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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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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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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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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진흙탕과 예정에 없던 진흙

DUMMY

20. 예정된 진흙탕과 예정에 없던 진흙


믿고 보는 사극 배우 최태후와 정상급 배우 조남일을 앞세운 TNW 월화 미니 시리즈 ‘구름이 달을 가릴 때’.


1화에 17.2%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올해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1화가 되었으며, 2화에는 24%까지 올라갔다.


올해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는 의학 관련 드라마로, 장르물은 힘들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28.7% 대박이 났던 ‘메스. 그 끝’ 이였다.


‘구름이 달을 가릴 때’ 2화 순간 최고 시청률 26.2%.


바로 이슬이가 남건과의 첫날밤에서 남건의 본성을 알고, 유서를 남기며 자결하는 장면이었다.


“으흐흐”


“김 팀장님 이슬이 기사 봐요?”


“네. 봐도 봐도 좋네요. 어? 표 팀장님?”


최 부장 어깨너머의 문이 열리더니 눈이 퉁퉁 부은 표예지 홍보 팀장이 들어왔다.


“아. 김 팀장님.. 저 한번 울면 붓기가 잘 안 빠져요..”


“아이고..”


‘구름이 달을 가릴 때’ 2화도 모두가 시청각실에 모여 시청했다.


떨리는 손으로 유서를 남기고 몰래 집을 빠져나와 좋아하던 언덕에 올라, 어둠에 숨어 소리 없이 우는 것을 끝으로 생을 마감하던 월영의 모습에 표예지는 거의 통곡을 하듯 울었었다.


나도 그 장면에서는 울컥했지..


재밌는 게, 그 장면 역시 대본에 있던 장면이 아니라, 김건우가 떠나고 김 PD가 현장에서 생각해내고, 촬영했던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제 방 냉장고에 보면 ‘아이스 아이’라는 팩이 있어요. 눈 부기 빼는 데 최고니까 써요.”


“고마워요. 최 부장님.”


표예지 홍보 팀장이 다시 사무실을 나가자, 그녀에게 향했던 최 부장의 시선이 나에게 돌아왔다.


“기부 단체 선정 끝났어요.”


이슬이가 촬영하고 드라마가 방영되기까지 다연이도 꾸준히 커버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흰 배경에 구두코만 나왔던 영상이 이제는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의 상반신까지 공개된 상태였다.


저작권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연이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아직 몇 되지 않은 영상임에도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했다.


그 모든 것이 수익으로 돌아왔다.


그때그때 수익을 분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안 대표가 오튜브 수익을 정산하려는 순간, 다연이가 의견을 제시했다.


기부하자.


최 부장이 기부 단체 선정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유는 ‘어떻게 기부할까?’라는 안 대표의 질문에 내 대답이 채택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있던 보육원이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었던지라, 솔직히 나는 기부나 후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다.


정부의 지원? 단체의 지원? 개인의 후원이나 기부?


솔직히 나나 보육원생들에게 돌아오는 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모든 보육원이나 단체, 재단들이 사리사욕만 채우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다연이의 착한 생각과 의지를 들어주고 싶었다.


기부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시설, 단체, 재단 등을 선정함에서는 반드시 세밀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확인이 끝났다면 후원금이나 기부금 사용 명세서는 물론, 불시 확인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용 명세서 확인 조작?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가 있던 보육원이 그런 식으로 운영했으니까.


그래서 첨부한 의견이 불시 확인까지 가능한 곳을 선정하자는 거였다.


“한빛 보육원과 희망소망, 따숨. 이렇게 세 곳이에요?”


한빛 보육원은 이름 속에서 어떤 곳인지 알겠으나, 나머지 두 곳은 생소했다.


“희망소망과 따숨은 어떤 곳인가요?”


“저도 이런 단체가 있는 줄 몰랐어요. 이런 곳이 많아야 할 텐데..”


희망소망은 홀몸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였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거나, 식사나 연탄 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매일 안부 전화는 물론, 수시로 방문하여 건강 상태를 살피는 등 조금 더 깊게 지원하는 곳이었다.


따숨이라는 곳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지원 및 후원하는 단체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하거나 기술 같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여성용품 등을 무상지원하는 곳이었다.


“세 곳 모두 사용 명세서는 물론, 불시 확인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요?”


사용 명세서는 어찌어찌 허락해도 불시 확인을 한다고 하면 싫어할 거로 생각했다.


“사실.. 요즘 무슨 무슨 단체 같은 것들이 많이 늘었잖아요. 아파트 단지의 봉사 단체부터 시작해 전 세계적인 단체들까지.. 선정한 세 곳을 운영하는 사람들 모두, 사람이 아닌 돈을 좇아가는 모습에 실망해 퇴사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 모아 세운 단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입금, 출금 내용이 찍힌 통장을 홈피에 공개하고, 개인이 찾아와 후원하는 때도 사진이나 영상을 남겨서 확실히 한대요.”


“좋네요. 따숨은 다연이나 이슬이가 직접 몸으로 움직이기 힘들겠지만, 다른 두 곳은 직접 참여해도 좋겠네요.”


물론, 카메라를 든 직원들을 우르르 몰고 가 이슬이와 다연이가 봉사활동 하는 모습을 담고, 그것을 홍보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슬이와 다연이를 억지로 참여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보여주기식 봉사보다 더 안 좋은 것이 억지 봉사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이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지 그들은 안다는 것은 아니까.


최 부장이 돌아가고 한 시간 뒤.

안 대표의 부름을 받고 대표실로 향했다.


“피에스타 쇼케이스 날짜가 정해졌어. 2주 뒤 M 호텔.”


이슬이가 출연한 드라마 첫 방영 날 이후 나에게 말을 놓게 된 안 대표의 말에 미간이 좁아졌다.


피에스타.


빅 엔터의 첫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었다.


빅 엔터는 6주 동안 피에스타를 홍보했다.


첫 주에는 5명의 멤버들의 실루엣과 함께 그룹명 피에스타를 알렸고, 두 번째 주부터 센터인 엘리샤를 시작으로 한주씩 멤버들을 공개했다.


당연히 빅 엔터는 오튜브나 SNS의 활용도 잊지 않았다.


센터이자 리더인 엘리샤가 공개된 날, 빅 엔터 공식 오튜브 계정에 엘리샤가 직접 나와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고, 이후부터는 멤버들이 공개될 때마다 엘리샤가 직접 캠을 들고 다니며 인터뷰하는 형식의 영상이 올라왔다.


그리고 일주일 뒤, 티져 영상을 올리겠다는 예고까지 한 상태였다.


센터,리더 엘리샤.

메인 보컬. 최수빈

메인 댄서, 렙. 리키

서브 보컬. 가흔

서브 댄서. 미림


본명이 송지현인 엘리샤와 본명이 김은실인 리키, 그리고 최수빈은 한국인이었고, 가흔과 미림은 둘 다 중국인이었다.


“역시 M 호텔이군요.”


“얘네가 누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잖아? M 호텔 광고 모델이 이번에 계약 끝났다더라.”


“다음 모델은 뻔하군요.”


M 호텔


재계 순위 5위, MD 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M 호텔은 호텔 사업뿐만 아니라, 리조트와 골프장까지 운영하는 기업으로 2년 전에 중국에까지 진출했다.


이런 M 호텔의 회장이 바로 피에스타의 센터이자 리더인 엘리샤의 아버지였고, 빅 엔터의 새로운 투자자이기도 했다.


“김 팀장.”


“네.”


“무슨 생각인지 M 호텔 이름으로 오빠에게 쇼케이스 초대장이 왔던데..”


빅 엔터가 보낸 것도 아니라 M 호텔에서 쇼케이스 초대장을 보냈다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빅 엔터는 M 호텔의 자본을 이용하고, M 호텔은 빅 엔터의 아이돌을 이용해 대 놓고 홍보하겠다는 뜻이었다.


“직접 가서 볼래? 아니면 기사로 확인할래?”


“초대장에 부회장님 성함이 적혀 있는 거 아닙니까?”


“아니야. 보통 이런 경우는 이름이 없어. 솔직히 그쪽도 오빠가 참석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할 걸? SS 베지를 달고 있는 아무나 오세요. 같은 의미야. 아마 초대장의 종류도 다를 거고, 보여주기만 하면 신분 확인도 안 하고 패스!”


“그것 좋네요.”


“재벌이니까?”


“직접 가서 보겠습니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안 대표의 눈동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아이돌 런칭에 온 힘을 쏟았던 빅 엔터 본부장은 반드시 참석할 것이다.

어쩌면 그와 연인인 박채아도 올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시, 눈을 돌리고 모르는 척했던 이들도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의 시선과 의문, 그리고 이후에 벌어질 일들까지 감당할 수 있냐고 안 대표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 당연히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는 벌써 1년 전 일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불과 1년 전 일일 뿐이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일이다.

그리고, 괜찮아져야 할 일이다.

또한, 이슬이와 다연이가 더욱 성장하고, 이후에 AG 엔터에서 키워나갈 아이돌을 위해서 이겨내야 하는 마음이자, 이겨내야 하는 것들이다.


아직 배울 것 많고 부족한 매니저라는 것은 맞지만, 1년 전의 내가 아니고, 빅 엔터에서 땜빵 로드 하던 내가 아니다.


한 방 먹여줄 자신은 없어도 한 방을 맞지 않을 정도의 자신은 있었다.


“그렇게 쳐다보시면 설렙니다.”


“얼씨구.”


자리에서 일어난 안 대표가 서랍에서 초대장을 꺼내 건넸다.


“그리고 이것도 받아”


안 대표가 지갑에서 꺼낸 카드.


“강남 SS 백화점 가르망에 연락해 놓을 테니까 쇼케이스 1주일 전에는 들러서 맞춰.”


SS 백화점에만 입점 돼 있다는 프랑스 의류 메이커 아닌가요?

제 월급으로 살 수 있는 거라고는 작은 손수건 하나가 전부인 메이커 아닌가요?


이런 걸 주면.. 또..


“감사합니다.”


잘 받는다.


이슬이가 데리러 오신 아버지와 함께 돌아간 덕분에 오랜만에 걸어서 퇴근하는 길.


나에게 누명을 씌웠던 빅 엔터가 만든, 이슬이가 쫓겨나다시피 나오게 된 아이돌, 그리고 언젠가 라이벌이 될 피에스타의 본격적인 데뷔 소식에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가을의 시원한 밤 공기 더 느끼고 싶어 집으로 향하던 몸을 강변으로 돌렸다.


강변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하고 나오는데, 카페로 들어가는 커플의 대화가 들렸다.


“왜 울고 있데?”


“몰라. 안 물어봤어. 티슈만 전해 주고 왔어. 생판 남이 왜 우냐고 물어보기도 그렇고.. 말을 해 줘도 내가 감당 못 할 일이라면 서로 힘들어질 것 같고..”


“하긴.. 그렇겠다.”


그리고 나는 커플의 대화 속에 등장한 울고 있는 여자를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하필이면 가로등 빛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벤치에 앉아 울고 있는 여자.


울고 있는 여자의 손에는 커플 중, 여자가 줬다는 티슈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내 손에는 카페에서 습관처럼 가져온 티슈 뭉치가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고 있는 여자 한번, 손에 들린 티슈 한번, 다시 여자 한번, 티슈 한번.


“하..”


발걸음을 옮긴 나는 여자 옆에 티슈 뭉치를 내려놨다.


“좀.. 안 어울리는 말인데.. 손으로 눈 비비면 안 좋아요.”


젠장. 이런 말밖에 못 하는 내가 한심하다.


울고 있는 여자도 이런 내가 어이없었던 것 같다.


얼굴을 감싸던 손을 풀고 나를 멍하게 바라봤다.


그리고는.. 잠시 뒤.


“으아아아앙”


울어버렸다.

그것도 나를 보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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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반격(1). +5 22.06.17 1,853 28 12쪽
40 안 해. +3 22.06.16 1,841 29 13쪽
39 선수 교체? +3 22.06.15 1,855 30 12쪽
38 일단, 레드카드 두 장. +4 22.06.15 1,847 30 12쪽
37 플레이 온. +3 22.06.14 1,844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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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옐로카드를 부르는 태클. +5 22.06.11 1,844 30 12쪽
34 다가오는 태클. +5 22.06.10 1,862 32 12쪽
33 주인공은 유정이? +4 22.06.09 1,856 32 13쪽
32 메모리즈 엔터(2) +5 22.06.08 1,829 36 12쪽
31 메모리즈 엔터(1) +3 22.06.07 1,887 33 12쪽
30 프을수으멋. +4 22.06.06 1,891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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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빅 엔터의 충견, 그리고 견주의 자만. +5 22.06.04 1,963 34 12쪽
27 탐색. +3 22.06.03 1,951 34 12쪽
26 보석함을 만들기 시작하다. +7 22.06.02 1,973 37 12쪽
25 진주를 캐다. +6 22.06.01 1,974 39 12쪽
24 진상 갑과 진짜 진상. +5 22.05.31 1,967 38 12쪽
23 진상 갑질의 시작. +4 22.05.30 1,975 36 12쪽
22 돌멩이? 아니. 진주. +4 22.05.29 1,953 34 12쪽
21 진흙 속에서 발견한 돌멩이. +6 22.05.28 1,952 35 12쪽
» 예정된 진흙탕과 예정에 없던 진흙 +7 22.05.27 1,991 39 11쪽
19 밝혀진 다이아몬드 +6 22.05.26 1,988 38 12쪽
18 흙탕물 속에서 빛난 다이아몬드 +5 22.05.26 1,979 39 13쪽
17 레디~ 샷! +3 22.05.25 1,987 38 12쪽
16 첫 촬영 현장. +3 22.05.25 2,028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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