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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0.02 23:00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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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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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기회(1).

DUMMY

74. 기회(1).


상당히 까지는 아니지만,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의 눈물 앞에서도 안하리는 앞에 놓인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누군가는 당황하거나, 누군가는 미안해할 상황에도 안하리가 평온한 이유는 그녀의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웃음 뒤에 감춰진 칼날을 봐왔고, 눈물이 마르고 난 뒤 왜 울었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왔었다.


그래서 안하리는 사람의 첫 웃음과 첫 눈물은 믿지 않았다.


“비서실에서는 대표님이 오셨다고 하던데, 거북이 엔터를 완전히 관리하게 되신 겁니까? 아니면 저와의 만남을 위해 대표라는 직함을 말한 겁니까?”


“아버지께 물러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는 길에 회사에도 말했고요..”


“그렇군요. 이번 주 ‘뮤직스타트’ 비어버린 자리를 풀썸이 다 가져왔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예능은 쉽게 대체 인원이 채워졌지만 음방은 방송국별로 한, 두 타임씩 구멍이 났다.


“일주일 사이에 활동을 끝낸 아이돌도 많고, 컴백은 여전히 미뤄져 있더군요.”


이런 방송국 사정을 알게 된 김무명이 안하리와 풀썸 멤버들에게 의견을 냈다.


비어버린 무대를 풀썸과 풀썸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합동 무대로 꾸미자.


방송국은 당연히 대환영이었고, 제안을 받은 아티스트들도 재밌겠다며 모두 참여 의사를 밝혔다.


“‘뮤직스타트’에서 풀썸이 꾸며야 하는 무대가 총 3개입니다. 풀썸 단독 무대, 풀썸과 민가영님의 합동 무대. 풀썸과 원픽스의 무대가 예정됐었죠.”


“원픽스..요?”


안하리에게는 윤이슬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출뻔했던 강하늘이 속해 있는 메모리즈 엔터 소속 보이 그룹일 뿐이었지만,


김재신에게는 5년간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타이푼과 달리, 데뷔 2년 차부터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그룹이었으며, 타이푼의 목표 그룹이 된 후배 그룹이었다.


“네. 지금은 다들 개인 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타이푼과 활동 시기가 제법 겹쳐졌을 테니 아시겠네요. 아무튼, 그들과 합동 무대를 꾸밀 예정이었는데 강하늘 씨가 갑자기 드라마 촬영이 잡히는 바람에 무산됐습니다. 자리가 하나 비었죠.”


“그.. 말은..”


김재신의 지금 눈빛이 안하리는 꽤 마음에 들었다.


“AG가 나서서 대놓고 거북이의 출연 금지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이상하죠. 하지만 방송국에 타이푼과 함께 공연하고 싶다는 뜻은 전달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무슨 뜻인지 알겠죠.”


“감사합니다!”


“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모두에게 해당하던 기회를 혼자 잡은 것뿐입니다. 자존심까지 버리고 회사를 생각한 자신에게 고마워하시면 됩니다.”


“후.. 헙!”


안도의 한숨을 쉬던 김재신이 안하리의 말 중 한 단어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 입을 틀어막았다.


‘혼자’


즉, 자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이었다.


“이번 주라고 해도 3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마.. 타이푼 멤버들이 조금 힘들어할 겁니다. 어쩌면 타이푼에게도 기회가 될지 모르겠네요. 김 대표님이 기회를 잡으셨듯, 타이푼도 잡기를 바랍니다.”


“자신 있습니다! 우리 애들은 잘할 겁니다!”


안하리는 김재신이 제 말을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정정해 주지 않았다.


**


김재신의 연락을 받은 타이푼 멤버 다섯 명은 AG 엔터 별관에 들어서자마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입을 쩍 벌렸다.


“와.. 외관은 장난이었네..”


“소속 연예들만 사용하는 건물이래..”


“풀썸 밖에 없는 거로 알고 있는데?”


“미리 준비한 거겠지.”


“야. 풀썸은 본관에 개인 연습실이 따로 있다더라. 풀썸 활동 기간에서는 여기서 연습하고, 활동 끝나면 개인 연습실에서 거의 산다고 하던데?”


“연습실은 어떨지.. 누가 나온다고 했는데.. 어? 저 사람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가오는 남자를 향해 타이푼 멤버들이 시선이 모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AG 엔터 소속 이경우 매니저입니다.”


이경우는 자신을 소개하면서도 조금 전 김무명의 말이 떠올렸다.


‘경우야. 소개할 때 직급을 말하지 마. 인성이 괜찮다고 들었는데, 그건 윗사람들을 대할 때와 보이는 것들이고, 진짜 인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순간 튀어나오는 법이거든.’


“하나, 둘!”


“안녕하십니까! 타이푼입니다!”


‘만약 널 가름하듯 위, 아래로 훑어본다거나 연차 있는 아이돌이라고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 바로 인사가 튀어나오면 적어도 기본은 된 애들이니까 최대한 너도 예의 있게 안내해.’


이경우가 보기에 타이푼의 인사는 몸에 밴 것 같았다.


상대에 따라 인사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닌, 상대가 누구라도 허리를 웃으며 큰 소리로 인사하는 타이푼에게 이경우도 미소지었다.


“어후. 로비가 쩌렁쩌렁하네요.”


“엇! 죄송합니다.. 습관이라.”


“아니요! 너무 보기 좋습니다. 올라가실까요? 민가영님께서 오셔서 지금 풀썸과 함께 연습 중이십니다.”


“민..가영님이요?! 대박..”


“실물 영접?”


이십 대 중반에 가까운 남자들의 아이 같은 모습에 이경우는 살짝 귀엽다고 느끼면서 이후에 벌어질 일에 걱정되기도 했다.


“이 연습실입니다.”


“헐.. 아무 소리도 안 들려!”


“살인 사건 일어나도..”


“넌 말을 해도 꼭! 그런데 진짜 방음 좋다..”


“죄송합니다.. 우리 애들이 좀 시끄럽습니다.”


“하하하. 밝아 보여서 좋은데요? 들어가실까요?”


벨을 누르자 자동으로 열리는 문을 본 타이푼 멤버들의 눈이 1차로 커졌고,


“야! 너희는 대체 한 동작은 얼마나 연습하는 거야? 왜 손가락 마디마디 다 맞추는 건데? 으악! 유정아! 거기 그렇게 하면 나는 이제 늙어서 못해!”


문이 열리자마자 들려오는 민가영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에 2차고 놀랐다.


“타이푼 왔다! 이제 좀 쉬자! 응?”


윤이슬 손을 들자 풀썸 멤버도 동시에 행동을 멈췄다.


“와.. 진짜 독한 것들.. 타이푼이죠?”


“네! 하나. 들!”


“안녕하십니까! 타이푼입니다!”


“반가워요. 민가영이에요. 지옥에 온 걸 환영해요.”


땀을 닦고, 물을 마신 풀썸 멤버들도 타이푼 곁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풀썸 윤이슬이에요.”

“다연입니다! 이쪽은 유정! 유나!”


“안녕하세요.. 유정입니다..”

“우리 언니가 좀 소심해요. 유나예요. 반가워요”


“미사 타케시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


밤은 이미 깊었고, 날짜가 바뀌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각.


“이건 아니야.. 진짜 아니야..”


“형.. 다리가 내 말을 듣지 않는데?”


“가영 선배님이 왜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난 이제 품썸이 좀 무섭다. 어떻게 동시에 진행하냐..”


다연이와 유정, 유나는 합동 무대라고 절대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민가영은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보컬임에도 다연이에게 몇 번 지적 받아야 했고, 유정이에게 조곤조곤 안무 지적받을 때는 합동 무대를 허락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타이푼은 당연히 민가영보다 더 많은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연이와 쌍둥이의 동시다발적인 지적 폭탄에 구르고 구르다 보니 휴대폰이 찍힌 날짜가 바뀌어 가고 있었다.


“힘들지?”


잠시 휴식을 했던 민가영이 돌아와 물었다.


“네.. 장난 아니네요.. 우리도 체력이 없는 건 아닌데.. 풀썸은 선배님과 같이 연습하고 바로 우리와 연습이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반복하고..”


“전 말할 힘도 없어요..”


“그래도 뭔가 느낀 것도 있지?”


민가영의 물음에 타이푼 멤버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풀썸의 무대.. 그 4분의 무대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어요. 엄청난 연습량,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멤버의 조언과 아무런 불평 없이 따라가는 멤버들, 리더인 윤이슬의 무게 중심까지.”


“맞아요. 게다가 집중력이 엄청나요. 한 번씩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풀썸만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인 민가영이 타이푼 멤버들의 말을 받았다.


“진짜 궁금한 것 반, 너무 힘들어서 투정 반으로 물어봤어.”


민가영은 타이푼이 오기 전, 잠시 쉬는 시간에 멤버들에게 물었었다.


“동작을 맞추는 것까지는 이해하는데 다리 폭이나 손가락의 각도까지 맞추면 힘들지 않냐고.”


만약 양쪽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팔을 교차시키는 동작이 있다면, 그 동작은 4분이라는 시간 중 단 1초도 차지하지 않는다.


풀썸은 1초도 되지 않는 동작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 맞추고 있었다.


“뭐라고 답했을 것 같아?”


“칼군무요?”


“쉽게 생각하면 정답인데 쟤네들은 좀 달라.”


풀썸이 목표로 하는 것은 안대를 찬 멤버들을 일렬종대로 세워놓아도 한 사람이 추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였다.


“가능..해요?”


“응. 가능하더라. 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해보라고 했거든? 눈 가리고 ‘GO!’를 하는데.. 일렬종대는 진짜 한 사람이 추는 것 같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동선까지 갖춰서 보여주는데.. 하.. TV에서 보던 것과 똑같더라.”


“대박..”


“유정이가 오늘 찍은 사진과 내일 찍을 사진이 같아야 진짜 칼군무라더라.”


“그렇게까지 하는 아이돌은 없었어요..”


“그렇게까지 하는 아이돌이 없었으니까 풀썸이 데뷔와 동시에 빛난 거지.”


“아..”

“형.. 우리 연습 더 하고 갈까?”


“12시가 넘었는데 괜찮으려나..”


“쉴 때 밖에서 김 팀장님 만났는데 풀썸은 곧 숙소로 갈 거래. 1시 넘으면 강제 퇴근이란다. 혹시라도 더 있고 싶으면 있으래, 연습실마다 바로 옆방이 수면실이니까 쉬어가면 하라더라.”


“샤워실이 붙어있는 연습실.. 바로 옆에 수면실.. AG는 뭐 하는 곳일까요..”


“내가 우리 대표님과의 의리만 아니면 확 옮겨 버리고 싶은 곳.”


민가영은 눈빛이 빛나가 시작한 타이푼 멤버들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고, 조금의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솔직히 조금 걱정했어. 너희가 처음 선택된 것이 아니라 원픽스 대신 들어온 거니까. 하지만 몇 시간 같이 지내보니 내 걱정이 괜한 걱정이었더라.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너희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있는지는 몰라. 하지만 이건 확실해. 너희는 쉽지 않은 기회를 잡았다는 거. 그리고 내가 단 몇 시간이지만 본 너희라면 이 기회를 너희 것으로 만들 거라는 거.”


“선배님..”


날짜가 바뀌었기에 이틀 뒤, 풀썸과 함께 ‘뮤직스타트’의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타이푼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 풀썸과 타이푼의 환상적인 콜라보! ]


[ 타이푼? 타이푼! 모두의 예상을 깨다! ]


[ 6년 차 아이돌의 재발견! 첫 전성기 오나? ]


걸그룹 출신이던 민가영과 걸그룹 풀썸이 만나 걸그룹인 ‘핑크애플’의 곡으로 무대를 꾸몄던 것보다 보이 그룹인 타이푼과 걸그룹 풀썸이 꾸민 타이푼의 ‘빛’이라는 무대에 방청객들을 물론, 대중들은 더 환호했다.


여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의 조합 때문이 아니었다.


예상했음과 예상치 못했음의 차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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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풀썸 컴백 (6). NEW 1시간 전 45 1 11쪽
121 김무명 움직이다(1). +6 22.10.01 231 11 11쪽
120 휴가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6 22.09.30 281 10 13쪽
119 N극과 S극. - 자석은 붙지만, 사람은 멀어진다. +5 22.09.29 312 13 10쪽
118 ‘진짜’ 진실과 ‘자신만’ 진실인 진실(1). +6 22.09.28 339 15 11쪽
117 터져야 알게 되는 것. +6 22.09.27 380 14 12쪽
116 운이 없었던 것도 운이었다. +6 22.09.25 447 15 10쪽
115 가끔은 예상 밖이 더 큰 것을 가져온다(2). +6 22.09.24 451 14 11쪽
114 가끔은 예상 밖이 더 큰 것을 가져온다(1). +8 22.09.23 476 15 12쪽
113 지금, 풀썸은. +6 22.09.22 462 16 11쪽
112 그 시각, CK 엔터. +6 22.09.21 466 17 11쪽
111 그 시각, 펙아티스트. +6 22.09.20 483 15 12쪽
110 풀썸 컴백 (5). +6 22.09.18 534 14 10쪽
109 풀썸 컴백 (4). +6 22.09.17 492 16 11쪽
108 풀썸 컴백 (3). +8 22.09.16 489 15 11쪽
107 선택은 각자의 몫. +6 22.09.15 512 16 11쪽
106 어쩌면 S극이 더 S극을 원할지도 모른다. +6 22.09.14 524 17 11쪽
105 풀썸 컴백 (2). +6 22.09.13 530 16 11쪽
104 풀썸 컴백 (1). +6 22.09.08 557 15 10쪽
103 풀썸 컴백 (0). +6 22.09.07 546 16 12쪽
102 이번에는 제발. +6 22.09.06 567 19 12쪽
101 나가용이 망해도 시계는 돌아간다 +6 22.09.04 606 18 12쪽
100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끝났다. +6 22.09.03 601 20 12쪽
99 안하리가 안하리 했다. +6 22.09.02 612 19 11쪽
98 나가용의 준비된 추락의 시작은 나였다. +6 22.09.01 638 18 11쪽
97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된 악연. +6 22.08.31 649 20 12쪽
96 그래서, 더 밝힐 수 있었던 것. +3 22.08.28 716 21 12쪽
95 그래서 밝혀진 것. +6 22.08.27 708 20 12쪽
94 범죄지만, 범죄일지라도. +6 22.08.26 707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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