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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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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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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풀썸(6).

DUMMY

58. 풀썸(6).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던 이슬이를 제외한 풀썸 멤버들이 공연장에서 들려오는 함성에 점점 긴장하기 시작했다.


“우와.. 이슬 언니는 떨리지도 않는가 봐..”


언제 손을 잘게 떨었냐는 듯 이슬이는 능숙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 있었다.


오히려 더 편안해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흠..


“유정이는 괜찮아?”


“조금 기, 긴장되지만 괜찮아요.”


멤버들과 숙소 생활하며 조금씩 괜찮아지던 말을 더듬는 것도 동생 유나가 합류하면서 상당히 좋아진 유정이었다.


“후하.. 후하.. 히하.. 히하.. 팀장님 제가 더 문제인 거 같은데요?”


“응. 그래 보여. 어떻게 된 게 유정이랑 반대된 거 같냐?”


“네.. 맞아요. 언니는 실전에 강하고.. 전 실전에 약하고.. 그래도 이런 긴장감 기분 좋네요.”


사고로 아이돌의 꿈을 접어야 했던 유나의 기분을 표현할 말이 없어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며 웃어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슬이가 그러더라. 너희들과 무대에 오르기 전에 구호도 외치고 함께 무대에서 내려와 서로 잘했다며 서로 응원하고 싶다고.”


이슬이의 그 말이 멤버들에게 어떤 마법을 부렸던 걸까.


다연이를 시작으로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다연아. 시간 됐다.”


“후.. 유정 언니!”


“응? 아.. 이리와.”


유정이가 팔을 벌리자 달려가 안기는 다연.


의상이 망가지지 않은 거라 다행이네..


“좋았어! 저 갔다 올게요!”


**


“여러분. 제 공약이 뭐였죠?”


이슬이가 능숙하게 마이크를 관객석으로 넘기며 답을 유도했다.


““걸그룹 무대요!””


“네. 맞아요. 그런데 이 복장으로는 어렵겠네요. 저 잠시 의상 갈아입을 동안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노래 들려 드리고 싶은데.. 음.. 신청곡 받아 볼게요.”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들기 시작한 팬들을 쭈욱 둘러본 이슬이가 가장 나이가 많이 보이는 남자를 지목했다.


“짠! 제가 팬들 사이 숨어있습니다. 하하하. 아.. 알고 있었다고요? 모르는 척 해줘서 고마워요. 하하하 이슬 씨. 누구요? 아! 보라색 티 입을 남자분요? 좋아요. 제가 이동할게요.”


이번 행사의 총 진행을 맡은 ‘빅쇼’라는 활동명을 쓰는 행사 전문 사회자가 촐랑이며 이슬이가 지목한 남자에게 향했다.


“자!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아.. 하하.. 제가 뽑힐 줄은..”


“그럼 왜 손을 드셨습니까?”


“그러게요.. 하하.. 아. 소개요? 문경주라고 합니다.”


“네! 문경주 씨. 반가워요. 행사 자체가 너무 재밌으니까 재밌냐고는 물어보지 않을게요. 바로 들어가죠. 우리 문경주 씨의 신청곡은?”


“민가영의 ‘화창한 오후’입니다.”


“크.. 명곡이죠. 쭈욱 올라가는 고음에서는 소름이 쫘악! 음향팀! 민가영 님의 ‘화창한 오후’ 부탁해요! 이슬 씨가 어떤 의상으로 갈아입고 올지 기대하면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빅쇼의 말이 끝나자마자 ‘화창한 오후’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전주가 끝나고 대형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


누구나 알고 있는 민가영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어?”

“민가영이 아닌데?”

“노래는 맞는데..”


관객석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지던 그때, 닫혀있던 무대 커튼이 열리고 핀 조명의 빛이 어두운 무대 중앙을 밝혔다.


“다연이다! 꺄아아아악!”


자신을 알아봐 주는 팬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준 다연이의 입이 열렸다.


“화창한 오후 이 거리를 걸어요♬ 그대와 함께 걷던 이 길을 혼자 걸어요♪ 자주 가던 카페가 있네요♩ 우리가 늘 다투던 그곳이죠♪ 그 다툼조차 그리워지는 화창한 오후네요♬”


다연이를 알아보고 소리치던 사람도, 다연이가 누군지 몰랐던 사람도, 민가영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도, 그리고 문경주를 포함한 민가영의 팬들도 무언가에 홀린 듯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화창한 오후 네가 없는 오후♫ 화창한 오후 비 내리는 내 마음♬ 화창한 오후 네가 그리운 나♩”


빅쇼가 말했던 소름이 쫘악 돋는다는 하이라이트 부분이자 마지막 가사까지 마친 다연이가 천천히 마이크를 내렸다.


잠깐의 정적.

하지만 이내 공연장이 흔들린다는 착각이 들만큼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악!

꺄아아악!


“안녕하세요! 다연입니다! 우와! 저 솔직히 대기하면서 한번, 올라와서 한번 엄청나게 걱정했거든요? 원래는요. 신청곡을 받는 게 아니라 정해진 곡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팀장님이 그러면 재미없다고 올라오기 직전에 바꿔버린 거 있죠!”


윤이슬에게 배운 표정 연기까지 하며 거짓말을 섞는 다연이었다.


신청곡을 즉석에서 받고, 그 곡이 다연이가 이번 행사에서 부를 곡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단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어떤 곡을 신청할지 모른다는 것.


‘대박’, ‘미친’, 이런 단어들을 들은 다연이가 싱긋 웃었다.


“그렇죠? 저도 그 말 듣고 대박! 미친! 이라고! 소리치지는 않고 속으로 생각했죠.”


““하하하하””


“제가 커버했던 곡 중 하나라 얼마나 다행이던지..”


“다연 언니는 모르는 노래 없어요!”


다연이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마이크로 입을 가리고 놀라는 척했다.


“어머! 저 모르는 곡 많아요. 음.. 뭐가 있을까요?”


“‘말해줘.’!”


“박규석 선배님의 ‘말해줘’요? 큼큼. 부탁해 가지 않을 거라고 말해줘♪ 이거 맞죠? 헤헤”


“‘피의 랩소디’!”


““에이””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가 야유를 보냈는지만 다연이는 달랐다.


“엥? ‘피의 랩소디’요? 스파이크 선배님의 그 ‘피의 랩소디’? 와우! 한 번도 불러 본 적 없는데.. 제가 랩이 좀 약해요.. 잠시만요.”


뒤돌아선 다연이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 예. 우. 이예. 캬캬캬.”


다시 돌아선 다연이가 마이크를 들었다.


“나는 나고 너도 나. 너와의 전쟁은 나와의 전쟁. 이리와 가지마. 가지 마이리와. 너와 나는 피의 랩소디♬ 어때요? 헤헤”


다연! 다연! 다연!


어느새 다연이의 팬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다연이의 이름을 부르며 화답했다.


“히히.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쩌죠? 저 이제 들어가 봐야 할 시간이에요.”


“안돼요!!”


누군가의 외침에 다연이의 눈이 커졌다.


“어머? 누구예요? 그래! 이렇게 누군가는 잡아 줄 거로 생각했어요.”


이 말이 기폭제가 되어 팬들이 앵콜을 외치기 시작했다.


“앵콜? 콜! 으헤헤. 좋아요! 발라드 한 곡 했고, 또 발라드 조금 했고, 또 누구 덕분에 랩도 했고, 음.. 이번에는 조금 빠르게 가볼까요?”


““네에””


“그래서! 제가 저와 함께 무대를 꾸며줄 언니 한 명을 데리고 왔어요!”


다연이의 말이 끊기는 순간, ‘안돼요!!’를 외쳤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미사!!”


‘안돼요’ 이후에 지었던 놀란 표정이 반쯤 연기였다면, 이번에는 진심으로 놀라 입까지 벌리며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다연이었다.


“어? 누구예요? 금방 미사라고 말했던 분 손들어 주실래요?”


손만 든 것이 아니라 손을 들며 벌떡 일어난 20대 중반의 여자.


“팬이에요! 영상 잘 보고 있어요!”


“우와! 감사합니다! 오늘 일 댓글에 꼭 남겨줘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다연이었지만, 무대가 무대인 만큼 다음을 기약했다.


“맞아요. 소개합니다! 아쿠아마린! 미사 타케시!”


**


“팀장님 다연이 무대 안 보고 뭘 그렇게 봐요?”


태블릿에 집중하고 있는 나에게 유나가 물었다.


“응? 아. 실시간 반응. 다연이가 나오는 순간 하나를 제대로 읽기 힘들 정도로 댓글이 올라오네.”


“저도 같이 봐요!”


태블릿을 유나가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살짝 돌렸다.


“우와.. 올라가는 속도 좀 봐..”


“다연이 채널 가입자들이 다 몰려오고 있는 것 같아.”


“으흐흐 지금은 다연이 랩에 관한 이야기뿐이네요.”


ㄴ 피의 랩소디 말한 놈 나와라! 칭찬해 줄게.

ㄴ 목 푸는 거 졸귀.


ㄴ 저 얼굴로 피랩.. 안 어울리는데 왜 좋지?

ㄴㄴ 딕션이 미쳐서 그럼.

ㄴㄴ 어중간한 애들보다 잘함.


“여기 쓸데없는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디요?”


ㄴ 근데.. 솔직히 좀 걱정된다.. 아! 이건 팬으로서 걱정임. 그룹으로 나오면 다연이 보컬이 죽는 거 아님?

ㄴㄴ 에? 그러네.

ㄴㄴ 데뷔하면 커버 영상들도 다시 뜰 텐데.. 흠..


“이게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이슬이 빼고 다하는 걱정인데요?”


“응. 지금 너희 보컬 실력 좋아. 다른 누구도 아닌 다연이의 그 무지막지한 지도를 소화하고 있잖아.”


“무지막지.. 흐흐 그러긴 해요. 좀 무지막지하죠.”


멤버들에게 안무를 가르쳐 줄 때 다연이와 다를 것 없는 유나가 무지막지하다고 말하니 조금 어이가 없었다.


“너는 유정이와 쌍으로 애들을 굴리면서.”


“제가요? 아닌데요?”


“허.. 하긴, 맞은 놈은 기억해도 때린 놈은 기억 못 한다더라. 아무튼, 다연이가 너희 때문에 그 사람 말처럼 보컬 죽이지 않아도 되니까 걱정 마.”


“다시 난리 났네요.”


“그러네. 이제 우리 쌍둥이들도 준비해야지?”


“네!”


블랙진에 흰 셔츠를 입은 미사가 긴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무대에 오르는 순간 댓글 창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


- 미사 타케시입니다.


“음? 얘 일본인 아니야?”


“맞아. 왜?”


“완전 한국인 발음인데?”


“한국에서 아이돌 한다는 애가 자기소개도 한국어로 못하면 안 되잖아.”


매니저의 말이 당연한 걸 알면서도 민가영의 감은 인사가 끝이 아닐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 여러분을 만나서 너무 행복합니다. 좋은 무대로 보답하겠습니다.


“응? 너무 좋은데?”


“그치? 본명 말하지 않았으면 일본인인지 모를 정도야.”


“한국에 온 지 오래됐나..?”


“아무리 오래되어도 어느 정도는..”


- 우리 미사 언니 한국말 잘하죠? 저도 모르는 어려운 단어를 쓸 때면 제가 물어볼 정도예요. 하지만! 언니가 한국에 온 지 고작 1년 반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


라이브 방송 속에 보이는 관객들만 다연이의 말에 놀란 게 아니었다.


“그렇다네.. 오빠는 1년 반 만에 일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할 수 있어?”


“있을 것 같냐?”


“아니.”


“답이 너무 빨라! 너는 가능해?”


“아니. 절대.”


순간, 민가영은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유정도 데뷔할 것 같지?”


“당연하지. 나는 솔직히 두 번째가 유정이 줄 알았어.”


“와.. AG 엔터 뭐지?”


“왜?”


“영상 봤지? 미사라는 저 애 댄스 실력? 댓글 보니까 다들 메인 댄서라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어? 메댄은 유정이인데..?”


유정이의 실력을 직접 확인한 민가영과 그녀의 매니저는 당연히 유정이가 메인 댄서라서 생각하고 있었다.


“메댄 급 실력.. 저 비주얼에.. 만약에 말이야. 저 한국어 실력에 노래까지 잘하면..”


“에이.. 설마..”


“한다!”


- 우리 미사 언니가 명곡을 준비해 왔어요! 핑크애플의 ‘더더더’!


푸우우우!


“뭐?!”


민가영이 마시던 음료수를 뿜으며 벌떡 일어난 이유.


핑크애플은 민가영이 데뷔했던 걸그룹의 이름이었고, ‘더더더’는 민가영이 작사 작곡한 한 곡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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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가끔은 예상 밖이 더 큰 것을 가져온다(1). +8 22.09.23 341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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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그 시각, CK 엔터. +6 22.09.21 374 14 11쪽
111 그 시각, 펙아티스트. +6 22.09.20 394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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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선택은 각자의 몫. +6 22.09.15 437 15 11쪽
106 어쩌면 S극이 더 S극을 원할지도 모른다. +6 22.09.14 456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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