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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은퇴마왕은 느긋하게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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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Calstein
작품등록일 :
2022.05.21 02:41
최근연재일 :
2022.06.12 17:3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289
추천수 :
85
글자수 :
124,016

작성
22.05.23 08:12
조회
96
추천
8
글자
12쪽

6화

DUMMY

"난, 신성 제국 태양의 방패 기사단 소속 기사인 그렉이라고 하네."


내 집 앞에 촌장과 함께 뜬금없이 찾아온 기사는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태양의 방패 기사단? 그곳은 기사수도회일텐데. 신성 제국의 국교이자 대륙 인간들이 대다수 믿고 있는 성신교회를 따르는 이들이 아닌,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기사수도회인 태양의 방패 기사단은 이질적이면서도 가장 무서운 집단이었다.


"태양의 방패 기사단이면.... 태양신인 베네디아를 섬기는 기사수도회지 않습니까. 어찌하여 그런 분이 저같은 보잘 것 없는 하급 모험가를?"


성신교회의 신은 세상을 창조했다 여겨지는 신인 빛의 신이자 이 세계의 근원 그 자체로 여겨지는 하이로스를 섬긴다. 태양의 방패 기사단은 그와는 다른, 태양신이자 자연의 아버지라 여겨지는 베네디아를 섬기는 집단이다. 이들이 무서운 점은 하나다. 바로 '믿음'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라는 것.


"잘 아는군. 원래는 이곳에 내가 아는 용병이 있다는 말에 와봤는데.... 그가 자네를 추천하더군."


그 말에 난 속으로 탄식했다. 바로 누군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막스.... 이런 식으로 내게 일을 떠넘기다니.


"전 그저 하급 모험가입니다. 그것도 이제 은퇴를 했구요. 태양의 방패 기사단의 기사께서 제게 일을 의뢰할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자네도 막스를 알지? 그렇지 않나?"


그렉은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당연히 알고 있죠."

"그래, 그렇겠지. 자네가 이 마을에 온 지 얼마 안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네. 난 원래 막스와 알고 지냈지. 그는 꽤 유명한 용병이었어. 지금은 그 이름을 버린 모양이지만 말이야. 그가 자네를 추천했다네. 난 그 친구의 안목을 믿고있고."


젠장, 요 며칠 그냥 조용히 지낼 수 있겠다 싶었는데 바로 이런 꼴인가.


"....하지만 제가 그저 하급 모험가라는 것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건 중요치 않아. 뭐 나도 그렇게까지 신뢰하는 것은 아니네만 자네가 할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세. 그러니 들어보게."


그렉은 보통의 기사들과는 다르게 신분을 내세워 압박하거나하지 않았다. 이것은 태양의 방패 기사단이 본래는 수도회로부터 출발한 것이 크다. 그들은 본직이 '수도사'다. 귀족출신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귀족 자제나 하급 귀족 출신들로 이루어진 기사단들보다 훨씬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은 들어보지요.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촌장님도 함께 하실 겁니까?"


촌장은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됐네. 어차피 자네가 결정할 사항이고. 그럼 기사님, 전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그러시오, 촌장. 안내 고마웠소."


그렉은 촌장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한 후 들어와 앉았다. 갑옷을 입고있거나 하진 않았으나 덩치가 좀 있는 그렉이 들어와 탁상에 앉으니 왠지 공간이 좁아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선 나갈 타이밍을 놓친 마리아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음? 아가씨는 수도녀인가?"


마리아의 복장을 보고는 그렉이 그렇게 물었다. 마리아는 흠칫하며 허리를 숙여 그에게 인사했다.


"....클라레스 수도회 소속의 견습 수도녀인 마리아라고 합니다."

"클라레스.... 그렇군. 괜히 물어봐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그녀는 자네의......"


그렉이 이상한 발언을 하기 전 내가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제 손님입니다. 선객이죠."

"음... 식사중이었나. 미안하군, 방해해서."

"아닙니다. 기사님도 함께 하시렵니까?"

"준다면 고맙지. 안 그래도 오는 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팠으니까."

"같은 메뉴로 드릴까요?"

"저게 무슨 요린가? 난 처음 보는데."


난 마리아에게 설명했던 것과 같은 설명을 그렉에게 들려주었고, 그렉은 딱히 가리는 것이 없는지 같은 것으로 달라고 했다.


"요리 솜씨가 좋군."

"모험가라면 다들 어느정도는 할 줄 아니까요."

"그래? 우리들도 야전생활을 꽤 하지만 다들 요리솜씨는 그리 좋지 못한데 말이야."


그렉은 호쾌하면서도 흠잡을데 없는 말끔한 동작으로 식사를 했다. 그래도 확실히 기사는 기사네. 저렇게 깔끔한 식사예절은 진짜 오랜만에 보는군.


"그래, 맛있는 식사도 대접을 받았으니 이제 슬슬 본론을 말하도록 하지."

"아.... 그럼 저는....."

"그냥 있어도 되네. 어차피 마을 사람들 모두도 알아야하는 내용이니 나중에 아가씨가 전달해주면 좋겠군. 여기 마을 출신이지?"

"네......"

"원래는 촌장이랑 같이 얘기하려했는데, 촌장은 일이 있다는 바람에 말이야. 부탁하겠네."


그렉은 날 향해 고개를 돌리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근처, 오래된 폐허를 알고있나?"

"폐허요?"


버려진 마을과 그 근처 말인가. 막스에게 대충 둘러댄 이후 딱 한 번 그 근처에 가서 살폈을때 이상한 폐허가 있는 것을 발견한 적은 있었다. 생각보다 뭔가 있을것 같진 않아 그 이상의 탐색은 관뒀지만.... 뭔가 있나?


"원래 이 마을의 일부였던, 버려진 마을을 자네는 알지?"

"그건 알고 있습니다. 저 숲속에 같이 있더군요."

"그래, 그 숲은 본래는 마물들이 자주 나오던 숲일세. 그걸 그 핵과 함께 제국 중앙군이 모두 토벌한 적이 있고."


그건 처음에 마을에 와서 들은 사항이다. 원래 이곳은 마물이 자주 출몰해 모험가들이 자주 출입하며 꽤 번영했었으나 전선의 확대로 제국 중앙군이 완전히 토벌하면서 점점 마을의 규모가 줄었다고 했다.


"얼마 전, 이곳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는 보고가 들어왔지."

"그저 늑대였습니다."

"그래, 길드의 보고에도 그리 쓰여있었고 말이지. 막스한테도 물어봤는데 마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말을 들었네."


그럼 왜 온거야, 이 사람? 난 점점 요점을 알 수 없어졌다.


"하지만, 그 날 이곳을 지나던 이에게 기사단으로 요청이 들어왔다네."

"요청...입니까?"

"이곳에서 상당한 마력이 느껴졌으니 조사를 해달라는 내용이었지."


아니 그걸 왜 하필 기사단에 가서 했어? 대체 누구야?


"발레노스 경을 아나?"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그렉의 입에서 내가 아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발레...노스? 그 인간이 왜?


"발레노스 경이라면... 그....."

"그래. 그 발레노스 경이시네."


제길. 하필이면 그놈이 여길 지나가고 있었다고? 운도 지지리도 없군. 분명 그 녀석이라면 그 날 내가 펜리르를 상대하기 위해 방출한 마력을 감지했을 것이다. 왜냐면 그는.....


"자네도 알듯이, 선대 용사시지."


마왕을 상대하기 위한 인간들의 최강의 패, 용사였기 때문이다.


-


똑똑


"들어와요."


맑고 청량한 목소리의 주인이 그렇게 말하자, 노년의 잘 차려입은 신사가 들어오며 인사를 올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스타르테님."


아스타르테는 그런 노신사를 향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오랜만이네요, 데카라비아 경."

"제 못난 아들이 폐를....."

"그분은 제 왕이십니다, 경."

"......마왕 폐하께서 물러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왕성 각료들의 동의도 있었습니다. 딱히 도망치시거나 한 건 아니고, 저도 동의했습니다. 문제 없지 않나요?"

"아스타르테님. 하지만......"


노신사, 아달베르트 데카라비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마족을 지배하는 72개 가문의 가주 중 한 명으로써 전통에 엄격했기 때문이었다.


"각 가문의 가주들이 동의한적은 없지 않습니까."

"무슨 소리죠? 72개 가문 중 절반 가까이가 동의했습니다. 아시지 않나요. 데카라비아 경도 동의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사후처리에 가까웠습니다. 분명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마족의 귀족층이라고 볼 수 있는 72개 가문은 마왕의 자리를 돌아가며 차지해왔고, 그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며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것을 봐주시겠습니까."


아달베르트가 건넨 서신을 받아본 아스타르테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녀는 굉장히 불쾌해하며 입을 열었다.


"이게, 아가레스의 뜻입니까?"

"아가레스 가문은 72개 가문을 오랫동안 통솔해온 곳입니다.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지요. 아가레스는 마왕 폐하의 선위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건 부왕이었던 나, 아스타르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건가요?"

"....원래 규율 상 부왕은 왕의 대리인입니다. 그저 그 뿐이지요. 아스타르테님께서 지금 왕의 업무를 받으셨다하나 아가레스를 비롯한 대다수 귀족들은 왕의 대리로 받아들일 뿐일겁니다."


아스타르테는 혀를 찼다. 확실히 오랫동안 마왕의 위는 72개 가문의 화합 뒤 열리는 신성한 의식을 통해 계승되어왔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전통으로 오래 받들어져 왔다.


"데카라비아 경도 이것에 찬성하는건가요?"

"....그분은 제 양아들이지요. 부모된 입장으로선 이제 다 큰 아들이 어찌하든 상관없습니다. 허나, 신하된 입장으로는 다시 돌아와주셨으면 하는것이 솔직한 입장입니다."

"전 그 분의 의견을 더 존중하고 싶습니다. 왕께선, 이제 그만 쉬고 싶어하셨으니까요."

"허나 그분만큼 뛰어난 마왕은 그동안 없었습니다. 우리 마족들 대부분이 그리 생각하지요. 그분이 있었기에 그동안 밀리던 전선도 다시 밀어붙일 수 있었고, 낙후되어있던 시설들 또한 다시 개발해 자원도 나름 풍족해졌습니다. 그걸 지휘한 건 대부분, 그분이셨지요."


그건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마왕들이 전쟁에 집착해 많은 실책을 저지른 반면, 선대 마왕(이라고 주장하는) 조슈아는 마족의 땅에 다양한 자원을 개발해내고 내정을 다졌다. 그 때문에 유약한 마왕이라 여겨진 적도 있으나 결과적으론 큰 부흥을 이끌어냈다.


"아직 우리에겐 그분이 필요합니다, 아스타르테님. 아시지 않습니까?"

"......."


아스타르테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슈아를 떠올렸다. 항상 투덜거리면서도 상냥했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잠깐 휴식을 취할 때 보였던 그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분명 그분은 우리에게 필요한 분이십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원치 않으신데 우리가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왕은 본디 그런 자리입니다."

"그럼 왕은 모든 것을 버려야한다는 말입니까. 자신의 감정, 자신이 소망하는 것마저도."

"그것이 왕이라는 자리에 선 자의 책무입니다. 우리 귀족들의 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카라비아 경."


아스타르테는 차갑게 말했다.


"당신도, 아가레스 가문과 그 뜻이 같다는 겁니까. 그분께선 당신의 하나뿐인 아들이기도 합니다."

"....전 신하된 입장으로 말할 뿐입니다. 이것이, 제게 요구되는 귀족으로서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군요. 굳이 내게 이 서찰을 가져온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물러가세요. 마왕성 직할 각료들은 이 일을 결코 돕지 않을 것입니다."

"마족을 둘로 나누실 생각입니까."

"난, 왕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아달베르트는 그 말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아스타르테. 그래서 네가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려한다는 것도 알고있고."


아달베르트의 바뀐 분위기에 아스타르테가 움찔했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신다면 물러나세요, 아저씨. 전 제 뜻을 바꾸지 않을겁니다."

"그 아이는 이대로면 돌아오지 않을게다. 결코 말이지. 그렇다면 네 마음에 대해 누가 답해준단 말이냐? 그 아이를 다시 데려오는 것은 널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건 말도 안되는 변명이예요. 전 그 사람을 구속하려하지 않을겁니다."

"아가레스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72개 가문의 귀족들도."

"그럼 맞설 뿐입니다."


아스타르테는 결연하게 각오를 다졌다.


"전.... 제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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