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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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마
작품등록일 :
2022.05.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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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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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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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DUMMY

법조 스님이 연 금강선원은 을지로에 있어서 이영철 사무실과 가까웠다.

급하게 왔는지 숨을 몰아쉬며 법조 스님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영철은 미리 준비한 물잔을 건넸다. 법조 스님은 물을 마신 후 물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된 법조 스님이 물었다.

“정말로 청룡검주를 찾은 겁니까?”

이영철은 청룡검무가 나오는 내용이 있는 페이지를 법조 스님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그의 앞으로 가져갔다.

법조 스님은 소설에서 법조 스님이 주인공에게 청룡검무를 가르치는 문장을 주의 깊게 읽고는 고개를 들어 이영철 시장을 바라보았다.

“내가 청룡검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스승님과 사신회 가주님들뿐입니다.

스승님은 지리산 암자에만 거주하셨으며 청룡검주 관련한 사항을 남에게 털어놓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주님들이 남에게 사신회 관련 사항을 말할 리가 없지요.”

이영철은 동의했다.

“당연합니다. 가주님들의 입은 무겁습니다. 절대 타인에게 회와 관련된 사항을 털어놓을 분은 없습니다.”

법조 스님은 답답한 듯 가슴을 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사실을 알고 소설에 청룡검무를 자세하게 쓸 수가 있겠습니까?”

“작가입니다. “

법조 스님의 머리에 벼락이 내리쳤다.

“작가? 그렇군요. 제가 작가를 잊었습니다. 거사님은 작가가 청룡검주라고 판단하시는군요.”

“예, 맞습니다. 작가가 어떻게 법조 스님을 알고 청룡검무를 아는 지는 작가를 만나보면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법조 스님은 이영철의 제안에 수긍했다. 작가 본인이 청룡검주이거나 최소한 청룡검주가 누군지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이영철은 비서를 불러 ‘인간 마켓’을 쓴 작가 각현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가을출판사의 황병훈 사장은 명동사채란 말을 듣고 작가에 대한 정보를 술술 불었다. 황 사장은 이영철 사장의 금권력을 잘 안 탓이다.

이영철과 법조 스님은 비서가 건넨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적힌 종이를 읽어본 후 놀랐다. 법조 스님이 말했다.

“작가가 고등학교 학생이라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출판사가 준 정보이니 거짓은 아닐 겁니다. 단지 그의 성이 청룡 가문의 정 씨가 아니니 청룡 가문은 아닌 게 확실하군요.”

“그렇다면 작가가 고등학생이니 청룡검무를 안다는 의미는 청룡 가문과 연관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군요.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작가를 직접 만나서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로 판단이 됩니다.”


이영철은 시계를 본 후 법조 스님에게 말했다.

“오늘은 늦었고 내일 같이 작가를 만나러 가지요.”


다음 날 새벽에 출발한 운전사, 경호원, 이영철 사장과 법조 스님을 태운 자동차가 고등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열 시였다. 여름방학 기간이지만 대학 입시를 위한 스터디 그룹은 매일 학교에 나와서 나의 강의를 들었다.

영어는 삼위일체를 한번 끝내고 재강의 중이었다. 수학은 공통수학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반기에는 속도를 올려 두 번 더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할 계획이었다. 단전 호흡 덕분에 급우들이 잘 따라오는 덕분에 진도는 계획대로 나가고 있었다.


오늘 당직 교사는 구조역학을 가르치는 김태문이었다. 그는 교무실에 온 이영철 일행으로부터 방문 목적을 듣고 그들을 교무실 옆에 있는 상담실로 안내했다.

“잠시만 기다리면 임선규 학생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김태문 선생은 우리 반으로 와서 나를 불렀다.

“너를 만나러 온 사람들이 있다. 지금 상담실에 있으니 빨리 가서 만나 보거라.”

나는 의아심이 생겼지만, 급우들에게 이야기하고 교실을 나와서 상담실로 갔다.


상담실 밖에는 거구의 사내가 서 있었다. 그는 내가 다가가자 이름을 물었다. 나의 대답을 듣자 상담실 문을 열어 주었다.

상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두 사람이 서 있었는데 머리를 깎은 스님이 먼저 눈에 확 들어왔다. 비록 그의 얼굴이 예전보다 젊었지만, 단번에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법조 스님.”

초조하게 작가를 기다리던 법조 스님은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교복을 입은 학생의 몸에서 청룡의 기운을 느꼈다.

머리가 먼저 알았다.

‘틀림없는 청룡검주다.’

그때 학생이 ‘법조 스님’이라고 반갑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미타불. 법조입니다만, 어떻게 저를 아시나요?”

나는 반가운 표정을 짓고 법조 스님을 만나면 어떻게 설명할지 미리 정한 시나리오대로 말했다.

“작년 겨울에 예지몽을 꾸었습니다. 꿈에서 법조 스님은 저에게 단전 호흡과 청룡검무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두 사람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 후 법조 스님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러니까, 꿈에서 저를 만났고 청룡검무를 배웠다는 말이군요.”

“예. 꿈에서 깨어났는데도 불구하고 꿈속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스님이 가르쳐 준 대로 단전 호흡과 청룡검무를 시험 삼아 해보았는데 현실에서 가능하더군요. 그 이후로 매일 꾸준하게 단전 호흡과 청룡검무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꿈에서 본 것들을 현실에 적용할 수가 있어서 저는 제가 꾸었던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예지몽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법조 스님과 이영철은 나의 설명에 수긍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만나지 않은 법조 스님을 어떻게 알며 청룡검무를 연습할 수 있겠는가? 신기한 일이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정신을 차린 법조 스님은 나에게 이영철 사장을 소개해주었다.

“이분은 명동에서 사업하시는 이영철 사장님이라고 하네.”

“안녕하세요. 임선규입니다.”

“자네를 만나서 반갑네. 앞으로 이야기할 사항이 많으니 먼저 편안하게 앉게.”


우리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이영철 사장이란 사람이 왜 법조 스님과 함께 내려왔는지 궁금했다. 이전 삶에서 나는 이영철 사람에 대해서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내가 보기에 그는 바위처럼 매우 단단한 거목이었다.

나는 속으로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이영철 사장이 가진 나에 대한 호감도를 물었다.


<이영철의 나에 대한 감정

호감도 : 70%

적대감 : 0 %>


의외로 그는 나에게 높은 호감도를 가지고 있었다. 법조 스님에 대해서는 알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가 가진 호감도는 이영철보다 높을 것이 분명했다. 이영철 사장의 호감도를 알고 나니 적이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영철 사장은 나를 직시하면 조용하게 물었다.

“자네가 소설 ‘인간 마켓’을 쓴 각현 작가인가?”

“예, 맞습니다.”

내가 ‘인간 마켓’을 쓴 작가임을 확인한 이영철은 잠시 뜸을 들인 후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다른 사람에게 들은 내용을 말하지 않겠다고 먼저 맹세부터 하게.”

나는 이영철의 말을 듣고 잠깐 고민했다. 내가 관심 있는 사람은 법조 스님이지 이영철 사장은 아니다. 나는 잠자코 법조 스님을 쳐다보았다. 법조 스님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제야 안심한 나는 맹세를 하였다.

“저 임선규는 오늘 이 자리에서 듣는 어떤 내용이라도 타인에게 말하지 않음을 맹세합니다.”


나의 맹세를 듣고 난 후 이영철은 입을 열었다.

“나와 법조 스님은 구한말에 나라를 외세로부터 지키겠다고 맹세한 구국 결사 단체인 사신회의 후손들이다.”

‘사신회?’ 이전 삶에서 전혀 들어보지 못한 조직이다.

“사신회는 청룡, 주작, 백호 현무 네 가문이 이루어져 있네. 그중에서 청룡 가문은 사신회를 이끄는 회주였었지.

그런데 초대 청룡회주가 동학혁명 때 죽으면서 청룡 가문이 소리 없이 사라졌네. 그 후부터 회주를 선출하지 못한 사신회는 지금까지 아무런 외부 활동을 하지 못했네.”

이제야 왜 사신회 이름을 듣지 못한 이유가 밝혀졌다.


“사장님이 사신회에 대한 내용을 저에게 말한 이유는 제가 혹시라도 청룡 가문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네. 자네가 예지몽에서 청룡검무를 배웠다고 했지만 청룡 검무를 제대로 익히려면 청룡 가문의 피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룡검무를 연습하더라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전이 없네.”

“아! 그렇군요.”

이때 듣고 있던 법조 스님이 말했다.

“자네가 청룡검무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청룡 가문의 피를 가졌다고 주장하기는 이르네.”

“그렇다면 어떻게 제가 청룡 가문의 후손이라고 증명할 수 습니까?”

“청룡검의 인정을 받으면 되네.”


이전 삶에서 법조 스님의 암자에 보관된 청룡검을 보았었다. 법조 스님은 청룡검을 직접 만져보는 행동은 금했지만, 떨어져서 보는 것은 허용했다.

당시 청룡검을 보면서 나는 검으로부터 어떠한 느낌도 받지 않았었다.

그래서 궁금하여 물었다.


“어떻게 청룡검의 주인임을 증명합니까?”

“나중에 내 스승님이 보관한 청룡검을 손에 쥐면 자연스럽게 알 수가 있네.”

“아······ 예.”

이어서 이영철이 물었다.

“혹시 자네 집안이나 외가에 정씨 성을 가진 분들이 있는가?”

“제 외가 성이 정씨 입니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외가는 어느 지방에 있는가?”

“제가 알기로 여기 토박이로 알고 있습니다.”


그제야 이영철 가주는 그들이 왜 청룡 가문을 찾지 못한 이유를 깨달았다. 동학혁명 이후 청룡 가문은 혹시 있을 관의 탄압을 피하고자 경성을 멀리 떠난 탓이다.

세 가문은 서울 경기 지방에서 청룡 가문을 찾았으니 실패가 당연했다.

원래 청룡검주 정희준의 가문은 서울에서 소문난 부잣집이었다. 힘이 없어서 외세에 좌우되는 나라 상황을 보고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을 모아 사신회를 조직했다.

당연히 무술이 뛰어나고 재물이 많은 그가 사신회 회주가 되었다. 그는 결혼하고 아들이 태어난 지 일 년 후에 일어난 동학 난에 참가하여 외세에 저항하려는 마음을 먹었다.

그는 동학혁명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집안의 재물을 전부 팔아서 일부만 부인에게 주어 경성을 떠나서 멀리 피신하라고 일렀다.

나머지 재물은 주작 가문의 이주환 가주에게 주면서 만약에 그가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의 아들이 장성할 때까지 임시로 회주를 맡아 회를 이끌도록 부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란군의 전황이 불리해졌다. 정희준 회주는 죽음이 곧 임박했음을 알았다.

전쟁에 참가한 사람 중에서 무원이라는 중에게 단전 호흡과 청룡 검무를 가르쳐준 후 청룡검을 주어 성을 벗어나 그의 가문에 전하도록 안배하였다.

무원 스님은 정희준의 도움으로 관병을 피해 공주를 무사히 벗어난 후 청룡 가문을 찾고자 경성에 갔지만, 이미 지방으로 이사 간 가족들을 만날 수 없었다.

그가 청룡 가문을 찾는다고 돌아다니는 동안 공주성이 무너지고 정희준은 관병이 쏜 화살에 맞아 죽었다.

그 소문을 들은 무원 스님은 청룡 가문을 찾는 일이 관에서 알까 두려워 이주환 가주를 찾아가서 모든 일의 경과를 설명했다.

이 후 청룡검을 가지고 지리산으로 가서 암자를 짓고 제자를 기르면서 후일을 대비했다.

무원 선사의 마지막 제자인 광법 선사가 암자와 청룡검을 물려받았다. 이제 무원 선사의 사손인 법조 스님을 통해 나와 인연이 이어졌다.


정말 길고 긴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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