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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2.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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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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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그리고 고마움

DUMMY

144. 감사, 그리고 고마움


시간이 흘러 풀썸 콘서트 당일.


4세대 아이돌의 탄생과 함께 졸부 한 명이 연예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어떻게 그 많은 돈이 생겼는지는 아직도 말이 많지만 어쨌든, 그 졸부는 막대한 자금으로 탑급 연예인을 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이돌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대규모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을 뽑고, 보이 그룹, 걸 그룹 동시 데뷔를 목표했다.


졸부의 생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탑급 연예인이 벌어다 줄 안정적인 수익과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두 아이돌 그룹이 벌어다 줄 수익을 믿었던 졸부는 남은 모든 자금을 쏟아부어 ‘파이어 아레나’라는 콘서트홀을 세웠다.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파이어 아레나’.


그곳에서 지금 제작 중인 두 아이돌 그룹을 동시에 데뷔시킨다는 졸부의 꿈은, 콘서트홀의 완공과 동시에 산산이 부서졌다.


탑급 연예인이라고 인성까지 탑급이 아니었던 것이 문제였다.


운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한 번에 터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공격적으로 영입했던 탑급 연예인들의 갑질과 인성, 술, 여자, 남자, 심지어 약까지 동시에 터져버렸다.


대한민국 연예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


안전한 자금줄이라 생각했던 탑급 연예인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제작하는 아이돌은 데뷔 전부터 문제 기획사 소속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연습생들의 사생활을 철저히 관리했다.

졸부는 사건들과 연습생은 상관없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아무 관련 없었다.


하지만, ‘모 배우와 소속 연습생과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찌라시 하나로 ‘현재’ 뿐만 아니라 회사의 ‘미래’도 쓰러졌다.


졸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에게 남은 모든 자금을 투입한 ‘파이어 아레나’ 하나뿐이었다.


졸부는 어떻게 됐냐고?


지금은 풀썸의 첫 콘서트 장소인 ‘파이어 아레나’의 관장이다.


장소 협의를 위해 그와 만났는데..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은 크다.

하지만 시야가 좁다.

생각은 재벌인데 마음은 졸부다.

속보다 겉을 보고 판단한다.


하지만 사람 자체는 악하지 않고 순하다.


넷 중 하나라도 반대가 되었다면 그와 콘서트홀의 관장과 기획사 팀장으로 만나는 것이 아닌, 같은 기획사 사람으로 만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1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1만 개의 좌석을 매진시킨 팬들이 입장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똑똑.


“김무명입니다.”


-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를 반기는 문태영 대표.


더 뱅크 엔터와의 협상은 박빛나가 담당했기에 문태영 대표와는 나가용 사건 이후 첫 만남이었다.


“오랜만입니다. 분위기가 변하셨군요.”


냉정하고 날카로웠던 빅 엔터 문태영 실장과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표정과 복장부터 달라져 있었다.


“애들이 필사적으로 과거에서 벗어나려 하는데 저도 변해야지요.”


문태영 대표가 말하는 애들, 피에스타는 아이돌 운동회 이후 변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모든 문제의 중심이던 엘리샤가 있었다.


엘리샤는 M 호텔이라는 뒷배를 던져버리고 멤버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엘리샤의 등장으로 이슬이에게 등을 돌렸던 피에스타 멤버들도 마냥 착한 사람이 아니라 처음에는 그녀의 사과를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나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엘리샤는 사방이 막힌 벽을 뚫기 위해 이슬이에게 연락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풀썸에게도 피해를 줬던 엘리샤를 이슬이는 품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네.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사과하는 눈빛도, 이후에 보였던 간절함도 진실이었어요. 물론, 제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제 판단을 한번 믿어 보려고요. 여기까지는 개인적인 생각이고, 진실 여부는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판단한다. 아빠의 좌우명이죠.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M 호텔의 엘리샤에게 SS 그룹 이사의 딸인 제가 진실을 증명할 기회를 준 것이고, 여왕인 풀썸이 피에스타에게 증명할 기회를 준 거예요. 풀썸은 여왕이지 폭군이 아니거든요.’


이슬이가 엘리샤에게 전한 조언은 한가지였다.


‘리더는 대화가 우선 되어야 할 상황과 행동이 우선 되어야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야 해요. 엘리샤는 지금까지 권력을 앞세운 말이 우선이었으면서, 행동으로는 한 번도 증명한 적 없죠. 멤버들 간의 불화를 풀 방법은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밖에 없어요.’


‘어떻게?’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누구보다 오래 하고, 누구보다 땀 흘리고,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먼저 웃을 것.’


‘그렇군. 너에게 등 돌렸던 피에스타 멤버들도 엘리샤와 같은 이유?’


‘그 애들이 들으면 서운해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신경 쓰지 않았어요. 데뷔가 걸려있었잖아요. 엘리샤 쪽으로 줄을 서야 데뷔할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었겠죠. 이후에는 접점도 없고. 다른 사람들과 같아요. 진실로 다가오면 진실로 상대하겠지만, 이용하려 하면 밟는다.’


엘리샤는 이슬이의 조언을 따랐다.


누구보다 연습실에 먼저 도착했고, 누구보다 연습실에서 늦게 나갔다.

가장 싫어하던 예능에 출연해서는 누구보다 망가졌다.


그리고 끊임없이 멤버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마냥 착하지만 않은 멤버들, 그렇다고 상황과 관계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지 악하지도 않은 멤버들도 조금씩 엘리샤의 진심을 믿었고, 변하기 시작했다.


“간식이라도 먹고 하라고 찾은 연습실이 눈물바다더군요.”


서로에게 쌓였던 것을 털어낸 결과는 눈물이었다.


“빅 엔터 시절 피에스타와 지금의 피에스타는 멤버와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그룹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정장에 구두더군요. 그날 이후 혹시를 대비해 검은색 정장 한 벌만 제외하고 다 버렸습니다. 하하하.”


문태용 대표의 웃음소리도 변했다.


웃음소리에도 의미가 담겨있던 예전과 달리, 의미를 따질 필요 없는 순수한 웃음이었다.


“김 팀장님. 감사합니다.”


문태영에게 받는 감사라..


어쩌면 내가 더 고마울지 모르겠다.


적어도 ‘사람은 변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으니까.


“저도 감사합니다. 이번 피에스타 무대 기대하겠습니다.”


피에스타는 콘서트에서 신곡을 선공개한다.


문태영과 엘리샤, 그리고 피에스타의 진심의 일부가 이번 무대를 통해 증명될 것이다.


그리고 내 감은 말하고 있다.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라고.


피에스타 대기실을 나와 트링클의 대기실로 이동했다.


- 전방에 함성! 5초간 발사!


- 아아아아악!


노크하려던 내 손을 멈춘 목소리와 함성.


- 아직도 걱정됩니까?!


- 네!


보통 ‘아닙니다!’가 나오지 않나..?


- 아니지! 그럴 때는 아닙니다! 라고 답해야지!


- 무서워요!

- 떨려요!


- 그, 그래? 어쩌지?


어쩌기는, 내가 나서야지.


똑똑.


“김무명입니다.”


- 김 팀장님?! 들어오세요!


유난히 반기는 지혁의 목소리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미사가 출연하는 아이돌 학교를 통해 인연을 맺은 트링클.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지혁의 레이블로 옮긴 이후 ‘처음’이 많은 아이돌이었다.


처음으로 잘하는 것은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대표.

처음으로 소리 지르고 욕부터 날리지 않는 트레이너.

처음으로 한숨 쉬거나 혀를 차지 않는 직원들.

처음으로 의견을 물어주는 회사.

연습생이 된 이후 처음으로 먹어보는 자장면까지.


당연히 1만 명 앞에 서는 무대도 처음이었다.


“전방에 함성 5초.. 인상적이었습니다.”


“하.하.하. 애들이 이런 무대 자체가 처음이라 긴장을 너무해서..”


제발 어떻게든 해달라는 강렬한 지혁의 눈빛.


“주제넘지만,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하하하. 김 팀장님의 말이라면 애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부탁합니다!”


한발 앞으로 나와 트링클 멤버들 한 명, 한 명 눈을 맞췄다.


“즐겨요.”


““네!””


지혁이 전방에 함성을 외쳤을 때보다 더 크고 힘찬 대답이 대기실에 울려 퍼졌다.


“어? 어?”


어이없다는 듯 트링클 멤버들을 바라보는 지혁과 살짝 고개를 돌리는 멤버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와.. 섭섭하지만 신기하네.. 어떻게 단숨에 눈빛이 변하지? 얼레? 현진이 너는 떨림도 멈췄네? 아니,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신기해서 그래. 누가 설명 좀 해 줄래?”


“답이 될지 모르겠는데,.”


“김 팀장님! 마법사? 아니, 너무 현실성 없으니까.. 최면?”


“네?”


“잠깐 눈 마주치고, 즐기라는 한마디. 그래요. 즐긴다는 말이 힘내라, 할 수 있다는 말보다 효과 있을 수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런 변화는 이상하잖아요.”


“하하하. 저도 모릅니다.”


“엥?”


“풀썸의 첫 무대들이 생각나서요.”


풀썸의 데뷔 무대, 첫 팬 미팅, 첫 드라마 촬영, 첫 예능 녹화, 첫 컴백 무대, 두 번째 타이틀곡의 첫 무대 등등의 풀썸의 첫 무대는 나도 함께했다.


그리고 무대에 오르기 전 어김없이 멤버들과 눈을 맞췄고, 그때마다 나는 즐기고 오라 했다.


‘팀장님 눈에는 확신이 있어요!’


‘만족은 있지만, 확신은 없었어요. 하지만, 팀장님 눈에는 확신이 있고, 그 확신이 자신감을 줘요.’


‘즐기라는 말도 고마워요.’


“확신이라..”


“풀썸이 그러더군요.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는데,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한 만큼 두려움이 크다고요. 백 번, 천 번을 연습해서 만족하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그 만족감이 최선일까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조금 더.. 조금 더.. 이런 생각들이 제 눈을 보는 순간 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혁의 고개가 트링클 멤버들에게 돌아갔다.


“진짜? 진짜 그래?”


“네.. 뭐가 표현해야하지..”


“정리 안 해도 되니까 그대로 말해 봐.”


“눈빛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너희는 열심히 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너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팬들의 함성? 인기? 돈? 너희가 흘린 땀보다 가치 있지 않아.. 한 번의 무대라도.. 다른 누가 아닌.. 힝.. 너희가 행복..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힝..”


응? 내 눈빛이?


“저는.. 끊임없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야! 네가 우니까 나도 눈물 나잖아!”


“제가 마성의 눈빛 소유자였군요!”


아.. 나도 이런 말 하기 싫다.


어쩌겠는가.

조금 있으면 무대에 오를 사람들 눈물부터 멈춰야 했는데.


눈물이 뚝 하고 멈춘 것은 좋았는데.. 대기실 온도까지 내려간 것 같다.


“하.하.하. 음.. 준비 잘해요! 하.하.하”


이럴 때는 도망이 최고다.


거의 뛰듯 대기실을 나와 문을 닫았다.


- 감사합니다!


대기실 문 손잡이를 놓기 전, 안에서 들린 목소리.


“제가 감사합니다.”


연예계는 더럽다.


당연한 것이 빛나 보일 만큼 연예계는 더럽다.


더러움은 빨리 물든다.


트링클이 전 소속사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아 줘서 고맙다.


나와 AG 엔터의 앞길에 적만 가득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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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맞이하는 자세. +2 22.11.23 395 13 13쪽
162 정채연(2). +3 22.11.22 327 14 11쪽
161 정채연(1). +6 22.11.20 413 14 10쪽
160 분위기. +6 22.11.19 389 12 13쪽
159 이런 우연도 있다. +6 22.11.18 395 14 12쪽
158 여전히 존재한다. +8 22.11.17 405 16 11쪽
157 AG가 승제 편으로 보낸 바람 씨앗. +8 22.11.16 407 14 12쪽
156 최승제. +6 22.11.15 402 16 10쪽
155 각자의 자리. +8 22.11.13 491 13 10쪽
154 안 대표에게 줄 선물. +8 22.11.12 455 14 12쪽
153 응? +6 22.11.11 477 14 11쪽
152 더러움은 색을 가리지 않는다. +7 22.11.10 473 15 11쪽
151 안하리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 +6 22.11.09 480 16 11쪽
150 네. 잘 들었습니다. +8 22.11.08 471 15 12쪽
149 어쩌다 미국행. +6 22.11.04 53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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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처음 본 안 대표의 약한 모습. +6 22.11.02 539 16 10쪽
146 오른손은 닦고, 왼손은 가공한다 +8 22.11.01 552 14 11쪽
145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6 22.10.30 649 16 12쪽
» 감사, 그리고 고마움 +6 22.10.29 628 15 11쪽
143 겉에 묻은 때를 벗기고. +6 22.10.28 584 15 11쪽
142 때는 꼼꼼히 벗겨야 한다. +6 22.10.27 599 15 10쪽
141 일단 닦아야겠네. +6 22.10.26 618 14 11쪽
140 돌을 살펴보니. +6 22.10.25 630 16 11쪽
139 돌을 올려놓다. +10 22.10.23 686 17 12쪽
138 이럴 때를 대비해 키운 건 아니지만. +7 22.10.22 648 16 12쪽
137 휴가의 끝에서 주운 돌멩이 하나. +5 22.10.21 635 16 11쪽
136 휴가인데 왜 이러고 있는 건지.. +7 22.10.20 65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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