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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은퇴마왕은 느긋하게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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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Calstein
작품등록일 :
2022.05.2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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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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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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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선대 용사가 온다면, 혹시나 모르니 대비를 해야했다. 마력을 최대한 감추고, 일반인처럼 위장해야만했다. 마족과 인간의 외견 차는 거의 없으니 이 정도만 해두면 충분하다. 단지, 용사의 축복이 사라졌다고 해도 그 특유의 날카로운 마력 감지를 해내는 선대 용사를 상대로 얼마나 속일 수 있을지다.


'마력만이라면, 마법사 같은걸로 위장할 수도 있지만.... 이미 난 궁수로 위장한 상태니....'


마법사는 위장하긴 편하지만 둘러대기 매우 피곤하다. 마법사는 어딜가든 다들 잘 대우해주기 때문에 젊은 날 은퇴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너무 눈에 띈다. 마법사란 직업 자체가. 클래스로서도 눈에 띄고, 직업으로서도 눈에 띈다.


[선대 용사... 그 발레노스란 자로군요. 역대 용사들 중 가장 용감한 자긴 했습니다.]

"나랑은 그리 많이 싸우진 않았지만 말이지."


나는 직접적으로 전투에 관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마왕이라는 위치에 있다보니 전투에 나갈 일 자체가 적었는데, 몇 번 나간 전투에서도 지휘역할을 거의 했지 용사처럼 전선에 직접 서지 않았다. 그래서, 난 발레노스와 거의 싸워본 적이 없다.


[마왕이 그렇게 쉽게 용사랑 맞붙으면 좋은게 아닙니다. 뭐, 전투를 즐겨 계속 용사와 맞붙었던 마왕도 있다고 하지만.....]

"그런 마왕의 의미를 모르는 애들과 나를 비교하지마."


전투광, 그야말로 마왕이라는 이미지에 잘 어울리긴 하지만 그건 '왕'의 자리를 이해하지 못한 놈들의 소행이다. 그러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마왕이라면 그럴 일 자체가 적겠지요. 아시잖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나서야할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 법이야. 난.... 애초 잘 모르겠다."


사람을 죽이는 감각은 좋아할 수 없다. 내가 현대 지구 출신이라 더욱 그런 것일까. 내가 휘두른 칼 끝에서 생명이 사라져가는 그 감각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원래라면 구역질이라도 해야할텐데.'


이 세계의 영향인 것일까. 격렬한 거부감까진 느끼지 못했다. 그저, 기분이 좋지 않을 뿐이었다. 왜일까. 정말로 이 세계에 적응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살인에 점점 적응을 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구역질 나는 일이야.'


전쟁은, 정말로 싫다.


[마족과 대륙 종족들의 전쟁은 오래된 일이예요, 조슈아.]

"알아."

[당신 탓도 아니고, 그 누구의 탓도 아니죠.]

"그냥 세계가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거야?"

[....그건.....]

"만약 신이 그렇게 설계를 해놨다면,"


나는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걸 부숴버려야지. 그렇게 저항해야지. 그래야 세계에서 살아가는 영혼을 가진 자라고 할 수 있는거야."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마왕'답군요. 그 자리를 누구보다 싫어했으면서.]

"싫어. 지금도 싫어해.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그 자리를 맡긴 아스타르테에겐 미안할 뿐이야."


아아, 정말로 싫다. 회사에서 탈출했더니 날 다시 서류의 지옥으로 빠지게 만든 그 마왕성이라는 곳은. 하지만 그 이상으로....


"하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끌려다니는 것도 질색이야."


그대로 끌려다니는 것도 사양하고 싶다.


-


"이게 사실이던가, 발레노스 경?"


화려한 의복을 걸친 중년의 남성이 약간 나른한 얼굴로 강직한 인상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 선대 용사 발레노스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폐하. 하여, 소신이 가볼까 합니다."

"안텐호프 같은 작은 마을에 경이 갈 필요가 있겠는가?"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태양의 방패 기사단이 이미 파견되었지 않나?"

".....그들의 보고를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중년의 남성, 신성 제국의 황제 아이작 3세가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걸로 그대를 그런 변방에 보내달라는건가? 지금 마족과의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라곤 하나, 그리 여유롭지 않다는걸 그대는 누구보다 잘 알텐데."


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발레노스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선대 용사인 그대와 교회의 실책이기도 하지 않나."

"그건....."

"물론 그대를 탓하진 않아. 사실 말하자면 교회의 과도한 욕심이 일으킨 원정이 실패한 것이 원인이니까. 하지만 말일세......"


황제는 나긋나긋하지만 무게감이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선황께선 그 책임으로 인해 힘들어하셨고, 돌아가시기까지 했으니 말이야. 교회의 책임은 피해갈 수 없는 노릇이지. 안 그런가?"


교회의 교황과 교황파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소위 '성스러운' 원정군은 마왕이 이끄는 마왕군에게 격파당했다.


"마왕은 우리들의 행동방식을 잘 알고 있더군. 그리고 대규모의 원정군이 어떠한 단점을 지니고 있는지도 말이지. 그 덕분에 우리는 패했고, 점령했던 땅의 일부도 잃었다네."

"그건 저의 불찰이었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 용사라고는 하나 개인의 무력으로 전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는 법일세. 그래서 이 전쟁 통에 모험가 파티 같은걸 우리가 신뢰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야. 그대를 군으로 부른것도 그 이유일세."


과거의 용사들은 모험가 파티를 꾸려서 소위 '용사 파티'라는 것을 만들어 모험을 하며 세상을 구하러 다닌다고 했지만 그건 너무 낡은 것이었다.


"용사의 상징성을 그대는 아는가?"

"용기...지 않습니까?"

"그래. 그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과 그 어떤 난관에도 도전하는 용기. 그 상징성에 우리는 이제껏 기대왔지."

"갑자기 그런 말씀은 왜....."

"이제 그런 낡은 시대는 지났다는걸세."


황제는 다시 자리에 앉아 턱을 괴며 말을 이었다.


"마왕은 그동안 인류의 절대적인 공포, 절대악으로 그 상징이었어. 허나 이번 대의 마왕에 들어 그런 생각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네. 알고 있나?"

"그런 불경한 생각을 누가 한단 말씀입니까. 마왕은 세계의 창조주이신 성신의 적....."

"정말로 그러한가?"

"......."

"정말로 그리 생각하는가?"


황제는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고 발레노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왕과 직접 검을 맞대본 그대라면 더 잘 알겠지. 마왕은 악인이었는가?"

"....그는......"

"마왕은 그저 마족의 왕일 뿐이지. 안 그런가?"

"........"

"전방에 나가있는 모험가들 그리고 점령되었던 마을의 주민들로부터 그런 말들이 퍼지고 있네. 마족은 악이 아닌, 그저 우리와 다른.... 또 다른 '인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말일세."


그러했다. 그동안 역대 마왕들은 인간들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왔다. 그러나 이번 대 마왕부터 그 여론이 달라지고 있었다. 마족들은 그리 폭력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점령지의 주민들을 향해 손을 뻗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것은, 교회의 가르침에 벗어나는 일입니다."

"교회의 가르침이 절대가 아니라는 것은, 그대가 제일 잘 알텐데."


용사는 교회 소속이다. 교회는 용사의 축복을 받은 아이를 찾아 훈련시킨다. 교회는 용사에게 교회의 사상을 주입시킨다. 그리하여 교회와 인간의 충실한 종이자 가장 강력한 무력인 용사가 탄생한다.


"대부분의 용사들이 그러했지. 마족들과 맞서고 나서 자신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했어. 교회는 그것이 시련이라 하지만, 당연한 고민일세."


황제는 교회의 잘못된 가르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교회 내부에서도 그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제 아무리 용사라 치켜세워도, 결국 반대편에게 있어선 무자비한 살인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거든."

"그건....... 용사의 의무입니다. 인류를 지키고 사악한 마족을 몰아내는 것은 용사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책무입니다."

"그런가? 정말로?"


황제의 물음에 발레노스의 입이 다시 닫혔다. 용사의 책무따위,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교회는 그저 인도할 뿐이고, 나머지 인간들을 그저 치켜세워줄 뿐이다. 그리고 축복은, 신은 대답하지 않는다.


"우린 전쟁 중입니다, 폐하."

"그래."

".....전쟁에 논리적인 이유따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난 한 나라의 지도자일세. 그렇기에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그래서 항상 고민하지."


황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전쟁의 필요성에 대해 말이야."


그 이후 잠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황제는 발레노스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의자에 기대었다.


"그대라면 내가 막더라도 가겠지. '신성 제국'의 의회에 맡겨도 그대는 가겠지. 안 그런가?"

"......모든 위험은 사전에 차단해야합니다."

"그대는 현역이었던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군. 정말 존경스러워."


황제는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써서 건넸다.


"이건 내 칙서일세. 근위대장에게 보여주게나. 그럼 필요한 것을 챙겨줄 걸세."

"그럴 필요는....."

"태양의 방패 기사단의 눈도 속였을지 모르는 마물이나 마족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대가 그랬지 않나?"

"예."

"그런 위험할지도 모르는 곳에 다 늙은 노친네 혼자 보낼수야 없지. 물론 눈에 띄어도 곤란하니 조용히 가게나. 교회에서 또 온갖 난리를 칠테니까."


선대 용사로 물러난 발레노스에게 가장 큰 적대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교회였다. 교회는 선대 용사로서 입지를 쌓아온 그를 크게 견제하며 그의 세력이 커져 자신들의 권위를 넘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인간이란, 결국 이런 것이겠지.'


발레노스는 그리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지냈으나 많은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이 또한 용사가 버텨야할 시련이라 생각했다.


"내가 황제이긴 하나 그대에게 챙겨줄 수 있는건 이런 것 뿐이라 미안하군."

"아닙니다, 폐하."

"아, 그리고 안부를 하나 전해주게나."

"......?"


안텐호프에 황제가 아는 사람이 있었나?하는 의문에 발레노스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가보면 알걸세."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발레노스는 그냥 뒤돌아섰다. 그러나 황제가 한 말이 계속 그의 귓가를 맴돌았다.


[정말로 마왕은, 마족은 악인이었나?]


-


"각하."


마족의 영지, 그 중 가장 넓고 풍족한 영토인 아가레스 대공령 중심부에 위치한 저택. 그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아가레스 대공의 앞에 누군가 나타나 부복했다.


"무엇이냐."

"그 분이 계신 곳을 찾았습니다."


아가레스 대공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 엎드려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확실한가?"

"예."

"저번에 찾았던 곳은 위장이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어. 이번엔 정말로 확실한 것이냐."


전대 마왕, 조슈아는 많은 위장을 남겨놓았다. 덕분에 계속 허탕을 쳐왔다. 무엇보다 그 '위장'엔 꽤 위협적인 경고들도 많았다.


"확실합니다. 이동경로도 확실히 확인했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과거 마족이었다 지금 인간으로 위장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증언도 얻었습니다."

"그런 자들이 있었나?"

"전쟁이 싫어 도망친 겁쟁이들입니다."


아가레스 대공은 잠시 고민을 했다.


".....전쟁이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되어왔으니 싫을만하지. 그 선택은 존중해야한다. 인간들 중에서도 우리쪽으로 넘어오는 자들이 있으니까."


전쟁의 피로는 양 진영 간의 많은 이동을 발생시켰다. 그것에 대해 비난할 것은 없었다. 전쟁이란 결국 높은 분들의 힘싸움에 지나지 않으니까.


"벤이라는 자와 접촉했습니다. 마왕님과 비슷한 차림을 한 청년이 은퇴를 한다며 변방의 작은 마을로 갔다고 했습니다."

"좋아."

"그 자를 내게 데려오게나. 그리고, 다들 준비하도록."

"예!"


작가의말

벤의 재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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