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2.06 23:00
연재수 :
164 회
조회수 :
239,716
추천수 :
4,553
글자수 :
854,709

작성
22.11.17 23:00
조회
456
추천
17
글자
11쪽

여전히 존재한다.

DUMMY

158. 여전히 존재한다.


‘CK 차트’ 생방송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승제 너 펑펑 울까 봐 따라왔는데.. 괜히 왔는데?”


“아! 부장님! 그때는..”


“크크크. 조카에게 못 보여줘서 아쉽고 또 아쉬워라.”


“아..”


“하하하. 일주일 정도 쉬고 다시 움직이자.”


“네!”


“지금까지는 음방이 전부라 경우가 로드 업무까지 했지만, 이제는 경우 혼자 힘들 거야. 그래서 로드 한 명 더 채용할 생각이거든? 혹시 원하는 스타일 있어?”


AG 엔터가 직원 채용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인성이었다.


풀썸이 데뷔하고 미니 1집으로 활동할 때까지는 내가 전담하고 있어서 이경우나 박빛나, 서이나의 인성이 중요했지 그들의 성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팀 최승제’, ‘팀 정채연’으로 합류할 직원들도 인성이 최우선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풀썸때처럼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닐 수 없기에 팀원들은 승제나 채연이가 원하는 스타일로 채용하고 싶었다.


“음.. 붙임성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많으니까요.”


“알겠어. 전담 코디도 한 명 붙을 거야.”


“전담 코디까지.. 감사합니다.”


“고맙기는.”


먼저 내려간 이경우가 주차장 입구에서 시동을 켜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경우는 이제 휴가네?”


“으흐흐. 네. 일주일! 잘 놀다 오겠습니다.”


매니저의 잘못이 연예인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잘 놀다 오겠다는 경우의 말에 전혀 걱정되지 않는 이유는 경우의 일주일이 눈에 훤했기 때문이랄까.


게임 전용 방으로 개조된 작은 방에서 시간 대부분을 보낼 게 뻔했다.


“밤새 컴퓨터 하는 건 안 말리는데, 비상 걸리면 휴가라도 와야 하니 하루에 한 번은 씻어라.”


“부장님! 저 하루에 샤워 두 번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


“아니! 그래? 는 무슨 반응입니까?”


“출발이나 하라는 의미.”


“헐..”


“출발!”


“헐!”


차가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경우야. 저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을 만큼만 가까이 가서 세워봐.”


“저 사람들이요? 축구부요?”


“응.”


“네.”


적당한 거리에 승제의 전용 밴이 주차했다.


딱 봐도 연예인 밴, 그리고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온 밴이 멈춰서자 경우가 말한 축구부 사람들이 힐끗거렸다.


“음.. 경우야. 너 모자랑 마스크 쓰고, 마치 방송국에 뭐 두고 온 초보 로드처럼 뛰어갔다가 와. 그렇다고 완전히 들어가진 말고. 숨어서 한번 지켜봐.”


“네.”


이경우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옷까지 살짝 구겼다.


“갔다 올게요.”


문을 열고 내리는 이경우에게 집중된 축구부의 시선.


이제 막 입사한 로드 매니저처럼 허둥지둥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는 이경우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다시 하던 일을 하려는 축구부.


선팅이 완벽한 밴이었던 만큼 방음도 꽤 잘되는 밴이라 나는 창문을 타이밍에 맞춰 살짝만 내렸다.


“우와! 역시 원영이는 뭔가 달라도 달라! 음방 끝나고 바로 오디션이라니!”


“역시 팬들이 선정한 에이스!”


“노래에! 연기에! 못 하는 것도 없어요! 하하하”


저들의 대화를 귀로 들은 것이 아닌, 저 부분만 글로 읽었다면 칭찬과 응원의 대화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글로 읽은 것이 아닌, 귀로 들은 대화 속에는 가시가 가득했다.


“오늘 원영이 순서지?”


체육 선생님 하면 흔히 떠올리는 복장의 남자가 물었다.


“네!”


“원영이는 빨리 실어 놓고 오디션 보러 가.”


“네.”


원영이라고 불린 남자가 자기 앞에 놓인 가방을 등과 어깨에 멨다.


“꺄악! 오늘은 원영이 차례인가 봐!”

“원영아! 힘내라!”

“누나가 대신 들어줄까?”


양손에 가방에 더해지자 원영이를 응원하는 소리가 더 커졌다.


“부장님..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런데..”


승제의 물음에 시선은 축구부에 둔 채 입을 열었다.


“3년 차 아이돌 일레븐.”


연도의 바뀜에 따라 3년 차, 정확히는 2년 2개월 차, 중소 아이돌 기획사 ‘펌핑 뮤직’ 소속 보이 그룹 ‘일레븐’


데뷔 앨범.. 망했다.


컴백 싱글.. 당시 모든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풀썸 때문에 묻혔다.


지금까지와의 아이돌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변화된 컨셉의 싱글 앨범을 발매했다.


망한 아이돌에서 B급 아이돌 정도로 성장했으니 ‘펌핑 뮤직’ 입장에서는 대성공의 컨셉 변경이었다.


“바뀐 컨셉이 바로 축구부야. 바뀐 컨셉의 첫 곡도 응원곡 스타일이었고. 이번에 발매한 앨범은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곡 외적인 부분에서는 축구부 컨셉을 이어가고 있어. 그래서 무대 의상을 제외하고 멤버들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매니저는 코치나 감독처럼 입고 행동해.”


“아.. 컨셉이라고 하니 조금 이해되네요.. 그런데 저건 뭐 하는 짓이죠?”


승제가 일레븐의 멤버 원영이 혼자 짐을 싣고 있고는 곳을 가리켰다.


“때로는 재미로, 때로는 길들이기로, 때로는 왕따에게 하는 짓 있잖아.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팀원들 짐을 다 들어 주는 거.”


“만화나 애니에서 봤어요.”


“저것도 일종의 컨셉이고 팬 서비스야. 펌핑 뮤직에서는.”


“컨셉.. 팬 서비스.. 이런 말이 붙으니까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네요. 순서도 정해져 있는 것 같고.”


“순서라.. 순서는 정해져 있지..”


“뭔가 있군요?”


“있어. 다른 것도 있고.”


“다 실었나 보네요.. 어?! 아직 안 탔는데?”


원영이가 아직 타지 않았음에도 일레븐 멤버들과 스텝을 태운 두 대의 밴이 출발했다.


“아! 오디션이 여기서 있겠군요. 방송국 안에 다른 매니저가 있나? 다행히 팬들은 다가오지 않네..요.. 응? 그런데 부장님. CK 뮤직에서 드라마도 찍나요?”


오디션 때문에 혼자 남았다고 생각했던 승제가 이상함을 눈치챈 것 같았다.


“없어.”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긴 하네요..”


방송국으로 들어가는 원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경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부장님.


“일레븐 원영이 들어가고 있어”


- 보입니다.


“나올 때 너도 같이 나와.”


- 네.


15쯤 흐렸을까.


일레븐 팬들이 사라진 자리를 택시 한 대가 차지했다.


택시에 올라타는 원영과 동시에 도착한 이경수.


“경수야. 저 택시 따라가.”


“네.”


미간을 좁히고 있는 승제의 어깨를 두드렸다.


“뭔지 몰라도 썩 좋은 모습은 아니네요.”


“응. 펌핑 뮤직도, 일레븐 팬들도, 일레븐이 유명해진 이유를 컨셉의 변경으로 생각하고 있어. 일차적으로는 맞는 말이지.”


꺼져가는 일레븐의 불꽃을 다시 피운 것이 컨셉의 변경이었다면, 점점 타오르는 불꽃에 기름을 부은 존재가 원영이었다.


독특한 컨셉의 아이돌이 방송국 PD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능 섭외가 들어 온 다른 멤버들과 달리, 아이돌보다 배우상에 가까웠던 원영은 드라마 오디션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펌핑 뮤직’이 가장 공을 들였던 오디션이 웹드라마 ‘라이벌’의 고등학교 축구부 주장 역할이었다.


웹드라마 ‘라이벌’이 대박 났다.

당연히 네 명의 주연 중 한 명이었던 원영도 대박 났다.


몇 편의 웹드라마 주연과 조연을 경험한 원영의 연기력도 늘어났다.


비록 조연의 아들로 나오는 조연이었지만, 종편 미니 시리즈에 출연도 했었다.


“그럼 대우가 더 좋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원영이는 배우로, 다른 멤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하게 인지도가 올라갔으면 원영이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좋아졌겠지.”


“아..”


“독특한 컨셉이 팬들에게는 일레븐 그 차제일지 몰라도 예능에는 반짝 써먹기 좋은 재료거든. 예능감이라도 좋았으면 조금 더 오래갔겠지만, 원영이와의 경쟁심이 카메라를 통해 너무 많이 노출됐지.”


‘원영이가 팀을 위해 노력하잖아요! 저도 팀을 위해 노력하고 열심히 하려고요!’라는 말.


처음 한두 번이면 노력하는 자의 의지로 보일 수 있지만, 계속된다면 ‘질투’로 느껴진다.


“아직 기사화되지는 않았지만, 멤버들이 원영이를 따돌린다, 회사가 원영이를 방치한다는 말이 SNS를 통해 나오고 있어.”


“저도 아이돌 경험이 있어서 멤버들이 따돌리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쳐요. 회사의 방치는 이해가 안 되네요. 막말로 원영인가 하는 애가 잘 되면 회사 수익도 올라가는 거잖아요.”


“웹드라마.. 출연료 얼마 되지 않아. 그리고 원영이급 조연의 출연료도 얼마 되지 않고. 하지만, 완전체 일레븐의 수익은 많지.”


“아니! 그런 문제가 있으면 풀어가려고 해야지..”


“커지는 불만을 회사와 담당 매니저가 멤버들의 편을 들어주면서 불만을 억누르고, 그러면서도 원영이의 개인 활동을 허락해 수익과 일레븐의 인지도를 올린다. 하지만.. 지원을 줄이면서 연기 활동이 회사의 책임이 아닌 개인의 선택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멤버들의 불만이 원영이에게 향하는 것을 막지 않으면서 원영이를 가해자로 만들어 모든 것을 감내하게 한다. 내가 SNS를 보고 몇 가지 확인하면서 든 생각이야.”


“몇 살 차이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릴 때는 치고받고 싸우면서 풀었는데.. 요즘은 정치질까지 하네요..”


“일단 내 생각일 뿐이야. AG는 펌핑 뮤직도, 일레븐도 신경 안 썼거든.”


일레븐이 축구부 컨셉으로 컴백했을 때 ‘오!’ 했던 것이 다였다.


“부장님. 도착했습니다.”


원영이 탄 택시와 우리 차가 거의 동시에 도착한 곳은 TNW 방송국이었다.


“경우야. 원영이가 무슨 오디션 보는지 확인 좀 해줘.”


“네. 그런데.. ”


“원영이를 AG로 데려오겠다는 생각은 없어. 혼자서 짐을 싣는데.. 팬들에게는 빛나던 눈빛이 죽어 있더라..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사방에 벽을 치고 깊게 숨어버릴 수도 있어. 알고도 고개를 돌릴 수는 없잖아. 어둠은 한순간에 찾아와. 어둠이 완전히 원영이를 집어삼키기 전에 꺼내려면 누군가는 지켜봐야 하는데.. 펌핑이 그럴 것 같지는 않네.”


“크.. 내가 이래서 부장님을 존경한다니까요! 금방 알아보고 올게요.”


이경수가 나가자마자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왜?”


“멋있어요!”


“AG 엔터가 가고자 하는 길이고, 대표님이 AG 엔터를 세운 이유일 뿐이야.”


“그것도 멋있어요!”


“하.. 든든한 가장이던 최승제는 어디갔냐..”


“그 승제는 집에서 애 보고 있습니다!”


“뭐? 하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2 22.12.07 361 0 -
164 계획은 있다. +3 22.12.06 346 14 10쪽
163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맞이하는 자세. +2 22.11.23 443 14 13쪽
162 정채연(2). +3 22.11.22 377 15 11쪽
161 정채연(1). +6 22.11.20 461 15 10쪽
160 분위기. +6 22.11.19 439 13 13쪽
159 이런 우연도 있다. +6 22.11.18 437 15 12쪽
» 여전히 존재한다. +8 22.11.17 457 17 11쪽
157 AG가 승제 편으로 보낸 바람 씨앗. +8 22.11.16 453 15 12쪽
156 최승제. +6 22.11.15 446 17 10쪽
155 각자의 자리. +8 22.11.13 539 14 10쪽
154 안 대표에게 줄 선물. +8 22.11.12 502 15 12쪽
153 응? +6 22.11.11 523 15 11쪽
152 더러움은 색을 가리지 않는다. +7 22.11.10 513 16 11쪽
151 안하리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 +6 22.11.09 521 17 11쪽
150 네. 잘 들었습니다. +8 22.11.08 514 16 12쪽
149 어쩌다 미국행. +6 22.11.04 575 15 11쪽
148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를 얻다. +6 22.11.03 561 15 10쪽
147 처음 본 안 대표의 약한 모습. +6 22.11.02 581 17 10쪽
146 오른손은 닦고, 왼손은 가공한다 +8 22.11.01 592 15 11쪽
145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6 22.10.30 689 17 12쪽
144 감사, 그리고 고마움 +6 22.10.29 667 16 11쪽
143 겉에 묻은 때를 벗기고. +6 22.10.28 622 15 11쪽
142 때는 꼼꼼히 벗겨야 한다. +6 22.10.27 638 16 10쪽
141 일단 닦아야겠네. +6 22.10.26 660 15 11쪽
140 돌을 살펴보니. +6 22.10.25 673 17 11쪽
139 돌을 올려놓다. +10 22.10.23 723 18 12쪽
138 이럴 때를 대비해 키운 건 아니지만. +7 22.10.22 692 17 12쪽
137 휴가의 끝에서 주운 돌멩이 하나. +5 22.10.21 676 17 11쪽
136 휴가인데 왜 이러고 있는 건지.. +7 22.10.20 700 1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