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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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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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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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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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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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 도박 (6)

DUMMY

6.


죠죠의 비명에 열한 명이 넘는 경비원들이 동시에 총을 뽑았다. 허나 거기까지였다.


“움직이지 마!”


스그그극-!


이원이 한 번 외치는 것과 동시에 열한 구의 총들이 모두 반으로 갈라졌고, 경호원들의 목에선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공간 절단]. 이원이 각성자로서 가진 능력이자 콜로세움 호에서 키메라의 목을 잘라낼 때 사용했었던 기술. 사용 전에 마나를 미리 퍼뜨려놔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마나를 못 느끼는 존재들에겐 즉사기나 다름없었다.


한편 손목을 붙잡힌 죠죠가, 고통에 신음하며 입을 열었다.


“끄으으... 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내가 손기술이라도 부렸다고 생각하나?”


“아뇨. 그럴 분도 아니고, 그럴 재주도 없으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그럼 뭔가? 돈 잃고 화내는 건가! 끄으...”


“아뇨. 화내는 게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블러핑만 시도하면 다 잡힌다는 게.”


“포... 포커 잘 치는 것도 죄인가?”


“아뇨. 실력이라기엔 너무 수상할 정도로 정확해서 말인데... 이거 마킹카드 아닙니까?”


“무... 무슨 소리인가! 확실한 정품이야! 구매처도 밝힐 수 있... 끄으윽!”


“마킹 카드에도 종류가 있죠. 처음부터 마킹카드로 만들어 진 게 있고... 정품 카드에다가 특수 잉크를 발라서, 특수 렌즈를 낀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카드도 있습니다.”


‘렌즈’라는 단어에 순간 움찔하는 죠죠. 이원이 그의 얼굴로 손을 뻗어.


꾸욱-


눈을 뒤졌다.


“아악! 아아아악!”


“움직이지 마십시오. 평생 애꾸로 살고 싶지 않으시다면 말입니다.”


이원의 손가락이 왼쪽 눈에서 떨어질 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오른쪽 눈, 오른쪽 눈에서 떨어졌을 땐.


“그럼 그렇지.”


“끄으으...”


그의 검지손가락 위에는 연푸른 빛깔을 띠는 렌즈, [진실의 눈]이 들려져 있었다. 이원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게임 시작 전의 일 기억하십니까? 저는 아내 될 사람과 얘기하기 위해 낀 인이어도 자진신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죠죠 씨, 죠죠 씨는 이게 뭡니까?”


“그... 그건... 그냥 눈이 나빠서...”


“아하.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정말 시력 때문에 낀 건지, 제가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 안 돼!”


죠죠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원은 렌즈를 자기 눈에 꼈다. 그리고 모르는 척 카드를 확인했다.


“흐음. 카드엔 별 문제없는 것 같군요.”


“내... 내가 정품이라 하지 않았나!”


“아뇨. 아직 안 끝났습니다.”


그리 말한 이원이 죠죠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질문했다.


“정말로. 이 게임에 부정이 없었습니까?”


“... 어... 없었네...”


“얼굴은 왜 가리십니까?”


“그... 그건...”


“그 손 치우시지요. 반대쪽 손 평생 못 쓰고 싶지 않으시다면 말입니다.”


뚜둑-


“으윽!”


고통에 손을 내려놓는 죠죠. 그런 죠죠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원이 다시 한 번 물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정말로 이 게임에, 일말의 부정도 담겨 있지 않았습니까?”


“...”


“무언은 긍정으로 치겠습니다.”


“... 너... 너 이 자식! 처음부터 다 알고 있던 거 아닌가!”


“그게 중요합니까? 중요한 건 저는 인생이 걸린 게임에서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했고, 죠죠 씨는 부정을 저질렀다. 그거 하나뿐입니다. 포커는 신사의 게임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린 죠죠. 그런 죠죠를 바라보던 이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합시다. 이 일은 영원히 비밀로 하는 대신, 판돈은 전부 몰수. 그리고 이 렌즈와 CCTV 영상 파일까지 모두 증거물로 제가 갖는 걸로 말입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 이... 이건 무효야. 인정할 수 없-”


“죠죠.M.더크.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순간 지켜보고만 있던 경호원들까지 움찔한 그 때, 이원이 죠죠를 냉랭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나한테 손목만 잡힌 것 같아? 내가 쥐고 있는 건 당신한테 돈 잃은 도미니티카 사냥개들 목줄이야. 당신 목숨줄이라고.”


‘도미니티카’라는 단어에, 순식간에 얼굴이 회색빛으로 변해버린 죠죠.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눈앞의 남자가 입 한번 뻥긋하면, 자신은 벌집이 돼 버린다는 사실을. 사실상의 노예가 돼 버린 건 바로 자신이었음을.


한편 이제야 상황파악이 됐냐는 듯 헛웃음을 내비친 이원. 옷매무새를 한 번 가다듬은 그가, 죠죠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죠죠 씨.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 없네...”


---


썬피아 호텔의 로비.


“두 분 모두 즐거운 시간 보내셨길 바랍니다.”


“자알 놀다 갑니다.”


“... 안녕히 계세요.”


들어갈 때 입장 코드를 확인하던 덩치가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을 뒤로 한 채, 이원과 아라 두 사람은 당당하게 걸어서 빠져나왔다.


저벅- 저벅-


블루스 호로 돌아가는 길. 우주정거장 천장 조명엔 보름달이 둥글게 뜬 가운데, 이원은 자꾸만 뒤쪽을 살피는 아라에게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걱정 마. 누구 안 따라붙을 테니까.”


“... 그걸 어떻게 확신해요.”


“지금의 죠죠는 내 비위를 상하게 했다간, 정작 자기가 죽는다는 걸 확실히 알거든. 자기가 속임수 쓴 걸 본 경호원들을 어떻게 입막음할지 고민하느라 바쁘기도 할 거고.”


“... 그럼 다행이구요.”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더 이상 뒤를 살피지 않는 아라. 그녀는 이원과 나란히 걷다가, 조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선장님. 또 작전 도중에 상의도 없이 계획 바꿨네요.”


“... 응? 그치. 문득 안경잡이 눈에는 남의 안경만 보인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그만. 결과가 좋으니 다 좋은 게 아닐까?”


“... 저번에도 그랬다가 저 총 맞았잖아요.”


“근데 그땐 내가 더 많이 맞았는... 미안. 다신 안 그럴게.”


웃으며 넘기려다가 살기를 인지하고 바로 사과하는 이원. 그런 이원의 모습에, 아라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 됐어요. 어차피 또 그러실 거면서.”


“하하하... 이 일이 원래 그렇잖아. 그보다, 나 들어가 있는 동안 게임 좀 했어?”


“... 무슨 게임을 해요.”


“게임 안 했어? 그럼 나 일하는 동안 뭐 했어.”


“그냥...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들어가려고 대기했어요.”


“응? 나 혼자서도 잘 하는데. 걱정 많이 했나 보네.”


“... 아뇨. 전혀.”


“진짜?”


“네. 전혀요.”


“진짜지? 잠깐만 기다려 봐. [진실의 눈]끼고 다시 한 번 물어봐야지- 윽!”


순간 옆구리를 강타당한 이원이 신음을 내뱉는 가운데, 아라가 팔꿈치를 접으며 말했다.


“자꾸 장난치시면, 앞으로 일주일 동안 식탁에 가지랑 우엉만 올릴 거예요.”


“그... 그건 좀 치명적인데. 아하하...”


“...”


이원이 한 대 얻어맞은 이후로도, 두 사람은 블루스 호로 돌아가는 길 내내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주제는 당연히 이원이 특실 안에서 죠죠를 낚아먹은 이야기. 사건의 전말을 전부 전해들은 아라가 조용히 물었다.


“마지막 패는 뭐였는데요?”


“응? 그냥 개패였지. 그래야 죠죠가 따라올 테니까.”


“... 위험하게 했네요. 저였으면 그냥 처음부터 눈부터 뽑았어요.”


“그럴까도 생각했는데... [진실의 눈]만 챙기고 가면 수지가 안 맞잖아? AC-03 온다고 쓴 워프 비용도 만만찮았고, 반지 맞추고 너 지금 입은 드레스 맞추고 한 거 생각하면 땡겨올 건 땡겨와야지.”


“... 그건 그렇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둘의 거처, 블루스 호에 도착한 두 사람. 우주선에 탑승하기 직전에, 이원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맞다. 아라야.”


“... 네. 왜요.”


“그... 너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 하니까 생각난 건데...”


이원의 말에 아라는 은근슬쩍 자기 옷과 이원의 얼굴을 연신 번갈아 쳐다보다가, 내심 기대하는 듯한 투로 물었다.


“오... 옷. 이게 뭐요.”


“결국 미인계는 내가 쓴 셈이 됐으니까, 이번에 아라 니 몫은 없- 윽!”


---


[ ‘에드’ 님께 홀로그램 통신을 요청하는 중입니다. ]

[ 연결됐습니다! ]


블루스 호로 돌아오자마자, 이원은 에드와에게 연락을 했다. 걱정하느라 엄지손톱을 걸레짝이 될 때까지 씹은 에드는, 이원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자마자 눈을 밝히며 소리쳤다.


- 훌륭해! 나는 죠죠가 먼저 다가온 순간 작전이 완전히 망가진 줄 알았는데, 전화위복이 돼서 죠죠를 완전히 벗겨먹어 버렸네?


“그... 그렇지. 뭐.”


- 근데 왜 자기 어디 아픈 목소리야? 혹시 죠죠 그 자식한테 벌써 보복이라도 당한 거야?


“아니. 죠죠보다 좀 더 무서운 사람한테 보복을 당해서...”


- 무서운 사람? 그게 누군데?


순간 이원은 뒤에서 가지를 볶는 아라의 시선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는 말하려던 입을 다시 닫고, 화제를 돌렸다.


“... 일 얘기나 하자. 에드 네 몫 입금한 건 확인했어?”


- 아유. 확인했지! 역시 자기 이런 거 하난 빠르단 말야. 그렇다고 다른 것까지 빠른 건 아니겠지? 호호호!


“... 다음에 또 쓸 만한 정보 들어오면 연락해.”


- 그래. 아. 맞다. 자기 그거 알-


치지지직-!


에드의 말을 끊으며 들어오는 짙은 노이즈. 이원이 귀를 에드 쪽으로 향하며 되물었다.


“... 응? 방금 노이즈 때문에 못 들었어. 뭐라고?”


- 자기 아버지... 도미니티카... 중립구역 침략...


치지지지지직-!


노이즈가 점점 심해지더니, 이내 사라지는 에드의 홀로그램. 이원이 홀로그램 통신기를 툭툭 치며 중얼거렸다.


“아라야. 이거 기계 고장 난 거 같은데?”


“그럴 리가요. 그거 산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근데 이거 완전히 맛탱이 갔는데?”


“... 또 홀로그램 통신기로 이상한 사이트 들어가셨던 건 아니겠죠.”


“아니. 그건 진짜 잘못 누른 거였다니까? 아라 너도 봤잖아?”


“그... 그렇긴 한데...”


순간 얼굴을 붉히는 아라. 그 ‘실수’에 자기 지분이 어느 정도, 아니. 꽤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이원은 그리 신경쓰지 않는듯 혼잣말하듯 중얼거릴 분이었다..


“흐음. 그나저나 대체 이거 왜 이러지? 기계가 아라 가지볶음 냄새 맡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리도 없고... 미안!”


널어 놓었던 수건을 집어든 아라가 이원과 좁은 선내에서 술래잡기를 하던 그 때.


- 아. 연결됐나? 연결됐나? 연결됐나?


홀로그램 통신기에서, 처음 보는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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