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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은퇴마왕은 느긋하게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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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Calstein
작품등록일 :
2022.05.21 02:41
최근연재일 :
2022.06.12 17:3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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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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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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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DUMMY

"오늘부로, 난 은퇴할거다."

"......예?"


나의 말에 대전에 모인 모든 이들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나 난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를 기계적으로 넘기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말했다.


"은퇴할거라고."


사각사각


그저 펜을 움직이는 소리만이 대전을 채운다. 난 고개를 들어 대전에 모인 이들을 바라보았다.


"선위를 하겠다고 하는거다. 그리고 난 물러나서 조용히 살고 싶다. 간단하지?"


별거 아닌것처럼 넘어가려했는데, 다른 이들은 그러지 못한 모양이었다.


"잠깐만요! 갑자기 은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은퇴하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하지만, 전례가 없습니다!"

"전례? 지금부터 만들면 되겠군. 안 그래?"

"절대 아니됩니다!"


내 눈앞에서 흰 머릿결을 나부끼는 노인이 극렬하게 반대를 외쳤다.


"선위는 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고작 그 선례 때문에?"

"폐하께서도 이미 아시지 않습니까. 왕의 자리는....."

"아.... 그래, 그놈의 대회의. 알지."

"72개 가문의 회의와 경합으로 결정되는 자리가 왕의 자리입니다! 그렇게 쉽게 선위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럼 소집하든가. 나 은퇴한 후에."

"그 기간만 자그마치 몇 년에 걸릴수도 있는 일입니다! 어찌 그리 가볍게....."

"아, 시끄럽고."


정말 쓸모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서류를 간단히 마력으로 불태운 후,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무장관."

"예, 폐하."

"내가 왕이 된 지 얼마나 됐지?"

"이제 50......"

"그래, 50년이 넘었지."


난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게도 이곳에서 보낸 세월이 그 정도 됐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쉴때도 되지 않았나? 50년간 난 휴가도 없었어."

"하...하지만... 선대 왕들께선 모두....."

"하, 그 망할 놈들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내가 그놈들이 싼 똥을 치우느라 개고생했으니까. 그리고 원로회? 그딴 놈들 얘기도 꺼내지마. 원로는 개뿔이. 나이만 쳐먹은 늙은이들이 아직도 헛된 꿈만 꾸고 있지."

"그건..... 그렇지만....."


다들 어쩔 줄 몰라하면서 쩔쩔매고 있었다. 뭐, 그럴만하긴 하지. 내가 그만두려 하는건,


"그러나, 그 누구도 마왕을 도중에 그만둔 적은 없습니다!"


바로 마왕이기 때문이다.


---


마왕이란 무엇일까?


소설이나 게임에서 흔히 나오는 그것 맞다. 마족의 왕, 악마의 왕. 세계를 적대하는 대악당. 뭐 요즘은 구도가 달라지는 작품들도 많지만, 보통은 빌런이나 주인공을 적대하는 세력으로 많이 나오는 그것이다. 그래, 보통 용사랑 맞서서 용사한테 죽거나 공멸하거나 하는 그거지. 차라리 그런 일을 하라면 하겠다. 그런데 내 눈앞에 보인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건 뭐야? 누가 이런 일을 승인했어? 대체 누구 허락받고 이러는건데?"

"그건 재무부 쪽에서 허락이....."

"뭐라고? 내 결재는?"

"그것이....."


50년 전, 징글징글했던 회사와 대한민국이라는 지옥을 벗어나 이세계에 도착한 나를 기다리는 것은, 마치 전생에서 보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단지 그것이 컴퓨터 화면이 아닌 진짜 직접 쓴 글이라는 것을 빼고 말이다.


"이건 또 뭐야? 어이 거기 너!"

"예?"

"이건 뭐지?"


내 질문에 흠칫한 한 마족이 손을 떨며 내가 내민 종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군무부에서... 온 것... 이지 않습니까?"

"읽어봐. 그게 말이 되는지."

"어.... 그... 그게...."



"빌어먹을! 여긴 이딴 놈들밖에 없

어? 대체 왜 이런 것들이 장관인거지? 이래서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리가 있나!"


무엇보다 일처리에 관한 것이 상당히 처참했다. 장관이라는 것들이 자기 업무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해 헤매는 것은 물론이요, 내가 그것을 교정하고자하면 온갖 헛소리를 지껄여대며 항의를 해댄다.


"마왕? 멍청한 것들이 왕이 하는 말이면 듣는 척이라도 하던가! 아주 제멋대로예요, 그냥!"

"고...고정하시옵소서....."


이런 것이 마왕의 일상이라니. 내가 이것을 몇년이나 더 견뎌야할까. 지옥에서 탈출한 줄 알았더니 여긴 더 심한 지옥이라니. 내가 무슨 죄를 단단히 지은걸까? 소설이나 만화같은데서 보면 이세계의 신들이 소환했을 경우 축복이라던가 되게 막 치트 능력이라던가 주지 않나? 대체 난 왜 이 모양이야? 신의 저주라도 받은건가?


"하, 빌어먹을. 여기도 저기도 지옥뿐이구만."

"송...송구....."

"네가 왜 송구해? 네가 했냐?"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이거나 가지고 가서 군무부 장관이라는 새끼한테 전해라. 다시 한 번 더 이따위 헛소리 지껄이면 그 맨들맨들한 머리통을 그냥 다 통쨰로 밀어버리는 수가 있다고."

"예...옙!"


그저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렇게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니다. 취미로 읽었던 여러 역사책이라던가에서 그 힌트를 조금씩 얻어와 적용시키고 있을 뿐. 하지만 지금 이 곳, 마계라 불리는 곳은 너무나도 한심했다. 대체 이런곳과 전쟁을 벌이면서 아직까지도 함락을 시키지 못한 용사란 놈들은 대체 뭐하는 놈들일까.


"후우......"


깊은 한숨부터 나왔다. 대체 난 얼마나 또 이렇게 소같이 일만해야하는걸까.


이렇게 생각해온지 이제 50년이 넘은 것이다. 이젠 한계치였다. 전생에 한국에서 일한 것보다도 그 세월이 무려 몇 배는 길었다. 이제 나도 쉴 때가 됐지 않았을까. 그렇게, 난 마왕에서 물러나기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주변에선 그것을 용납치 않았다.


"마왕의 계승은 신성한 축복이 있어야합니다. 72가문의 회의와 경합은 그를 위한 것입니다. 헌데 그런 것 없이 이렇게 갑자기 결정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럼, 그 회의에 결정에 따르면 되는건가?그 '축복'이라는 것을 받기 위해?"

"우리들이 모시는 신과 선대 마왕들께서 내리는 축복입니다!"

"그딴 시시한 것에 언제까지 얽매일....."

"시시하다니요! 우리 마족들의 오랜 전통입니다!"

"시시한 것이다. 그딴 전통에 얽매여 내 자유를 버리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야. 어찌되었건 난 물러날 것이다. 그게 내 의지다."


물론 이건 내 억지긴 하다. 일을 하며 알아본 결과 마왕이란 자리는 생각보다 많이 중요한 자리인지라 그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이곳이 이제 너무나도 지긋지긋했다.


"부왕 아스타르테는 분명 나를 대신할 자격이 충분할 것이다. 그렇지 않나?"

"부왕은 왕의 대리인이지 왕께서 물러난 자리를 대신 지키는 지위가 아닙니다. 마왕은 선위를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닙니다!"

"그만, 난 이미 결정했다."


나는 다시 한 번, 강하게 말했다.


"난, 오늘부로 은.퇴.할 것이다."


-


결국 마왕을 모시는 각료들은 나의 뜻을 끝내 꺾지 못했고, 어떻게든 내 의지를 밀어붙인 결과 마왕의 자리는 내 부하이자 72가문의 귀족 중 하나인 아스타르테에게 넘어갔다. 애초 그 녀석은 내가 임명한 부왕(副王)이니, 내 뜻을 순순히 따랐다.


[마왕님께서 그러실거면 그러십시오. 단지, 조금 쓸쓸해지겠다 싶습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날 배웅해준 그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성실한 녀석이고, 그나마 가장 신뢰할 수 있었던 녀석이니 잘 할 것이다.


[평안하시길. 나의 왕이시여.]


산뜻한 바람속에 그 녀석의 마지막 말이 스쳐지나갔다.


딸랑


그렇게 마왕성에서 나올 때의 일을 생각하며 난 한 여관의 문을 열었다.


"어서옵쇼."

"잠깐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만."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은 나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뭐든 물어보쇼."

"안텐호프로 가는 길이 어찌되는지 알 수 있습니까?"

"안텐호프?"

"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데, 거기 볼일이 있어서."

"아, 거기인가? 그 마을엔 무슨 볼일이오? 용병이신가? 아니면 모험가 같은?"

"이 정도 마을인데 뭘, 그런거 다 은퇴하고 안락하게 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여관주인은 껄껄 웃었다.


"아직 젊은 사람 같은데 벌써 은퇴한거요? 뭐... 모험가나 용병들은 젊은 나이에 은퇴하는 사람들도 많긴 하지."


그런 말을 하며 여관주인은 여관 한구석에 앉아있는 남성을 불렀다.


"어이, 벤!"


그러자 구석에서 술과 함께 간단한 음식을 곁들이고 있던 약간 음침한 분위기의 남성이 여관주인을 돌아보았다.


"왜?"

"자네 여기서 프린체슈트까지 간다 하지않았나? 거기가 그 안텐호프까지 가는데 거치는 마지막 관문이잖아?"

"그래서?"

"여기 손님이 안텐호프까지 가신다고하네. 자네가 모시고 가봐."


그러자 그 남성이 나를 쳐다보았다.


"여기까지 프린체슈트까지는 거리가 나름 있소만, 괜찮겠소? 나같은 사람말고 전문적인 업체도 있을텐데."

"그런 곳은 비싸지 않나?"

"대신, 그만큼 질도 좋지. 원래 그런법이지 않겠나? 난 내 일 때문에 잠시 거기 들릴 뿐이야. 물건도 꽤 있고, 손님이 불편할 수 있지 않나."

"저야 괜찮습니다. 금액도 넉넉하게 지불하지요."

"흠, 얼마나?"


난 그 남성에게 다가가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그는 가죽주머니를 열어 금액을 확인하더니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괜찮겠소, 정말?"

"뭐 갈수만 있다면 다 좋습니다."

"그럼 뭐 모셔다 드리지. 언제 출발하시겠소? 아, 난 그냥 벤이라고 부르면 되오."

"벤 씨는 언제 출발하시려 했습니까?"

"내일 해가 뜰때쯤이오. 조금 이른 시각에 출발해야 위병들이 귀찮게 굴지를 않아서."


내일 오전이라. 원래 시간이 되면 바로라도 출발할 의향이 있는 나였지만 어차피 지금은 오후를 넘긴 시각이라 오래가지도 못할 것 같았다. 난 벤의 의향대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때쯤도 괜찮군요. 그럼 필요한 물품같은 걸 사야할테고.... 주인장, 여기 방 있지요?"

"물론이지. 하룻밤이면 이정도요."


여관주인은 손가락을 펴보였다. 흠... 싸구만. 난 가지고 있는 돈으로 여관비를 선불로 처리한 후 방 안으로 들어갔다.


"후, 드디어 시작인건가. 나의 새로운 생활이."


이세계인걸 알면서부터 꿈꿔왔던 느긋한 생활. 비록 50년이나 늦춰졌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마족이 다른 종족들보다 노화가 느린 것도 다행이었다.


"나의 노예본능도 대단했지만."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무려 50년이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 일을 했다. 거의 쉬지도 않고 말이다. 아무래도 버릇이 단단히 든 모양이지만, 이젠 난 본격적으로 느긋하게 살 계획이다.


"농사같은건... 어쩔 수 없나."


정체를 완벽하게 숨기고 살아가기엔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안텐호프 같은 곳이 가장 좋았다. 물류가 아예 돌지 않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사람들이 빈번하게 왔다갔다하는 것도 아닌 정도의 마을. 도시의 삶도 좋겠지만, 인간 국가에 숨어들어 살기엔 난 너무 눈에 띌 수 있는 존재였다.


'그냥, 예전부터 조용한 전원 생활 같은건 항상 동경했었으니......'


안전하게 변경의 작은 마을에서 자급자족할 정도의 농사만 지으며 살기로 결정하고 알아본 마을이 바로 지금 목표로하고 있는 마을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시작하는거야."


그렇게 난 다음 날을 기다리며 잠에 들었다.


-


덜커덕 덜커덕


새벽 일찍 출발한 마차는 생각보다 더 많이 흔들렸다. 딱히 멀미를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불편했다.


"좀 많이 흔들려도 참으시오. 원래는 그냥 짐만 실을 예정이었던지라."

"이 짐들은 뭐죠?"

"그냥 염장한 고기나 그런 것들이오. 내가 돼지를 기르거든. 주변 마을에 팔고 남은 것들을 싣고 다른 곳에 나가 또 팔기도 하는거요."

"행상인들에게 팔지 않구요?"

"내가 원래 행상인 출신이오. 행상 때 쌓은 인맥들을 활용해서 장사를 아직하는 거고. 원래는 다른 편에 보내는데, 이번엔 좀 특별해서 직접 가기로 한거요."


염장고기라.... 정말이네. 난 저거 도저히 못 먹겠던데 여기 시대가 시대라 어쩔 수 없는건가. 마법이 발달한 세계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생활하는 수준은 다르지 않구만.


"베이컨 같은것도 파나요?"

"베이컨? 뭐 팔기야 하지. 다만 여러 과정이 더 귀찮아서 좀 가격이 나간다오."

"보통 얼마정도 하나요?"

"거기 있는 염장고기에 비하면 한 두배정도는 더 나가지. 게다가 저 고기보다 보존기한도 짧아서 지금은 없소."

"그렇군요."


벤은 마차를 말없이 몰았다. 난 바깥의 풍경을 느긋하게 구경하며 길게 누웠다. 짐이 좀 있긴해도 사람 한 명이 누울만한 공간은 있었기에.


'한가하긴 하네.....'


오랜만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조용히 귓가를 스치는 바람에 실려오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날 조금씩 잠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 했다. 음, 나쁘지 않은 기분이야.


툭툭


어느새 잠들었던 것일까, 벤이 나를 깨웠다. 그는 여전히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나시오.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해야하니까."

"야영이요?"

"여기서 야영하고, 내일 저기 보이는 관문을 통과하여 좀 더 가다보면 안텐호프요."

"저 관문이 있는 곳이 프린체슈트라는 곳입니까?"

"그렇소. 내 목적지기도 하지. 근데 뭐, 안텐호프까지는 얼마 안 걸리니 그곳까지 태워주겠소."

"그래도 괜찮습니까?"

"아니 뭐....."


벤은 살짝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옛날 생각이 좀 나서."

'옛날?'


벤은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야영 준비를 한 다음 자리에 누웠다. 나도 더 이상 묻지 않았고, 그렇게 하룻밤을 지낸다음 벤은 나를 안텐호프까지 태워주었다. 따로 추가금은 받지 않겠다하여 주지 않았는데, 그는 그저 옅게 웃으며 가끔 여기에 고기를 팔러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럼, 잘 지내시오."

"고마웠습니다, 벤."

"별말을. 다 돈받고 하는 일이오."


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난 후 고개를 돌리니 한적한 마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왔구나. 이곳에."


자, 시작해보자고.

느긋한 나만의 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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