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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2.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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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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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1).

DUMMY

41. 반격(1).


거의 2년 만에 다시 보는 건물.


사옥 옆에 소속 아티스트들만의 건물이 완공되어가는 AG 엔터와 달리 빅 엔터 사옥은 2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직원이 많이 바뀌었다더니.. 남아있는 직원들도 많네.”


사옥 입구에 들어서자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둘러 나뉘었다.


저 인간이 왜? 라는 눈빛으로 놀람이나 의아함을 담아 보는 사람.

그리고 땜빵 로드 할 때처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닌, 진짜 내가 누군지 몰라 그냥 스치듯 쳐다보는 것이 끝인 사람.


“오랜만입니다.”


출입증 발급을 위해 보안 업체 직원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무명..씨..”


노명수 경비원.


빅 엔터와 계약된 보안 업체 소속되어 현장 업무가 아닌, 건물 경비를 맡은 직원이었다.


빅 엔터에서 일할 당시, 그나마 인사를 받아 주던 사람이라고 할까..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노명수 경비를 보며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박채아 사건 이후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기분을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은 메모리즈 엔터와의 만남 이후부터인 것 같다.


지난 일이고, 이제는 괜찮아졌으니 아무 의미가 없거나 괜찮다는 뜻은 아니었다.


과거에서 진실을 찾아내고, 진실을 진실로 믿고 현재의 나를 대하는 이들에게는 나도 충실하게 다가가는 것뿐이고, 여전히 진실을 거짓으로 믿고 이용하려는 이들에게는 나도 충실하지 않을 뿐이다.


지금 경비원의 모습은 글쎄.. 아무래도 진실을 마주하는 것보다 현재의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기분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자신을 위해, 또는 가정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면 나도 그것에 맞게 대해 주면 된다.


“출입증을 발급받고 싶습니다. 사유는 나가용 본부장과 만남 요청입니다. 나가용 본부장이 자리에 없으면 문태영 실장이라도 괜찮습니다. 아마 김무명이 왔다고 하면 둘 중 한 명은 분명히 허락할 겁니다.”


원래라면 직원이 출입 목적과 누구를 만나러 왔냐고 물고, 내가 답해야 하는 거지만, 이러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짧은 한숨을 쉬고는 내선 전화를 연결하는 노명수 경비원


노명수 경비의 표정과 짧은 한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안다.


내용이 무엇이든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것.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의지를 삼켰고, 나는 삼켜진 그의 의미를 존중할 뿐이다.


조금 잔인한 것일 수 있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그에게 어떤 말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당시 현장에 있었고, 박채아 사건이 터졌을 때도 빅 엔터 직원이었으며, 1년간 누명을 벗기 위해 노력할 때도 여기 이곳에 여전히 서 있었으며, 지금도 이곳 빅 엔터 직원으로 나를 맞이하고 있으니까.


통화를 마친 노명수 경비원이 목걸이 형태의 출입증을 건넸다.


“본부장님께서 뵙겠다고 하십니다.”


“안내는 됐습니다. 그럼.”


본부장실이 있는 층에 도착하니 문태영 실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중까지 나와 주신 겁니까?”


“그렇다고 치죠. 무슨 용무로 본부장님을 뵈려 하시는 겁니까?”


“짜증 나는 일이 있었는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해서요. 문 실장님이 전달하시기에는 조금 버거울 텐데.. 어떻게? 여기서 그냥 말할까요?”


“들어가시죠..”


본부장실에 들어가니 나가용 본부장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채 물었다.


“뭐야? 시간 없으니까 짧게 말해.”


시간이 없다라.. 그럼 나도 짧게 말할 수밖에.

과연.. 듣고 나서도 시간이 없을지 궁금하네..


“시간 없다니까 짧게 말하죠. 빅 엔터 소속 배우들이 들어가는 모든 드라마, 영화, 예능, 기타 등등에 SS 그룹의 광고나 협찬이 모두 빠질 겁니다. 이미 방송국에는 통보했고, 방송국이나 제작사 측에서 빅 엔터로 문의가 곧 들어오겠죠.”


“미친! 그게 무슨 말이야! SS가 왜!?”


“그러게.. 소속 배우 관리는 잘하셨어야죠.”


“배우 관리?! 이 새끼야! 똑바로 말 안 해?!”


“박채아가..”


검지 하나만 펼쳐 위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 위를 이용해서 이슬이를 건드렸어요. 먼저 건드렸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그래서 저도..”


다시 한번 위쪽을 가리켰다.


“저 위를 이용했죠. 위에 계신 분이 이슬이를 친조카처럼 생각하더군요. 그래서 저에게 위임장까지 써주며 전권을 맡긴다나 뭐라나.. 아무튼, 꿈틀거리라고 밟아 주는데 꿈틀거려 줘야 하지 않겠어요?”


“박..채아가? 이슬이..를?”


나가용 본부장의 고개를 문태영 실장 쪽으로 홱 돌아갔지만, 그에게서 답이 나올 리 없었다.


“박채아 덕분에 드라마 하차까지 하게 됐으니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간의 문제가 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AG 엔터 대표로 제가 온 것이고, 박채아가 먼저 위를 이용했으니 저도 위를 이용한 겁니다. 그래서.. SS 그룹의 대변인으로 온 것이고요.”


“문 실장! 당장 박채아 불러와!”


“아니.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하는 말에 박채아가 있으면 개싸움밖에 되지 않을 텐데.. 저는 개싸움에는 흥미가 없어서요.”


“말해! 말해 새끼야! 또 뭐!”


탁.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박채아가 어느 집에 들어가는 사진.


“알바트로스 엔터 도강현의 집으로 들어가는 박채아의 모습. 참으로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이..이게.. 뭐야..”


탁.


다른 사진을 한 장 더 꺼냈다.


박채아가 별장에 들어가는 사진.


“여긴 또 어디야!?”


“이런 곳을 별장이라고 부르더군요. 하나쯤 갖고 싶기는 합니다.”


“어디냐고!?”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고.. 서울의 끝쯤? 한국당 최국현 의원의 별장이라네요. 아!”


탁.


“이건 다음 날 그곳에서 나오는 박채아의 모습. 걷는 게 좀 불편해 보였답니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기에 걷는 게 불편..”


쾅!


테이블을 내려친 나가용 본부장이 벌떡 일어났다.


시뻘겋게 변한 나가용 본부장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저 위가 알바트로스 엔터는 아닐 것 같은데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용 본부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저를 건드린 것이 아니니 박채아와 저, 그리고 빅 엔터 사이에 있었던 일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뭐.. 차라리 저를 건드리는 것이 더 나을 뻔했나요? 아! 빅 엔터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바로 잡아줄게요. 몇 년을 일한 정이 있는데 빅 엔터가 계속 헛발질하다가 스스로 망하는 건 싫거든요. 윤 이사님께서 딸이 연예인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스스로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죠. 하지만, 이슬이가 감당 못 할 권력의 위협에 가만히 계실 분도 아니죠.”


“그렇다고.. 그럼! 박채아에게만..!”


“아니죠.. 박채아의 소속사가 빅 엔터이니 빅 엔터가 책임져야죠. 그러려고 소속사가 있는 거 아닙니까?”


“이..이..”


나가용 본부장의 어깨를 두 번 두드린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적어도 박채아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에게 피해 가지 않을 방법이 있는데.. 어떻게? 본부장님이 다시 앉겠어요? 아니면 제가 다시 일어나 나갈까요?”


“X발!”


욕을 하면서도 자리에 앉는 본부장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뭐야? 뭘 원해?”


“박채아. 이번에 영화 오디션 본다면서요? 빅 엔터에서 그.때.처.럼. 집중적으로 지원해주세요.”


“하? 내가 미쳤다고 그런 년에게 지원을? 당장 계약 해지해도 모자를 판에? 지원? 미쳤어?! 그때라는 그때가 언제를 말하는 거야!?”


“제가 박채아 담당 아닌 담당일 때. 박채아와 본부장이 빈 회의실에서 뜨거웠던 그때를 말하는 겁니다.”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은 물론, 나가용 본부장이 직접 박채아를 케어하라는 말이었다.


“당연히 박채아는 오늘 우리가 나눈 대화를 몰라야겠죠. 내가 여기 온 걸 직원들이 봤으니 박채아의 귀에도 들어갔으려나? 빅 엔터의 찾아온 김무명. 저녁쯤이면 자기에게 일어난 일이 나 때문이라 생각할 테니 분명 본부장님께 찾아와 물을 겁니다. 제가 온 이유는.. 음.. 저를 거지로 알고 있으니, 돈 뜯으러 왔다. 정도가 좋겠네요.”


“박채아에게 일어난 일이라니..”


상체를 나가용 본부장 쪽으로 스윽 기울였다.


“국회의원이라고 겁먹고 빅 엔터만 찾아온 줄 아십니까? 위는 위끼리 만나야죠.”


“허..”


“자자. 이제 감이 잡히시죠? 빅 엔터나 본부장님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제가 흔드는 줄만 바짝 잡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계속 말해요?”


“해..”


“좋아요. 도강현인가 하는 배우도, 만나는 여자가 박채아 하나가 아닌 것 같고.. 자기도 배우 생활 계속하려면 박채아 버려야 할 것이고.. 최국현 의원은 임기도 못 채울 것 같으니.. 결국 박채아에게 남은 건 빅 엔터, 그리고 본부장님뿐이죠. 매달리면 받아 주세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오디션을 보게 하세요.”


담배를 꺼내 입에 문 나가용 본부장이 물었다.


“박채아를 날리고 싶은 게 아니었나? 왜 도우려 하지?”


“도와요? 누가요? 우리가요? 전혀. 이슬이에게 연기력으로 배역 뺏기고 박채아 입에서 나올 헛소리 같은 변명 듣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복잡해진 나가용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복잡할 만도 하지..


박채아에게 남자가 두 명이나 더 있었다는 것은 둘째치고, 그녀의 손에도 무기가 하나 쥐어져 있기에 버리지도 못하는데..


그나마 빅 엔터의 간판이 오래 걸려있을 결정을 하시길..


“네 말대로 하지.”


“박채아가 눈치채면 두 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제안 자체는 없던 거로 하겠습니다. 소속 배우들을 생각해서라도 연기 잘 해주세요. 배우 명가 빅 엔터를 이끄는 분들 아닙니까? 그 정도 연기는 껌이겠죠. 아! 피에스타 다음 앨범은 기대하죠. 데뷔 앨범은.. 연습이었겠죠? 배웅은 필요 없습니다. 땜빵 짓 몇 년이라 누구보다 나가는 길 잘 알거든요.”


**


김무명이 빅 엔터에 가 있던 시각.

안하리는 최국현 의원과 마주하고 있었다.


김무명이 손가락 하나를 위로 향하며 말했던 위에 있는 사람은 SS 그룹 회장도, 윤이슬의 아버지인 SS 그룹 이사도 아닌 바로 안하리였다.


김무명이 SS 그룹과 윤이슬의 아버지인 윤 이사를 언급할 수 있었던 것도 안하리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AG 엔터라.. 어려운 걸음 하셨기에 시간을 내어 드린 것이지.. 제가 도움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죠.. 정치인과 연예 기획사 엮이면 좋지 않은 결과만 나옵니다.”


안타깝다는 표정의 최국현 의원을 본 안하리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겹네..”


“..네? 방금 뭐라고..”


“한국당 3선 의원 최국현. 역겹다고.”


“이봐요!”


“정치인과 엔터가 엮이면 안 좋은 결과만 나온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랬어?”


“이봐! 이게 무슨 짓이야! 어디서 자꾸 반발이야!”


“발정 난 개새끼는 나이가 들어도 개새끼일 뿐이야. 개새끼에게 존대하는 사람 봤나?”


“이런 미친! 최 비서! 당장 이 미친년을 쫓아내!”


“윤이슬.”


안하리 입에서 나온 이름 하나에 최국현 의원이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고는 다가오는 비서를 향해 손짓했다.


“아니야. 최 비서는 나가 봐. 아주 유익한 시간일 될 것 같으니까.”


서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웃는 안하리와 최국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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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AG 엔터의 첫 연말. +5 22.06.19 1,894 32 12쪽
42 반격(2) +5 22.06.18 1,848 34 12쪽
» 반격(1). +5 22.06.17 1,854 28 12쪽
40 안 해. +3 22.06.16 1,841 29 13쪽
39 선수 교체? +3 22.06.15 1,855 30 12쪽
38 일단, 레드카드 두 장. +4 22.06.15 1,847 30 12쪽
37 플레이 온. +3 22.06.14 1,844 30 12쪽
36 헛발질과 다시 들어오는 태클 +5 22.06.12 1,838 28 12쪽
35 옐로카드를 부르는 태클. +5 22.06.11 1,844 30 12쪽
34 다가오는 태클. +5 22.06.10 1,862 32 12쪽
33 주인공은 유정이? +4 22.06.09 1,856 32 13쪽
32 메모리즈 엔터(2) +5 22.06.08 1,829 36 12쪽
31 메모리즈 엔터(1) +3 22.06.07 1,887 33 12쪽
30 프을수으멋. +4 22.06.06 1,892 34 12쪽
29 과거가 공존했던 어제와 미래를 생각하는 오늘. +5 22.06.05 1,942 34 12쪽
28 빅 엔터의 충견, 그리고 견주의 자만. +5 22.06.04 1,963 34 12쪽
27 탐색. +3 22.06.03 1,951 34 12쪽
26 보석함을 만들기 시작하다. +7 22.06.02 1,973 37 12쪽
25 진주를 캐다. +6 22.06.01 1,974 39 12쪽
24 진상 갑과 진짜 진상. +5 22.05.31 1,967 38 12쪽
23 진상 갑질의 시작. +4 22.05.30 1,975 36 12쪽
22 돌멩이? 아니. 진주. +4 22.05.29 1,953 34 12쪽
21 진흙 속에서 발견한 돌멩이. +6 22.05.28 1,952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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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첫 촬영 현장. +3 22.05.25 2,028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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