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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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마
작품등록일 :
2022.05.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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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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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DUMMY

까까중머리에 교복을 입은 조재석이 면접실에 들어왔다.

블라인드 채용이라 면접자가 고등학생인 줄 몰랐다.

나는 그가 제출한 입사 지원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어셈블리어로 만든 간단한 워드프로세서를 지원서에 첨부했다.

첨부한 코딩이 맞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프로그래밍 순서도를 보니까 로직은 완벽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지원자 중에서 가장 우수했다.

그런 그가 고등학생이라니!


조재석은 주뼛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오늘 면접관은 나와 윤종용 대리 두 사람이었다. 박 사장은 다른 업무가 있어서 오늘 면접에 불참했다.

내가 먼저 물었다.

“저는 경영전략실의 임선규 실장이고 옆에 있는 직원은 인사팀 윤종용 대리입니다.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할까요?”

“저는 한중 공업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조재석입니다.”

“조재석 군이 제출한 프로그램을 자세 살펴보았습니다.

비록 기능은 적지만 제가 생각하는 워드프로세서에 근접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조재석은 나의 칭찬을 기쁜 표정을 지었다.

“지케이전자는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할 계획입니까?”

“우리가 개발하려는 소프트웨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조재석 군은 어디에서 프로그램 언어를 배웠습니까?”

“제 아버지가 대기업 부장으로 미국 LA에 3년간 지사장으로 근무했습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가 LA에 살았으며 저는 현지 고등학교에서 평상시에 관심이 있던 컴퓨터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동호회는 스탠포드에 있는 서버와 연결하였기에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험할 수가 있었습니다.”

“조재석 군 정도의 수준이면 충분히 미국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다닐 기회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이 되는데요?”

“예리하시군요. 스탠포드 대학에서 입학 제안이 왔었습니다만, 제가 한식을 좋아하고 가족과 떨어져서 외톨이 생활할 자신이 없어서 부모님과 함께 귀국했습니다.”

“흠···.. 합격한다면 학생이라 공부와 회사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방안이 있습니까?”

“예. 평상시는 주말에 근무하고 처리하지 못한 업무는 집에서 하겠습니다.

방학 때는 평일 출근하여 근무하고요.”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는 독자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자다.

출퇴근이 문제였다.

이를 잘만 해결하면 유용한 인재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일단 근무는 월.수.토요일로 하되 회사가 조재석 군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회사 차량을 학교에 보내겠습니다.

평일에는 저녁을 제공하고 토요일은 점심을 회사가 제공하지요.

근무 시간은 조재석 군이 정하면 됩니다.

단 평일은 다음날 수업을 고려해서 밤 10시 이후는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조재석은 나의 제안을 듣고 매우 좋아했다.


“저는 조재석 군이 학교 공부도 잘해서 대학에 가기 바랍니다. 그러면 특례 혜택을 받아 군 면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


이용진 교수와 조재석을 제외하고도 지원자 중에서 인재가 많아서 선별에 시간이 걸렸다.

아직 국내는 외국 회사를 제외하고 제대로 컴퓨터 관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가 없어서 관련 인재들이 응시한 탓이었다.

의외로 디지털 시계와 카세트플레이어 개발에 지원하는 인재가 없어서 2차로 뽑기로 하고 소수만 뽑았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라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했다.

어중이떠중이 모여서는 도움이 되지 않은 까닭이다.


최종적으로 디지털 시계 개발 1명, 카세트 플레이어 개발 2명, 마이크로컴퓨터 하드웨어 개발 12명, 소프트웨어 개발 15명을 뽑았다.


또한 관리직과 영업팀도 보강했다

은성전자에서 경력을 쌓은 안영준 씨는 자재팀장으로 해외 투자업체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학연 씨는 재무팀장으로 뽑았다.

대영물산에서 해외 영업 경험을 쌓은 지한종 씨를 해외영업팀장으로 채용했다.


이로써 회사 초기 조직은 완성되었다.

모두 12월부터 근무한다.


*****


육상연맹에서 학교로 공문을 보냈다.

내가 육상부문 국가대표로 선정되었으므로 조속히 태릉선수촌에 입소하라는 내용이었다.

학교 수업과 사업 때문에 선수촌 입소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년에 몬트리올 올림픽에 참석하려면 국가대표선수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 학교나 내가 선수촌에 입소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훈련을 하겠다고 제안하면 연맹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그래서 박문성 의원에게 부탁하였다. 그의 힘으로 나는 일요일 아침에만 태릉선수촌에서 훈련받는 것으로 승인받았다.

육체적으로 힘을 기르는 일은 매일 아침에 청룡검무를 연습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지만, 경기장에서 실제로 달리는 기법은 전문 코치에게 배울 필요가 있었다.

연맹에서 최주영 육상 코치를 나에게 붙여줬다.

삼십 대 초의 그는 예전에 육상 선수로 활약한 후에 코치로 전향하여서 경험이 풍부하여 도움을 많이 받았다.


*****


지케이전자 정명철 공장장에서 커피자판기 시험용 제품을 만들었다고 연락받았다.

그동안 형이 커피숍이나 다방을 다니면서 확인한 커피 혼합 비율과 내가 기억하는 커피믹스 비율을 가지고 집에서 테스트를 거쳐 비율을 확정했다.

무게로 커피:프림:설탕 비율은 1:2:4, 부피 비율로 환산하면 대략 1:1:1 된다.

다방 커피는 설탕이 대략 1.5배에서 2배가 더 들어간다.



구로 공장에 나와 형, 매형, 김영한 사장 내정자와 함께 갔다.

반갑게 우리를 맞는 정 공장장의 안내로 자판기가 놓인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

공장 내부는 부도 여파로 장비들이 팔려서 훤했다.

커피 자판기 옆에는 두 명의 근로자 서 있었다.

커피 자판기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동전 투입기에 들어가는 동전은 10원, 50원, 100원으로 제한되었다.

메뉴도 커피, 코코아, 율무 세 가지였으며 설탕과 크림을 추가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배출구가 2개로 하나는 커피가 담긴 커피가 나오는 곳이며 나머지 배출구에서 컵 홀더가 나온다.

뜨거운 커피에서 손을 보호하는 커피 컵 홀더는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 특허를 신청했다.


그리고 내가 죽는 때까지 커피 자판기에 컵 홀더를 주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컵 홀더 배출구가 설치된 커피 자판기도 역시 특허 등록을 신청했다.


자판기의 핵심은 동전 인식이다. 공중전화기에 적용된 동전 인식 장치를 채용했다.

자판기 부품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했다.

그러므로 조립 제품이라 일본 제품의 복사판이었다.

부끄럽지만 기술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것이 최선이었다.


커피 자판기를 본 세 사람은 놀랐다.

나에게서 설명을 들었지만, 실물을 눈으로 보니 느낌이 전혀 달랐다.

공장장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좁은 공간에 여러 부품을 설치한다고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리 기술자들이 해결했지요.”

“정말 멋진 제품입니다. 고생하셨어요.”

“아마 자판기가 만든 커피를 마셔보면 더 놀랍 겁니다.”


공장장은 주머니에서 100원 동전을 투입구에 넣었다. 그러자 메뉴와 가격 표시등에 불이 들어왔다.

가격 표시등에 보인 가격은 원화 50원이었다.

커피 가격을 정한다고 고민했었다.

커피 한 잔 가격의 재룟값만 20원이다. 이것저것 인건비와 자판기 가격을 더 하면 30원에 육박한다.

거기에 자릿세 10%를 추가하면 커피 한 잔 원가는 35원.

한 잔에 50원이면 15원 이익이 나온다.

하루에 200잔이 팔린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대략 4만 원 이익을 얻는다.

자판기 200대를 설치하면 일 년에 1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자판기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10억까지 가능하다. 시시한 대기업 수준의 매출과 이익이다.

이권이 걸린 사업인 만큼 빨리 시작하는 게 유리했다.


공장장이 나를 보며 말했다.

“실장님이 메뉴를 골라보시죠?”

나는 커피를 눌렀다. 그러자 컵이 내려지고 커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동시에 잔돈 50원과 컵 홀더가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보고 사람들은 감탄했다.

컵 홀더를 꺼내서 살펴보았다. 보기에도 깔끔하고 괜찮았다.

그것을 커피 컵에 끼우니 딱 맞았다. 뜨거운 커피 컵의 느낌이 사라져서 쥐기에 딱 좋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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