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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2.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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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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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예상 밖이 더 큰 것을 가져온다(1).

DUMMY

114. 가끔은 예상 밖이 더 큰 것을 가져온다(1).


풀썸의 네 번째 타이틀곡 ‘Restart’은 공개 이틀 만에 굳건히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던 ‘Me’를 2위로 밀어내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솔직히 ‘Restart’의 바나나 차트 1위는 안 대표와 나를 포함해 AG 엔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더 철저히 분석해야 하는 법.


긴급회의를 통해 AG 엔터는 몇 가지 원인을 찾았다.


첫 번째. 가사가 없기 때문이다.


‘Restart’는 가사가 아닌 풀썸 멤버들의 허밍으로 이루어진 곡이었다.

그래서 멤버들의 아름다운 허밍 위에 제 ‘인생’을 덧씌울 수 있다.


여기까지는 예상했고, ‘Restart’을 허밍으로 제작한 이유였다.


우리의 예상을 벗어났던 것은 바로 ‘범위’였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곡이었고, 드라마 ‘너와 나, 그리고 우리.’에서도 중년이 된 주인공들의 테마곡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풀썸의 허밍은 파괴적이었다.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십 대, 청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의 마음을 울렸던 것.


첫 번째 이유와 이어지는 두 번째.


수많은 커버 오튜버와 SNS의 홍보 효과 덕분이다.


풀썸이 ‘Restart’로 무대에 오르는 순간 음원이 풀렸다.


앵콜 무대를 TV로 보고 있던 대중들은 ‘Restart’를 내려받기 시작했고, 그 속에는 당연히 오튜브에서 활동하는 오튜버들도 있었다.


눈을 감고 들으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Restart’.


아티스트들의 곡을 커버하는 오튜버.


‘Restart’는 오튜버들에게 훌륭한 자극이 되어 주었고, 자극은 허밍 위에 자신의 인생을 담게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커버 영상들을 대중들을 의자 위에 앉게 하고 ‘인생’을 노래하게 했다.


그리고, 오튜브와 SNS는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였다.


즉, 지금까지 국내에만 머물렀던 풀썸의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풀썸 멤버들의 허밍 위로 일본어가 들리기 시작하고, 영어가 들렸으며,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러시아, 아랍어, 라틴어 등등 한국어가 아닌 언어들이 ‘Restart’와 함께했다.


마지막 세 번째.


박빛나 매니저의 풀썸 휴식 선언과 함께 내린 결정이 한몫했다.


풀썸의 가사 버전은 없으며, ‘Restart’ 자체가 원곡이라는 AG 엔터의 공식 발표와 동시에 풀썸은 휴식기에 들어갔다.


어쩌면 이 세 번째 이유가 앞선 두 이유가 만들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AG 엔터의 환호성 뒤에는 U&I 스튜디오와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배우들의 배려도 있었다.


드라마 방영과 발맞춰 곡을 공개하기로 한 계획을 AG 엔터가 먼저 깨버렸기에 나는 박빛나의 보고를 듣자마자 김태환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 이런.. 반칙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Restart’가 공개된 이유를 설명했고, 설명 끝에 들린 답은 호탕한 웃음이었다.


‘하하하하.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다고요?’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었지. 배우들도 마찬가지야. 유아는 역습에 당했다면서 선배들 닦달하더라. 또 선배들은 유아의 닦달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그리고 김 팀장.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풀썸의 뮤직비디오 같은 개념이야.’


‘아..’


‘푸하하하하. 잊고 있었어?’


‘드라마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니까요.’


‘크크크. 김 팀장이 그렇게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드라마는 성공이야. 음원이 공개되고 뮤비가 나오는 것은 정석이니까 김 팀장은 본인도 모르게 정석을 따랐을 뿐이야. 그리고 풀썸과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공개할 때도 됐잖아?’


‘감사합니다.’


‘감사는 우리가 해야지. 그럼 기자 회견 마련되면 그때 보세.’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너무나 쉽게 해결되는 바람에 한순간에 긴장이 풀린 나에게 ‘어디!’를 외치는 듯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펙아티스트 도경수 전무의 만남 요청.


나는 그 요청에 응하기 위해 휴식 차원에서 제주도로 떠난 풀썸 팀을 배웅하고 약속 장소인 정통 찻집에 도착했다.


“제가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아직 약속 시각 전인걸요. 제가 지나치게 일찍 나오는 습관이 있을 뿐입니다.”


20분 일찍 도착한 나보다 더 먼저 도착한 도경수 전무.


문득, 너무 일찍 도착하는 것도 좋은 습관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순간의 생각으로 넘기고 자리에 앉았다.


짧은 안부 인사가 끝나고 도경수의 입에서 ‘일’과 관련된 말이 나왔다.


“활동 종료가 아니라 휴식은 의외였습니다.”


아이돌이 활동 중간에 휴식 기간을 가지는 예도 있었다.


멤버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거나, 방송과 언론을 잠시 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건강에 문제가 생긴 멤버를 제외하고 활동을 이어가는 예도 있었고, 잊혀갈 때쯤 슬쩍 활동을 종료하는 예도 있었다.


작은 문제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Restart’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이때, 휴식 기간을 가진다는 것은 다른 기획사, 특히 돈에 민감한 기획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다른 아이돌들의 활동 기간보다 길어졌으니까요.”


“아.. 그건 또 그렇군요. 워낙 휘몰아치다 보니 벌써 그렇게 됐는지 몰랐네요. 얼마나 더 계획하고 있습니까?”


‘Restart’ 이후에 몇 곡이 더 있냐와 같은 말이었다.


“휴식이 끝나면 한 곡 남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할 줄 몰랐는지 찻잔을 들어 올리던 손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도경수 전무였다.


“‘I am’까지는 숨겼어야 했는데 ‘Restart’부터는 숨길 이유가 없어져서요.”


“허.. 그렇군요.. 이것 참..”


“풀썸의 일정이 궁금해 이런 자리까지 마련하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닙니까?”


“아니요. 맞습니다. 저도 늙었나 봅니다. 말이나 빙빙 돌리고..”


도경수가 들었던 찻잔을 내려놓고 앉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전무님?”


“꼴에 펙아티스트 전무고, 매니저 선배라고 고개를 숙이기가 쉽지 않았나 봅니다. ‘JEANS’의 무례를 회사를 대신해 사과합니다.”


‘G-ONE’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고, 풀썸 데뷔 당시부터 예상 범위에 있는 행동이었지만, ‘JEANS’의 행동은 분명 무례가 맞았다.


문제는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남자 매니저의 경고대로 회사 차원에서 항의하는 것이 아닌, 펙아티스트 아이돌 파트의 총 책임자인 도경수 전무가 고개까지 숙이며 사과하냐는 것이었다.


이슬이의 단죄 대상은 CK 엔터와 ‘G-ONE’이었지, 그 범위에 펙아티스와 ‘JEANS’는 들어가지 않았다.


더는 상대할 가치 없음.


이슬이의 판단이었고, 안 대표의 끄덕임이었다.


SS의 힘이 작용하지 않은 펙아티스트와 도경수의 의도는 무엇일까?


가장 유력한 가설은 도경수가 CK 엔터 지주영에게 무언가를 들었다는 것인데, 분위기도, 내 감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모르면 직진할 수밖에.


“사과는 받겠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모르겠군요.”


‘JEANS’의 행동을 한마디로 말하면 ‘길들이기’였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연예계에는 흔한 일이었고, 풀썸의 데뷔 계획에도 ‘길들이기’에 대한 대처 방안도 있었다.


문제가 될 만한 곳은 데뷔 전에 날려 버리고,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얻은 덕분에 풀썸이 ‘길들이기’의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선배들과 대형 기획사의 전유물인 ‘길들이기’.


그 대표 주자인 펙아티스트에서는 흔했을 일로 임원이 사과까지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AG 엔터와 척을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고..”


“회사 차원은 이유는 듣지 않겠습니다. 아이돌 파트를 책임지고 있는 전무님의 개인적인 생각이 AG 엔터에는 더 중요 할 것 같군요.”


다른 꼬리표를 달고 있는 자본들이 뭉친 곳에는 반드시 이권 다툼이 따라온다.


‘JEANS’가 풀썸의 라이벌이고, 안 대표의 데스 노트에 펙아티스트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이슬이가 ‘가치 없음’이라고 판단한 ‘JEANS’였고, 엔터와 연예계, 방송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마음에는 들지 않아도 펙아티스 같은 대형 기획사 한두 개쯤은 살아있어야 하는 것이 안 대표의 생각이었기에, 도경수의 말을 듣고 공감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풀썸은 팬들을 위해 무대에서 섭니다.”


“하하. 제가 나이가 들어 바로 이해하기 힘들군요.”


나가용 같았으면 ‘말 돌리지 말고 확실히 말해!’라고 했을 텐데..


“풀썸은 오로지 팬들만 생각합니다. 풀어서 말하면.. 풀썸은 그 어떤 아티스트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선은 존재하죠. 경쟁심은 수용합니다. 경쟁심이 적의가 되고, 선을 넘지 않은 적의는 무시합니다. ‘적의’가 좋은 영양분이 된다면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생길지 모를 일이고, 경쟁자가 생기면 풀썸은 한 단계 더 성장할 테니까요. ‘적의’가 좋지 않은 영양분이 된다면 그 누군가의 결말은 좋지 않을 것이 뻔하다는 것을 멤버들은 압니다. 결과를 알고 있는데 기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는 거죠.”


“허..”


“하지만 풀썸이 정한 선을 넘으면 AG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풀썸의 눈앞에서 치웁니다. 모든 것이 팬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죠. 풀썸의 경쟁자는.. 아직은 어제의 자신들입니다. 선을 아직 넘지 않은 ‘JEANS’을 위해 전무님께서 나서 주시고, AG와 대립하지 않겠다고 하니 최고의 무대를 위해 신경 써야 할 것이 줄어드니 AG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김무명이 나간 문을 한동안 바라보던 도경수 전무는 차가 아닌 전통주를 주문했다.


“전무님 술 끊으셨던 거 아니었어요?”


술과 안주를 내어온 사장이 물었다.


“끊었는데.. 오늘은 좀 마셔야겠네요.”


“상대해 드려요?”


“그럼 좋죠.”


도경수는 맞은 편에 앉은 사장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을 이었다.


“참으로 부끄러웠던 시간이었습니다.. ‘Restart’라는 곡이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던데.. 저는 곡 자체를 즐긴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보이지 않더군요.. 그런데 조금 전에 나간 김무명이란 인물을 통해 제 과거를 마주했습니다.”


도경수는 사장에게 AG 엔터와 김무명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김무명에게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봤다는 것까지 말했다.


“전무님도..”


“아니요. 회사의 자금 구조나 라인, 젊음 따위는 문제가 아닙니다. ‘의지’의 차이죠. 펙은 돈에 잡아 먹였지만, AG는 돈을 잡아먹었습니다. 풀썸은 여왕의 마인드를 가지고 데뷔했고, ‘JEANS’는 여전히 신분 상승을 꿈꾸는 하위 귀족의 마인드죠. 저는 어느새 모든 가치를 회사 위에 올려뒀지만.. 김무명, 저 친구는.. 그도 언젠가는 그럴 거라는 확신이 없네요. 오히려.. AG나 풀썸이 잘못된 길을 선택하면 김무명이 잡아주고, 김무명이 어긋난 선택을 하면 AG와 풀썸이 잡아 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AG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습니다.. 이기지 못하면.. 손을 잡아야겠지요. 하하.”


웃음소리마저 너무나 쓸쓸하게 들려 사장은 도경수의 잔에 술만 채워줄 뿐,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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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계획은 있다. +3 22.12.06 199 11 10쪽
163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맞이하는 자세. +2 22.11.23 361 11 13쪽
162 정채연(2). +3 22.11.22 306 13 11쪽
161 정채연(1). +6 22.11.20 395 13 10쪽
160 분위기. +6 22.11.19 371 12 13쪽
159 이런 우연도 있다. +6 22.11.18 378 14 12쪽
158 여전히 존재한다. +8 22.11.17 389 16 11쪽
157 AG가 승제 편으로 보낸 바람 씨앗. +8 22.11.16 391 14 12쪽
156 최승제. +6 22.11.15 388 16 10쪽
155 각자의 자리. +8 22.11.13 476 13 10쪽
154 안 대표에게 줄 선물. +8 22.11.12 440 14 12쪽
153 응? +6 22.11.11 463 14 11쪽
152 더러움은 색을 가리지 않는다. +7 22.11.10 459 15 11쪽
151 안하리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 +6 22.11.09 465 16 11쪽
150 네. 잘 들었습니다. +8 22.11.08 460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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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를 얻다. +6 22.11.03 508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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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오른손은 닦고, 왼손은 가공한다 +8 22.11.01 540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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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휴가인데 왜 이러고 있는 건지.. +7 22.10.20 64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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