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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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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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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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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석 자.

DUMMY

1. 이름 석 자.


몸을 돌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방문했던 변호사 사무실의 간판을 바라봤다.


첫 직장이 등을 칼을 꽂았고, 더 빨리 죽으라며 꽂았던 칼까지 뽑아버렸다.


빅 엔터테인먼트.


22살 봄, 재대 다음 날 운전병의 특기를 살려 로드로 입사했다.

남들은 몇 개월, 길어도 1년 뒤에는 전담팀에 들어갔지만, 나는 2년이 지나도 땜빵 로드였다.


내가 매니저로 경험이 없어서, 심지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를 다녀왔기에 사회경험이 없어서, 또는, 내가 능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나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땜빵 로드 3년 차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김무명.


나를 버리고 간 부모님께서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고 보육원 원장이 지어준 이름이다.


없을 무. 이름 명.으로 등록하라는 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던 선생님 덕분에 어루만질 무에 이름 명을 쓰는 김무명이 되었다.


나로서는 처음 가진, 오로지 내 것인 이름이 배우들이 나를 꺼리는 첫 번째 이유였다.


이름은 이름일 뿐, 뜻은 좋다며 관심을 가졌던 몇몇도 이력서와 신상명세서를 본 뒤로는 고개를 흔들었다.


보육원 출신의 고아, 고졸이 끝인 학벌, 사회경험 없음.


종이 한 장에 적힌 내가 걸어온 삶이 두 번째 이유였던 거였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고 이직을 준비 중인 나에게 빅 엔터 대표 아들인 본부장이 달콤한 제안을 했다.


본부장이 직접 캐스팅하고,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신인 여배우의 전담 매니저 자리.


전담 로드도 하지 못했던 나에게 왜 전담 매니저냐는 물음에 당시 본부장은 아주 솔직히 답했다.


-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여배우에게 제일 위험한 것이 바로 스캔들이야. 연예인과 터진 스캔들이면 기레기 탓으로 돌리면 금방 사그라지고 동정 여론도 생기지만, 내부의 인원.. 즉. 매니저나 회사 사람과 관련해 터지면 사실이든 아니든 이미지에 타격이 더 크다는 게 내 생각이야.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요즘은 매니저 얼굴이나 학벌 같은 것도 많이 따지는 시대가 아니냐. 그런데 김 로드는.. 우리 채아와 스캔들 터질 만한.. 알지? 응? -


라고.


솔직히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부장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첫 직업으로 로드를 선택한 이유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타를 직접 키워보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그 꿈 때문에 이직도 뭉그적거리고 있었고, 덕분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 손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


박채아라는 여배우를 전담하고 1년.

나는 전담 매니저의 타이틀을 달고도 여전히 주 업무는 운전이었다.

하지만 불만은 없었다.


적어도 촬영장 밖에서 대기하는 로드가 아닌, 촬영장 안까지 들어갈 수 있는 매니저가 되었으니까.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박채아가 시상식에서 인기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탄 다음 날 아침.

본부장이 걱정했던 일이 터졌다.


[신인상의 주인공 박채아! 기쁨의 포옹일까! 연인의 축하일까!]


제목만 보면 축하하는 것 같지만, 기사 본문 하단에 같이 실린 사진 한 장이 문제였다.


주차장 기둥 뒤에서 박채아가 시상식에서 입었던 드레스 그대로 입고, 누가 봐도 남자인 사람에게 안겨있는 장면.


여기까지가 끝이었다면 배우 인생에 한 번뿐인 신인상에 기뻐하는 여배우와 이를 축하라는 회사 관계자로 포장할 수 있었겠지만, 논란이 되었던 것은 박채아와 함께 사진이 찍힌 남자의 손 위치였다.


허리나 등이 아닌 엉덩이.


당연히 빅 엔터는 수습에 들어갔고, 나는 박채아의 멘탈 관리라는 목적으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세상은 나를 욕하기 시작했다.


[ 빅 엔터테인먼트 본부장..] 으로 시작해, [.. 직원의 인성까지 관리하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합니다. ]로 끝난 회사 입장문 속 나는, 박채아의 매니저가 아닌 그녀를 집착하고 스토커 한 범죄자가 되어있었다.


사형선고 같은 기사까지 바로 터졌다.


[ 박채아 단독 인터뷰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


묵묵히 일하는 모습에 믿음이 갔으며, 신인상을 받기까지 회사와 함께 가장 힘이 되어준 사람이 바로 매니저였다는 박채아의 인터뷰 하단에는 어제까지 모자이크 처리된 남자의 얼굴에 내 얼굴이 박혀있었다.


순식간에 모든 신상이 털렸고, 나는 경찰서로 향했다.


수십, 수백, 수천, 어쩌면 수만 번 내가 아니라고 외쳤던 것이 통했을까, 1년 만에 무죄로 판결받았다.


하지만 나의 무죄 선고. 그것이 끝이었다.


억울함을, 사라진 1년을 보상받기 위해 무죄를 밝혀준 무료 법률 상담소의 변호사를 통해 빅 엔터와 처음 기사를 낸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며칠 후,

변호사가 죄송하다는 말을 끝으로 수임을 포기했다.

경찰은 기다리는 말뿐이었고, 빅 엔터는 무시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욕하던 이들의 관심은 나 따위는 잊은 뒤였다.


지쳤다.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빛나는 스타를 내 손으로 키워보겠다는 꿈은 잊히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그냥 조용히, 그냥 어떻게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질없다는 생각에 소송을 취하하고 원룸을 정리하던 날, 빅 엔터 실장이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작은 가게라도 차릴 수 있는 돈이라며 건네는 봉투를 바로 거절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내가 초라했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강원도 고성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지금.

그 돈을 받을걸..이라는 후회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것도 없는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그 돈이 도움될 거란 것은 분명하지만, 그 돈을 쓸 때마다 털어 버리고자 했던 것들이 생각날 것 같아 후회에 매달리지 않았다.


고개를 저어 상념을 지우고 시계를 보니 고성행 버스가 도착하기까지 30분이 남아있었다.


“김무명 매니저님?”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를 알아본 사람.

이름과 매니저였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사람.


반가움 따위는 없었다.

나를 안다는 것은 무죄 판결을 받은 억울한 김무명 매니저가 아닌, 촉망받는 신인 여배우를 희롱하고 스토커 한 남자로 기억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도망칠 준비를 하는 몸을, 꼴에 남은 자존심이 막았다.


마스크를 고쳐 쓰며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음..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네요. 잠시 시간 되면 자리를 옮기고 싶은데..”


이 여자. 흰색에 가까운 연한 노랑머리와 선글라스에 가려졌던 외모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것 같다.


“저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자리는 옮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버스 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증인과 증거가 없는 상황이 싫을 뿐이었다.


이 여자가 소리라도 지르면 증인이 되어주고, 증거를 내밀어 줄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빅 엔터에도 증인이 많았고, 사라졌지만 증거도 있었으니까.


“흐음.. 사람들이 쳐다보게 부담스러운데..”


설마.


“뭐. 좋아요. 본론만 말할게요. 저는 며칠 전에 등록을 마친 AG 엔터의 대표 안하리예요. 김무명 만큼 멋진 이름이죠?”


응? 놀리나?


“인터넷을 찾아봐도 전혀 검색이 안 되는 신생이죠.”


자랑은 아닌 것 같은데..


“직원은 가슴만 큰 경리 하나가 전부예요.”


그 얘기는 할 필요가..


“당연히 소속 연예인도 없죠.”


아니.. 당당하게 어깨를 펼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김무명 매니저를 모시고 싶어요.”


그래서라니..? 뭐가 그래서?


“생각해 보고 연락해줘요.”


벗었던 선글라스를 다시 쓴 여자가 돌아서고 곧, 시야에서 벗어났다.


“하?”


혹시라도 박채아의 팬이 아닐까, 떠나는 마당에 매장까지 시켜줄 누군가가 아닐까, 또 나를 이용하려는 누군가가 아닐까 걱정하며 긴장한 내가 한심하다.


얼떨결에 받은 명함을 받은 손을 보니 더 바보 같다.


미녀에게 향했던 관심이 나에게 향하자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어쩌면 피해의식일지 모르나, 분명 내 이름 석 자를 들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때마침 들어오는 고성행 버스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강원도 고성에 있는 작은 백사장이 아름다운 바닷가.


근처 부대에서 운전병 생활하면서 몇 번 차창 너머로 본 게 다지만, 기억에 남았던 곳이다.


몇 개 없는 민박 중 가장 싼 곳에 가방 하나가 전부인 짐을 풀고 백사장을 거닐었다.


낡은 지갑 속에 넣어둔 명함이 신경 쓰이는 이유가 뭐일까.

그전에 왜 버리지 않고 지갑에 넣었던 것일까.

아직도 스타를 키워보겠다는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억울하고 더러웠던 기분을 잊은 것일까.

그런 기분 따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일까.


잠깐만.


“그 여자는 어떻게 내가 터미널에 있는 거 알았지?”


빅 엔터 직원이 찾아온 것은 이력서에 당당히 원룸의 주소가 적혀있어서였겠지만, AG 엔터 대표라는 여자는 어찌어찌 알게 되어 원룸으로 찾아온 것도 아니고 터미널로 찾아왔다.


“미행?”


내가 뭐라고 그 짓까지 했겠느냐는 생각이 들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 우연이겠지. 그런데.. 왜 하필 나지?”


요즘은 아니 땐 굴뚝도 연기가 나는 세상이라지만, 나는 연기를 피우다 못해 불까지 내버린 사람 아니었던가.


과거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만큼의 경력이나 능력도 없다.


“땜빵 로드로만 몇 년이니, 선팅된 밴에 가둬 놓고 운전만 시키려는 건가?”


군만두만 주면서?


당연히 아닐 것이다.

힘들지만 매력적인 직업으로 매니저가 뽑혔던 때도 있었던 것만큼, 구인 광고만 내도 이력서는 쌓인다.


“왜 하필 나일까.. 왜 하필 나를 흔드는 걸까..”


문득 이름의 한자를 바꿔주신 선생님께서 보육원을 떠나기 전 해주시던 말들이 떠올라 걸음을 멈췄다.


- 명아. 꿈을 가져야 해. -


꿈을 가졌다.

수상 소감을 말하던 연예인이 모든 공을 데뷔부터 함께한 매니저에게 돌리고, 고마움을 전해 받은 매니저가 오열하는 장면을 본 순간.


- 명아.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기 힘들어. 사람 인이란 한문을 보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이잖니?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떠나는 사람이 대부분인 학창시절을 지나, 군대 이후 사람 인의 한 획을 채워주는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 명아. 오해하지 말고 들어.. 우리는 빛보다 어둠이 더 가까운 사람들이야.. 어둠으로 이끄는 유혹이 더 달콤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 -


네. 선생님. 선생님을 말씀을 잊을 만큼 너무 달콤했나 봅니다..


- 하지만 명아. 유혹에 빠졌다고 자책하지 마. 후회하는 순간이 왔다는 건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해. 더 물들기 전에 벗어나고 더 단단해 지면 되는 거야. 후회 또한 어쩌면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경험이 될 테니까. -


정말.. 늦지 않은 걸까요..


- 명아. 너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 그 사람을 가까이하렴. -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


‘명아’라고 불러주던 보육원 선생님꼐서 떠나고 누군가의 입에서 내 이름이 불린 적인 언제였던가.


출석을 부르는 학교 선생님 말고 없었던 것 같다.


보육원 원장에게는 누구나 똑같은 ‘거기’로 불렸다.

같은 교실의, 같은 교복을 입은 이들에게 ‘저 새끼’ 아니면 ‘고아’, 누군가에게는 ‘괴물’.

군대에 있을 때는 나름 이름이 불렸지만, 그 또한,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과 같았을 뿐.


빅 엔터에서는 ‘김 로드’ 혹은, ‘자네’.

첫 전담 배우에게는 성도 붙지 않은 ‘로드’로 불릴 뿐이었다.


“하.. 변호사와 경찰들은 뭐.. 예외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스쳤다.


- 김무명 매니저님? -


정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던 여자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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