 말이 있으니까.”

“그럼, 여기서 조용히 나가게 해줄 거냐?”


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왼쪽으로 돌아나가면 작은 문이 하나 있다.

거기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산길과 연결된다.

될수록 여기서 멀리 벗어나라.”


나는 그놈에게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놈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별일도 다 있다고 생각하며

산채를 벗어나 신길로 접어들었다.

잠시 뒤, 길이 헐레벌떡 합류했다.

우비룡은 몸 전체가 상처투성이여서 길이 등에 업었다.


“일착, 도검무가 맞는 거지?”

“응, 맞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여기 잡혀 있는 줄 어떻게 알고 왔어?”

“여기를 지나가다가 객잔에서 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거야.”

“고맙다, 많이 보고 싶었어.”

“나도,

여기는 위험하니까 빨리 안전한 곳까지 빠져나가자.”


잠시 뒤. 산속에 안전하다 싶은 곳을 찾았다.


“우비룡,

너의 부모님과 가문 사람들이 곧 산채로 올 거라던데,

네가 안전하다고 알릴 방법이 없을까?”

“내일 아침에 마을로 내려가면 전서구를

날릴 곳을 알고 있어.”

“알았다.

내가 잠시 다녀오는 동안 같이 있어.”

“근데 나를 업고 온 이 미인은 누구야?”


난감하다.

제자라 할 수도 없고,

여자가 아니라고 밝히기도 애매하다.


“응, 누나야.”

“너와 완전히 다르게 생겼구나. 히히”


이제야 탈출한 것이 실감 나는지 우비룡은

예전처럼 해맑게 웃었다.

비룡은 여전히 구김 없는 아이다 싶다.

매질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어도 웃음을 웃을 수 있다니.


길이 비룡을 업고 오는 동안 나는 먼저 올라와

동굴을 찾았다.

동굴은 크지 않았지만,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곳으로

마음이 놓였다.


산채가 바로 보이는 뒷산은 험한 산이었고,

길과 우비룡을 함께 있게 하고 동굴을 나왔다.


정찰도 할 겸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약속한 나무가 있는 곳에 미리 가 있으려는 것이었다.

길이 따라 나오며


“사부,

그놈이 우리에게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설마 함정은 아니겠지?”

“그랬다면 나와 우비룡을 순순히 보내주지 않았겠지?”

“사부, 그래도 조심해야 해?”

“걱정하지 말고, 비룡이나 잘 보호해줘.”


밤은 점점 깊어져 가고 있다.

나는 나무 위에서 사위를 경계하고 있다.

사각, 사각

나뭇잎 스치는 소리에 숲속의 모든 소리가

일시 조용해졌다.


“어디에 있소?”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놈이 지나온 곳을 응시했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놈은 나무를 등지고 앉았다.

한참을 지켜봐도 따라온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여기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소.”

“초저녁부터.”

“날 의심한 거요?”

“아니, 그것보다 만사 불여튼튼 하려 한 거지.”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그놈과 나란히 앉았다.


“난 방방술이오”

“난 도검무.”

“내게 할 말이라는 게 뭐냐?”

“나를 제자로 써줘.”

“뭐?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네가 나를 얼마나 안다고?”

“산채에서 쫓겨나오면서부터 생각했던 거야.”

“이유가 뭔데.

나 같은 반편이에게 뭘 원하는데?”

“난 진짜 무인이 되고 싶어.”

“고수가 돼서 남을 괴롭히려고?

나는 그런 놈은 절대 용납을 못 한다.”


방방술은 머뭇거리며 마음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난 정의를 구현하는 무인이 되고 싶었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지.

나쁜 놈, 밑에서 일하고 악행을 일삼았으니.”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다.

나쁜 놈도 맞고.”

“어라, 자학하네.”


“하지만 양치 밑에서 늘 괴로웠어.”

“그건 또 무슨 소리냐.

하오문의 양치 말하는 거냐?”

“도적 광적의 부하가 아니고 양치 밑에서 일한다고?”

“맞아”

“그럼, 산채에서 부하 놈들이 말하던

양치의 오른팔이 너냐?”

“맞아.”

“그럼, 하나만 묻자.

남궁 세가를 불태울 때 너도 있었어?”

“아니, 난 그땐 하오문에 없었어.”


“정의로운 무인이 되고 싶었다면서 양치같이 교활한

양아치 밑에서 일하는 이유가 뭐냐?”

“양치가 산적에게 잡혀 있던 나를 구해 줬거든.”

“양치는 그런 놈이 아닌데.

하여간 산적에겐 왜 잡혔는데?”

“산도적들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보고

덤벼들었다가.”

“하여간 사연도 길다.

나는 남을 가르칠 사람이 못 된다.

앞으로 열심히 그리고 정의롭게 살아라.”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어느새 내려왔는지 방방술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아직 할 말이 남았냐?”


방방술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뭐야,

이야기는 끝난 것 같은데?”

“광적의 산채와 양치를 무너뜨리고 나면 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아니,

난 너를 가르칠 그릇이 못 돼.”

“그때 날 죽일 수도 있었는데,

왜 날 살려줬어.?”

“악인이긴 했지만,

강직함이 보였기 때문이다.”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 없을까?

많은 건 바라지 않을 게 바른길로 갈 수 있게 도와줘.”


나는 방방술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악인에게서 찾을 수 없는 간절하고 애절한 눈빛이 보였다.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단 거지?

그럼, 이번 일이 끝나고 나서 생각해 보자.”

“고마워, 고마워.”

“난 허락한 게 아니란 말이다. 알겠어?”

“고마워, 고마워.”


방방술은 땅바닥에 엎드려 넙죽 절을 했다.

난감하다.


“하오문과 산채를 치려면 네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어떻게 도우면 될까?”

“오늘 내가 올라가 있던 나무 밑에

조그만 항아리 하나를 묻어 놓고

급한 소식이 있을 때마다 편지를 넣을게.”

“새 소식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지?”

“산채에서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의 천을 묶어 놓을 거야.

새 소식은 파란색,

확인하고 나면 붉은색으로 걸면

서로 쉽게 소통이 되겠지?”

“그것 말고는 없어?”

“흑수막 소식이나 하오문이 관련된 것은 귀담아 들어줘.”

“알았어.”

“그리고 산채의 두목, 광적이란 놈은 어떤 놈이야?”

“사람들이 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

‘광동 땅에서 양아치 짓은 양치,

산만 한 덩치로 좀스럽기로는 ‘광적이 최고’라 한 대.”

“알았어.”


산채로 돌아가는 방방술의 뒷모습에 빛이

보일 것도 같다고 생각했다.


둘을 숨겨 놓은 동굴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길과 우비룡은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내가 들어서자 우비룡이

먼저 달려 나왔다.


“어, 우리 일착, 도검무 왔네.”

“별일 없었어?”

“응, 남하 누나가 잘 챙겨줬어.

근데 일착, 그 수염은 어떻게 된 거야?”


역시 아이답다.

숨김이 없다.


“응, 누나가 굉장한 미인이잖아?”

“그래, 맞아 마음씨도 곱고.”

“집적거리는 놈들이 한둘이라야 말이지.

그래서 약초로 수염을 그린 거야.

내가 나이가 들어 보여야 덜 무시할 것 같아서.”

“그렇게 된 거구나.”


우비룡은 비로소 이해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날이 밝으면 같이 가서 전서구를 날리자,

그리고 산채와 하오문 놈들을 박살 낼 수 있게 머리를

짜보자.”


“알았어.

난 일착과 같이하는 것이라면 뭐든 좋아. 히히”


우비룡의 목소리가 밝기만 하다.

전서구를 날린 다음 날,

비룡의 집에서 보낸 긴 편지를 전서구를 통해 받았다.

이제 산채를 습격해 악의 부리를 뽑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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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거부의 딸 만설령 +1 22.06.11 254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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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검 한 자루에 목숨을 걸고 +2 22.06.01 288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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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산채를 접수하다 1 22.05.30 284 12 14쪽
22 화전민촌과의 인연 +2 22.05.28 297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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