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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은퇴마왕은 느긋하게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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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Calstein
작품등록일 :
2022.05.21 02:41
최근연재일 :
2022.06.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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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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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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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DUMMY

안텐호프에 정착하고 난 첫 하루는 그저 나른하게 보냈다. 촌장이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찾아온 정도였기에,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뭐, 귀찮지 않고 좋을지도 모른다.


"어, 당신이 어제 온 사람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전세의 내 또래 정도 될까, 싶은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이제 내 실제 나이는 80가까이 되는,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땐 노인네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말이다.


"그렇습니다만....."


청년은 사람좋게 웃으며 말했다.


"에이, 존댓말은 관둬. 보니까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데 말야. 여긴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꽤 반갑다고."


물론, 내 외모는 전혀 늙지 않았기에 남들이 봤을 땐 인간 청년 정도의 나이로 보인다. 마족의 좋은 점 중 하나라면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청년은 내게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


"내 이름은 노아라고 해. 여기서 나고 자란 토박이지."

"노아.... 여기선 무슨 일을?"

"그냥 부모님 따라서 농사짓고 있어.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기도 하고."


노아는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농사라는 일도 힘든 일이다. 전생에서 아버지께서 농사일을 좋아하여 취미로 하시는걸 도와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 무엇보다, 가장 원초적인 일 아니겠는가.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일이 농사다. 하긴, 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평범히 여겨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당신 이름은 이미 들었어. 조슈아라고 하지? 사냥꾼 할 생각이라고 들었는데."

"모험가였으니까. 아무래도 그쪽으로 생각하고 있지. 여러 경험을 살릴 수도 있고."

"흠... 우리 마을에 사냥꾼은 겨우 한 명 있거든. 그 아저씨 항상 고생하는데, 네가 들어와주면 그나마 좀 나아지겠지."

"나이가 좀 든 사람인건가?"


노아가 씨익 웃었다.


"그건 아냐. 아직도 자기는 청춘이라고 하면서 돌아다닐 정도고. 다만 역시 혼자 뿐이니까 이런 작은 마을이라도 너무 일거리가 몰리는 경향이 있거든. 그 아저씨 나름대로 제자도 기르려고 하는 모양인데, 잘 안된다고 하더라고."

"흠....."

"그런 와중에 사냥꾼 지망이 왔으니, 얼마나 좋냐."

"그런가?"

"뭐 사냥꾼한테 부탁할 일이래봤자 멧돼지나 사슴 사냥 같은거긴 하지만. 녀석들은 밭을 망치니까."


밭농사를 주로 짓는 이 마을에서 멧돼지나 사슴은 상당히 성가신 짐승인 모양이다. 하긴, 아버지도 멧돼지는 엄청 싫어하셨지. 계속 내려와서 밭을 망친다고.


"이 주변에 마물은 없는건가?"

"예전엔 있었다고 하는데, 전선이 확대되면서 제국 중앙에서 병력을 내려보내 일망타진한 후엔 거의 안나와. 그래서 이리 한가한 마을이 될 수 있는 거겠지."


마물은 마족과도 다른, 이 세상에 있는 해로운 짐승들이다. 왜 그런게 있는지 알 수 없는데, 마물은 지속적으로 출몰하여 생태계에 위협을 끼쳐서 반드시 제거해야하는 존재다. 마족의 땅에서도 마물들은 해를 끼치는 존재기 때문에 항상 토벌해왔었다.


"마물 같은게 나온다면 우리 마을은 위험할거야. 마물에 대항할만한 전력은 없거든."

"그 사냥꾼이란 분으론 부족한건가?"

"그 아저씬 그냥 사냥꾼이야. 용병이나 모험가도 아니고,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평범한 사람이라고."


그러고보니 이 세계엔 굉장히 특이한게 있었다. 약간 온라인 게임을 연상시키는 듯한... 근데 그게 뭐였지.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서 신경을 안썼었다. 내 일은 어차피 뭐가됐든 상관 없는거였으니 말이다.


"모험가나 용병이었다면 클래스라도 멀쩡했겠지만,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건 농부나 어부 같은,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 가지는 생산직 클래스라고."


아, 맞다. 클래스. 특이하게도 게임도 아니고 게임처럼 상태창이나 그런게 파악되는 세계도 아닌데 클래스라는건 존재했다.


"사냥꾼은... 뭐, 어쩔 수 없지."


이 세계의 클래스라는 건 대부분 전투직에 할당되어 있다. 생산직에도 클래스가 있으나 전문적인 느낌이 아니고, 그저 기초적인 직업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클래스에 직업이 구애받는 것이 아니고, 클래스는 언제든지 자신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 비슷한 것이다. 국가 공인 자격증 같은 느낌인 것이다. 따라서, 한 사람이 복수의 클래스를 가지는 것도 가능했다.


"난 그냥 궁수계열이었다보니 사냥꾼을 하는건데, 그렇구나. 여기같은 작은 마을에선 평범한 사람들이 사냥꾼을 하기도 하는건가."


나의 클래스는 마족이기 때문에 인간들과는 차이가 난다. 하지만 '클래스'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똑같기에 적당히 둘러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따지고보면 이 세계의 인류와 마족은 참 닮은 점이 많다. 그렇기에 싸우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뭐, 상위 전직까진 무리였지만 그래도 궁수로써 경험을 오래 쌓아왔거든. 그래서 그걸 활용할 겸 사냥꾼을 해보려하는거야."

"그렇구나. 전투직 클래스 소지자는 우리 마을에 없으니까 좀 신기하긴하네."


클래스엔 RPG게임처럼 상위 전직이라는 것이 있었다. 궁수, 전사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1차 클래스에서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상위 전직들은 굉장히 보기 드물다.


"전직도 못한 궁수지만, 그래도 쓸만할거야."

"전투직 클래스가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모험가 출신은 역시 다르구만."


모험가라고해도 1차 클래스만 가진 사람은 그리 좋은 취급은 받지 못한다.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약 70%에 해당하는 모험가, 용병들이 1차 클래스만 지닌채 활동하다 은퇴한다. 나의 위장신분도 딱 그 수준의 은퇴 모험가다. 그래야 작은 마을에 사는 이유로 적당하니까.


"아무튼 뭐,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와. 밭에서 기르는 것들 정도는 나눠줄 수 있거든."


그런데, 다들 여기선 무슨 농사를 짓는거지? 순무나 그런건가, 역시? 보니까 어디선 감자도 농사짓는것 같았는데.


"감자같은 것밖에 없는 동네지만 말야. 하하하."


노아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지만 그래도 감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전생부터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그 시절 먹던 것과 이 세계의 감자의 맛은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음식이었다. 기본적으로 구워서 소금만 찍어먹어도 맛이 괜찮으니 말이다.


"아, 조슈아. 노아도 여기 있었구만."

"촌장님."


어느새 우리에게 다가온 촌장의 손엔 무언가 자루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그건 뭡니까?"

"이거? 자네가 어제 부탁한 씨앗들일세. 밭농사도 간단히 짓는다고 하지 않았나?"

"씨앗? 씨감자 같은건 아니군요?"

"지금 시기에 감자는 너무 심기 그렇고. 순무일세.순무는 빨리 키워 먹기 좋으니 말야. 농사짓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이게 딱 적임일거 같아 가져와봤네."


촌장은 순무의 씨앗을 내게 내밀었다. 흠... 이쪽에 와선 순무는 거의 먹어본 적이 없지만 말이지.... 순무는 보통 가난한 농민들이나 야영이 길어진 군부대의 병력들이 길러 먹는다는 정도의 취급을 받는 식량이다. 빨리 자라고, 적당히 먹기 좋기 때문이다.


"많이 길러도 잘라 절여놓거나하면 오래 두고 먹기 좋다네. 간간하게 수프를 끓여도 좋고."

"오늘부터 밭을 가나요?"

"아니, 그건 아닐세. 자네는 아무래도 사냥꾼을 본직으로 해야할테니까. 마침 우리 마을 사냥꾼이 자넬 보기를 원했어. 가겠나?"

"오? 그 아저씨 좀 의욕이 나나보네요?"


노아가 옆에서 그렇게 말했다.


"뭐, 그 친구도 점점 늙어가니까. 체력도 예전만 못하다고 투덜대던데 일전에는."

"아직 정정하잖아요, 그래도?"

"내가 볼 땐 아직도 멀쩡한 놈이 투덜대는거긴한데, 뭐 실제로 사냥꾼으로 계속 활동하기 불편할 수 있을때야. 제자 녀석이 영 시원찮아서 더 불만인 거겠지."


제자가 실력이 어지간히 별로인 모양이다. 근데, 그냥 일반적인 짐승들 잡는 사냥꾼의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닐텐데..... 마물은 한 마리만 나타나도 숙련된 모험가 두 명 이상이 팀을 이루어 잡는다. 야생 동물 사냥과 마물 사냥은, 그렇게 차이가 컸다.


"제자가 그렇게 못하는 겁니까?"


촌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아. 그냥 보통이지. 아직 어리기도 하고 말이야. 근데 마음이 급한겐지 영... 초조해한다네. 그래서 그런지 자주 싸우기도하고."

"별로 좋은건 아닌데 말이죠. 리나도 열심히 하려하는데 너무 구박하더라구요."

"자기 딸이기도 하니까 더 그러는 거겠지."


딸? 딸을 사냥꾼으로 단련시키는건가? 꽤 드문 일 같네. 보통 사냥이나 그런 거친 일들은 딸들한테 잘 시키려하지 않을텐데.


"그 제자가 딸이군요."

"엄밀히 말하자면, 양녀일세. 그 친구, 결혼하기로 했던 여자는 있었는데, 끝내 결혼을 하지 못했지."

"무슨 문제라도 있었습니까?"

"결혼하기로 한 그 여자가 세상을 떴거든. 그 이후로 연애 한 번 하지 않았다네."

"그랬군요."


여기 마을 사람들이 꽤 사정이 복잡한 사람들이 많네. 이상하군. 그냥 평범한 촌동네인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외지 마을이다보니 사정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건가?


"아, 저기 있군. 어이! 막스!"


촌장은 좀 떨어져 있는 언덕에 있는 누군가를 불렀다. 그쪽을 보니 정말 딱 '사냥꾼'이라고 생각할만한 차림을 한, 상당히 덩치가 좋은 중년인이 아직은 살짝 어린 듯한 여자아이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촌장, 무슨 일이오?"

"뭐야, 아직 바쁜겐가?"

"리나의 훈련을 봐주고 있었지. 노아랑 그리고.... 옆에 자네는 오늘 처음 보는군."


막스는 꽤 무뚝뚝한 성격인듯 싶었다. 그래도 인상을 좋게 보여야 나중에 편할 듯해서 난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조슈아라고합니다. 이 마을엔 어제 막 왔습니다."

"아, 어제 촌장이 얘기했던 그 입주희망자인가? 드물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젊은 청년이로군. 모험가였다지?"

"네."

"어디 부상이라도 당한건가?"

"그건 아닌데... 그냥 좀 쉬고 싶었거든요."

"그래? 하긴, 위험한 직업이니까."


모험가는 아무래도 마물과 마족을 상대하다보니 여타 직종보다 훨씬 위험한 직업으로 여겨진다. 대신 성과를 거둘 경우에 얻을 수 있는 명예도 커서 많은 이들이 도전하지만 말이다.


"사냥꾼을 하려한다고 들었네."

"모험가 시절의 경험을 살리기엔 딱이라서요."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류를 주로 사냥하면 된다네. 자주 나오고, 마을 가까이와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하니까."

"이 앞에 숲도 있는것 같던데, 거기선 뭐 맹수들이 나오진 않습니까?"

"거긴 오래 전에 마물들이 살았던 숲이라고하네. 지금은 마물들이 출몰했던 근원을 파괴해 나오지 않을거야. 단지 그 기운이 남아있는건지 맹수들은 그 근처에 잘 안 간다네. 토끼나 다람쥐 같은 놈들이야 산다만."

"그렇군요."


숲에서 마력이 느껴지던건, 마물이 살았던 흔적 때문인가. 그럼 별 걱정이 없겠군. 쓸데없는 힘을 쏟지는 않아도 되겠어.


"이곳은 한때는 최전방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젠 그저 지나가는 길 중 하나가 됐지. 물류는 그래서 그런지 나름 괜찮지만 사람들은 떠나고 말았어. 사실은 이 마을은 더 컸다네. 그 시절의 폐허가 곳곳에 남아있지. 그쪽으로는 가지 말게나. 위험하니까."


그런 사정이 있는 마을인가. 허참, 여기를 고른게 정말 정답인가? 싶은 의문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을지 모르기에 금방 의문을 접었다.


"사냥을 할 줄은 아는가?"

"마물 사냥은 해봤습니다만....."

"마물은 일반적인 짐승들과는 다르니까. 우리가 다가가면 금방 도망가버리지."


막스는 자신의 활을 챙기더니 리나를 부르며 내게 말했다.


"어떤가? 지금부터 사냥하러 가볼텐가?"

"장비만 주신다면, 바로 가보죠."


여기 근처가 어떤 환경을 지녔는지 확인하고 싶던 차였다. 사냥은 그를 위한 좋은 핑계가 되겠지. 그렇게 나와 막스는 숲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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