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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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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1.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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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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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진짜’ 진실과 ‘자신만’ 진실인 진실(1).

DUMMY

118. ‘진짜’ 진실과 ‘자신만’ 진실인 진실(1).


민영이는 처음으로 백화점 VIP룸을 경험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라는 말도 들었다.


“대, 대표님.. 이건 너무..”


“계약 선물이야.”


“저는 지망생일 뿐인데..”


AG 엔터가 민영이와 계약한 이유가 그녀를 배우로 데뷔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그녀를 보호하기 위함이었기에 풀썸 멤버들과 달리 지망생 계약을 맺었다.


AG 엔터 지망생 시스템에는 계약금이 없다.

대신, 생활비가 지급되고 학비는 물론, 자격증 같은 배움을 원하면 전액 지원한다.


“계약금은 없어도, 개인적으로 계약 선물은 할 수 있지. 부담가져라, 열심히 하라. 이딴 뜻이 담긴 건 아니야. 깨어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제 돈이..”


“돈 있어?”


“아니요..”


“그래서 너의 보호자인 내가 주는 거야.”


민영은 무슨 논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오빠 때문에 허해졌던 마음에 따스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오늘 쇼핑한 건 호텔로 배달될 거야.”


“호텔요?”


“그럼? 숙소 정해질 때까지 오빠와 함께 지낼 수 있겠어?”


고개를 푹 숙인 민영이를 보며 피식 웃은 안하리가 걸음을 옮겼다.


“커피 한잔하자.”


“네.”


SS 백화점 1층에 자리한 카페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민수와 거리를 둬야 하는 거 알지?”


“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빠가 걱정될 테고.”


“네..”


“하지만 거리를 두지 않으면 너 혼자 힘들어지는 것도 알고.”


“네..”


“조금만 더 늦었어도 ‘민영’이라는 사람은 ‘민수’라는 사람의 손과 말에 조종되는 마리오네트가 됐을 거야.”


“...”


“AG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먼저, 김 팀장은 전 직장에서 스토커라는 누명을 쓰고 재판까지 받았지.”


민영이도 민수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민수도 김무명의 무죄를 믿었지만, 남자들이 민영이를 희롱하는 것을 목격하고 집착이 심해진 이후에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기획사의 힘으로..’라는 말과 함께 믿음이 불신으로 변했다.


“풀썸도 지금은 한 명, 한 명 여왕의 아우라가 느껴지지만, 사연이 없는 애들이 없어. 심지어 스폰이 아니라 단순히 성 접대에 끌려갔다가 김 팀장에게 구해진 멤버도 있어.”


“그럴 수가..”


“AG와 함께하면서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해봐. 연기 트레이닝도 도움이 될 거야. 지금의 너는.. 미안하지만, 네가 만든 인생의 길을 걸었던 것이 아니라, 민수가 만든 길을 걸어왔어. 단편적이라는 말도 필요 없을 만큼 네 삶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어.”


고개를 숙인 민영, 그리고 테이블 위로 떨어지는 그녀의 눈물을 보며 안하리가 말을 이었다.


“AG의 그 누구도 너에게 배우가 되라는 말도, 김 팀장이나 나에게 은혜를 갚으라는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한다? AG 엔터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거야. 은혜를 갚는 것? 오늘 봐서 알겠지만, 나는 가진 것이 많아. 한국대 출신이고, 요즘 잘 나간다고 소문난 AG 엔터의 대표지.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아니더라도 한국대 출신 직원 수십, 수백 명을 채용하고, AG 엔터급 기획사를 몇 개나 살 수 있는 돈이 있지. 이런 나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을까?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모두 ‘나를’ 위한 은혜 갚기가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은혜 갚기일 뿐이야.”


“그, 그럼..”


“그래. 적어도 사람이라면, 내가 이렇게 말해도 고민할 거야.”


정상적인 사람이면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열심히 해서 배우가 되라는 말인가?

언젠가 은혜를 갚으란 말인가?

만족하게 할 방법을 찾으라는 건가? 등등.


“나는 그런 고민이 싫어. 내가, 김 팀장이 너에게 원해던 것과 AG 엔터와 계약한 이유가 뭐지?”


“제 안전이요..”


“그럼, 조금 전에 내가 AG 엔터에서 어떻게 하라고 했지?”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하라고..”


“맞아. 나와 김 팀장이 원하는 거야. 너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원하는 것. 그것을 온 힘을 다해 실현하는 것이 바로 은혜를 갚은 것 아닐까?”


민영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진 것이 많아서’, ‘부족한 것이 없어서’ 쉽게 말하는 사람들과 달랐다.


존재 자체가 자신과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같은 땅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동이 울린 휴대폰을 확인한 안하리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SS 호텔로 잡으려고 했는데 네가 다니는 학교와 거리가 있어서 그나마 가까운 뷰 호텔로 잡았다네.”


“뷰.. 호텔이요?”


정식 명칭, SS 뷰 호텔.


SS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뷰 호텔은 SS 호텔의 분점이었다.


같은 5성급 호텔이라 분점의 이미지보다 단독의 이미지가 강해 SS가 빠진 뷰 호텔이라 불릴 뿐이었다.


“싫어? 조금 멀어도 SS로 할까?”


“아니요! 그건 의미가 아니라..”


“그럼 됐어. 일단 회사로 가자. 집에서 가져와야 하는 것도 김 팀장에게 전달해야 하고, 임시 경호원도 선별해야 하니까. 경호원이랑 호텔이 가 있으면 서이나 매니저가 가져다줄 거야.”


“네..”


**


안하리와 민영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AG 엔터에는 최리 부장이 김무명 팀장의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


“벌써요?”


“제 정보력을 무시하나요?”


“하하하. 아닌 거 아시면서. 매번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을 뿐입니다.”


“여기 있는 자료를 보면 더 놀라실걸요? 아닌가? 어이없어서 놀랄 틈이 없으려나?”


“놀랄까요? 어이없을까요? 아니면 화날까요?”


“셋 다?”


최리가 손에 든 서류를 김무명에게 건네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열 장 분량을 자료를 천천히 읽기 시작한 김무명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허.. 나 참.. 하..”


“민수. 재밌는 놈이죠?”


“네. 좀 어이없네요. 제가 알고 있는 민수와 이 종이 속에 있는 민수가 같은 인물인가요?”


“네. 성이 민이고 이름이 수인 민수. 팀장님이 AG 엔터로 데려오려 했다가 하늘이 도와서 포기하고 결국 놔버린 인물, 민수. 민영이를 AG 엔터와 계약하게 한 그 민수. 맞아요. 그런데 정확히는 팀장님이 알고 있던 민수와도 다르지 않나요?”


“그러게요..”


민수.


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기만이었다.


친구와 함께 길거리 캐스팅된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기획사를 찾아간 거였다.


귀여운 외모의 친구가 청소년 드라마나 성인 배우의 아역으로 활동하는 동안, 민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조금씩 친구와 멀어져가던 민수에게 한 매니저가 접근했다.

그리고 친구는 라이벌이 되었고, 라이벌은 적이 되었다.


그때 민수에게 내민 매니저의 검은 손.


“16살에 회사에 들어가서 17살에.. 1년 만에.. 17살.. 고1인데.. 하..”


“남자만 여자를 좋아하는 거 아니고, 일부 더러운 남자만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거 아니죠. 여자도 남자를 좋아하고, 일부 더러운 여자도 어린 남자를 좋아하죠.”


“하..”


모 무역 회사 사모님께서 잘생기고, 예쁘고, 귀여운 남자에게 ‘질렸던’ 것이 시작이었다.


모 회사 사모님과 만남 이후, 민수는 비록 배역에 한계는 있었지만,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활동명이 달랐으니까..”


“17살의 민수와 지금의 민수는 생긴 것도 좀 다르죠.”


지금의 민수가 차가운 엘리트 악역 같은 이미지라면, 17살의 민수는 양아치 무리의 행동 대장 같은 이미지에 가까웠다.


“성형?”


“네. 모 사모님의 도움으로 천천히 조금씩, 모 사모님이 바라는 얼굴로요.”


“아직 17살밖에 되지 않으니 자연적 변화처럼 보였겠네요.”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했으니 조명 마사지라고 생각할 수 있고요.”


“1년 뒤 회사를 나왔다라.. 이건 민수의 말과 같네요.”


“나온 이유가 다르죠.”


“그러네요..”


민수가 김무명에게 말한 전 소속사를 나온 이유는 동생을 희롱하려고 했던 대표와 회사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리가 알아 온 정보는 민수가 말한 것 앞뒤, 그리고 중간에 또 다른 진실이 있었다.


앞에 숨겨진 진실.


모 회사 사모님이 민수에게 ‘질렸다.’라는 것.


모 회사 사모님의 관심만큼 민수의 배역도 줄어들었다.


차가운 엘리트 악역은 모 회사 사모님이 바라는 인물이었지, 당시 제작사나 방송국이 원하는 악역은 아니었던 거였다.


그때 민수에게 다가온 두 번째 검은 손, 대표.


그리고 숨겨졌던 중간 진실.

또, 그리고 민영이가 믿었던 진실.


민영이와 대표와의 만남에는 대표와 민수 사이 거래가 있었다.


‘흑과 백’이라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의 아역을 줄 테니 동생을 회사로 데려오는데 협조해라.


‘흑과 백’은 흔히 일진이라고 불리는 남학생과 같은 반, 범생이라고 불리는 남학생이 성인이 된 후, 조폭과 검사로 다시 만나는데, 누나 진짜 악마인지 서로를 향해 묻는 그런 드라마였다.


흥행이 보장된 배우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주연 배우 중 한 명의 아역.


민수는 ‘협조’라는 말에 동생과 대표의 외부 단독 면접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거래를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매니저의 말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시했다.


민영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깨진 거래.


그 배역은 다른 배우에게 돌아갔다.

아니, 정확히는 그 배역 자체가 민수나 소속사의 확정 배역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거래가 무산되었기 때문에 그 배역을 차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4개월.


민수는 대표실을 찾아가 소리쳤고, 대표실을 나온 순간 퇴출 통보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끝에 숨겨진 진실.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빚을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려함’, ‘여자’, ‘돈’에 물든 민수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민수와 민영의 말대로 민수는 많은 일을 하긴 했다.


빚을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먹고살 만하면 유흥을 즐기기 위해.


한 달에 백만 원을 벌면, 이십만 원은 생활비로, 팔십만 원은 유흥비로 썼다.

그러면서 유흥을 위해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오빠를 야간작업한다고 생각한 민영이에게는 빚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


군대도 도망치듯 간 것이 아니라, 일행들과 술을 마시던 중에 군대 이야기 나왔고, 자존심 상한 민수가 그 자리에서 신청해버렸던 거였다.


“재구성된 기억이래요.”


“네?”


“김 팀장님 쓰러졌을 때 진료해주신 박사님 알죠?”


“네. 당연하죠.”


“혹시 몰라서 박사님께 자문했어요.”


어떤 충격을 받거나, 꼭 숨겨야 하는 것이 있거나, 세상과의 문을 완전히 단절하려고 할 때 ‘진실’한 기억을 ‘자신만이 진실인’ 기억으로 재구성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민영이에게 대한 집착은 재구성된 기억이 만들어낸 죄책감이 원인일 수 있다네요.”


"별 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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