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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은퇴마왕은 느긋하게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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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Calstein
작품등록일 :
2022.05.21 02:41
최근연재일 :
2022.06.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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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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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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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DUMMY

마을 주변의 숲들에선 마력이 미력하게 느껴지긴 했으나 위협적인 정도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정도였다. 마족의 땅에선 이 정도는 평범 수준도 아니다. 평범보다 못한 수준의 마력이다. 그 땅이 워낙 마력이 넘쳐나고 그에 따라 마물들이 각지에서 날뛰는 특성을 가진 탓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동네에 위협요소가 적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돈이 될 만한 요소도 적다는 것이기도 하다.


'마물은 돈이 되는 법이지.'


마물은 잡기 어려운만큼 돈이 된다. 그것이 이 세계의 상식이었다. 때로 출몰 빈도도 적고 강력한 마물들은 모든 요소가 다 돈이 된다. 마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마석핵, 그 고기나 뼈, 가죽 모두가 다 비싸게 팔린다. 마물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일수록 그래서 사람이 많이 몰린다. 모험가 길드와 용병 길드 등 여러 길드들도 그 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한다.


'옆마을에 길드가 있다고 듣긴 했지만, 지역 자체가 조용하다보니 그리 큰 규모는 아닌가보군.'


안텐호프 뿐만 아니라 이 주변 땅이 전체적으로 평화롭고 조용한 땅이었다. 마력의 농도도 낮은데다, 딱히 사건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는 그런 곳. 사냥을 따라나서면서 둘러보니 그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이 숲은 조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귀한 약초들이 많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말이야."


막스는 약초 하나를 캐며 그렇게 말했다. 내게 건넨 그 약초는 꽤나 비싼 값에 팔리는 약초였는데, 마법사들이나 연금술사들이 자주 애용하는 그런 약초라 더욱 값을 쳐주는 그런 약초였다. 근데 이건 좀 더 가공을 해야 더 비싸게 쳐주는데... 그냥 파나?


"이런 약초들은 모아서 주기적으로 오는 행상을 통해 팔고 있다네. 마을 단위로 팔고 있는건데, 꽤나 돈이 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지."


이런, 가공은 안하는 모양이다. 이런 변방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니 가공할만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는건 당연한가. 아니면 이것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잘 모르는걸까.


"주변에 약초상들은 따로 없습니까?"

"이런 마을에 약초상은 무슨. 옆 마을에도 없어. 길드 녀석들 중에 좀 볼 줄 아는 인간은 있는 모양이다만, 그 녀석은 재수가 좀 없는 녀석이라."


그렇구만. 아마 여기에 온다는 행상인도 이 약초의 가치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면 알면서도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등쳐먹는 사기꾼이던가.


"이거, 자주 나오는 건가요?"

"그리 자주 나오진 않는다네. 이렇게 가끔 사냥하러 오거나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확인해서 캐오지. 애초 이 숲,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고 옆 마을 사람들이나 우리 마을 사람들이나 자주 오지 않아."

'그런가?'


마족의 감각에 익숙해진 탓인지 내 눈에 이 숲은 그저 평화롭기만 한 숲으로 보였다. 물론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는만큼 크게 자란 나무들이 빽빽히 자리잡아 햇빛을 가려 어두운 느낌을 내고는 있었지만, 그저 그 뿐이다.


"예전엔 마물도 나오던 숲이라고 하니 더더욱 그런거겠지. 그 시절을 기억하는 노친네들도 꽤 있어.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 숲에 들어오는 건 금기시되고 있지."

"그런데도 여기 오시나요?"

"여기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는만큼 사냥감들이 많거든. 적당히 잡아가면 마을의 식량도 되고 좋지 않나."


그렇게 막스는 저 멀리 있는 사슴 한 마리를 가리켰다.


"자네 솜씨좀 보도록하지. 잡을 수 있겠나?"

"저 사슴을요?"

"그래."


그야 당연히 잡을 수 있다. 너무 쉽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뭐든지 적당히가 중요한 법. 너무 눈에 띄는 실력을 발휘하면 앞으로 곤란해질테니 적절한 힘만 발휘할 생각이었다.


'궁수 클래스라....'


가장 흔하다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클래스. 활을 든 사람들은 대부분 이 클래스에 속해있다. 활을 다루기 위한 여러 기술과 편리한 기술이 많아 활을 다룰때 필수적으로 익히는 클래스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사냥꾼들도 궁수 클래스를 많이 익힌다. '활'과 '석궁'을 다루는 모든 직업의 이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이다.


"그런데 막스 씨."


난 활을 사슴을 향해 겨누며, 막스에게 물었다.


"뭐냐?"

"왜, 자신의 클래스를 숨기고 계시는거죠?"




작은 소리를 내며 날아간 화살이 사슴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다. 사슴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주변에 있던 다른 사슴들은 화들짝 놀라며 빠르게 도망갔다. 하지만 나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그저 내 뒤에 서있던 막스를 향해 시선을 주고 있었다.


"무슨 소리지?"

"노아에게 듣기를, 당신은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 전투직 클래스를 습득한적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게 불만인건가?"

"아뇨. 왜 숨기고 있냐는거죠."

"......."


막스는 대답이 없었다.


"그 움직임은, 궁수 클래스의 상위 전직인 유격수(Ranger)의 것인데 말이죠."

".......!"


막스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유격수는, 궁수의 상위 전직 클래스로, 좀 더 가벼운 움직임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교전을 하는 특성을 지닌 클래스다. 드문 클래스는 아니지만, 흔한 클래스도 아니다. 적어도 이런 작은 마을에서 사냥꾼이나하며 지낼, 그런 클래스는 아니었다.


"자네가 그걸 어찌 알지?"

"저도 궁수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상위 전직의 움직임을 어떻게 알지? 유격수는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닐텐데."


유격수의 기술과 움직임은 마물과의 전투를 주로 수행하는 모험가들 사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클래스가 아니다. 유격전을 장기로 삼는 그들은 군대와 군대가 부딪히는 전장에서 더 자주 찾아볼 수 있는 클래스다. 즉, 용병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클래스인 것이다.


"뭐 이런저런 연이 있어서요."

".....자네와 난 어찌보면 목적이 같아. 그냥 조용히 쉬고 싶다는 그 목표 말이야."


막스는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리나는, 사람들은 양녀로 알고 있지만 내 친딸일세. 난 마을을 나가 용병생활을 했었고, 그 와중에 아내를 만나 리나를 낳게 되었어. 리나도, 마을사람들도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

"....딸에게도 친아버지라고 알리지 않은겁니까?"

"난 리나에게서 한번 도망쳤네. 리나는 나를 자신을 주워준 양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있지. 어찌 알리겠나. 내가 한번은 딸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왜 마을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릅니까?"

"촌장에게서 들었지? 내가 예전에 결혼하기로 했던 여자가 있었다고 말이야."


그랬었지. 마을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과 막스의 이야기는 굉장히 다른 모양이었다.


"그래, 그녀는 세상을 떠났지. 난 그 때문에 크게 상심하여 마을을 뛰쳐나가 용병이 되었네."

"그러다가 아내 분을 만난겁니까?"

"만나서 참 행복했지. 하지만 아내를 잃고 방황하다 리나를 다시 마주했을때, 난 많이 피곤했고 지쳐있었지. 그래서 이 마을로 돌아왔네. 모든 이름을 버리고 말이지."


막스란 이름은 마을에 살 때 썼던 이름인 모양이다. 나가선 다른 이름을 쓴건가. 그런 사람들이야 흔하긴 하지.


"이렇게 산 지 좀 되니 마음은 나름 편해졌다네. 죽은 아내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잊을 수 있게 되었고."

"그랬군요."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기 힘든 부분이 있어서 지적했더니, 생각보다 무거운 사정을 들어버렸다. 뭐 상관없나. 유격수라.... 여차할 때는 더 도움이 되겠지.


"자네하는걸 보니 나보다도 더 훌륭한 사냥꾼이 될 것 같군. 고기 손질할 줄은 아나?"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사슴은 특히 잘 손질해야하네. 아니면 누린내가 나. 한번 내가 알려줄테니 보게나."


막스는 허리춤에서 작은 소도를 꺼내 능숙하게 사슴을 손질해 나갔다.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꺼낸 후 내장은 버렸다.


"내장은 버리나요?"

"원래는 내장도 잘하면 먹을 수 있긴 하지만, 이곳엔 미약하지만 마력이 흐르던 곳이니 안심할 수 없어 그런다네."


그 이후에도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손질한 그는 그걸 주머니에 넣고 마을로 돌아가자고 했다. 하지만 난 추가적으로 가봐야할 곳이 있었다.


"그 고기들은 가져가서 마을분들께 나눠드리세요. 전 잠깐 볼일이 있어서."

"무슨 일 있나?"

"아까 오면서 봤는데, 잠깐 확인만 할거라서 금방 갈겁니다."

"조심하게나. 아무리 지금은 안전하다고는 해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니까."


그 일을 막기 위해 지금 확인차 가는 것이다. 제발 예상을 벗어났으면 하는데.....


"여기군."


버려진 지 오래되어 보이는 집들과 창고로 보이는 건물, 비상시 쓰는 것인지 그나마 깨끗해보이는 오두막. 이곳은 한 때 마을의 일부였다가 마을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버려지게 된 장소인 모양이었다.


"역시나... 뭔가 불안하더니, 좋지 않은게 있구만."


버려진 마을엔 최근 것으로 보이는 시체가 있었는데, 대부분 뜯어먹혀 알아볼 순 없었지만 분명 인간의 시체였다. 모험가거나, 아니면 근방을 떠돌던 도적같았다.


"딱 봐도 맹수는 아니군. 마물인가."


느껴지는 기운, 그리고 시체의 훼손 정도를 봤을 때 마물이 확실했다. 이 주변엔 그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을테고, 아무리 미약하다고는 하나 마력은 계속해서 쌓였을테니 마물이 나온 것이다. 아직 생겨난지 얼마 안 된 마물인지 마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막스까지 포함해서.


'그 사람은 용병이다보니 마물의 기척에 익숙하지 않을수도 있지.'


모험가와 용병의 구분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마물이 아닌 마족이나 다른 나라와의 전투를 주로 담당하는 용병들은 전략, 전술에 뛰어나고 '살인'기술에 뛰어난 편이며 마물을 주로 상대하는 모험가들은 마물의 기척감지에 뛰어나고 대형괴물을 잡는 것에 더 뛰어나다.


"길드 녀석들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원래 그 놈들은 문제가 터지기 전에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애들은 아니니 말이야."


원래 본분에서 멀어진 것이지만, 사실 사전조사 같은 의뢰는 항상 있어도 모험가들이나 용병들이나 보통 안한다. 귀찮기만하고 별로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긴 과거 토벌 전력도 있는데다 전선도 아닌지라 황실에서도 신경을 안쓰는 모양이니.


"찾았다."


버려진 마을의 중심으로 더 들어가보니 동물들의 사체가 마구 흩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특히나 마력이 짙은 것을 보니 아마 여기서 주로 머무는 모양이다.


"사냥이라도 떠난 모양이지만..... 흠, 그렇게 해야겠군."


내 마력을 조금 흘려볼까. 마물이라면 반드시 알아채고 달려올 것이다. 어차피 이 주변이라면 사람도 없을테고. 거리가 멀면 어지간한 인간이 아니면 느끼기도 힘들테니까.


"와라. 나의 평온한 생활을 어지럽히는 같잖은 마물 녀석."


반드시 흔적도 남지 않게 부숴주마.


"아우우우우!"


그 순간, 사나운 늑대와도 같은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졌다.


-


"......!"


조슈아가 마력을 흘려보내는 순간, 주변을 지나고 있던 한 노인이 흠칫하며 말을 멈춰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발레노스 경?"


그러자 노인을 수행하던 기사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노인은 멀리 보이는 작은 마을을 가리켰다.


"저 마을이 어딘가?"

"안텐호프 말씀이십니까?"

"안텐호프?"

"자그마한 마을입니다. 원래는 규모가 더 컸었는데, 전선이 이동하면서 물류도 줄어들고 마물도 완전히 토벌한 다음엔 나오지를 않아 점점 마을의 규모가 줄었습니다."

"그런가?"


노인, 발레노스는 잠시 그 마을 너머에 있는 숲을 바라보았다.


'분명 마력이 느껴졌다. 잠깐이지만 꽤 강력한 마력이었어.'


누군가가 일부러 도발하듯이 마력을 발산한 흔적이다. 적어도 발레노스는 그렇게 느꼈다.


"저곳에 마물이 나오거나, 마족들이 올 가능성은 없나?"

"마물은 그 던전의 핵을 완전히 파괴하여 나오지 않을겁니다. 길드에서의 보고도 없었습니다."

"그래.....?"


길드를 신뢰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발레노스는 일단 지금 해야만하는 일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확인해봐야겠군.'


그렇게 그는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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