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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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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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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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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을수으멋.

DUMMY

30. 프을수으멋.


“음.. 유정이는 조금 더 생각해보자.”


지금 당장 유정이가 할 만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곡이 나온 것도 아니라 안무를 짤 수도 없고, 댄서들을 대상으로 한 예능에 내보내기에는 그런 예능 자체가 유정이에게는 많이 맵다.


“유정이를 조금 변화시킬 수 있는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유정이의 지나친 소심함을 탓하는 건 아니었다.


“다들 한번 생각..”


삐익.


안 대표의 말이 비서실에서 걸려온 전화에 이어지지 못했다.


“네.”


- 대표님. 다연 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다연이가? 들여보내요.”


곧바로 대표실 문이 열리고 다연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냥 노크하고 들어오면 되지, 왜 비서실을 통했어?”


“헤헤.. 회의 중이셨잖아요.”


안 대표의 손짓에 얼른 문을 닫고 들어와 내 앞에 다연이가 앉았다.


“방해하고 싶지 않았는데.. 답을 빨리해야 할 것 같아서..”


“답을?”


“네! 실은요! 금방 메모리즈 엔터에서 작업 제안이 들어왔어요!”


하루에도 수십 통의 오튜브 메일이 오고 있었다.


내용 대부분이 함께 작업하자, 자신의 오튜브에 초대하겠다, 가수로 데뷔시켜 주겠다. 등이었다.


그동안 다연이나 탁 실장이 정중한 말로 모두 거절했었다.


그러던 와중, 차마 바로 거절하기 힘든 메일을 다연이가 발견했고, 탁 실장과 의논한 결과, 나나 안 대표에게 물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는 거였다.


그 메일 속 내용이 바로, 메모리즈 엔터에서 준비 중인 보이 그룹의 타이틀 곡 피처링이었다.


다연이와 탁 실장이 바로 거절하지 못했던 이유는 다연이가 처음으로 커버했던 가수가 민가영이었고, 민가영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은 민가영의 소속사 메모리즈 엔터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커버 이후, 민가영이 직접 영상에 댓글을 달게 되면서, 다연이의 인기가 급속도로 올랐다는 이유도 있었다.


“다연이 너는 하고 싶어?”


“네! 솔직히 비슷한 제안을 준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민가영 선배님께 입은 은혜는 좀 남달라서요.. 그리고 제가 커버했던 가수가 속한 소속사에서 온 제안은 처음이라.. 헤헤.”


“커버했던 가수 소속사? 제법 있지 않았어?”


“있긴 했는데 피처링 제안 같은 게 아니라.. 자기네 회사로 오라는 제안들이라..”


스카우트 제안받았다는 것이 미안해서인지 다연이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오호.. 우리 다연이 스카웃 제안도 받았어요?”


이미 다 알고 있었음에도 다연이를 놀리는 안 대표.


“전! 안 가요! AG에 뼈를 묻을 거라고요!”


“난 귀신은 안 키운다.”


“후엥.. 대표님..”


자연스럽게 다연이 분위기를 바꾼 안 대표가 씨익 웃었다.


“우리 다연이 빼앗기지 않으려면 하고 싶은 거 하게 해 줘야겠지? 김 팀장이 탁 실장에게 말해서 미팅 한 번 가져봐.”


안 대표의 결정에 반기라도 들 듯, 다연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대표님!”


“응?”


“김 팀장님이 미팅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 팀장이? 타당한 이유가 아니면 탁 실장이 서운해할 텐데? 내가 확! 일러 버리는 수가 있어?”


“탁 실장님이 부탁한 거예요. 처음 해보는 일이라 걱정이라고..”


다연아? 나도 처음인데?


“다연아. 김 팀장도 처음인데?”


내 속마음과 똑같은 말이 안 대표의 입에서 나오자 다연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커졌다.


“네에?! 진짜요? 아닌데! 불도저.. 압!”


다연이 쪽으로 몸을 돌리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불도저까지 들었다. 계속해 볼래?”


“저.. 헤헤 팀장님. 그러니까.. 히히 내 맘 알죠?”


“네 마음은 모르겠고, 뒷말은 궁금하긴 하네.”


“음.. 그러니까 뭐든 척척 해내시니까 많은 경험이 있을 거란 그런 이야기..? 내 맘 알죠?”


눈까지 찡긋거리는 모습에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좀 알 것 같기도?”


“헤헤 그럴 줄 알았어요! 아무튼! 팀장님이 미팅해 주세요. 대표님! 그래도 되죠?”


타닥. 타닥.


이슬이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은 안 대표가 테이블을 두드렸다.


“김 팀장이 미팅해. 탁 실장도 같이 가고.”


“네. 메모리즈와 약속 잡겠습니다.”


“난 메모리즈에게 다연이가 AG 엔터 소속이라는 것은 밝혀도, 아이돌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으면 하는데 어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AG 엔터에서 관리하는 오튜버정도로 포장하겠습니다. 소속사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스카웃 제의도 조금 잠잠해지겠죠.”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최 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진행해. 그리고 갈 때 유정도 데려가.”


“유정이도요?”


“응. 정글 엔터처럼 거지 같은 기획사 말고, 그나마 잘 운영되고 있는 기획사. 그런 기획사에서 데뷔를 앞둔 아이돌. 이런 것들이 유정이에게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마치 스위치가 켜졌다, 꺼졌다 하듯 춤출 때만큼은 내성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 유정이지만, 그룹의 활동과 앞으로의 유정이를 위해서도 내성적인 성격은 조금 바꿀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유정이도 자신의 그런 성격을 바꾸고 싶어 하기도 했다.


옆에서 이건 이래서 안 좋고, 저건 저래서 좋아. 이러면 안 좋고, 저러면 좋아. 하는 것보다 안 대표가 말한 것이 훨씬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가는 날, 원픽스의 강하늘과 만날 수 있으면 인사라도 나눠둬. 배역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같이 연기하는 건 맞으니까 미리 친분을 쌓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최 부장. 강하늘 인성은 어때?”


“메모리즈의 대표 가수가 민가영이라면 대표 배우로 키우고 있는 사람이 강하늘입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열심히 한다는 평이 있었지만, 평소에도 아주 착실하다고 합니다. 여자, 금전, 도박, 술, 약. 문제가 될 것이 없었습니다.”


“헤.. 굉장하다..”


최 부장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과 말 속에 담긴 내용에 놀란 다연이가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응. 나도 굉장하다고 생각해.


이슬이가 그 드라마를 선택한 것은 며칠 전도 아니고 바로 어제였다.

이 말은, 4개의 최종 후보가 선별되자마자 조사를 시행했다는 거였다.


“다연아. 입에 파리 들어가겠다.”


내 쪽으로 고개를 스윽 돌린 다연이의 눈이 짜게 식어 있었다.


왜..?


“아재..”


“풉!”


“흠.”


“두 분 다 그냥 웃으시죠? 그나저나! 너희 팀 명은 정했어?”


“네! 정했어요!”


진짜?!


“정했는데! 이슬 언니에게 들어야 해요! 저는 설명하기 힘들어요! 하하하”


아니.. 멤버가 팀 명을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무슨 말이니..?


“이슬이를 불러보면 다연이가 바보인지, 이슬이가 어렵게 지었는지 알겠지.”


“힝.. 대표님.,”


안 대표는 이슬이만 대표실로 부른 것이 아닌 AG 엔터 모든 직원을 대회의실로 모았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오는 직원을 보고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고 있는 이슬이와 조금씩 이슬이 뒤로 몸을 감추고 있는 유정이.


마지막으로 들어온 탁 실장이 문을 닫자, 완전히 자신의 뒤에 숨어버린 유정이를 자리에 앉힌 이슬이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갔다.


화이트보드를 끌고 온 이슬이가 큼지막한 글씨로 ‘Pulsum’이라고 썼다.


“프을수으멋”


네? 뭐라고? 무슨 멋?


“발음이 좀 어려워요. 라틴어로 ‘두근거리다.’라는 뜻이에요. 어려운 라틴어 발음 대신 영어식으로 ‘풀썸’으로 읽으시면 편할 거예요.”


“풀썸이라.. 발음은 괜찮네.”


싱긋 웃은 이슬이가 그 아래 ‘full’ 이란 단어를 적으며 말을 이었다.


“원어민 발음은 접어두고, 쉽게 ‘풀’이라고 읽어요. 풀썸의 풀과 한국식 발음이 같죠.”


full 옆에 ‘sum’을 적는 이슬이.


“썸? 엑셀 함수?”


“역시 재무팀이라 그런지 그쪽으로 먼저 생각하셨네요? 아쉽지만 엑셀 함수의 썸은 아니에요. 흔히 이런 말 많이 쓰잖아요. 썸을 타다.”


엑셀 함수 썸은 몰라도 썸을 타라는 썸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공부에 관심 없었다지만 가득 채우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도 알고 있었다.


가득 채운 썸? 썸을 가득 채우다?


한창 썸을 따면..!!


“썸이 가득하면 두근거리지!”


“맞..아요!”


아니.. 이슬아? 내가 맞춘 게 그렇게 놀랄 일이니?


“팀장님 말 그대로예요. 그리고 다른 의미도 있어요. 다연아.”


“응?


”pul.“


“풀!”


“sum”


“숨!”


“완전히 한글식 발음이죠.”


“헤헤”


이슬이와 다연이를 번갈아 보던 시선들이 이슬이에게 모였다.


“풀숨.”


“싱그럽겠군요.”


이슬이가 조금 전에 내가 맞췄을 때보다 더 놀란 눈으로 최 부장을 바라봤다.


“왜 그런 눈으로..”


“‘이슬 씨. 이건 영어가 아니죠.’ 라고 하실 것 같았거든요..”


“파하하하하!”


안 대표의 웃음이 터져버렸다.


“최 팀장 맞췄을 때 이슬이 표정 보고는 참았는데 이건 못 참겠다! 하하하하. 이슬이에게 최 부장이 그런 이미지였어?”


고개를 끄덕이는 다연이를 보고는 더 크게 웃는 안 대표.


“우리 최 부장 감수성이 얼마나 풍부한데, 대학교 때 떨어지는 낙..!”


“대표님!”


설마 낙 뒤에 말에 ‘엽’이고, 떨어지는 낙엽보고 울었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뭐 어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인데.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우는 최 부장을 볼 때 나도 좀 놀라기는 했어. 하하하”


우..울었군요.. 하.하.


“이슬이도 너무했다. 그래도 연예 기획사 부장인데 그렇게 딱딱하게만 생각할까.”


“죄송해요.. 부장님..”


“괜찮습니다. 익숙합니다.”


“그게 더 슬퍼요.. 헉!”


언제나 혼잣말을 크게 하는 유정이가 급히 입을 막았지만,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한 후였다.


“크크 으하하하 웃다가 끝나겠네. 오케이! 왜 다연이가 이슬이에게 설명 들어야 한다고 했는지 알았어! 풀썸! 나는 좋아! 뜻도 좋고.”


바로 뜻을 알 수 있게 그룹명을 정하던 때와 달리, 요즘은 몇 가지 단어를 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도 하고, 아예 어떤 뜻을 가진 단어를 완전히 해체하고 다시 조립해 인상적인 단어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물론, 피에스타처럼, 단어 자체가 그룹명이고, 단어가 뜻하는 의미를 팀의 전체적인 이미지로 이용하는 그룹도 있고, 판타지걸처럼 쉽게 유추할 수 있게 팀명을 정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았다.


피에스타와는 달리 설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한 번이라도 더 주목받아야 하는 연예계 판에서는 충분히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뜻도 좋다.


누군가와 썸을 타면 얼마나 좋겠는가.

게다가 마음마저 가득 차 버렸으니 남은 건 고백밖에 없다.

고백하기 직전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의 움직임은 오로지 자신만 알 것이다.


응. 그냥 상상이다..

그래. 경험이 없어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럴 것 같다.


고백한 이후에는 어떻게 되냐고?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자.


아무튼,


터지기 직전의 두근거림.


이슬이가 결론지은 풀썸의 첫 번째 뜻이었다.


언제나 환상적인 무대로 팬들에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을 선물해 주겠다. 라는 다연이의 부연 설명도 있었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득 담긴 풀의 숨결 같은 그룹.


이슬이의 두 번째 결론이었다.


다행히 요즘 공기가.. 매연이.. 자연이 많이 오염됐다..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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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반격(2) +5 22.06.18 1,848 34 12쪽
41 반격(1). +5 22.06.17 1,853 28 12쪽
40 안 해. +3 22.06.16 1,841 29 13쪽
39 선수 교체? +3 22.06.15 1,855 30 12쪽
38 일단, 레드카드 두 장. +4 22.06.15 1,847 30 12쪽
37 플레이 온. +3 22.06.14 1,844 30 12쪽
36 헛발질과 다시 들어오는 태클 +5 22.06.12 1,838 28 12쪽
35 옐로카드를 부르는 태클. +5 22.06.11 1,844 30 12쪽
34 다가오는 태클. +5 22.06.10 1,862 32 12쪽
33 주인공은 유정이? +4 22.06.09 1,856 32 13쪽
32 메모리즈 엔터(2) +5 22.06.08 1,829 36 12쪽
31 메모리즈 엔터(1) +3 22.06.07 1,887 33 12쪽
» 프을수으멋. +4 22.06.06 1,892 34 12쪽
29 과거가 공존했던 어제와 미래를 생각하는 오늘. +5 22.06.05 1,942 34 12쪽
28 빅 엔터의 충견, 그리고 견주의 자만. +5 22.06.04 1,963 34 12쪽
27 탐색. +3 22.06.03 1,951 34 12쪽
26 보석함을 만들기 시작하다. +7 22.06.02 1,973 37 12쪽
25 진주를 캐다. +6 22.06.01 1,974 39 12쪽
24 진상 갑과 진짜 진상. +5 22.05.31 1,967 38 12쪽
23 진상 갑질의 시작. +4 22.05.30 1,975 36 12쪽
22 돌멩이? 아니. 진주. +4 22.05.29 1,953 34 12쪽
21 진흙 속에서 발견한 돌멩이. +6 22.05.28 1,952 35 12쪽
20 예정된 진흙탕과 예정에 없던 진흙 +7 22.05.27 1,991 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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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첫 촬영 현장. +3 22.05.25 2,028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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