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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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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2.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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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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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자리.

DUMMY

155. 각자의 자리.


며칠 뒤, 대한민국, 서울.


“웃는 얼굴, 믿음직스러운 행동과 말 뒤에 이런 일이 숨어 있었군요.”


나는 안하주 사장의 말에 일부러 답하지 않았다.


“흠.. 김 부장님이 가져온 자료면, 김혁중이란 이름은 SS 그룹에서 사라질 겁니다. 김동린의 행동이 결국, 그런 결과를 부른 것이죠. 당장 김혁중 이사의 집안이 망하지는 않겠지만, 크게 흔들릴 겁니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 살 걱정이 없다.


김혁중 이사도 재벌은 아니지만, 3대까지는 아니라도 2대까지는 여유로운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김혁중 이사는 오랫동안 꿈꿨던 것이 무너져 내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들 김동린이 저지른 단 한 번의 돌출 행동이 원인이 되어 사라졌다.


“김혁중 이사가 멍청한 사람이 아니니, 이 서류가 제 손에 들어온 이유를 찾을 겁니다. 어렵지 않게 찾아낼 것이고요. 그동안 김동린과 김혁중 이사.. 그 부자 사이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며칠 뒤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가 되겠지요.”


“네. 김동린에 대한 복수라고도 할 수 있죠. 그리고, 사장님께서 안하지 님의 눈치를 보는 일도 줄어들 겁니다.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김혁중 이사의 해고는 김동린이 안하지 님의 등에 칼을 꽂아서가 아니라, 김혁중 이사의 숨기고 있던 더러운 발톱이 드러났기 때문이 되니까요.”


“아버지와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내일 저녁 괜찮으십니까?”


“아니요. 마무리는 사장님께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동린을 밟고자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김동린의 아버지인 김혁중 이사의 더러운 이면이 드러났다.


회장님이나 안하주 사장이 이런 것을 보고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김혁중 이사의 불명예 퇴사는 당연했다.


내가 김동린의 잡고 흔들고 마무리하는 일은, ‘외부’ 사람이 ‘외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


하지만, 김혁중 이사가 이번 일의 핵심이 되면서 ‘내부’의 문제가 더해졌다.


나는 SS 그룹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안하주 사장의 사람이 아니다.


‘내부’의 일은 안하주 사장이 처리하는 것이 맞고, 내가 끼어드는 순간, 나는 선을 넘는 것이다.


“흠.. 그렇게 하죠.”


**


“예상외의 수확이군요.”


김무명이 나가고, 안하주가 서류와 함께 건넨 말을 들은 강렬 실장의 첫 마디였다.


“복사본을 가지고 아버지 뵐 거니까 원본은 별장에 보관해.”


“네. 그런데.. 사장님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음.. 내가 김무명 부장이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싶어서.”


“솔직히.. 제가 김 부장님이었다면, 회장님과의 자리는 거절하지 않았을 겁니다.”


“나도 그 생각 중이었어. 과연 나라면 고민도 없이 거절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


SS 그룹 회장과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였다.


가족들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회장과 독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윤이슬의 아버지인 윤 이사가 유일했다.


독대가 어려울 뿐, 회장 자체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와도 윤 이사나 안하주 사장과 동행할 뿐.


그리고 그것도 그 정도 급이 되니까 가능한 것일 뿐.


이런 자리를 김무명이 거절했다.


서류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 것도, 그 느낌 하나로 미국까지 날아간 것도, 서류를 가져온 것도, 김혁중의 숨긴 발톱을 찾아낸 것도, 모두 김무명이 한 일이다.


어떤 것이 될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보상이 보장된 일.


망설임 없이 김무명은 거절했다.


“김무명 부장의 생각이 뭔지는 알 것 같아. 확실히 선을 지키려는 것이겠지.”


“선이요?”


“김무명 부장은 SS 사람이 아니야. 그렇다고 나를 외부에서 보좌하는 내 사람도 아니지.”


“아! 그러네요.. 잠시 잊었습니다.”


“아니, 강 실장 같이 잊어버리거나, 안하주의 사람이 된 김무명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아무리 잘나가는 풀썸이 속해 있어도 AG 엔터는 SS 그룹과는 차이가 크다.


보장된 AG 엔터의 부장 자리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를 SS 그룹 회장 또는 사장의 신임.


이 둘 중, 무엇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까.


물론,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를’이란 말이 고민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이 세 번째 선택지를 만든다.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신임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다음을 기대한다는 선택지.


결국, 무엇을 선택해도 지금의 기회를 놓지 않으려 한다.


“김무명 부장은 이런 것 자체에 가치를 두지 않았던 거야. 결과가 만들어낸 엄청난 보상에 사람들은 처음을 잊어. 잊지 않아도 보상의 정당한 이유를 끼워 넣지. 그런 사람들이 옳지 않다는 건 아니야. 잘못의 대가가 책임이듯, 잘한 일의 대가는 보상이어야 하니까. 김무명 부장이 ‘대부분’과 다를 뿐이고.”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 선만 넘으면 진수성찬이야. 먹는다고 불이익도 없지. 어쩌면 선 너머에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을지도 몰라. 아니 있어. 하리에게 듣고, 나.. 안하주라는 증거를 봤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선을 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돌아선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지.”


“제가 접촉해 볼까요?”


김무명이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약 김무명에게 SS의 이름이 붙는다면 제 자리가 불안해질지도 모르는데 자신을 위해 김무명을 스카우트해 오겠다는 강렬 실장.


“하리에게 죽을 일 있어? 그리고, 나는 너 하나면 충분해.”


**


김무명이 안하주 사장과 만나고 3일 뒤, AG 엔터 대표실.


“큰 오빠가 들고 온 거, 김 부장이 찾아온 것 같지?”


안하리가 최리에게 물었다.


“네.”


오늘 언론에는 ‘사임’으로 공개됐지만, SS 건설 김혁중 이사가 해고됐다.


어제 안하주가 가족 식사 자리에서 예고도 없이 꺼낸 서류 봉투로부터 시작된 결말이었다.


“응. 다 좋아. 뒤통수를 맞았으니, 면상 정도는 날려줘야지. 그런데.. 이유가 뭐였을까?”


“제가 김 부장님이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없지만?”


“대표님 얼굴이 진 그늘이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응? 그늘?”


“아무리 자신의 감정을 잘 감추는 사람이라도 ‘순간’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얼마나 상대를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순간’이 발견될 확률이 높죠. 둘째 도련님이 일 이후.. 대표님 얼굴에 잠시 그늘이 생겼었습니다. 대표님을 안 좋은 쪽으로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그 ‘순간’을 봤다면 이용하려 했을 것이고.. 반대라면, 속상하고 화가 났을 겁니다.”


최리가 주먹을 쥐고,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안하리의 눈에 들어왔다.


“나 부끄러워지려고 하는데?”


“김 부장님도 그럴 생각 없어 보이지만, 절대 김 부장님 같은 사람 놓쳐서는 안 됩니다.”


“내가 너보다 김 부장을 더 신임하면? 아니, 믿음의 깊이는 같아도 김 부장을 우선한다면?”


“괜찮습니다. 대표님을 위한 일이라면요.”


“치.. 그래서. 내가 꽉 잡아야 하는 김 부장은 지금 뭐 해?”


“별관 작업실에 있습니다.”


“김 부장이 데려온 작곡가는 어때 보여?”


“일단, 김 부장님이 모셔왔다는 점에서 인성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AR팀 말로는 보급형 장비로 그 정도 곡을 뽑아낼 정도니, 익숙해지면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선물이라더니.. 맞네.”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 안하리.


최리는 그 미소가 안하리의 그늘을 완전히 밀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


“이거다!”


다연이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다연이 혼자만을 위한 작업실이 아닌, AG 엔터에 소속될 모두를 위한 작업실인 만큼 넓은 작업실.


이곳에 모여 강경수가 그동안 작업했던 곡을 듣고 있던 승제, 채연, 최신 장비를 교육해줄 엔지니어, 이경우와 박빛나, 서이나 매니저, 마지막으로 나까지 벌떡 일어나 외치는 다연이를 바라봤다.


“최 감독님! 이 곡 처음부터 틀어 주세요!”


“오! 알겠어!”


“스탑! 여기서부터 1초 정도 다 날려줘요!”


“OK!”


“스탑! 이겨는 끌지 말고 끊어가요!”


“OK!”


다연이와 감독이라고 불리는 엔지니어와의 대화가 몇 번 더 오갔다.


“끝! 감독님!”


“알았어.”


엔지니어가 시원하게 키보드의 엔터키를 두드렸다.


“오!”

“에?”

“허..”


내 반응도 매니저들과 다를 바 없었다.


강경수가 작업한 곡은 총 17곡.


첫 소절을 듣자마자 다연이가 ‘패스’를 외친 9곡을 제외한 7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마지막 8번째 곡을 듣던 중이었다.


곡이 끝나기도 전에 다연이의 선택을 받은 8번째 꼭.


다연이가 벌떡 일어나서 ‘이거다!’라고 외치기 전까지의 곡은 다른 7곡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다연이의 ‘이렇게 저렇게’, 엔지니어의 ‘OK’로 작업 된 곡은 다른 곡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승제 오빠! 어때요?”


“응? 나..?”


“엥? 작곡가님 곡 들은 이유가 승제 오빠 곡 때문 아니었어요?”


맞다.


이렇게 작업까지 할 줄은 몰랐지만..


“잘려나간 부분을 다 더하면 7초 정도 돼요. 곡 전체에서 7초가 줄어든 것은 아니고, 트로트와 어울리지 않아 잘랐어요. 트로트 곡에 어울리게 고치는 것도 한계가 있거든요. 최대한 원곡을 살려 가려다가 그 부분만 붕 떠 버릴 수 있어요. 그럴 바에 차라리 잘라내고 토로트 코드로 다시 채워 넣는 게 나아요. 음.. 어떤 식이냐면.. 음..”


“다연아. 그냥 허밍이라도 좋으니까 네가 한번 불러 볼래?”


“오! 역시 부장님! 그럴게요!”


작업실과 연결된 녹음 부스에 들어가 이어폰을 착용한 다연이가 눈을 감았다.


전주가 시작되고 이어서 다연이의 입이 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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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자리. +8 22.11.13 492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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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응? +6 22.11.11 477 14 11쪽
152 더러움은 색을 가리지 않는다. +7 22.11.10 473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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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네. 잘 들었습니다. +8 22.11.08 47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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