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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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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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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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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

DUMMY

72. 티끌 모아 태산?


“뭘 그러게 열심히 보는데 옆에 다가와도 몰라?”


오른손에는 태블릿을, 왼손에는 콜라를 손에 든 박나무 매니저에게 민가영은 손짓했다.


“끝났어? 자.”


컴백 앨범의 수록곡을 녹음하고 나온 민가영이 시원하게 콜라를 마시며 눈썹을 까딱거렸다.


“아.. AG 엔터는 참 신기하다 싶으면서도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친분이 있어서 그런가 걱정되기도 하고..”


“그러니까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그런 생각을 하냐고.”


박나무 매니저는 금방 올라온 풀썸 관련 기사를 민가영에게 보여줬다.


[ 풀썸! KBC 보이콧! ]


[ 풀썸! 출근과 동시에 퇴근? 무슨 일이?! ]


[ 풀썸! 방청하러 와 준 팬들을 위해 즉석 팬 미팅! ]


“보이콧? 응? 오늘 플레이리스트 생방 있는 날인데?”


김무명은 KBC 방송국을 나오기 직전, 이경우, 박빛나, 서이나 매니저에게 각각 지시를 내렸다.


이경우 매니저에게는 대관이 가능한 곳을 찾고, 멀다면 버스까지 전세할 것.


박빛나 매니저에게는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과 휴대폰에 녹화된 내용을 안 대표와 AG 엔터에 전달할 것.


서이나 매니저에게는 새벽부터 풀썸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출연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하고, 정중히 모셔 올 것.


그리고 풀썸은 팬들과 함께 전세한 버스를 타고 도착한 소극장에서 팬 미팅을 가졌다.


“우와.. 결단력 보소. 김 팀장의 결정이었을 텐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알아봐?”


“알아볼 수 있어?”


“대 스타 민가영의 매니저만 몇 년인데 이 정도쯤이야.”


박나무가 휴대폰을 꺼내고 통화하는 동안 아, 응?, 진짜? 미친, 허.. 같은 말만 반복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무슨 대화가 그러냐? 뭐래?”


‘플레이리스트’ 작가 중 한 명과 친분이 있던 박나무는 꽤 자세한 내용을 민가영에게 전달했다.


“김 팀장이 열 받을 만하네. 방 PD가 그렇게 말했다면 소녀소녀 쪽에 뭐 받아먹은 건 확실해 보이고.”


“끝?”


“뭐가?”


“그래도 방 PD 정도면 이름 꽤 있는 PD야.”


방 PD의 입김을 걱정하는 자신의 매니저를 향해 피식 웃었다.


“오빠는 그냥 다 엎어버리고 싶을 때 없었어?”


“없겠냐? 너부터 벌써..”


“쓰읍!”


“너 빼고 다 한 번씩, 아니, 한번이 뭐냐, 종종 있었지.”


지금에야 민가영이 대체 불가능한 솔로 여가수가 되었기에 그녀의 매니저인 박나무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민가영의 이름 앞에 ‘대체 불가능’이란 수식어가 붙기 전까지는 마음속으로만 여러 곳 엎어버렸던 박나무였다.


마음속으로만 그랬던 이유는 단 하나.


민가영의 이미지와 성공.


“세상은 참 많이 변했지..”


고개를 살짝 들고 회상하듯 말하는 민가영이 박나무는 어이없었다.


“안 어울려.”


“이씨.. 아무튼! 2세대, 3세대, 4세대 이렇게 아이돌판이 변하고, 가요계, 연예계가 변했는데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은 것들이 있단 말이야.”


갑질, 유착, 접대, 상납, 거래, 비난 등.


“그런 것들은 아직 누구의 씨로 태어날지도 모를 내 아들, 딸이 가수로 데뷔해도 사라지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에휴.. 어쩔 수 없지.’ 할 수 없고, ‘너도 하니까 나도 할래.’라고 할 수 없잖아? 아무리 방역을 해도 바퀴벌레가 사라지지 않듯.”


“그렇..겠지?”


“그런데 말입니다.”


“야.. 하나만 해라..”


“치.. 그런데! 지금까지 엔터나 연예인들은 바퀴벌레들에게 먹이만 줄 뿐, 방역은 하지도 않았다는 거지.”


일명 권력자들의 몰락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방송국이 대중들의 비난을 받았던 일의 시작은 직원의 내부 고발이 대부분이었고, PD의 퇴사도 그와 함께 일하던 사람의 폭로가 많았다.


엔터 회사도 소속 아티스트가 먼저 입을 열기보다 외부로 정보가 유출되거나, 증거를 확보한 뒤 퇴사나 계약 해지를 각오하고 폭로하는 경우였다.


이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아티스트들과 일선에서 그들을 케어하는 매니저들은 ‘일단’ 참는다는 거였다.


왜?


찍히면 안 되니까.


“들어보니..그렇기는 한데.. 진짜 찍히기라도 하면?”


“누가? 풀썸이? 풀썸 찍으려다가 자기가 찍혀 나갈걸? 지금 풀썸을 단순히 신인 아이돌로 보면 안 돼. 더 정확히는 풀썸이 아니라 AG 엔터를 건드리면 안 돼. 지금도 봐봐.”


민가영은 새롭게 올라오기 시작한 기사들을 가리켰다.


[ KBC 방송국. 무엇이 문제인가. ]


[ 플레이리스트 PD 폭로 이어져. ]


[ 풀썸! 이유 있는 반항이었다. ]


“AG 엔터는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 팬들 위해 소극장 대관하고 버스까지 빌린 거 봐. 특히 김무명. 분명 경력도 짧고 좋은 게 좋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한 번씩 툭툭 튀어나오는 생각이 기존 매니저와 엔터 사람들과 달라. 그래서 더 무서운 거야. 어떤 식으로 튈지 모르는데 좋은 결과를 가져오거든.”


**


김무명과 풀썸, AG 엔터 행동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민가영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기감에서 시작된 불만을 품은 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중심에는 풀썸 때문에 방송 출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스 엔터가 있었다.


“최 대표. 덕분에 잘 먹었으니 우리를 부른 이유 한번 들어 봅시다.”


자신을 제외하고 4명의 기획사 대표들을 쭉 둘러본 스타스 엔터 최무진 대표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요즘 미꾸라지가 물을 흐려서 우리 애들이 헤엄치기 참 힘듭니다.”


“흠..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는 있죠.”


“역시 유 대표님도 느끼고 계셨군요.”


“느낄 수밖에요.”


“저희는 회사 내부가 어수선합니다.”


탁하고 술잔을 내려놓은 다른 대표도 끼어들었다.


내부가 어수선한 곳은 끼어든 대표의 회사만이 아니었다.


방송국이나 연예 기획사의 갑질에 관한 기사 정도라면 신경도 안 썼을 사람들이 심각성을 느꼈던 것은, 불만이 매니저나 직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소속 아티스트들에게서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대형 아이돌의 탄생, 데뷔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아이돌, 데뷔 후 엄청난 속도로 팬이 늘고 있는 아이돌.


이런 아이돌을 연예계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건 당연했다.


특히, 아이돌, 그중에서도 걸그룹들 사이에는 풀썸이 경계의 대상이자,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가지 일을 지켜본 뒤로는 경계하는 마음보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학폭 의혹을 강력하게 대처한 AG 엔터.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고 공중파 방송국을 보이콧해버리는 과감함.


거짓 의혹에도 소속사의 미숙한 대처로 한동안 피해를 봤거나, 본인들이, 또는 매니저들이 잘못 한 것도 없으면서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라는 말을 해야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부러움은 다른 이들보다 더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러움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부러움을 부러움으로 끝내는 사람.


부러움이 질투가 된 사람.


부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인 사람.


기획사 대표들이 말하는 ‘회사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하는 사람’은 바로 증거와 근거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인 사람’이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별의별 이름이 다 나오고 있어요.”


“우리 애들은 행사 뛰기 싫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정산해 달랍니다. 그 애들 밑으로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정산하려면 아직도 멀었어요.”


불만을 쏟아내는 대표들의 잔에 술을 따라 준 최무진 대표가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따랐다.


“전부 AG 엔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신생 따위가 분위기 다 흐리고 있어요!”


“흐리다 뿐입니까? 정글 엔터는 사라졌어요! 이거 어디 무서워서 연예인 키우겠습니까?”


점점 분위기가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흐르자 최무진의 입에서 본론이 나왔다.


“대형 기획사들은 문제없는 척하고 싶은 것인지 참석해 주십사 연락했는데 답이 없더군요.”


“그것들은 좀 낫겠지요. 회사 이름만으로도 먹혀들어 갈 텐데..”


“그러니까.. 우리가 움직여야 합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결국 힘없는 우리만 손해 보고 있어요.”


“움직이다니 어떻게 말입니까?”


최무진이 손뼉을 짝하고 치자, 문이 열리고 스타스 엔터 직원들이 들어와 대표들 앞에 종이 한 장씩을 놓았다.


“쉽게 말하면 담합이죠. 솔직히 AG 엔터를 논리로 깰 방법은 없습니다.”


월 단위의 정산, 무리한 스케줄을 잡지 않는 것, 부당한 대우를 거부한 것, 팬들을 위한 역조공, 멤버들 사생활 관리하지 않음, 무리한 다이어트 시키지 않음, 거의 한 명당 한 명꼴의 매니저의 케어 등.


“논리가 안되면 힘으로 가야죠, 읽어 보시며 아시겠지만 간단합니다.”


풀썸이 출연하는 모든 방송의 보이콧.


풀썸 급이나 민가영, 대형 아이돌급의 가수나 아이돌이 아닌 이상, 한두 팀 보이콧해도 녹화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제발 출연만 시켜달라고 하는 사람이 널렸으니까.


하지만 최무진 대표를 비롯해 중견급 기획사에서 단체로 보이콧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는, 드라마나 예능도 마찬가지였다.



“힘으로 누른 다라.. 대형 기획사 하나 없이 가능하겠습니까? 대형은 대형 값을 할 텐데.. 아! 빅 엔터는 뭐라고 하던가요? 그쪽도 이번 앨범에 꽤 많은 자금이 들어간 것 같던데, 풀썸 때문에 활동 빨리 접는다면서요?”


“빠지겠답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더군요. 아무튼, 가능합니다. 작은 기획사들은 제가 맡죠.”


대형 엔터 하나보다 중소형 엔터 여럿이 더 낫다는 최무진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그들만의 생각이었다.


**


스타스 엔터 대표를 비롯해 몇몇 기획사 대표들이 모였다는 사실과 어떤 내용의 대화들이 오갔는지에 대한 보고가 AG 엔터로 들어갔다.


“어쩜 이렇게 단순들 한 지.. 이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야..”


“대형 엔터들이 왜 가만히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을까요?”


내 질문에 안 대표가 피식 웃었다.


“이런 단순한 짓을 하는 놈들 머릿속은 뻔해. 타킷을 풀썸과 AG 엔터로 잡으면 그것만 생각하거든? 그리고 그런 놈들이 꼭 긍정적이지. 실패 따위는 생각 안 하고 성공 뒤에 오는 보상만 생각해.”


“결국, 대형 엔터들만 신나겠군요.”


AG 엔터의 행보를 지켜보던 대형 기획사들이 잠시 귀와 입을 닫은 이유가 있었다.


확실히 중소형 기획사보다 대형 기획사가 더 체계적이라 계약 관계도 나름 깔끔한 편이다.

그리고 회사 이름 자체가 힘이라 부당한 대우도 적다.


무엇보다 대형인 만큼 대형 스타들이 소속되어있다.


즉, 풀썸급 스타도 있고, 자금도 넉넉하고, 힘도 있고, 관리도 나름대로 되고 있어서 따로 모임을 가졌던 기획사들보다 대처하기 쉽다는 거였다.


또한, 수백 개나 존재하는 연예 업계에서 대형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만큼 AG 엔터의 행동 때문에 작은 기획사들이 어떻게 움직이려 한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겠지. 어중간한 애들 빠진 자리를 대형 기획사 간판 달고 있는 신인들이 채우겠지.”


옛말 중에 틀린 말이 없지만, 시대에 맞게 고쳐져야 할 것들이 몇 개 있다.


티끌 모아 태산.


이 말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정신 승리의 말과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아픈 건 그냥 아픈 것이듯, 티끌은 아무리 모아도 티끌이다.


청춘이라도 아픔을 참고 견디면 더 아프고, 티끌은 아무리 모여있어도 바람 한 번 불면 사라진다.


스타스 엔터 대표는 같은 티끌끼리 뭉치지 말았어야 했다.


눈에 보이지 않던 게 모여서 보이면 치워버리고 싶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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