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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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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2.06 23:00
연재수 :
1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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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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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4,709

작성
22.11.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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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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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1쪽

안하리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

DUMMY

151. 안하리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


“전무님과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그 서류가 전무님에게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전무님이라면 가지고 계실 것 같네요.”


강도주.


그는 분명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에 대한 후회만 있을 뿐, 봉 이사나 회장님에 대한 미안함은 없다.


이런 사람은 절대 후회의 원인을 버리지 못한다.


버리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

그 증거들이 자신을 악이 아닌, 피해자로 만들어 줄 테니까.


“가지고 있다면요?”


“제가 가져가야겠습니다.”


“젊은 사람이 당돌하군요.”


“솔직히,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있으면 일이 쉬워질 뿐, 어차피 결과는 같거든요.”


“거래하죠.”


“들어나 보죠.”


“SS 그룹으로의 복귀. 계열사는 상관없습니다. 몇 년 여유롭게 지냈더니 몸이 근질근질해서 말이죠.”


후회의 원인을 버리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

언젠가 그것들을 이용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으니까.


지금처럼.


“듣지 않은 거로 하겠습니다.”


“전령은 전령 역할만 하지?”


안 그래도 강도주의 존댓말이 거북했던 참이었다.


“내가 왜 그 서류 봉투 속의 내용을 자네에게 이야기했다고 생각하나? 김혁중을 처리하기 위해 무언가가 필요했고, 생각의 결과가, 그룹 정보력의 결과가 나에게 건넨 서류 봉투 속에 무언가 있다고 나왔기에 미국까지 찾아온 것이 아닌가? 여기서 내가 단순한 프로젝트 관련 서류였다고 했다면 자네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어.”


꼴꼴꼴.


강도주는 자신의 술잔에 넘치도록 술을 따랐다.


“전령은 전령 노릇만 확실하게 해. 위의 일은 위의 사람들끼리 마무리하지. 미국까지 오느라 고생했네.”


“하.. 이봐요. 아저씨.”


“뭐?”


“적당한 말이 없어서 전무님, 전무님 해줬더니.. 아직도 SS 그룹 전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시 확실히 말하죠. 못 들은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증거가 있으면 더 좋겠죠. 하지만! 어떤 내용이었지만 알아도 압박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압박?”


“네. 압박. 처음부터 여기 찾아온 목적은 김혁중이 아니라 그의 아들 김동린 때문이었습니다. 독을 보물처럼 안고 있어서 그런지.. 미국에 있어서 정보가 느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김동린이 친구의 뒤통수를 제대로 쳤거든요. 덕분에 안하주 사장님은 화가 났고, 제가 모시는 분의 얼굴에는 그늘이 생겼습니다. 김동린의 사직서를 처리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더군요. 그런데.. 아이고.. 김동린의 인생 자체가 연기라 건질 것이 없지 뭡니까. 그래서 그 집안을 좀 흔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이사 아들이 회장 아들 뒤통수를 치면서 회장 집안을 건드렸으니, 이사 집안도 만져줘야 균형이 맞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더 눈에 보이는 증거가 필요할 텐데?”


“아니요. 서류 봉투 속에 있던 내용만 김혁중 이사에게 속삭여 주면 됩니다. 그도 머리가 있으면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겠죠. 왜 자신의 뒤를 깼는가.. 그런데.. 그 원인이 바로 앞에 있네요? 자기 아들 김동린. 회장님이 아들 문제로 김혁중을 이사 자리에서 내릴 분이 아니죠. 하지만, 그 이상은 없을 겁니다.”


이사의 아들이 둘째 아들의 뒤통수를 쳤다고 이사를 내칠 회장은 아니었다.


단순히 그것이 끝이었다면 안하주가 회장으로 취임한 후, 건설 사장에 올랐을 것이다.


회장이나 안하주 사장이 김혁중을 건설 이사로 앉힌 이유에 정치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의 능력 또한 인정했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안하주 사장의 화가 생각보다 컸고, 안하리 대표의 그늘 때문에 내가 움직이면서 김혁중 이사의 능력에 가려진 어두운 면을 발견했다.


정당한 경쟁을 통한 성공이 아닌,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이룬 성공.


SS 그룹 회장이 가장 경멸하는 성공 방식 중 하나였다.


내가 회장님을 잘 모르고, 그가 아니기에 김혁중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지만, 이건 확실했다.


김혁중이 SS 그룹에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가 건설 이사라는 것.


“김혁중은 어떻게 해서든 이사라는 자리를 지키려 할 겁니다. 김동린이라는 문제의 시작을 찾았으니, 결정적인 계기이자 반드시 처리해야 할 증거를 찾겠죠. 고민도 없이 그쪽과 그때의 서류 봉투를 떠올릴 겁니다. 서류 봉투는 둘째치고 그쪽과 입이라도 맞춰야겠죠. 김혁중이 서류 봉투를 원하면 지금처럼 쓸데없는 조건은 걸지 말고 그냥 돈이나 몇 푼 받고 넘겨요. 머리로 하는 수 싸움이 끝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말이죠. 저승에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뭅니다. 예전과 달리 정신 나간 쥐가 많고, 고양이를 이겨 먹는 쥐도 있더군요. 뭐.. 어차피 둘의 끝은 같지만.”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시간을 주기 위해 천천히 옷을 정리했다.


기회를 준다는 의미보다 서류 봉투를 넘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천천히 문을 향해 돌아가셨다.


하지만 강도주는 내가 서재를 나가기까지 나를 잡지 않았다.


“욕심의 끝이 보이는군.”


들어왔을 때와 달리 안내 없이 주택을 나와 휴대폰을 꺼낸 순간,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이 주택에 들어와 처음 만났던 여성이자, 강도주의 부인이었다.


“네. 하실 말씀이라도..”


“이거..”


흰 봉투를 건네는 여자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뭐라고 불러야..”


“김 부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네.. 김 부장님.. 부장님이 원하시던 겁니다. 우리 그이.. 이제 자유롭게 해주고 싶네요..”


마치 나를 배웅하듯 걷기 시작한 여자를 따라 걸었다.


이수영.


강도주와 살림을 차렸던 세 명의 여자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강도주 곁에 있는 여자였다.


“그이는.. 외로워했어요.. 늘 한국을 그리워했고.. 열정적이던 그때를 그리워했죠.. 그런 그가 안타까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잔뜩 술에 취한 그이의 입에서 억눌러있던 화가 터진 건지.. 아니면.. 진심인지 모를 말들이 나왔어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정이라는 것이 뭔지.. 그이가 불쌍해지고.. 불쌍해지니 어느 순간부터 저도 그이를 이해하고 있더라고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회장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어요..”


부모의 어느 한 쪽 얼굴도 모르는 나는 SS 그룹과의 일을 떠나서 강도주 같은 사람이 싫다.


그리고, 강도주가 한 가장의 가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또 다른 가장을 꾸린 이수영도 싫다.


강도주가 싫고, 이수영이 싫은 것을 떠나서 지금 이수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이유와 과정, 선과 악을 떠나서 나도 안하리라는 존재 때문에 먼 미국까지 와 있는 거니까.


“죄송하지만.. 그이와 부장님과의 대화.. 엿들었어요..”


“그렇군요.”


“마지막에 부장님이 했던 말대로 진행되는 건가요?”


“그럴 것 같아서 제가 이것을 준 거 아니었습니까?”


“맞아요.. 그러고 보니..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는 것도 자기변명이고 욕심이네요..”


천천히 걸음을 멈춘 이수영이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강도주와 이수영은 똑같은 질문을 했다.


회장님이 보냈는가.


적어도 같은 질문 속에 담겨있던 의미가 달랐던 것 같다.


“왜 생각이 바뀌신 겁니까?”


“언젠가부터.. 그이의 슬퍼 보였던 눈이.. 독기에 찬 눈으로 보였고.. 그리움이라고 생각했던 말들에서 원망과 증오가 느껴졌어요.. 그때부터 두려웠어요.. 그 원망과 증오가 저에게 향하지 않을까..하고요. 지금은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지만.. 그이와 제 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저에게 손가락질하는 거 알아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진정으로 그이를 사랑했고.. 지금도 그이를 사랑해요.. 그것 하나로 버텼죠.”


솔직히.. 긍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점점 변해가는 그이가 두려웠고.. 그이가 미워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 두려웠어요..”


“이것은 저에게 준 사실을 알면 확실히 그렇게 될 텐데요? 결과는 파멸이겠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강도주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가 생각하는 최대의 결과는 제가 자리를 뜨면서 사라졌지만, 최소의 결과인 돈은 챙길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더 악마가 되겠죠.. 부장님이 말씀하셨듯.. 결국, 파멸될 거고요. 적어도 그런 결과는 막지 않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그이라면.. 독에서 멀어진 그이라면.. 늦더라도 올바른 길을 선택할 거로 믿어요.. 그이의 과거.. 그리고 지금.. 모두가 저와 반대로 생각하겠죠.. 그래도 믿어보려고요..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적을 일으킬지도 모르잖아요..”


모르겠다.


이수영이라는 인생에 굴곡이 많았을 수도 있고, 머릿속이 꽃밭일 수 있으며, 강도주와 달리 무언가를 깨달았을 수도 있다.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다면,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적을 일으킬지도 모르잖아요.’라는 말이다.


그 말만 아니었으면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 인생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증거를 건네줘서? 사람이 착해 보여서? 반성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서?


아니. 내가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이수영은 가정이 있는 유부남인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나 때문에 다른 가장을 꾸린 여자일 뿐이다.


이번 일에서 만날 계획도 없었고, 이번 일을 끝으로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람이었다.

증거를 강도주 몰래 줬다고 고마워하지도, 보상 따위도 생각하지 않았다.


잔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녀의 선택이고 그녀가 책임질 문제다.


내가 싫어하다 못해 증오하는 부류의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그 말이 내 발목을 잡았다,


내가 지금의 김무명으로 있을 수 있었던 것이, 당시 유일하게 나를 믿어주던 안하리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그리고 웃기게도.. 예전의 나라면 상상하지도 못했을 기적 같은 삶을 사는 나였으니까.


해가 지고 있었다.


미국의 노을도 한국의 노을만큼 아름답다.


“하.. 제가 말했던.. 부인께서 걱정하시는 파멸은 없을 겁니다. 제가 약속하죠.”


명함 한 장을 꺼내 이수영에게 건넸다.


“죄송하지만.. 강도주 씨가 다시 SS 그룹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부인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거나.. 강도주 씨가 부인께서 생각하시는 방향으로 변했다면.. 그때 연락 주세요. 제가 부인이나 두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해 주겠습니다.”


“사양하지.. 않을게요..”


“그 말에 제일 믿음 가네요. 그럼.”


이수영과 헤어지고 3분 뒤, 내 앞에 검은 세단 한 대가 멈춰 섰다.


“수고하셨습니다.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통역과 안내를 맡은 유 대리가 운전하는 차가 천천히 주택가를 빠져나갔다.


1분쯤 달렸을까.


“유 대리님! 잠시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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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계획은 있다. +3 22.12.06 275 13 10쪽
163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맞이하는 자세. +2 22.11.23 395 13 13쪽
162 정채연(2). +3 22.11.22 327 14 11쪽
161 정채연(1). +6 22.11.20 413 14 10쪽
160 분위기. +6 22.11.19 388 12 13쪽
159 이런 우연도 있다. +6 22.11.18 395 14 12쪽
158 여전히 존재한다. +8 22.11.17 405 16 11쪽
157 AG가 승제 편으로 보낸 바람 씨앗. +8 22.11.16 407 14 12쪽
156 최승제. +6 22.11.15 402 16 10쪽
155 각자의 자리. +8 22.11.13 491 13 10쪽
154 안 대표에게 줄 선물. +8 22.11.12 455 14 12쪽
153 응? +6 22.11.11 477 14 11쪽
152 더러움은 색을 가리지 않는다. +7 22.11.10 472 15 11쪽
» 안하리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 +6 22.11.09 480 16 11쪽
150 네. 잘 들었습니다. +8 22.11.08 471 15 12쪽
149 어쩌다 미국행. +6 22.11.04 535 14 11쪽
148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를 얻다. +6 22.11.03 520 14 10쪽
147 처음 본 안 대표의 약한 모습. +6 22.11.02 539 16 10쪽
146 오른손은 닦고, 왼손은 가공한다 +8 22.11.01 552 14 11쪽
145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6 22.10.30 649 16 12쪽
144 감사, 그리고 고마움 +6 22.10.29 627 15 11쪽
143 겉에 묻은 때를 벗기고. +6 22.10.28 584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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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이럴 때를 대비해 키운 건 아니지만. +7 22.10.22 647 16 12쪽
137 휴가의 끝에서 주운 돌멩이 하나. +5 22.10.21 634 16 11쪽
136 휴가인데 왜 이러고 있는 건지.. +7 22.10.20 65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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