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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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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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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한 걸음.

DUMMY

76. 미사 한 걸음.


TNW 방송국 ‘퀴즈 학교’ 녹화장에 도착하자마자 미사와 함께 김섭이 메인 PD를 찾았다.


“아이고! 제가 찾아가야 하는데..”


“그러실 것 같아서 조금 일찍 왔습니다.”


김섭이 PD는 미사의 섭외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풀썸의 인기가 ‘아이돌’이란 단어가 생긴 이후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인기가 곧 힘인 연예계에서 안 그래도 호의적이던 김섭이 PD가 미사를 더 신경 쓸 것이란 건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미사나 내 생각은 김섭이 PD의 그런 행동이 풀썸에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다른 출연자들과 미사를 똑같이 대해주셨으면 한다는 부탁을 하러 왔습니다.”


“..네?”


진행을 맡은 2세대 아이돌을 제외하고 출연하는 5명이 속한 그룹의 인기를 다 모아도 풀썸의 인기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미사는 출연진 중 가장 후배고, 어떤 출연진과는 3년이나 차이가 나기도 한다.


김섭이 PD가 인기로 급을 나누고 차별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의 작은 배려하나가 미사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AG는 다른 엔터들과 조금 다르다고 하더니 역시였군요.”


아마 조금 더 신경 써 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고, 제 인기에 맞는 대우를 받고 싶어 했을 사람들을 많이 상대했을 것이다.


“미사 씨는 제게 부탁하고 싶은 거 없나요?”


나를 힐끗거리는 미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슬이가 혹시라도 기회가 되면 말하라고 했던 건데요. 가능하면 편집 비율도 다른 선배님들과 맞춰주셨으면 좋겠어요.”


미사의 말에 놀란 건 김섭이 PD만이 아니었다.


나도 미사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 몰랐다.


“응? 이슬이가?”


“네. 제가 한국 아이돌은 잘 알아도 아이돌의 노래와 안무만 잘 아는 거지, 한국 예능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요. 출연도 ‘오늘 어때?’가 처음이었고요.”


‘오늘 어때?’는 다연이와 미사 둘만 출연한 예능이라 편집을 해도 둘이 중심이었고,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서 분량이란 단어도 별로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퀴즈 학교’는 진행 두 명을 제외하고 남은 6명의 분량 나눠 먹기였다.


“사람의 심리 때문에 녹화도 편집도 저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를 띄우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비교 대상으로 만들고, 나름의 선과 악을 만들어야 한대요.”


김섭이 PD도 생각이 많아진 표정이었고, 나도 이슬이가 미사에게 편집에 관여하는 월권을 알려주지 않았을 것 같아 미사의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한국 예능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예능도 마찬가지래요. 의도적인 악마의 편집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천사의 편집도 주가 아닌 비주류에게는 악마의 편집과 다름없다고요.”


“아..”


“무례했다면 죄송해요.. 녹화나 편집은 다 PD님의 권한인데..”


“아닙니다. 그던 게 아니라.. 윤이슬 씨가 그렇게 말했다고 미사 씨께서 무조건 듣는 게 아니라 미사 씨도 옳다고 생각하고 말했을 텐데.. 이유가 있었나요?”


“저도 외국인 아이돌이니까요.”


성공보다 실패를 먼저 경험했던 미사.

한 명의 멤버로 대우받은 것이 아닌, 도구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던 미사.


‘저도 외국인 아이돌이니까요’라는 말이 모든 것을 이해시켰다.


”이렇게 또 하나 배우네요.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김섭이 PD의 답에 환하게 웃는 미사였다.


**


김무명과 미사가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가자 김섭이 PD는 회의실 한쪽에 마련된 칸막이를 툭툭 쳤다.


“나와.”


“다이어트 중인데 음식 냄새 때문에 미쳐버리는 줄? 다 먹었으면 좀 치워요.”


“치울 시간이 있었어? 먹자마자 네가 쳐들어왔지? 그리고 바로 김무명 팀장이랑 미사왔지. 그러게 숨기는 왜 숨어? 그냥 같이 보면 되는걸?”


“허? 어이없네. 저를 저 구석으로 밀어 넣은 건 PD님이라고요!”


“응? 내가 그랬나?”


“와.. 진짜.. 내가 PD님과의 의리 때문에 ‘퀴즈 학교’ 진행 맡는 게 아니었어.”


김무명과 미사보다 김섭이 PD를 먼저 찾아온 인물이 있었다.


2세대 아이돌이자, ‘퀴즈 학교’의 진행자 중 한 명으로 현재는 예능인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김나나였다.


“그래서. 어때요? 난 좀 의외던데?”


“의외 정도가 아니야. 저렇게 나오면 더 신경 써주고 싶은데..”


“뭐.. 나 같아도 그렇겠어요.”


졸지에 칸막이 뒤로 떠밀려버린 김나나였지만, 문득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풀썸이 스텝들에게 예의 바르다는 소문을 들었다.

풀썸이 팬들에게 잘한다는 기사도 봤다.


어느 방송국 할 것 없이 풀썸을 섭외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같이 촬영한 사람마다 풀썸을 칭찬하더라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김나나는 궁금했다.


사람의 인성이란 다수의 사람이 모여있을 때는 나오지 않는다.


스텝들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한 것?

팬들에게 잘해주는 것?


적어도 연예인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으면, 인성이 박살 난 사람이라도 가능하다.


인기가 있으면 방송국에 찾는 것은 당연하고, 인기 있는 사람이 출연해 병풍 역할만 잘해줘도 시청률이 오르니 칭찬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즉, 그 사람의 진짜에 가까운 모습을 보고 싶으면 일 대 다가 아닌, 일 대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 김나나의 생각이었다.


“PD님도 아시죠? 전 연예인들 이미지 절대 믿지 않는 거? 그래서 솔직히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면서도 기대는 안 했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


“아니요.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으니까요. 아무튼, 매니저의 부탁부터 제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어요.”


“나도 그래. AG도 역시나 싶었어. 그런데 완전히 결이 다른 부탁을 받아버렸네? 하하하”


“미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


‘퀴즈 학교’의 또 다른 진행자인 2세대 아이돌 지혁은 누군가가 나간 문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올렸다.


“미친 새끼. 뭐? 옛정을 생각해서 잘 봐줘? 지랄하고 자빠졌네.”


“같이 들어온 애 표정이 안 좋던데?”


“저 새끼랑 같이 다니면 안 좋아질 수밖에 없어.”


똑똑


“네! 잠시만요!”


지혁의 매니저 홍지원이 문을 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AG 엔터 김무명입니다.”


“안녕하세요! 미사 타케시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요즘 가장 핫하다는 아이돌 풀썸의 멤버와 매니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불리는 매니저의 등장이었다.


“아..네. 트라이엥글의 홍지원입니다.”


“지혁입니다.”


홍지원 매니저와 지혁의 표정이 그렇게 좋지 않았음에도 김무명과 미사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인사도 드리고 부탁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인사는 했고. 부탁이요? 애드립으로 질문이라도 하나 더 해줘요? 아니면 리엑션이라도 더 해 줘요?”


생각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혁의 앞을 홍지원이 막아섰다.


“요즘 그렇게 했다가는 리엑션을 받은 사람도, 한 사람도 다 죽습니다.”


“네? 뭐라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시청자들의 수준이 예전과 다릅니다. 방송국이 작정하고 조작하는 것 시청자들이 다 찾아내 버리는 세상이죠. 6명 출연하는데 리엑션이나 질문이 쏠린다? 욕먹기 딱 좋습니다.”


이어지는 김무명의 말에 홍지원과 지혁은 자신이 제 귀를 의심했다.


“어느 정도 대본이 있는 예능이지만 애드립의 비중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미사가 아닌 다른 출연자들에게 조금 더 리엑션 해주시고, 조금 더 그들이 화면에 잡힐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왜요?”


“미사가 애드립이 약하거나 리엑션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김무명의 설명을 듣고 멍해졌던 정신이 김무명과 미사가 나간 뒤에도 그대로였다.


“지혁아. 원래는 좀 재수 없게 들렸어야 했는지.. 왜 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좀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대단한 거야. 가진 자의 여유 따위나 너희들이 아무리 발악해도 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가 아니었어.”


“한국에 와서 고생 많았을 친구들이다, 어쩌면 한국인 멤버들보다 힘들고 외로웠을지 모른다, 그 친구들에게는 이번 예능이 둘도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빛날 기회를 주고 싶다..”


지혁이 김무명의 말을 되새기며 생각에 잠기는 동안, 홍지원의 머릿속도 복잡했다.


지혁을 비롯해 몇몇 연예인들을 담당하고 실장이라는 직책에 오르는 동안 김무명 같은 매니저는 처음이었다.


무한 경쟁의 연예계에서 자기가 담당하는 연예인을 위해 온갖 술수를 꾸미는 매니저는 봤어도 제 몫으로 정해진 것까지 나눠주려는 매니저는 없었다.


게다가 김무명과 미사 전에 찾아와 지혁을 화나게 했던 누군가와 완전히 반대였다.


출연하는 아이돌의 담당 매니저도 아니면서 지혁과의 인연으로 찾아와 소속 아이돌을 부탁하던 더 네임 엔터 최영수 실장.


지혁이 아이돌 활동하던 시절에 담당했던 그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받았는지, 7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바로 탈퇴와 계약 해지를 했던 가장 큰 이유가 자신임을 몰랐던 최영수 실장은 당당하게 들어와 당당하게 요구했다.


틈틈이 미사오라는 출연진에게 애드립을 해줘라.

미사오가 대사를 하면 리엑션 좀 신경 써 줘라. 등.


심지어 애드립 목록이 적혀있는 쪽지까지 주고 갔다.


“거의 대본에 가까운 쪽지를 주고 가면서 애드립이라고 말한 그 새끼와 완전 반대네.”


순간 제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왔나 싶을 정도의 말이 지혁의 입에서 나왔다.


“그런데.. 미사도 일본인 아니야?”


“맞지. 맞는데.. AG는 미사를 일본인으로 보지 않는 거야.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미사는 아마 김무명 팀장님이 말했던 것들을 다 경험하지 않았나 싶어.”


“어떻게 할 거야?”


“흠.. 저렇게 나오니까.. 그 새끼 뒤에 와서 그런 말 하니까.. 더 챙겨주고 싶은데 어쩌지?”


“크크크. 미사는 이번 예능이 두 번째라더라, 처음은 거의 리얼리티였고, 예능 같은 예능은 이번이 처음. 그것도 혼자는 처음. 신경 좀 써줘.”


**


지혁의 대기실에서 했던 말도 미사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 잘 전달됐을까요?”


“왜? 인기 믿고 건방지다고 생각할 것 같아?”


“속으로는요..”


“KBC 것들이나 그렇게 생각하지, 김 PD님이나 지혁 씨는 신선하다고 생각할걸?”


“그럴까요?”


“응. 너나 이슬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힘들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바보 취급이나 당하지.”


“헐.”


“풀썸의 인기, 너희가 스텝들이나 팬들에게 하는 말과 행동들, 우호적인 PD, 꼰대이지 않은 선배, 외국인 멤버들 걱정하는 너의 진정성. 이것 중 하나라도 거짓이라면 네 생각이 아무리 옳아도 그대로 전해지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미사야.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무서운 이야기요?”


“만약에.. 네가 녹화를 엉망으로 하잖아? 말하는 것마다 재미 하나도 없고, 뒷북이나 치고, 눈치나 보고, 방긋방긋 웃기만 하면.. 우리 바보 된다?


“전혀 무섭지 않네요!”


서이나 매니저가 기다리는 대기실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미사의 뒷모습을 보니 미사도 데뷔와 동시에 한 단계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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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그 시각, CK 엔터. +6 22.09.21 374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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