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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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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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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결론은 김무명.

DUMMY

82. 어차피 결론은 김무명.


최영수는 말로 타일러서 해결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맞아야 정신 차린다고, 차라리 그가 먼저 주먹이라도 날려 주면 고맙겠지만, 크게 짖는 개일수록 겁이 많다고 내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을 것 같지는 않다.


죽기 직전까지 맞아 정신을 차릴 것 같은데 그럼 나만 손해다.


우리나라 법에는 정당방위가 존재하지만, 한 대 맞았다고 죽지 직전까지 때리거나, 정신 차리게 하려고 때렸다는 건 정당방위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말로 해서는 안 되고, 때릴 수도 없고, 그럼 엿이라도 먹여야 하는데, 최영수 같은 인간을 곤란하게 하기에는 이 방법이 최고다.


상대방이 생각했던 것 반대로 하기.


나는 최영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더 네임 엔터 대표를 향해 입을 열었다.


“트링클 계약서 가져오시죠.”


“계약서..”


“트링클이 이 인간 덕분에 더 네임이란 곳에 더 정이 떨어졌을 텐데 그냥 40억 받고 트링클 풀어주세요. 그게 트링클에게 속죄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언론은 지혁 씨가 감당하지 않을 겁니다. 대표님이 싼 똥은 대표님이 치우세요.”


“대표님! 안됩니다! 더 네임 엔터의 이미지를 생각하세요!”


“이미지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넌 그냥 흠집이 나기 싫은 거잖아? 한번 부러졌던 뼈는 더 단단해져, 그리고 몸에 상처가 가면 그 아픔을 알기에 조심하지. 대표님. 최영수 저 인간 팔아서 감성팔이하고, 대표님의 관리 부족도 인정하시면서 트링클의 미래를 위해 계약을 해지했으며 미래를 응원한다는 말이면 됩니다.”


대표가 법의 심판을 받을 정도의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부족함을 인정하고 트링클의 미래까지 응원한다는데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네임에 지켜야 할 이미지가 있습니까? 최영수를 가까이하다 보니 더 네임이 꽤 이름있는 엔터로 착각하시고 계는 것 같네요. 대표님. 더 네임은 중소 엔터입니다. 깨질 이미지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 이미지를 만들어가야 하는 회사란 말입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긴 대표가 서랍에서 서류 몇 개를 꺼냈다.


“트링클 계약 서류입니다..”


“대표님!”


“최 실장.. 너도 더 네임에서 나가..”


“후회하실 겁니다!”


“후회는 이미 하고 있어! 하고 있다고.. 시대의 흐름을 댐으로 막을 게 아니라 그냥 흐름에 몸을 맡겼어야 했어.. 고이는 순간 썩는다는 게 맞았어.”


“썩..”


대표가 말한 시대의 흐름이란, 과거 소속 아티스트를 통제하고 단속하던 시설에서 연애는 몇 년 뒤에 가능하고, 개인 휴대폰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휴대 가능하다는 등의 항목을 계약서에 작성하는 시대를 지나, 연습생 때부터 책임감을 심어주며 데뷔 후에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자율을 존중하는 지금에 이르는 변화를 의미했다.


대표는 그런 흐름의 한복판에 있었음에도 과거에 익숙해 최영수라는 댐을 더 네임 엔터에 세웠다.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할 것 같으면 무조건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하는 곳이 바로 엔터 업이다.


그런 곳에 강제로 댐을 세웠으니 물이 고이고, 고이니 썩을 수밖에.


소파에 털썩 앉는 대표의 모습에서 처음 나와 지혁이 방문했을 때나, ‘흥정’을 하려 했을 때나, 40억, 45억을 듣고 눈빛이 변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혁 씨.”


“네..”


“멤버들 계약서 보면 볼수록 화만 날 겁니다. 그냥 준비해온 서류에 대표와 멤버들에게 사인받으세요. 지혁 씨와의 계약은 이곳을 나가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네..”


“그리고.. 최영수 씨. 당신이 또 다른 엔터에 들어가 비선 실세 노릇을 하든, 가스라이팅을 하든, 최면을 걸 든, 통제하든 내가 막을 권한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마음대로 하는데.. AG를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말고, 풀썸에게 흠집 낼 생각도 하지 마. 만약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면 정글 엔터 대표가 요즘 어디서 뭘 하는지 알아보고, 거북이 엔터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아봐. 그러고도 덤빌 거면 덤벼. 그때는 진짜 정신 차리게 해줄게.”


매라는 약으로.


**


더 네임 엔터 건물에 들어갈 때는 지혁과 나 둘뿐이었지만, 나올 때는 트링클 네 명에 매니저 한 명까지 총 일곱 명이었다.


“병진 씨. 밴 운전 가능하죠?”


“네! 가능합니다! 잘합니다!”


“주차장에 4457번 흰색 밴이 있을 겁니다. 트링클과 함께 AG 엔터 별관으로 오세요.”


지혁과 내 차로 나눠타고 이동해도 되지만, AG 엔터가 주는 선물 자랑하고 싶기도 했고, 트링클 멤버들도 자기들끼리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따로 이동하기로 했다.


잠시 뒤, AG 엔터 별관 회의실.


“일단.. 하루아침에 소속이 바뀌게 된 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네임에 남아있었다면 더 안타까운 일이 생겼을 겁니다.”


트링클 멤버들도 김병진 매니저도 생각이 많아 보였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지혁 씨. 사무실 마련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작은 건물 하나 봐놨습니다. 계약하고 공사하면 적어도 3주는 걸릴 것 같아요.”


“그동안 이곳 별관을 이용하세요. 그리고 숙소는 풀썸 숙소 옆 주택이 매물로 나와서 마련해 놨습니다. 숙소가 정해질 때까지는 쓰시고, 마음에 드시면 AG 엔터 최 부장님께 문의하시면 대여나 매매가 가능할 겁니다.”


“그렇게까지.. 감사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혁과 미리 이야기된 것이 아니라 그도 꽤 놀란 눈치였다.


“AG 엔터 소속이자 제삼자의 입장이지만.. 마지막으로 트링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혼나는 아이처럼 바짝 긴장한 채 자세를 바로 한 트링클 멤버들을 보니, 잘 데리고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예계에 있는 한 아티스트들을 상품으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건 풀썸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나 AG 엔터가 멤버들을 그런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모두가 AG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럴 거 같으면 차라리 자신을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합니다. 그리고 상품이라면 대체 불가능한 상품이 되세요. 대체 불가능한 상품은 더 상품이 아닙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되니까요.”


“아..”

“대체 불가능..”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군요..”


지금 느낀 거지만 지혁은 참 다채로운 표정의 소유자인 것 같았다.


“CK 그룹은 대기업이란 소리를 듣지만, SS 그룹은 그냥 SS 그룹이지 않습니까.”


“저희가 풀썸처럼 될 수 있을까요?!”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리더라 더 책임감도 느끼고 부담스럽기도 하겠지요.. 풀썸처럼이라.. 풀썸처럼은 될 수 없습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풀썸은 풀썸이고 트링클은 트링클이기 때문입니다. 풀썸처럼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풀썸과 같이 성공하는 여러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무명이 회의실을 나가고 지혁은 천천히 트링클 멤버들을 둘러봤다.


“정신없죠? 이제 제가 여러분 대표고, 대표이기 전에 아이돌 선배이기도 하니까 말 편하게 해도 될까요?”


“네..”


“그래. 고마워. 사실은.. 나도 조금 정신없긴 해. 김무명 팀장님 덕분이 일이 빨리 처리됐지만 이렇게 빨리 모든 것이 마무리될 줄은 몰랐거든..”


마음이 급하다가도 급한 만큼 모든 일이 빨리 처리되는 건 아니라는 것쯤은 지혁도 알고 있었다.


AG에서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건 맞지만, 당연히 협상 과정이 있을 줄 알았고, 그 과정만 해도 며칠이 걸릴 거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AG 별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임시 숙소까지 마련해 놨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했다.


“원래는 다름 이름으로 재데뷔할 계획이었거든.”


“네.. 저희도 어제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혹시나 회사를 옮기게 되면 다른 이름을 쓸 거라고 예상했어요..”


“다른 이름만 예상했어?”


“아니요..”


지혁은 촉촉해지기 시작한 멤버들의 눈동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밤새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았을 거야. 차마 멤버들에게도 하지 못한.. 일단은 불안감을 하나씩 지워보자. 이것도 김무명 팀장님 덕분에 트링클이란 팀명과 트링클 앨범, 곡, 안무, 의상, 컨셉 등, 아무튼 트링클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리가 가져왔어.”


지혁은 말을 하면서도 소름이 돋아 팔을 문질렀다.


‘트링클의 미래를 응원한다면서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면 욕밖에 더 먹겠습니까?’


말투는 대표를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눈빛은 협박에 가까웠던 김무명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아 지혁은 머리를 흔들어 잔상을 지워냈다,


“트링클은 그대로 쓸 거야. 하지만 그 외는 다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난 있잖아.. 아이돌 활동하면서 한 번도 내 의견을 내 본 적이 없거든? 그건 우리 멤버들도 마찬가지였어. 진짜 이런 날이 오고, 이런 말을 할 날이 올 줄 몰랐네.. 하하.. 멤버들끼리 진담이지만 농담이어야 했던 말인데.. 컴백이 조금 늦어져도 너희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앨범 작업해볼까 해.”


“흑..”

“하..”

“감사합니다..”

“진짜 열심히 할게요.. 힝..”


어제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했을 트링클 멤버들을 김무명이 알려준 숙소에 데려다 준 지혁은 때마침 걸려온 김나나의 전화에 만날 약속을 잡았다.


“단 하루 만에 끝날 일이었나..?”


“아니죠.. 김무명 팀장님 아니었으면 몇 개월.. 아니, 저 혼자였으면 최영수에게 휘말렸을 테니 트링클 데려오지 못했을 겁니다.”


“네 말 들으니까 40억이 적은 돈도 아닌데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지 않네.”


“아마.. AG 엔터에게 40억은 적은 돈일 겁니다.”


“응? 무슨 말이야?”


“애들 숙소가 풀썸 숙소 근처라 지나가면서 봤는데.. 그건 숙소가 아니라 저택이라 불러야 하는 곳이었어요. 연예인들이 사는 집이 아니라.. 재벌 회장의 본가 같은?”


“헐..”


“네. 진짜 헐이였죠.”


“애들은 어때?”


김나나는 답을 듣지 않아도 지혁으로 표정으로 어땠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새끼들이라 그런지.. TV에서 보지 못했던 매력이 보이더라고요. 컨셉만 잘 잡아 줬어도 더 네임을 성장시켰을 애들이었어요.”


“에휴.. 그러니까 다들 대형 기획사 찾는 거야.. 그런데.. 앨범 준비할 돈은 있어?”


“아.. 김 팀장님 덕분에요.”


더 네임 엔터 대표의 태도를 변화시킨 금액은 40억이었고. 거기에 지혁이 5억을 더 불러 45억으로 거의 굳어져 가고 있었다.


AG 엔터에서 지금 할 40억에 지혁의 자금 5억.


하지만 최영수가 막판에 끼어들어 개판을 쳤고, 김무명은 개판의 책임을 최영수와 최영수를 데리고 온 대표에게 물으며 40억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그런 분위기였으면 이적료를 더 깎을 수 있었을 텐데?”


“애들 몸값을 깎을 수 없다네요.”


“진짜 장난 없네.. 와우..”


“제가 더한 5억이 제 돈이란 것도 알았는지 그 돈으로 후회 없을 앨범을 만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들으니까 네가 만들어 트링클도 기대되지만.. 풀썸의 다음 앨범이 어떻지 정말 궁금해지네..”


김나나가 말한 풀썸의 다음 앨범에 대한 회의가 AG 엔터 본관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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