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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은퇴마왕은 느긋하게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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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Calstein
작품등록일 :
2022.05.21 02:41
최근연재일 :
2022.06.12 17: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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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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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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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DUMMY

카앙


다시 한 번 낫과 창이 요란하게 부딪혔다. 어둠을 형상화한듯한 낫과 빛의 창의 대결은 그 누구보다 격렬했다. 서로 부딪힐 때마다 흩날리는 그림자 조각과 빛의 조각은 화려하게 흩뿌려져 무언가 몽환적인 느낌마저 주었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라, 마왕! 너의 할 일은 하나야!"

"엿먹으라고 했지. 난 꼭두각시가 아니야."


난 그렇게 대답하며 낫을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리쳤다. 상당한 무게를 실어 때린 탓인지 묵직한 소리가 났고, 세라피엘도 비틀거렸다.


"윽!"

"그만 물러나, 세라피엘. 난 그다지 천사들에게 원한이 있는게 아니니까."


천사들도 어찌보면 불쌍한 존재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난....."

"그리고, 날 쫓아오는 것도 적당히 해. 마왕성에 있을때도 넌 그랬지. 천사장 혼자서 마왕성에 온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는걸 몰랐어?"

"......."


그 말에 세라피엘은 살짝 굳은 얼굴이 되었다. 왜?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어?


"난 절대 물러나지 않아. 네가 마왕으로써 전장에서 물러나지 않았듯이, 나도 대천사장이야. 나의 의무를 난 다하겠어."

"쓸데없는 데다 목숨이라도 바치겠다는거야? 이건 너희의 전쟁이 아닐텐데."


마족과 인류의 전쟁 따위 천사가 본래 관여할 일이 아닐터다. 그저 저들은 '신의 의지'라는 것을 따를 뿐이다. 어찌하여 이 세계에 살지 않는 이들이 전쟁에 관여를 해야하는 것일까. 그래서 대체 남는게 무엇이란 말인가.


"네가 무엇을 바라는지는 알아, 조슈아."

"......"

"하지만, 수천년에 달하는 시간동안 너희 마족은 대륙의 종족들과 대립해왔지. 그리고, 우리는 신의 종복으로 그들을 수호해왔어."


세라피엘은 약간은 슬픈 얼굴로 물어왔다.


"수천년이야. 네가 하는 몇마디 말로, 너의 이상만으로 수천년의 세월을 바꿀 순 없어."

"너, 그걸 알면서도......"


세라피엘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빛의 창 여러개가 그녀의 등 뒤로 나타나며 나를 향해 발사되었다.


낫을 휘둘러 몇 개는 쳐냈지만 빛의 창이 계속 연속해서 날라왔기에 결국 나는 뒤로 크게 뛰어 피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렸다는 듯이 세라피엘의 공격이 이어졌다. 세라피엘은 이번엔 마법까지 섞어 공격해왔다.


'신성 마법인가.'


신성 마법은 언뜻보면 사제들이 사용하는 기도와 비슷하지만 그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었다. 물론, 신성력을 사용한다는 기반은 같지만 신성 마법은 '마법'이었고, 기도를 통한 기적은 그것들과는 다른 속성이었다.


"후우.... 세라피엘, 나와 어느정도 같은 입장에 서있는 너라면 이해할거라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일단은 빨리 제압해야했다. 그래야 얼른 떨쳐버릴 수 있겠지. 그렇게, 난 천천히 낫을 하늘 위로 치켜올렸다.


-


"어서오세요, 주인님."

"그래. 별일 없었지?"

"그 잠깐 사이에 별일 있겠어요."

"나한텐 있던데."


집에 도착하니 파르넬라가 밝은 얼굴로 맞이해주었다. 그 잠깐 사이에 내겐 좀 큰일이 있었는데, 여긴 정말 조용하니 아무일도 없구만. 기사들도 조용히 자기들 할 일만 하다보니 그냥 평범한 일상 그 자체였다.


[이런, 불쾌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조슈아, 누굴 데려온거죠?]


어라, 그렐은 바로 아네.


"따스한 기운이네요. 천사군요?"


파르넬라도 그렇게 물어왔다. 그래, 지금 내 등 뒤엔 아까 나랑 피터지게 싸웠던 천사인 세라피엘이 숨어있었다. 왜 여기까지 데리고 왔느냐? 조금 이야기가 길다.


"일단, 이 녀석이 나한테 찾아온거다. 그건 알아둬."

[그건 의심하지 않습니다. 천사란 본래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니까요.]

"데리고 온 건, 사연이 있어서야."

[그렇게 자꾸 식구를 늘릴겁니까, 조슈아? 이미 이 집은 좁은 것 같은데요.]

"식구 아니거든?"


난 그렇게 말하며 세라피엘에게 고갯짓했다.


"들어와서 네가 말할래? 아님 내가 이대로 얘기할까?"

"....됐어. 그런 배려까진 필요없어."

"여전히 자존심은 높네."

"흥, 천사란 그런거라고."


나한테 졌는데도 여전하구만. 그래, 결과적으로 아까의 싸움에선 내가 이겼다. 천사, 특히나 대천사장인 세라피엘은 지상에서 내게 이길 수 없다. 난 마왕이었던 시절만큼의 힘을 발휘할 순 없겠으나, 그래도 아예 힘 자체가 제한되어버리는 천사보다는 강하니까.


"나도 여기서 살거야."

"웃기지마. 자리도 없어."

"그럼 근처에서 살면 되지."

"네가? 어떻게? 너 인간들의 상식이나 화폐단위 같은건 알아?"


그래, 문제는 이거였다. 세라피엘은 내게 진 이후에 돌아가려하지 않고 정말로 마왕의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라면 그것을 감시할 의무가 자신에게 있다고 박박 우기며 근처에 머물겠다는 말을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군요. 천사가 지상에서 살아갈 생각을 하다니.]

"옛날 타락천사들이나 하던 짓 아닌가요?"

[타락천사도 이런 식으로 아무렇게나 우긴것은 아닐텐데.]

"시끄러워. 난 내 사적인 목적으로 우기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오호, 그러신가?]

"이 빌어먹을 리치가. 이 녀석 태워도 돼, 조슈아?"

[....해보시지. 천사라해도 날 그리 쉽게....]


난 한숨을 쉬며 둘을 말렸다.


"둘 다 그만해라. 이 마을에서 난리를 칠 생각이야? 다 들키라고?"

[........]

"......."


둘은 입을 다물었다.


"후.... 정말 머리아픈 일만 생기는군."


파르넬라나 그렐의 경우는 사역마라 눈에 안띄게 할 방법이 많다. 심지어 파르넬라는 일반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세라피엘은 그런게 아니었다.


"세라피엘, 너 진심이야?"

"거짓말로 보여?"

"바라키엘이 널 찾으러 올텐데."

"너랑 같은 처지인거지. 너도 아가레스 대공이 쫓고 있을거잖아?"


단번에 아네.


"아가레스 가문은 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원칙주의적인 곳이야. 오랫동안 마족을 적대해온 우리들이 그 정도도 파악 못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인데."

"그런건가."

"그런거야."


옆에서 파르넬라가 덧붙였다.


"애초 주인님 소재를 알고 있는것도 다 그런 조사를 하기 때문일걸요. 거의 집착이예요, 집착."

"집착이라니! 당연한 일이라고!"

"난 천사들의 행방따위 잘 모르는데. 성향도 그렇고."


그냥 세라피엘이 저돌적인 것만 안다. 그리고 이 녀석의 부관인 바라키엘이 고생한다는 것도.


"여기엔 못살아. 여긴 내 집인데다 그렇게 크지 않아. 게다가 애도 둘이나 돌보고 있다고."

"공간따윈 상관없....."

"무엇보다, 넌 외견적으로는 여자다. 알아?"

"외견적으로라니, 무슨 의미야?"


세라피엘은 여성 천사다. 그래, 여자다. 남녀가 뜬금없이 같은 지붕에 살 수 없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파르넬라는 괜찮냐고? 예전부터 말했듯이 집요정은 애초 인간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데다 그녀 자신이 잘 숨어있는 편이다.


"남자 여자가 아무런 연도 없이 같이 살 순 없어. 그걸 사회적으로 용납을 할거라 생각하냐? 분명 더 귀찮은 일이 생기겠지. 그러니 넌 따로 살아라."

"그럼 빈 집만 있으면 돼."

"문제는 널 어떻게 설명하냐인데...."

"그냥 지인이라고 하면 되잖아요?"


그렇긴 하지.


"너 모험가라는 직업 아냐?"

"모를리가. 그 클래스 선별 작업에 우리 천사들이 관여하고 있는데."

"뭐?"

"인간으로 위장한 천사들은 많아. 네 생각보다."


인간으로 위장한 마족들도 많긴하지. 결국 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는건가?


"그럼 너도 은퇴 모험가나 할래?"

"그게 조슈아 네 위장 신분인가보지?"

"가장 쉬운 위장신분이거든."


모험가 같은건 일일히 신원조회하기도 힘든데다 그냥 적당히 아무데나 등록해놓고 한 두번 정도만 활동해도 등록하고 활동한 기록으로 쳐주기 떄문에 위장이 쉽다.


상급 모험가야 자세한 행적을 기록하지만 하급 모험가는 그냥 대충대충 기록하니 더욱 더 위장이 쉽다.


"넌 창을 주로 쓰니.... 그냥 창술사가 좋나?"

"뭐야 그게."

"클래스말야. 위장할 떄 필요하거든?"

"그냥 전사로 하면 되잖아. 무슨 무기든 상관없고."

"아 그러네."


그러고보면 나도 그냥 궁수지.


"빛의 창 같은건 쉽게 꺼내지마. 알았어? 신성 마법같은것도 말이지."

"알아, 그 정도는."


사제나 마법사로는 등록할 수 없다. 왜냐? 매우 귀한 직업들이시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제는 일률적으로 교회 소속이다. 천사, 그것도 천사들을 총괄하는 대천사장인 세라피엘이 교회 아래에 들어갈 순 없었다.


'무엇보다, 금방 정체를 들키겠지.'


교회는 단순히 권력놀음을 하는 사제들의 집합소 같은 곳이 아니다. 진실한 신앙을 가지고 힘을 행사하는 이들이 넘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천사 특유의 기운을 알아보지 못할리 없으니, 교회와는 연관되지 않는게 좋았다.


'하필이면 용사도 오기로 한 때에 이 녀석마저 여기에 오다니.'


용사가 오면 첫번쨰로 숨겨야할 놈이 생겼다. 귀찮게. 나 숨기도 바쁜데 다른 놈까지 챙겨야하나.


"집은 촌장한테 말해볼테니 적당한 곳을 골라. 알았냐? 그리고 날 귀찮게 하지 마. 난 여기선 그냥 은퇴한 모험가일 뿐이니까."

"깐깐하긴."

"다짜고짜 습격부터 한 녀석이 할 말이냐?"


어찌되었든, 난 세라피엘을 데리고가 촌장에게 소개하며 그녀가 살 만한 집을 구해줄 것을 부탁했다. 촌장은 최근 마을에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기뻐했고,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찾아온 미녀(속은 어떨지라도 겉은 천사답게 아름답다)에 웅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너 그러고보니 그 외견은 못 바꾸냐?'

'그게 쉬운줄 알아? 못한다고.'

'천사들은 그럼 어떻게 위장해있는데?'

'기운만 감추면 되지.'


라며 자신만만해하는 세라피엘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넌 대천사장이라고. 얼굴 같은거 초상화 같은걸로 안 알려져 있는거냐? 그건 그것대로 슬플텐데.


"음, 여기 괜찮은데."


세라피엘은 집 하나를 보더니 괜찮다며 마음에 들어했다. 예전 주인은 가족째로 다른 곳으로 떠났다한다. 이곳이면 내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적당히 두고 지켜보기엔 좋겠지.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마. 안 그래도 눈에 띄는 외모니까. 알았어?"

"넌 꽤 눈에 띄는거 같네."

"....내가 바라던게 아니야."

"네가 데리고 온 아이들, 정령의 기운을 가지고 있던데. 그 아이들은 괜찮아?"

"그건 네가 신경 쓸게 아니잖아. 넌 바라키엘이나 조심하라고."

"흥, 걱정해줘도 뭐라하네."

"너가 날 걱정할 때냐?"


1시간 전만해도 반드시 멸해야한다면서 난리칠 땐 언제고 이제와서 걱정은 무슨.


"난 널 감시하는 거야, 조슈아."

"하, 이미 물러난 마왕따위를 감시해서 어따 쓴다고."

"혹시 알아? 네가 신에 대한 반역심으로 다른 일을 꾸미고 있을지."


난 조용히 세라피엘을 돌아봤다.


"날 50년간 일만하게 만든 건 원망하긴 하지."

"고작 50년...."

"나한텐 긴거다."

"마치 인간처럼 말하네."

'인간이었으니까.'


적어도 이 세계에 오기 전까지는 말이지. 난 그 말을 삼키고 그냥 고개만 저어보였다.


"신의 노예 역할 따윈 사양이야."

"노예라니, 말을 이쁘게 해."

"그 뜻대로 계속 그것만하면 그게 노예 아니냐?"

"천사들이 그걸 들었으면 넌 죽음이라구."

"넌 천사장이잖아."

"난 여타 천사들과 달라. 많은 면에서."


신이라는 작자는 정말 이놈들을 부리고 있는걸까? 그 자의 의지가 아직까지 숨쉬고 있는 거라면, 나의 행동 하나하나도 다 그것에 영향을 받는걸까?


'그런거라면 기분이 나쁜데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귓가를 잔잔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작가의말

앞으로는 지금 시간대에 올릴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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