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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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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2.06 23: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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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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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DUMMY

145.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풀썸 첫 콘서트가 정해진 시간에 2시간이 더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풀썸이야 말할 것도 완벽했다.


미니 앨범 ‘Time.’을 뮤지컬 식으로 공연하는 중간에 AG 엔터 홍보팀은 콘서트와 관련된 기사 관리 외에도 다수의 뮤지컬 관계자의 전화 응대도 감당해야 했다.


피에스타.


‘NEW.’라는 신곡을 풀썸의 콘서트를 통해 선공개했다.


정형적인 걸그룹의 곡.

하지만, 예전의 피에스타와는 지금의 피에스타는 확실히 달랐다.


피에스타는 즐기고 있었다.

멤버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그 눈빛에는 믿음이 있었다.


곡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본 피에스타 무대 중 최고였다.


트링클.


이제 막 자신에게도 날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새 같았다.


어미 새가 물어주는 먹이만 먹고 땅 위에서만 파닥거리던 새가, 자기에도 날개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어떻겠는가.


어미 새가 먹이를 가져온 것도 잊고 날갯짓할 것이다.


곡도 아쉽고, 안무도 아쉽다.


하지만 다음이 기대되는 트링클이었다.


조금 의외였던 건 믹스엠이었다.


피에스타와 트링클의 인기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인기의 믹스엠.


메모리즈 엔터의 새로운 캐시 카우로 주목받고 있는 믹스엠.


풀썸과 가장 가까운 아이돌이자, 풀썸에게 트레이닝까지 받았던 믹스엠.


그런 믹스엠의 무대가 가장 실망스러웠다.


물론, 익스엠이 준비한 무대에 팬들은 환호했고, 콘서트의 한 부분을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실망한 것은 그들의 퍼포먼스나 실력이 아니라 옅어진 유대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AG 엔터는 일주일의 휴가 선언했다.


일주일 뒤 AG 엔터로 직접 찾아온 민가영.


그녀 입을 통해 믹스엠의 현재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노력하고 땀 흘린다고 모두가 올바른 길을 걷고, 달콤한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믹스엠 멤버들은 풀썸 덕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자신감이 생겼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했다.


‘아! 이런 거구나!’가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가 되고,

‘역시 나도 하면 돼!’가 됐다.


여기까지였다면 믹스엠은 더 발전했을 것이다.


하찮은 지식과 같잖은 지식에 눈과 귀를 닫아버리는 멤버들이 생겨났다.

유일하게 뚫린 입은 제 주장이 옳다고만 떠들었다.


다행히 제대로 정신이 박힌 몇몇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기에 풀썸의 콘서트도 무사히 넘겼다는 민가영의 설명이었고, 그녀는 앨범 준비로 미국에 가 있어서 몰랐다며 사과했다.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AG 엔터와 메모리즈 엔터가 단순한 관계도 아니고, 콘서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민가영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법.


오히려 안 대표와 내가 민가영을 달래 돌려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민가영을 제외한 메모리즈 엔터와 조금 거리를 두기로 했다.


풀썸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콘서트였고, 문태영이나 피에스타 같은 존재도 변하며, 메모리즈 엔터 대표나 믹스엠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알게 된 콘서트였다.


풀썸의 다음 앨범에 대해서는 풀썸 멤버들에게 위임하고, AG 엔터는 승제의 복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다연이가 보컬을, 이슬이가 표정과 감정 이입, 쌍둥이가 상황에 맞는 동작을 맡아주겠다는 말에 승제를 위한 트레이너는 따로 고용하지 않았다.


담당 매니저와 로드, 코디와 관련된 공고를 내고, 3주간의 선발을 통해 최승제 팀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이 더 흐른 어느 날, 잠시 잊고 있던 인물이 AG 엔터, 정확히는 나를 찾아왔다.


“짐을 챙기던 중에 팀장님 명함을 발견했어요. 인사라도 드리고 가야겠다 싶어서요.”


“짐? 가다니요?”


“팀장님 만난 다음 날 펙아티스트와 계약 해지했어요.”


“그렇군요. 여행 가시려고요? 그동안 고생했으니 쉬는 거도 나쁘지 않죠,”


“단순한 여행이었으면 가기 전에 인사하러 왔겠어요? 차라리 선물을 사서 오겠죠.”


그건 또 그러네..


“유학 가려고요. 정확히는 시간을 보내러 가는 거지만.”


하나를 잊기 위해 그 하나가 없는 곳에서, 그 하나를 품고 있던 시간만큼 보내며 잊으려 하는 것 같았다.


문득, 미사가 떠올랐다.


다 포기하고 일본으로 떠나기 전 미사.


그토록 원했던 한국 땅에서 원 없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떠나라고 했던 것이 기회이자 계기가 되어 풀썸이 되었다.


“채연 씨의 꿈이 빛나는 사람이라고 했죠?”


“네? 네.”


“제가 당장 채연 씨를 위한 음방 무대를 준비하거나, 배우로 데뷔시킬 수는 없습니다. 대신, 이해관계가 하나도 없는 작은 무대는 마련할 수 있습니다.”


“무슨..”


“죄송한 말이지만.. 채연 씨는 아이돌로 무대에 오른 적 없고,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선 적도 없습니다. 떠난다.. 좋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떠난다는 것 자체가 미련이 남은 것이라고요. 네. 생각일 뿐입니다. 이렇게 생각은 저는, 한 번이라도 누군가가 바라는 모습이나, 누군가가 정해준 무언가로 노래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아닌, 내 목소리로 내 노래를, 내 몸짓으로 발악이라도 시원하게 한번 해야 잊기도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아.. 그때..’라는 미련의 질척거림도 없을 테니까요.”


“작은 무대..”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펙아티스트와 함께 했던 시간이 빛을 찾아 달리던 채연 씨의 마지막 기억이 되는 것보다, 여왕이라고 불리는 풀썸 앞에서 선보인 작은 무대가 마지막 추억이 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요! 예상 밖의 일이라.. 플썸과 추억.. 그러네요. 저도 모르게 지난 일을 회상하는 일이 있겠죠. 그 회상의 끝이 풀썸과 함께한 시간이라면 웃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연습실을 무대처럼 꾸며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공연을 하는 것과 부스에 들어가 마음껏 노래하는 것 중, 정채연은 후자를 택했다.


다연이의 작업실.


별관 작업실로 생각하던 나를 다연이가 이왕이면 제대로 하자며 자신의 작업실로 장소를 변경했다.


그렇게 모인 안 대표와 최 부장. 나, 곽 실장과 풀썸 멤버 전원에 한쪽이 조금만 나쁜 마음을 품었으면 적이 되었을지도 모를 민영이, 다연이의 호출에 불려 온 최승제와 이경우, 박빛나, 서이나 매니저.


부스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은 정채연.


그녀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단지, 지금 이 시간이 좋은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발판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채연.


다연이가 신호에 맞춰 버튼을 눌렀다.


차를 타고 직진만 했다.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달려보고 싶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했던 자동차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멈춰 선 곳은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이었다. 자신은 바다가 싫다. 추억하고, 그리워하게 하는 바다가 싫다. 다시 시동을 걸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자신은 추억의 바다에 빠졌다.


이런 내용의 팝송이었다.


딸깍.


1분쯤 흘렀을까.


다연이가 MR를 멈추고 부스 안의 정채연을 바라봤다.


갑자기 끊긴 MR에 당황한 사람은 정채연 혼자가 아니었다.


부스 안과 밖을 이어주는 마이크로 입을 가져가는 다연.


“언니. 복식 호흡하지 말고 그냥 불러봐요.”


- 네?


“복식 호흡이 언니 목소리를 망치고 있어요.”


- 일단.. 알겠어요.


정작 노래를 부르는 정채연을 포함에 모두가 어어 하는 사이에 다시 노래가 시작됐다.


“어?”


조금 전과 달랐다.


무언가가 달라졌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달라졌다.


조금 편해졌다고 할까.. 아니면 더 정확하게 들린다고 할까.. 애매한 말이지만, 울림이 다르다고 할까..


내가 느낀 것을 정채연이 못 느낄 리가 없었다.


당황했는지 잠깐 박자를 놓쳤다가 바로 잡았다.


잠시 뒤, 정채연의 노래가 끝났다.


멍하게 서 있는 정채연을 향해 다연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언니.”


- .. 네? 네!


“고음을 낼 수 없는 성대라는 말 많이 들었죠?”


- 네..


“혹시 민가영 선배님의 ‘선물’이라는 노래 알아요?”


- 네.


“복식 호흡하지 말고, 고개를 들거나, 턱을 당기는 것이 아닌, 고개를 왼쪽으로 약 10도 정도만 틀어서 불러봐요.”


- 제가 그 노래를..


낮게 시작했다가 높게 끝나는 것이 특징인 곡으로, 쭉쭉 올리는 가수들에게는 무리가 없지만, 어정쩡한 아이돌 메인 보컬은 음 이탈을 각오하고 불러야 하는 곡이었다.


어정쩡한 아이돌 메인 보컬에 들지도 못하는 정채연.


그녀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부스 밖에서도 보였다.


하지만 다연이는 단호했다.


“가사 외워요?”


- 네? 네..


“그럼. 복식 호흡하지 않는 것, 왼쪽 10도만 신경 쓰고 불러봐요.”


다연이는 정채연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버튼을 눌렀다.


흘러나오는 전주, 이어서 들리는 정채연의 목소리.


여기까지는 뭐.. 아직은 뭐..

아이돌 트레이닝을 받았으니 이 정도는 뭐..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 음..?


“응?”


“오!”


곡의 마지막에서는 거의 원키에 가깝게 불러버린 정채연이었다.


- 어.. 어.. 왜..


그래. 네가 제일 당황스럽겠지.


“채연 씨. 잠시 나와 볼래요?”


팔짱을 끼고 있던 안 대표의 말에 정채연은 황급히 이어폰을 벗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AG 엔터 사람들이었다.


부스 밖으로 나온 정채연이나, 그녀를 부른 안 대표가 아닌 다연이에게 시선이 고정됐다.


“음.. 일단, 채연 언니의 성대가 고음을 내기에는 문제가 있는 건 맞아요. 복식 호흡도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는 것을 방해했어요.”


“복식 호흡이 목소리를 방해했다면, 고개를 10도 정도 돌린 건 고음과 관련 있어?”


박빛나의 질문에 다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뭐라고 하면 쉽게 이해되려나.. 미사 언니는 고음을 낼 때 살짝 턱을 들어요. 이슬 언니는 오히려 당기는 편이고. 유정 언니와 유나 언니는 뒤통수와 목이 일자를 유지한 상태에서 살짝 올려요. 그런 원리로 채연 언니는 들거나 내리는 것이 아닌, 옆으로 틀어야 고음이 되는 성대예요. 물론, 기본이 바탕이 되어야겠지만.”


“방법이 있는 왜..”


살짝 화가 난 것 같은 서이나였다.


“연습생을 위한 트레이너는 한 명을 위한 트레이너가 아니니까.”


다른 기획사에서 아이돌을 담당해 본 경험 있는 박빛나의 말에,


“아니! 그래도 같이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볼 수는 있잖아요.”


화를 참지 못한 서이나.


“선생님은.. 그런 분이 아니었어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정채연이 말을 이었다.


“복식 호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어요.. 노력은 타고난 성대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어요.. 이겨보려다가 성대만 망가진다고.. 그래서 아이돌은 쉽다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네요.”


다시 다연이에게 시선이 모였다.


“무슨 호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어떤 호흡을 쓰는지가 중요해요. 노력은 타고난 성대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과 이겨보려다가 성대만 망가진다는 말은 맞아요. 틀렸다면 성대 때문에 은퇴하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가수가 될 수 있었겠죠. 마지막으로 아이돌이 쉽다는 말은 틀렸어요. 트레이너로서도, 보컬로서도 부족한 사람이네요.”


“그, 그러니까, 아니, 다 떠나서.. 다연 씨가 알려준 방식으로 노래하면 ‘선물’ 정도의 노래가 가능하다는 건가요?”


“아니요. 채연 언니 정도면 ‘이별 공식’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선물’보다 고음이 많은 곡이었다.


“‘이별 공식’..”


나는 멍해진 정채연을 살짝 자리에 앉히고 계속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다연아. 성대 상태를 어떻게 알았어?”


정채연도 이제 깨달았는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보이던데요?”


아! 보였구나.. 하하하. 그렇구나.

다연이 네가 천재라는 걸 잠시 잊었구나. 하하하.


“다연이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아요! 얼마 전에 제 노래 듣고 바로 뽕 빼라..고.. 아.. 이건 아닌가?”


아.. 그렇구나.. 목소리만으로도 우리 다연이는 그런 것까지 알 수 있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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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정채연(2). +3 22.11.22 336 15 11쪽
161 정채연(1). +6 22.11.20 420 15 10쪽
160 분위기. +6 22.11.19 395 13 13쪽
159 이런 우연도 있다. +6 22.11.18 401 15 12쪽
158 여전히 존재한다. +8 22.11.17 412 17 11쪽
157 AG가 승제 편으로 보낸 바람 씨앗. +8 22.11.16 415 15 12쪽
156 최승제. +6 22.11.15 408 17 10쪽
155 각자의 자리. +8 22.11.13 498 14 10쪽
154 안 대표에게 줄 선물. +8 22.11.12 461 15 12쪽
153 응? +6 22.11.11 484 15 11쪽
152 더러움은 색을 가리지 않는다. +7 22.11.10 479 16 11쪽
151 안하리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 +6 22.11.09 486 17 11쪽
150 네. 잘 들었습니다. +8 22.11.08 477 16 12쪽
149 어쩌다 미국행. +6 22.11.04 541 15 11쪽
148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를 얻다. +6 22.11.03 526 15 10쪽
147 처음 본 안 대표의 약한 모습. +6 22.11.02 546 17 10쪽
146 오른손은 닦고, 왼손은 가공한다 +8 22.11.01 561 15 11쪽
»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6 22.10.30 657 17 12쪽
144 감사, 그리고 고마움 +6 22.10.29 634 16 11쪽
143 겉에 묻은 때를 벗기고. +6 22.10.28 590 15 11쪽
142 때는 꼼꼼히 벗겨야 한다. +6 22.10.27 605 16 10쪽
141 일단 닦아야겠네. +6 22.10.26 625 15 11쪽
140 돌을 살펴보니. +6 22.10.25 637 17 11쪽
139 돌을 올려놓다. +10 22.10.23 692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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