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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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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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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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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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난 정말 네게 기대가 많아

DUMMY

와아아아아!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3층 테라스 위에서 이 특설무대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전생에서 시즌 3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아무리 나라도 당황했었겠지.’




한국에 범람하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중에서 압도적 인기를 누린 시리즈, 두근두근 아이돌. 그 중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마지막회 시청률은 공중파 최고 인기 예능까지 넘어섰다고 연일 기사들이 인터넷을 뒤덮었었다.



잔인성이 도를 넘어섰다고 비난을 이루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욕 먹었던 파트, 레벨 테스트.



99명의 연습생들 대부분이 관객의 앞에서 공연하는 경험을 사전 고지도 없이 정식 레벨 테스트 직전에야 알게 된다.



기껏해야 기획사 임원들 앞에서 평가회 때에나 춤 추고 노래해 본 아이들 대부분이 평가회 도중 실시간으로 멘탈이 무너져 내렸다. 몇몇은 무대 도중 안무를 잊어버리고 주저앉아 엉엉 우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탔었다.




“반가워요, 도연무 연습생! 우리 일주일만이야.”




이 스튜디오의 2층은 특설 무대, 3층은 발코니와 테라스가 있는 구조로 돼있었다. 마치 이종격투기 토너먼트의 링 위에 오른 도전자를 보는 관중들의 함성을 받는 기분이었다.



3층 테라스가 도드라진 장소의 바로 아래, 실내에서 머리 위에 선글라스를 두른 나애리가 과하게 나를 반기며 양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재키박이 아니꼽게 흘기는 걸 놓치지 않았다. 전생에서부터 재키박이 나애리에게 관심이 많은 걸 알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표정 관리할 생각은 못했었겠지. 저 놈은 항상 저렇게 남이 가진 것들에 욕심이 많았다.




“대기실에서 이미 설명 다 봤겠지만, 오늘 무대는 우리의 소중한 시청자 분들을 모시고 진행됩니다.”




당황한 99명에게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늘어놔야 하는 역할을 맡은 칼날의 시덥잖은 설명을 한 귀로 흘려듣는 내내, 내 마음은 1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에게 향해 잇었다.



아무리 내가 전생에서 10년간 무대에 서고 산전수전 다 겪은 33살 아저씨라지만, 이번만은 마음이 한없이 불안하다.



‘제한시간이 50분도 안 남았다.’



2차 평가는 1차 때와 정반대 순서로 이어졌다. 때문에 이전처럼 담아인이 무대를 하러가기 직전에 버프를 걸어줄 수 없었다.


담아인의 순서는 내 평가 바로 뒤. 무대 올라오기 전, Lv.3 수준 효과의 ‘사이비 교주의 연설’을 사용했지만 고작 1시간. 자칫 저번처럼 심사위원들에게 꼬투리 잡혀 시간이 늘어졌다간, 다음 타자인 담아인이 한창 무대하는 도중 효과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마이너스 특성이 해제된 담아인은 그야말로 무대 위에서 무적이지만, 효과가 풀리는 순간 사방에서 자신을 주시하는 이백여개의 눈동자를 의식하자마자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릴 거다.



‘내가 그딴 꼴은 또 못 보지.’




“좀 놀랐죠? 우리 이번 평가는 우리 두근돌 팬 여러분 앞에서 해보기로 했어. 열심히 준비해 왔을텐데 그런 무대를 우리만 보긴 아깝잖아요?”



사람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나애리는 내가 놀라고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보고 싶어 안달 나 죽겠다는 티도 숨기지 않고 있었다.



‘만족시켜 주지 못해 미안하네.’



나애리야 이미 내가 전생에서 이 서바의 내용을 알고 있단 걸 알 수 없으니까.

3년 전, 프로그램이 방영되자마자 그 잔인성으로 인터넷이 뒤집어 졌던 일이니 연예계 종사자가 아니라도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었다. 당시 업계에 있던 사람들도 제이티브이의 도를 넘어선 수위에 혀를 내둘렀었다.



- 어휴, 걔네 트라우마 생겨서 이제 무대 못하게 되는 애들도 생겼다던데. 괜히 잘못 나갔다가 이제 무슨 일 한다냐.

- 제이티브이가 보상 안 해준대요?

- 보상은 무슨! 그 놈들이 잘도 그런 걸 해주겠다.



악덕 고용주인 전 사장놈이 귀가 아프도록 제이티브이를 악덕 방송국이라 욕해서 그때마다 역시 나쁜 놈들은 지가 나쁜 놈인 줄은 모른다고 사장놈을 속으로 욕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2차 레벨 테스트는 심사위원 평가 후 200명의 현장 관객 투표 점수를 합산!]

[최종 A등급 중 관객 투표 1위가 뮤직펀치 무대에서 센터의 자리에!!]



대기실에서 미리 봤던 내용이 심사위원들의 머리 위, 관객들이 몸을 내밀고 있는 테라스에 붙은 대형 전광판에 나와 있었다.




“2차 평가는 심사위원과 관객 점수를 합쳐서 집계될 거에요. 우리 4명이 등급을 메깁니다. 하지만! 어차피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의미 없겠죠? 관객 점수를 상위 70퍼센트 이상 받지 못한다면, 평가등급이 한단계 더 내려가게 됩니다! 팬 분들의 눈으로 한 번 더 거르는 거죠!”

“맞아요, 그리고 우리 취지가 시청자 분들이 직접 만드는 아이돌이니만큼, 센터는 역시 우리 두근돌 팬분들이 직접 뽑아주는 게 공정하죠.”



재키박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다른 연습생들 앞에서는 알아서 전광판이나 보라고 해주지도 않던 긴 설명을 다 끝마친 나애리가 두손을 가슴 앞에서 그러모으고 잠시 숨을 골랐다.



“왜냐면, 데뷔할 사람을 뽑는 것은 결국! 우리의 시청자 여러분이니까요!”



감동이 가득한 얼굴로 말하는 나애리의 얼굴에 광기 어린 기쁨이 들어찼다. 이번 일은 너희 방청객 놈들도 우리랑 공범이니 나중에 우리만 비난할 생각하지 말라는 그녀의 깊은 심사가 느껴져 왔다.


더러운 인간.



‘아니, 시청자들이 방청 신청할 때 설마 깜짝 투표일지 알고 했겠나?’



오늘 평가받을 연습생들 대부분이 한번도 변변한 무대를 가져본 적 없는 사람들. 각자 소속사에서 임원들 앞에서 평가받았던 경험이 전부인 아이들에게, 다짜고짜 수백명의 앞에서 무대라니.


어지간한 담력 없이는 평소 실력의 반도 내기 힘들다.




“자! 무대를 가까이에서 봐줄 팬 여러분들을 소개합니다!”




잠시 후 내 양옆, 뒤 벽면을 가득 메운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며 무대를 둘러싼 삼면의 거대 스크린이 수십개의 작은 사각형으로 분할됐다. 수십개로 나뉘어진 작은 화면들 속에 3층 테라스에서 이 곳을 주시하는 관객들의 얼굴이 들어차 있었다.




“... .”




세븐 스타즈로 전생에서부터 10년 동안 무대 경험이 있는데도 긴장될 정도니. 보통의 데뷔도 못해본 연습생들이라면 이 주위를 둘러싼 전광판에서 자기를 주시하는 백명의 시선 앞에 멘탈부터 무너져버릴 일이었다.


어떻게든 내 겁에 질린 얼굴을 보고야 말겠다고 신 난 나애리의 눈빛에 희열이 가득했다.

정말 전생에서와 똑같이 소름 끼치는 여자다.



‘D등급 하위권이면 멘탈 좀 갈리겠네.’



참가자들을 당황시켜 보겠다고 이렇게까지 애썼지만 어차피 두근돌은 방송 내내 이런 장치가 비일비재한 막장 프로그램. 현장에서 이런 일들을 처음 알게 된다면 당황해 얼어붙는 게 대부분이겠지만, 사실 관객 투표에 대한 내용 절반은 그냥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69명 안에만 든다면 1차 때와 똑같이 심사위원 4명의 평가로 끝난단 거니까.



2차 평가부터는 A등급은 7명, B등급은 17명, C등급은 27명, D등급은 37명으로 각 방의 자리가 하나씩 줄어든다.

C등급이 51등까지, D등급이 88등까지. 어차피 D등급은 방송 무대에 올라봤자 카메라 샷 한번 받지 못한다. 조명도 없는 어둠 속에서 백업하다 내려갈 뿐.


연습생들에게 충격을 주려고 장난을 좀 쳤을 뿐, 결국 음방 무대에 서지 못하는 F등급 인원수가 원래의 11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난다는 것 뿐이었다.



사전에 정보를 몰랐던 사람들이야 무대 직전에야 듣게 된 룰에 패닉이 올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놓고 생각해 보면 어차피 상위 등급이면 저 방청객 투표란 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당황해서 무대를 망치는 경우만 아니라면, 애초에 A, B등급을 받을만큼 월등히 잘 하는 연습생이 관객 점수만 하위 30등 아래로 받을 일이 없으니까.



‘어차피 내게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난 오늘 A등급을 받지 못하면 죽게 되거든.


결국 2차 평가 A등급 인원인 7등 안에 들어야 한다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지금의 내게 그 정도는 충분히 해볼만 했다.





[도연무 Lv. 11]

- 보컬 : B

- 춤 : B-

- 끼 : C

- 외모 : C



합숙 기간 동안 업적을 수행해 얻은 포인트까지 사용해 스탯을 올린 결과, 1차 평가 때 특성 사용해 레벨업했던 11단계의 능력치가 기본 상태가 돼있었다. 레벨 11로도 상당히 짜게 받았던 결과가 1차에서의 ‘B등급’.



평가 전, 특성을 사용하기 전까지 스탯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길 잘했다고 안도했다. 쿨타임 일주일이 지난 특성의 유효시간이 이제 한번에 3시간으로 올라있던 거다.



포인트 3을 한번에 몰빵해 올린 춤 스탯은 이제 B-. 특성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 그룹의 춤 멤버 라인에 충분히 낄 수 있을만한 수준.




‘하지만, 그걸로 부족하지.’





난 오늘 1등을 해서 센터가 될 거거든.




나애리가 손뼉을 짝 소리가 나게 치며 희열에 찬 목소리로 무대를 응시했다. 다행히 방청객들 때문에라도 이번엔 심사위원들도 나를 전처럼 오래 잡아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도연무 연습생은 얼마나 멋진 무대를 보여줄지 한번 확인해 볼까요?! 난 정말 그쪽에 기대가 많아요!”




와아아아아! 스탭의 한쪽 팔이 방청석을 향하며, 관중의 환호가 촬영장 안에 물결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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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내가 또 덕질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 +3 22.06.14 398 23 10쪽
» 23화- 난 정말 네게 기대가 많아 +3 22.06.13 385 23 10쪽
22 22화- 나만 믿고 따라와 +2 22.06.11 393 22 11쪽
21 21화- 결전전야(決戰前夜), What’s the situation +2 22.06.10 406 23 12쪽
20 20화- 정말 괜찮은데 +1 22.06.09 427 26 10쪽
19 19화- 답답하면 직접 데뷔하자 +2 22.06.08 456 23 11쪽
18 18화- 서바 정병존(Zone)에 투신했던 사람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 +2 22.06.07 474 22 15쪽
17 17화- 상금 대신 센터라니 가성비갑이네 +2 22.06.06 515 28 12쪽
16 16화- 무서운 건 너 +2 22.06.04 546 24 10쪽
15 15화- 어디서 배운거죠? +3 22.06.03 540 22 12쪽
14 14화-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2 22.06.02 542 29 11쪽
13 13화- 다시 태어나도 +2 22.06.01 530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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