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연재 주기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0.01 23:0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142,250
추천수 :
2,716
글자수 :
638,104

작성
22.07.29 23:00
조회
1,017
추천
22
글자
12쪽

이 없으면 잇몸으로.

DUMMY

77. 이 없으면 잇몸으로.


- 안돼요! 싫어요!


미사의 이름이 적힌 대기실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옆 대기실에서 차마 모른 척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 실장님! 이건 아닙니다!


풀썸 멤버들의 연습실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방음 시설이 갖춰진 방송국 대기실을 밖으로 저 정도의 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면 안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봐야 했다.


- 야! 네가 시킨 거 안 하니까 내가 한 거잖아! 너! 당장 옷 안 갈아입어?!


- 안돼요! 싫어요!


음?


미사오.


대기실 문에 적힌 이름이었다.


“미친 새끼 아냐? 아무리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어도 그렇지..”


풀썸 멤버들이 의상을 갈아입어야 할 시간이 되면 남자 매니저들과 남자 보안 요원들은 모두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여성 보안 요원이 장비를 이용해 대기실 곳곳을 검사한 후에 멤버들이 의상을 갈아입는다.


- 미사오! 입지 마! 내가 책임질게!


- 책임? 요즘 것들은 진짜.. 야이 새끼야! 어떻게 책임질 건데? 어? 내 노력과 시간은 어떻게 책임질래? 너 같은 새끼가 맡고 있으니까 트링클이 안 뜬 거야!


- 그렇다고 일부로 노출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 씨X! 요즘 AG 때문에 건방진 것들이 목소리 좀 낸다고 하더니.. 와.. 씨X 우리도 있었네? 트링클이 풀썸 만큼 인기 있으면 내가 이 지랄도 안 해! 풀썸 그것들보다 얼굴이 반반하지도 않아! 몸매가 매끈하기를 하지도 않아! 노래라도 잘해? 응? 춤도 풀썸보다 잘 춰? 씨X! 거절할 거면 풀썸 만큼 인기 있고 나서 거절하든 지랄하든 해! 지금은 그냥 까라면 까!


- 저! 그.. ..


저! 이후에 목소리가 작아 밖에서는 들리지 않았지만,


- 그래! 잘 생각했어! 널 찍고 있는 카메라 옆에 내가 있을 거야. 신호를 주면 하면 돼.


안돼요와 싫어요를 포기한 것 같았다.


- 내가 그놈에게 찔러준 거도 있으니까 돈값은 할 거야. 딱 한 번이야. 너의 그 결정이 트링클을 살린다고 생각해!


- 실장님!


- 넌 닥쳐! 쟤가 한다잖아! 팀과 멤버들을 위해 한다잖아!


흠.. 애매한데..


다연이와 첫 만남과 비슷한 상황.


하지만 다연이 때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 실장이라는 사람에게 죽빵을 날리기에는 좀 애매했다.


다연이의 경우에는 안충건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었고, 내가 나서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뻔했다.


무엇보다 다연이는 데뷔 전이었다.


물론, 미사오의 강한 거부와 입으라는 단어, 노출, 찔러준 돈이란 단어들에서 실장이라는 사람이 좋지 않은 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만약 미사오가 끝까지 거부했다면 문을 열고 들어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거의 강제에 의한 결정이라도 미사오는 거부하는 것을 포기했다.


진실이 어떻다는 것을 빼고, 눈앞에 보이는 현실과 말을 요약하면,


‘미사오는 소속사 실장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가 된다.


내가 여기서 ‘거부하던’이라든지, ‘어쩔 수 없이’라든지, ‘강압 때문에’라고 외쳐도 미사오가

‘NO’라고 말하면 나만 쓸데없는 간섭자가 되는 거였다.


그리고 계약에 묶여있고, 멤버들을 위해 강압을 허락할 정도의 미사오라면 ‘NO’라고 말할 확률이 더 높았다.


‘나만’이던 다연이와 ‘모두’인 미사오의 차이가 나를 애매하게 만들었다.


“뭐.. 이 없으면 잇몸이지.”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


교실 분위기의 세트장에서 진행된 녹화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활기차고 재미있게 돌아갔다.


진행을 맡은 김나나와 지혁도 아이돌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현역 아이돌인 출연진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출연진들에게도 안 대표와 내가 걱정했던 그런 모습을 아직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어색한 한국말로 열심히 퀴즈를 풀고, 토크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일어, 중국어,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한국인 진행자에게 들켜 주의를 받을 때는 스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대로만 가면 TNW에 또 하나의 대표 예능이 탄생하겠는 생각이 든 순간, 누군가가 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네임 엔터 최영수 실장.


알아보니 엔터판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통제의 달인’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아티스트들을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돈만 받으면 회사가 원하는 만큼의 족쇄를 채우는 개새끼지.. 아.. 개새끼란 말 안 쓰려고 했는데..”


“네?”


내 혼잣말을 들은 서이나 매니저가 깜짝 놀라 물었다.


“저 인간.”


“아.. 이제 움직이려나 보네요. 저 스텝도 기억해야겠네요.”


녹화장은 PD와 작가, 스텝, 출연자들의 영역이었다.


매니저가 그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경우라고는 담당 아티스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뿐.


너무나도 잘 진행되고 있는 영역에 매니저가 슬그머니 들어갔는데, 그 모습을 보고도 눈을 돌려버리는 스텝이라면 돈맛을 본 사람이라고 봐야 했다.


최영수 실장이 어느 카메라 담당 스텝의 옆에 서는 순간, 나는 두 발을 하늘로 올리고 기지개를 크게 켰다.


**


김섭이 PD와 두 진행자가 출연진을 골고루 신경 썼음에도 녹화는 미사를 중심으로 돌아가 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이 아닐까 의심이 들 만큼 완벽한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아는 문제가 나오면 열성적으로 손을 들고, 몰랐던 문제를 다른 출연진이 맞추면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 토크가 끊길 것 같은 분위기가 보이면 어김없이 끼어들며 화제를 전환 시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반장 선거라는 것 자체가 없었음에도 모두가 미사를 반장처럼 대했던 이유에는 미사의 배려심이 있었다.


풀썸의 멤버인 미사를 제외하고 다섯 명의 출연진이 속한 그룹 중 음방 1위를 차지한 그룹이 없었다.


흔히 말하는 1,5군의 아이돌.


게다가 팀이 아닌 개인으로 예능에 출연한 경험의 거의 없는 외국인 멤버이기에 때로는 의욕이 너무 넘쳤고, 때로는 갈피를 잡지 못해 붕 떠버리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귀신같이 잡아내 조율했던 사람이 바로 미사였다.


일본인 두 명, 중국인 한 명, 태국인 한 명, 미국인 한 명, 뉴질랜드인 한 명으로 구성된 출연진들 사이의 조율자이면서, 이들을 대표로 한국인 진행자 두 명과도 호흡을 맞췄고, 때로는 PD나 작가가 스케치북으로 알려주는 전달 사항도 꼼꼼히 챙기면서 녹화의 흐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그런 미사의 눈에 김무명의 기지개 켜는 모습이 들어왔다.


“선생님!”


“미사 학생? 무슨 일인가요?”


“저 화가 나서 수업 못 듣겠어요!”


지금까지 녹화의 흐름을 이어주기 위한 애드립만 하던 미사에게서 지금까지와 다른 분위기의 애드립이 나오자 김나나와 지혁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팔을 돌리며 계속 진행하라는 김섭이 PD의 사인을 받은 지혁이 엄한 표정을 지으며 미사에게 다가갔다.


“지금까지 제일 많이 웃고, 제일 신 나게 논 사람이 미사면서 화는 언제 난 건가요?”


“헐! 제가 그랬나요?”


“네.”


“아닌데..”


“아닌데는 반말입니다.”


“요.”


“요만 붙인다고 다가 아닙니다. 그래요. 일단 왜 화가 갑.자.기. 났는지 들어나 봅시다.”


미사가 바로 옆에 앉아있던 미사오를 힐끗 쳐다봤다.


“미사. 미사오! 이름도 비슷해요!”


“오늘 수업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 와서요?”


“놉! 아까부터 그랬어요!”


“이름이 비슷해서 화나 났는데.. 그 화가 갑자기 터졌다.”


“놉!”


“하.. 후.. 그래요.. 그래.. 계속해 봐요.”


“이름도 비슷하죠? 저는 20살, 미사오 언니는 22살! 제가 어려요! 한참! 그런데! 왜! 미사오 언니의 피부가 더 좋은 걸까요?”


“아니, 화내다가 진지하게 묻는다고?”


미사와 지혁의 티키타카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한 명과 방송용 웃음을 지어야 했던 한 명이 있었다.


미사의 시선이 어디에 잠시 머물렀는지 느꼈던 미사오와 녹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 분위기가 달아올라 긴장이 느슨해질 때만 기다리고 있던 최영수 실장.


“그러면 안 되나요?”


“아니.. 돼.. 되는데.. 그래서요?”


미사가 오른쪽 팔을 번쩍 들었다.


“반장으로 선생님께 제안합니다!”


“왜 갑자기 제안으로 가는 거죠? 아니! 김나나 선생님! 우리 반장 선거했어요?”


살짝 머리를 식히고 싶었던 지혁이 애드립 배턴을 김나나에게 넘겼다.


“지금 하죠. 뭐. 미사가 당당하게 반장이라는데 동의하는 사람?”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손을 든 미사오까지 모두 손을 들었다.


“반장 맞네요.”


“우와.. 쿨해. 좋아요. 반장 미사. 제안할 게 뭔가요?”


“저의 정신건강을 위해 무릎 담요를 요청합니다!”


“무..릎.. 담요? 흔히 알고 있는 그 무릎 담요..?


”네!“


김섭이 PD는 ‘퀴즈 학교’라는 예능을 준비하면서 출연진들에게 교복 형태의 통일된 녹화용 의상을 입힐지, 아니면 자율 복으로 할지 고민했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김섭이 PD는 출연진들의 소속사에 공문을 보냈고, 어떤 것도 상관없다는 AG 엔터를 제외한 소속사들은 자율 복을 원하면서 각자 그룹의 활동 무대 의상을 입으면 아이돌답고 팀을 알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더했다.


윈윈이라고 생각한 김섭이 PD는 OK 했고, 여성 출연진들을 위한 무릎 담요를 따로 준비했었다.


하지만 무대 의상이 치마가 아닌 바지라 필요 없었던 미사를 제외하고 다른 여성 출연자 두 명의 의상이 치마임에도 무릎 담요를 그녀들의 소속사 측에서 거부했던 것.


중국인 출연자의 소속사는 무대 의상의 포인트가 치마이고, 짧지도 않은 치아에 속바지까지 완벽해 노출의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라도 있었지만, 미사오의 소속사는 어떠한 이유도 언급하지 않고 거절했다.


세트장 자체도 정면에서 바라보는 형식, 즉, 선생님이 있는 교탁에서 학생들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창문을 통해 교실을 바라보는 형식이었고, 교탁 쪽에 설치된 카메라도 출연진들이 앉아있는 책상 위를 잡는 구도라 방송사고만 나지 않으면 노출의 위험이 없고, 나더라도 생방송이 아니기에 편집하면 된다고 생각한 김섭이 PD를 비롯한 스텝들도 무릎 담요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랬던 김섭이 PD의 머릿속에 녹화 전에 찾아와서 다른 출연진들을 위하던 미사의 모습이 스치고 갔다.


‘무릎 담요 준비 완료’라고 적은 스케치북을 든 김섭이 PD를 본 미사가 말을 이었다.


”이런 제안을 하면 생각해 보겠다, 준비하겠다. 이러면서 시간을 잡아먹겠죠? 그래서! 제가 반장 된 기념으로 준비했어요!“


”아니, 있어요. 있어. 바로 줄게요. 그리고 조금 전에 반장 됐는데 기념으로 준비해요?“


”예능이니까 그냥 넘어가죠?“


”아 네..“


짝짝.


”세바스경우. 들어와요.“


”누구.. 누가 들어와요?“


드르륵하고 교실 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이경우 매니저가 쇼핑 백 8개를 들고 들어왔다.


”인사해요. 우리 선생님과 내 친구들.“


”안녕하십니까. 미사 아가씨를 모시고 있는 세바스경우입니다.“


”나눠줘요. 각자 주인이 정해져 있는 거니까 잘 나눠줘야 해요.“


”네. 아가씨.“


각자의 이름이 적힌 쇼핑 백을 받은 출연진과 두 명의 진행자.


그리고 말문이 막혀버린 몇몇과 눈시울이 붉어진 몇몇.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요일, 시간 변경 안내입니다. 22.07.10 1,741 0 -
121 김무명 움직이다(1). NEW 10시간 전 118 5 11쪽
120 휴가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6 22.09.30 226 8 13쪽
119 N극과 S극. - 자석은 붙지만, 사람은 멀어진다. +5 22.09.29 287 12 10쪽
118 ‘진짜’ 진실과 ‘자신만’ 진실인 진실(1). +6 22.09.28 325 14 11쪽
117 터져야 알게 되는 것. +6 22.09.27 368 14 12쪽
116 운이 없었던 것도 운이었다. +6 22.09.25 435 15 10쪽
115 가끔은 예상 밖이 더 큰 것을 가져온다(2). +6 22.09.24 441 14 11쪽
114 가끔은 예상 밖이 더 큰 것을 가져온다(1). +8 22.09.23 465 15 12쪽
113 지금, 풀썸은. +6 22.09.22 451 16 11쪽
112 그 시각, CK 엔터. +6 22.09.21 456 17 11쪽
111 그 시각, 펙아티스트. +6 22.09.20 470 15 12쪽
110 풀썸 컴백 (5). +6 22.09.18 523 14 10쪽
109 풀썸 컴백 (4). +6 22.09.17 483 16 11쪽
108 풀썸 컴백 (3). +8 22.09.16 479 15 11쪽
107 선택은 각자의 몫. +6 22.09.15 502 16 11쪽
106 어쩌면 S극이 더 S극을 원할지도 모른다. +6 22.09.14 515 17 11쪽
105 풀썸 컴백 (2). +6 22.09.13 521 16 11쪽
104 풀썸 컴백 (1). +6 22.09.08 547 15 10쪽
103 풀썸 컴백 (0). +6 22.09.07 538 16 12쪽
102 이번에는 제발. +6 22.09.06 560 19 12쪽
101 나가용이 망해도 시계는 돌아간다 +6 22.09.04 598 18 12쪽
100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끝났다. +6 22.09.03 593 20 12쪽
99 안하리가 안하리 했다. +6 22.09.02 605 19 11쪽
98 나가용의 준비된 추락의 시작은 나였다. +6 22.09.01 629 18 11쪽
97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된 악연. +6 22.08.31 640 20 12쪽
96 그래서, 더 밝힐 수 있었던 것. +3 22.08.28 707 21 12쪽
95 그래서 밝혀진 것. +6 22.08.27 700 20 12쪽
94 범죄지만, 범죄일지라도. +6 22.08.26 699 22 12쪽
93 내려다볼 수 있었기에 알 수 있었던 것. +6 22.08.25 713 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