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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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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09.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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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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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반응도 가지가지.

DUMMY

60. 반응도 가지가지.


인기가 없으면 방송국으로 부탁하러 가야 하고, 인기가 있으면 방송국이 부탁하러 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부탁하는 쪽이 ‘을’, 부탁받는 쪽이 ‘갑’의 위치가 된다.


그런데 왜 난 부탁 받는 쪽이면, 갑은커녕 이곳까지 불러와서 갑질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면 하기 싫은 진짜 갑질을 하고 싶어지는데 말이다.


공약 행사 다음 날 유나가 공개됐다.


흑진주 유나.


흑진주를 깨고 나온 유나는 눈앞의 파편을 지르밟으며 주변을 살폈다.


정면을 바라본 나비 가면의 유나.


살짝 치켜든 턱과 오른쪽만 올라간 입꼬리가 상당히 도전적이었다.


가면을 향해 올라가던 손이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듯 멈췄고, 돌아선 유나는 흑진주를 향해 걸었다.


당연히 안으로 들어갈 거란 예상과 달리 지나쳐버린 유나.


깨진 흑진주가 클로즈업되며 ‘WITH D-15’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영상을 본 팬들은 ‘WITH’의 어미를 추측하기 시작했고, 이런 궁금증이 대중들에게 전파되면서 유나의 영상뿐만 아니라 다연이와 미사의 영상까지 덩달아 다시 화제가 됐다.


이런 화제성을 그냥 지나갈 방송국들이 아니었다.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멤버들을 섭외하고 싶다는 전화가 빗발쳤고, AG 엔터는 멤버들과 의논 끝에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회사가 거절한다고 ‘네. 그럼 데뷔 후에 뵙겠습니다.’라고 할 방송국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FD나 보조 작가에게 연락이 왔다.


거절했다.


다음에는 PD나 메인 작가에게 연락이 왔다.


거절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메인 PD에게 연락이 왔다.


거절했다.


그랬더니 부탁을 가장한 협박이 들어왔다.


데뷔하기 전부터 방송국과 척지고 싶냐,

우리 방송국 예능에는 출연하지 않을 생각이냐,

내가 음방 PD에게 한마디 하면 음방 출연도 힘들어진다. 등.


거절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다른 방송국들은 나름의 감정을 드러내며 다음을 기약했지만, 그다음 단계인 CP가 아닌 예능 국장이 직접 전화 한 곳이 있었다.


KBC 방송국.


‘부탁합니다.’로 시작해, ‘재미없을 겁니다.’라는 말로 전화를 끊어버린 사람의 얼굴이 궁금해 KBC 방송국을 찾았다.


방송국 입구에서 예능 국장실까지 오는 동안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가장 많이 봤던 것 같다.


마주 앉아 있는 방평성 예능 국장도 마찬가지 표정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갑질.


쌍욕만 듣지 않을 뿐이지, 방송국이 기획사에 할 수 있는 갑질은 다 들은 것 같다.


고상한 척 돌려 말하는 것이 더 역겨웠다.


“그러니까 국장님. 지금 말씀하신 예능에 출현하고, 데뷔 무대도 KBC에서 하란 말씀이시죠?”


“그렇지. 데뷔 무대도 필요할 거고, 데뷔했으니 홍보도 해야 하잖아. 홍보는 많으면 많은 수록 좋은 거야. 데뷔 전부터 홍보 시작하면 더 좋지”


언제 봤다고, 몇 번이나 말을 섞었다고 반말에, 가르치려 하기까지.


풀썸 멤버들이 예전의 그녀들이 아니듯, 나도 ‘네네’만 하고 있을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알 거 같네요.”


“응?”


“왜 KBC가 망해가는지 알 것 같습니다.”


“..뭐?”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국장으로 앉아 있느니.. 발전이 없을 수밖에요.”


쾅!


방평성 국장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지금 누구에게!”


“홍보요? 그것도 데뷔전 홍보요? KBC는 왜 AG 엔터 연락했습니까? 우리 애들 홍보가 너무 잘 되다 못해, 신인 아이돌의 데뷔인지, 인기 아이돌의 컴백인지 모를 정도가 됐습니다. 그런데.. 시청률 1%로 안 나오는 토크쇼에 출연하라고요? 누가 누구를 홍보합니까?”


국장이 출연하라고 했던 예능은 스타들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이야기하며, 미래를 그리는 예능이었다.


겉으로는.


스타의 어린 시절이나 성공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생각했던 대중들을 생각과 달리, 과거 연애사만 파고들며 출연한 스타는 물론,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현재를 이야기하면서도 근거 없는 말들을 쏟아내 스타들을 모욕했다.


미래도 마찬가지.

같은 급의 스타와 비교하면서 그 정도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무시하거나, 미혼과 기혼을 가리지 않고 이성 관계를 언급하며 분위기를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갔다.


물론, 이런 자극적인 진행을 좋아하는 대중도 있고, 이런 자극적인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싶은 사람도 있다.


덕분에 시청률은 1%도 되지 않으며 스타는커녕 강찬 같은 놈들이 나와 저질 토크나 하는 예능으로 변했다.


“그리고, 미사는 20살이고 다연이는 19살입니다. 그딴 예능에 출연하는 순간 홍보가 아니라 폭망의 길로 들어가 것 같은데요?”


“지금 말 대했나?!”


“아니요. 데뷔곡 포함 스페셜 무대까지 두 곡. 순서는 제일 마지막. 세트 비용 전액 KBC 부담.”


“뭐라고?”


“아직 다 말 안 했습니다. ‘플레이리스트’는 아직도 신인들을 쪽방에 몰아넣는 다면서요?”


‘플레이리스트’는 KBC의 음악 프로그램명이었다.


담당 PD가 급 나누기를 좋아하고, 급에 따라 차별하기로 유명했다.


“1위 후보급 대우해 주시면 플레이리스트에서 데뷔하는 건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 당연히 두 무대 다 기획은 AG 엔터에서 합니다. 영상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기획력이 좋아요.”


“이 친구가 지금의 인기 믿고 미쳤군. 다른 회사 불만 감당할 자신 있나?”


“CK차트, 뮤직스타트, 뮤직링크.”


‘CK차트’는 CK 그룹이 운영 중인 CK 뮤직의 대표 음악프로그램이었고, ‘뮤직스타트’는 SBC, ‘뮤직링크’는 TNW의 음악프로그램이었다.


“CK는 두 곡을 제시했고, 뮤스는 스페셜 무대를, 링크는 둘 다 말하더군요. 아. 물론, 개인 대기실은 기본 옵션이었습니다. 원래 늦을수록 부담이 크죠. 뭐.. 빠르다고 좋은 것도 아닌지만. 그리고 다른 기획사들의 불만요? 그걸 우리가 왜 감당해야 하죠? 데뷔도 안 한 애들 거지 같은 예능에 보내지 않으면 다른 곳 출연이 어려울 거라며 협박까지 하면서 섭외한 곳이 KBC입니다. 데뷔 무대를 주겠다고 먼저 말한 곳도 KBC입니다. 우리가 먼저 제발하며 매달리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감당은 KBC에서 하고, 감당이 안 되면 책임도 KBC에서 지셔야죠.”


진짜 조건을 제시하고 협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돌려 까며 확실히 거절하는 것임을 깨달은 국장이 벌떡 일어났다.


“하? 그렇게 나오겠다? 좋아. 나도 내 말에 책임지지. 너도 네 말에 책임져야 할 거야.”


지금, 이 순간, 풀썸과 풀썸 멤버들의 KBC 출연이 막혔다.


하지만 뭐..


“네. 그럼 국장님 말을 믿고 저는 가보겠습니다. 볼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보게 되겠죠. 그럼.”


분명히 방평성 국장과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왜냐.


방송국이 갑이 세상이 아니니까.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배우가 강의 내내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이 기사로 나와도 그 배우를 찾은 제작사는 많고, 그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여전히 인기 있는 세상이며, 똑같은 사고를 쳐도 인기에 따라 자숙 후 복귀했을 때 반응이 달라지는 세상이다.


유명 아티스트 한 명의 선행이 전국적인 모금 운동을 만들어 내는 세상이고, 방송국 사장의 한마디보다 유명 아티스트 한 명의 발언이 대한민국의 연예계 문화룰 이끌어가는 세상이다.


방송국이 갑이 세상에서, 방송국과 아티스트 둘 다 갑이고, 을이었던 세상을 지나, 이제는 방송국과 아티스트 상관없이 ‘인기’가 갑인 세상이 되었다.


이런 시대에 가장 잘 발맞춰 나가는 곳이 TNW였고,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이 KBC였다.


인기가 갑인 세상.


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풀썸이기에 데뷔 후에는 지금보다 더 유명해질 것이다.


KBC 예능이며 음방의 보이콧?


오히려 왜 풀썸이 출연하지 않냐라는 대중들의 불만을 감당해야 하는 곳은 AG 엔터가 아니라 KBC가 될 것이다.


악당이면 누구나 얼굴을 구긴다는 상큼한 내 미소를 남기고 국장실을 나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응? 김 PD님?”


U&I 스튜디오 김태환 PD였다.


“네 PD님.”


김건우 주연의 영화가 망했다는 소식 이후 오랜만의 연락이었다.


- 오! 김 팀장! 잘 지냈어?


“뭔가 하실 말씀이 가득 담겨있는 것 같은데요?”


자기도 어색함을 알고 있는지 김태환 PD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요즘 AG 엔터가 난리야 난리. 하하하 내가 바쁜 사람에게 잘 지냈냐고 물어봤네?


“안 그래도 KBC 들어왔다가 나가는 길입니다.”


언제쯤 본론으로 들어가실까.


- 큼..


“김 PD님 우리 사이에 어려워 마시고 말씀해 보세요.”


- 그, 그렇지? 우리 사이에! 하.. 우리 사이라 더 말하기 힘들다.. 사실은..


TNW의 간판 예능 ‘오늘 어때?’의 메인 PD에게 부탁을 받았다는 것.


‘오늘 어때?’는 연예인이 친한 연예인 친구 또는, 일반인 친구와 1박 2일 동안 돌림판으로 정해진 장소에서 생활하는 예능이었다.


방송을 잘 모르는 일반인 친구가 나온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나온 덕분에 스타의 솔직한 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되면서 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예능이었다.


그리고 AG 엔터에 연락을 넣지 않았던 예능 중 하나기도 했다.


“AG 엔터로 섭외 넣은 게 아니라 김 PD님에게 부탁했다고요?”


“응. 내가 데리고 있던 놈이 메인 PD거든. TNW 다른 PD들이 거절당하는 거 보고 포기하려고 했는데 아까워서 잠이 오지 않더래.”


사실 섭외가 쏟아지면서 데뷔전 방송 출연은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단지, 이슬이는 아직 풀썸 멤버로 공개 전이고, 다연이도 풀썸 데뷔를 위해 오튜브를 쉬고 있는 중이며, 다른 멤버들도 데뷔 전 개인 활동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거절했을 뿐.


“그렇구나..:


설명을 들은 김태환 PD의 목소리에서 미안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김 PD님. 이러는 건 어떨까요? TNW에 ‘뮤직링크’로 데뷔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저도 솔직히 말하면 음방 있는 방송국이 우리 애들 데뷔 무대를 원했는데 ‘뮤직링크’ 조건이 제일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확답하지 않았어요.”


유정이를 공개하고 답을 줄 생각이었다.


“그걸 김 PD님 공으로 돌리는 겁니다.”


고민하는 AG 엔터를 후배 PD를 위해 김태환 PD가 설득했다.


대신, 데뷔곡, 스페셜 무대, AG 엔터가 원하는 세트, 개인 대기실, 등 약속했던 것은 반드시 지켜라.


그러면 데뷔 후 첫 예능으로 ‘오늘 어때?’를 선택하겠다.


약속했던 것들은 어차피 TNW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라 김태환 PD가 말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김태환 PD는 후배 부탁을 위해 노력했으며, 그 노력의 결과가 ‘오늘 어때?’ 출연으로 이어지면서 언제가 김태환 PD가 후배에게 부탁할 일이 있을 때 말하기 편해진다.


“정말?! 하하.. 이거 내가 너무 좋아했나..”


“좋아하셨다니 다행이네요. 이슬이를 챙겨주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허허.. 내가 뭐.. 한 게 있나.. 고마워. 내 잊지 않을게.”


“아! ‘뮤직링크’에 예고 넣을 거면 꼭 AG와 상의해 달라고 전해 주세요. 데뷔 전까지 모든 관심을 애들과 AG 엔터가 받게 하고 싶거든요.”


“하하하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가 꼭 그렇게 전할게.”


김태환 PD와 통화하는 동안 더러웠던 기분이 씻겨 내려갔는지, 점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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