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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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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1.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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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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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위에 올린다는 건?

DUMMY

92. 손바닥 위에 올린다는 건?


피에스타 멤버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미친!”


헐.. 엘리샤는 눈빛만으로 누구 하나 죽이겠는데?


“실장님!”


“보이는 대로야.”


삑.


보안 요원을 통해 사용법을 배운 나는 녹음기를 작동시켰다.


- 몇 시간을 갇혀 있어야 하는 거야!

- 이 짓을 일 년에 두 번이나 해야 하다니..


라는 아이돌 운동회를 비난하는 말과,


- 풀썸은 왜 안 나와? 나오면 다리라도 확 걸어버리는 건데.

- 돈 지랄만 하고!

- 솔직히 우리 역조공은 나쁘지 않았잖아?

- 올해는 예산 적다던데?

- 병신 같은 년들아. 뇌는 있니? 이번 운동회의 승자는 참가도 하지 않은 풀썸이야!

- 나도 알아 이년아!


풀썸과 AG 엔터를 비난하는 말들이 녹음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오! 아이돌 운동회의 최대 수혜자가 풀썸이란 사실은 알고 있네?”


“뭐요?!”


엘리샤가 눈빛으로 나를 죽이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콧잔등에 냥냥 펀치를 날리는 새끼 고양이일 뿐이지만.


“칭찬입니다.”


“그게 무슨 칭찬이에요!”


“역시 바보인가?”


“뭐라고요!?”


“저와 입씨름할 때가 아니지 않나요? 왜 이런 대회가 녹음되었나? 대회가 담긴 녹음기는 누구에게 전달될 것인가? 전달받은 누군가는 어떻게 사용하려는 것일까? 이것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나요?”


“리샤야. 김 팀장님 말이 맞다.”


“하? 그래요! 설명해 봐요!”


문태영 실장의 설명이 나오기 직전, 내가 끼어들었다.


“설명은 체육관으로 가는 길에 하시죠? 지금 출발해도 간당간당할 것 같은데?”


아이돌 운동회 녹화가 있는 체육관으로 향하는 밴 안의 분위기는 살벌함 그 자체였다.


“씨X! 본부장이 저 인간에게 시킨 거라고요? 확실해요? 저 인간 표정 보니 확실하네. 미친! 저기요! 본부장이 뭐라고 하던가요?”


“...”


“미친.. 귓구멍이 막혔나! 안 들려?! 본부장이 뭐라고 하면서 이런 미친 짓을 시킨 거야?!”


엘리샤.. 너.. 성량이 이 정도였니?

라이브 할 때 좀.. 큼.


“머리 굴리기도 바쁠 텐데 답해 주겠습니까?”


“당신은 좀 빠져요!”


“실장님. 저 빠져요? 진짜요?”


“문 실장님!”


“좀 조용히 해! 나도 지금 복잡하니까!”


엘리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무시한 문태영 실장은 단추 모양의 캠코더를 노려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려했던 일이 진짜 일어났음에 분노하고, 위험해 질 뻔한 피에스타 멤버들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눈에는 그의 눈에 담기기 시작한 탐욕이 보였다.


탐욕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용하기 쉽다.


“이왕 도와드린 거.. 조금 더 도와줘요?”


“도와주다니..”


“이건 제 방식인데, 예를 들어 누군가가 풀썸이 어떻게 되기를 바란다고 칩시다. 당연히 좋지 않은 것이고요. 전 그 누군가를 직접 깨기도 하지만.. 그전에 그 누군가의 전의부터 상실시키죠. 만약 풀썸이 음방 1위 하는 것을 방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저는 어떻게 해서든 풀썸을 1위로 만들 겁니다. 그리고 누군가 앞에서 한 번 웃어주죠.”


나가용 본부장은 피에스타 멤버들의 입에서 인성 문제가 될 발언이 나오고, KBC, 풀썸, AG 엔터를 비난하는 말이 나오길 바란다.


“그런 말들이 나왔지만, 사라진 것과 다름없죠.”


아직 소형 캠코더의 목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명 좋지 않은 의도임은 분명했다.

녹음기와 소형 캠코더를 손에 넣은 나가용 본부장이 할 만한 짓은 둘 중 하나였다.


언론에 뿌려버리거나 협박하거나.


안 대표의 생각대로라면 언론에 뿌리는 것이 유력하지만.


“둘 중 뭐가 됐든, 피에스타는 망합니다. 단순히 협박만 하면 피에스타라는 이름이 존재는 하겠지만.. 글쎄요..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행사용 국내 아이돌이 되던지, 아니면 박채아처럼 중국으로 가든지.


엘리샤와 문태영 실장의 뒷배인 M 호텔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결과론 적으로 말하자면, ‘피에스타는 멤버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 때문에 망한다.’ 입니다.”


“이봐요!”


“본부장은 그렇게 만들 계획입니다. 엘리샤 씨.”


“이..이..”


“그럼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어떻게 하다니..”


“녹음기와 캠코더는 손에 들어왔고, 본부장은 이런 사실을 모릅니다.”


“김 팀장님의 방식대로라면.. 본부장의 생각과 반대가 되어야 하니까.. 이번 아이돌 운동회에서 피에스타가 뭔가를 보여 줘야 하는군요.”


“아니죠. 풀썸이 아이돌 운동회의 초반과 중반의 관심을 가져왔듯, 피에스타가 후반의 모든 관심을 가져오고, 끝난 뒤에도 피에스타의 이름이 포털을 장식하게 만들어야죠.”


“쉽게 말씀하시네요.”


엘리샤의 어이없어하는 반응이 이해됐다.


풀썸도 아닌 피에스타가 수많은 아이돌이 모여있는 곳에서 모든 관심을 가져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저도 풀썸을 케어하는 매니저이기에 할 말은 아니지만.. 어디 하나 부러질 각오 뛰고 또 뛰면 됩니다.”


“뭐라..고요?”


“아이돌 운동회.. 하지만, 예능이죠.”


처음 아이돌 운동회가 방영되었을 당시에는 아이돌들의 진짜 열정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돌 운동회는 진짜 열정보다 가식의 열정과 눈물이 더 많다.


진짜 사고도 있지만, 계획된 사고도 있다.

최선을 다한 역조공도 있지만, 어그로를 끌어서라도 이름을 알리려고 일부러 엉망인 역조공을 준비하는 기획사도 있다.


진짜 땀을 흘리는 아이돌도 있지만, 제공되는 생수가 땀 역할을 대신해 주는 아이돌도 있고, 음방 출연이 어려운 아이돌이 아이돌 운동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준비된 것들을 보여준 뒤 흘리는 눈물이 있고, 기획사 차원에서 계획한 준비된 눈물도 있다.


부정적인 생각이고, 내 생각을 들은 누군가는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시선을 돌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능이 아니라 진짜 운동회를 하라는 겁니다. 열심히 뛰는 아이돌, 대충하는 아이돌, 예쁘게 보이려는 아이돌, 다양하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죽으라 뛰는 걸그룹은 없었습니다. 머리는 전부 묶으세요. 그리고 화장도 모두 지우세요.”


“회장을 지우면.. 화면에..”


“생얼이 공개되고 어둡게 나오겠죠.”


일반 화장과 방송용 화장에는 차이가 컸다.


“녹음 내용을 보면.. 사이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같은 피에스타라는 것은 확실하고 문 실장님을 따라 ‘모두가’ ‘피에스타’로 가려는 마음은 있죠.”


내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피에스타 멤버들은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입니다. 빅 엔터를 나와 새롭게 시작하는 피에스타. 생얼? 땀 범벅? 걸그룹답지 않은 것? 아이돌답지 않은 모습? 문제가 되겠습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풀썸을 키워낸 내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짧은 순간 결심까지 선 듯한 피에스타 멤버들에게서 고개를 돌려 문태영 실장을 바라봤다.


“녹음기와 저 단추 같은 건 저에게 주시죠?”


아니.. 도와준다는데.. 그런 눈빛은 뭡니까?


“김 팀장님에게요?”


“그럼. 실장님이 그걸 들고 본부장님 만나실 겁니까? 만나서 뭐라고 하려고요? 우리 애들에게 왜 그랬냐? 그렇게 밟고 싶었냐? 녹음은 그렇다 치고 뭘 녹화하려고 했었냐? 라고 따지고, 실장님의 독립과 피에스타의 계약 해지를 들먹이며 협박이라도 하시려고요?”


내 말이 정답이었음을 문태영 실장은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탐욕은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닫게 하며, 생각을 한쪽으로만 흐르게 합니다.”


“저와 박채아. 나가용 본부장이 저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박채아를 잡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제가 본부장을 만나죠. 저와 실장님이 손잡았다는 사실이, 실장님이 언성 높이며 협박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겁니다.”


녹음기와 소형 캠코더가 내 손에 들어왔다.


“저는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체육관 주차장에 기자들 많을 텐데 제가 피에스타 밴에서 내리면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김영균도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서 나와 김영균이 피에스타의 밴에서 내렸다.

그리고 김영균은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뒤따라 오던 보안 요원들 차에 올랐다.


“빅 엔터로 가주세요.”


“네. 팀장님.”


차가 출발하자, 모든 것을 들킨 이후 한마디도 하지 않던 김영균의 입이 열었다.


“팀장님이라.. 성공했네?”


“응. 넌 실패했고.”


“어떻게 알았지? 아.. 문 실장님이 사람을 심어 놨구나? 그래도.. 너와 손잡고 AG에 도움을 청할 줄은 몰랐네.”


“나가용 본부장보다 문태영 실장이 한 수 위거든.”


“한 수 위.. 하하하. 그렇군. 녹화 장치는 뭐에 쓰려고 했는지는 몰라.”


“응. 모르는 거 아니까 더 말하지 않아도 돼. 피해자 코스프레 하려는 생각도 접어두고.”


내가 소형 캠코더라 부르는 녹화 장치의 목적은 아직도 모르겠다.


M 호텔이 빅 엔터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은근히 문태영 실장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신체 일부를 촬영해 협박한다는 것을 빅 엔터나 나가용 본부장에게 최악의 수였다.


M 호텔이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는 점에서 빅 엔터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나가용 본부장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일이니까.


“단순히 증거 용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고가인데.. 흠.. 모르겠다. 직접 물어보지 뭐.”


“넌 문 실장을 믿나?”


“아니. 난 빅 엔터의 공기를 마신 것들은 안 믿어.”


“탐욕이니.. 도와준다니.. 꽤 생각하는 것 같던데?”


“궁금한 것이 많은데?”


“어차피 나는 다 끝났잖아?”


정확한 판단이었다.


녹음했다? 자기방어를 위해 녹음이 필요가 된 세상에서 ‘혹시 몰라서’라고 한마디만 하면 끝나는 일이다.


녹화했다? 법적으로 갈 수 있는 일이지만, 결론적으로는 미수다.


하지만 내가 나가용 본부장을 만나고 빅 엔터를 나서는 순간, 김영균은 나가용 본부장의 표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김영균에는 나가용 본부장과 대립할 힘 따위는 없었다.


“뭐.. 숨길 것도 아니니까. 문 실장이 도움을 청했고, 난 도왔을 뿐이라고 말하면 안 믿겠지. 응. 나 같아도 안 믿을 테니까. 나와 문 실장. 이익 없이 서로 돕고 사이는 아니지.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도움만 줬네? 내가 원금은 늦게 회수해도 이자는 그때 딱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서 말이지.”


“그럼 지금 빅 엔터로 가는 이유가..”


“부르는 것이 값인 원금은 문 실장에게, 이자는 이 일의 원흉인 본부장에게. 문 실장에게 이자까지 받으려 했다가 원금도 못 받는 상황이 되는 건 싫거든.”


“본부장에게 둘 다 넘기면 문 실장이 피해 볼 텐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김영균을 보며 짧게 혀를 찼다.


“넘겨? 이걸?”


녹음기와 소형 캠코더를 살짝 흔들었다.


“설마. 넘기는 순간 나가용 본부장에게 좋은 일인데 내가 왜? 고작 협박 조금 하고, 돈 조금 받는 것으로 끝나는데? 내가 왜? 호랑이는 말이야..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해. 난 나가용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고.”


“내가 이 사실을 본부장님이나 문 실장에게 말하면?”


“말하고 싶으면 말해. 말해서 두 사람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면 말해.”


“말하면 죽인다는 협박보다 더 무섭네..”


김영균은 딱 이 정도의 눈치만 유지하면서 살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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