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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은퇴마왕은 느긋하게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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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Calstein
작품등록일 :
2022.05.21 02:41
최근연재일 :
2022.06.12 17: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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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글자수 :
124,016

작성
22.06.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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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세라피엘은 생각보다 얌전했다. 물론 '생각보다'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서, 조금만 내가 뭔가 하려고 하면 득달같이 달라붙어서 날 귀찮게 했다. 저리 좀 꺼져라, 제발.


"농사 짓는데 와서 뭔 짓거리 하냐, 넌."


심지어 밭농사 짓고 있는데 옆에 와서 간식거리나 쳐먹고 앉았다. 야, 너 그거 내거 쳐먹는거냐? 파르넬라가 고생해서 싸준걸 니가 쳐먹어?


"맛있네! 역시 집요정이야. 솜씨 좋은데."

"그걸 그니까 너가 왜 쳐먹고 있는데."

"왜? 난 먹으면 안되냐?"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 이 유명한 격언을 모르냐, 넌?"

"난 일하고 있는걸. 널 감시하고 있잖아."

"그게 일이냐? 그냥 놀고 먹는거지."


천사란 놈이 저래도 되는건가?


"하지만 난 그 외에 할 게 없는걸."

"농사라도 지어 임마. 네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그거 말이다, 이렇게 고생고생해서 얻는거라고."

"싫-어."

"그럼 대체 여기 왜 있....어휴, 됐다."


결국 이 녀석이 여기 왜 있는지 이유를 떠올린 나는 고개를 저으며 밭일을 했다. 난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고 노력하는데 왜 주변은 날 가만히 냅두지 않는거지.


"넌 이런 생활이 좋은거야, 조슈아?"

"적어도 그 때보단 좋다. 하루종일 일했던 그 때보단."


역대 마왕들이 거하게 싸놓은 똥을 치우느라 힘들었던 그 시절에 비하면 천국이지. 게다가 이 밭농사도 내가 원해서 짓는거다. 딱히 짓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거라 하기 싫거나 그럴리 없었다.


"여긴 너무 조용한걸."

"그래서 고른거지. 괜히 눈에 띄는 대도시 같은데 있다가 걸리면 그때부턴 나락이라고."


여긴 사전에 대충 처리해놓고 변명 몇 마디 해놓으면 넘어갈 수 있지만 대도시는 그러지 못한다.


"....과연 여기에 옅은 결계만 쳐놔도 쉽게 걸리진 않겠네. 근데 왜 하필 여기야? 딱 봐도 저 숲의 마력 흐름이 좋아보이지 않은데."

"내가 그걸 미리 알았다면 여기 있었을까. 나중에 와서 알았어."

"생각보다 둔하네."

"내가 그쪽으론 좀 둔해서 말이야."


아무렴 그래도 마물이 나온다거나 고대 마법의 흔적이 발견된다거나 할 줄 알았겠냐? 그나마 잘 처리해서 아무런 말이 안나오는거지 다른 사람들 귀에 들어갔다간 이 마을에서 이렇게 못있겠지.


"그래도 여긴 참....."

[그건 그대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천사.]

"그렐? 뭐야, 여기까지오고 별일이네."


그렐은 사람들 눈에 띌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집밖으론 일체 나오지 않았다. 마개조한 지하실에서 거의 대부분을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여기까지 나온거지.


[잠시 얘기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뭔데?"

[그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천사여.]

"리치인 네가 관여된 일에 내가 관여하면 안된다고? 웃기지마. 또 이상한 일이겠지."

[마법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놈들이 대체 무얼....]

"그만해, 그렐. 괜히 싸움붙지마.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지."

[저 천사도 같이 듣는겁니까?]

"내가 하는 일을 감시한다니 어쩌냐. 그냥 둬. 좀 시끄러운 배경이라고 생각해라."


그렐은 그걸로 대충 납득했는지 지하로 쏙 내려가 자신이 연구했던 것을 들고왔다. 세라피엘은 뭐라뭐라 뒤에서 지껄였는데, 내가 지그시 노려봐주자 입을 다물었다.


[추가적으로 더 봤을때, 이건 최근에 제작된 것이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그건 저번에도 얘기한거 아니었어?"

[조슈아가 예측하는 20~30년 전 정도의 것도 아닙니다. 훨씬 오래된 겁니다. 측정 연대 자체는 고대에 가까운 시대입니다.]

"고대?"

[네. 누군가 고대에 조작해놓은 것을, 지금 시대에 발견한 누군가가 추가적으로 조작한 것이지요. 아마 그 백골들이 추가적인 조작을 했을겁니다.]

"그놈들은 근데 누군지 모르잖아."

[아뇨,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렐은 품 속에서 찢어진 천 조각을 하나 꺼냈다.


[많이 열화되어 알아보기 힘들었습니다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위험한 집단 같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위험한 집단이었습니다.]

"이게 뭔데?"

[과거 존재했던 집단인데, 밤의 결사단이라고 하는 이들의 문양입니다.]

"밤의 결사단?"


그렐의 설명으론 오래 전 존재했던 마법사 집단인데, 고대의 마법들을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해왔던 집단이라고 한다. 최초 그냥 '결사'로 시작한 이들은 힘이 커지며 고대의 마법을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근데 왜 이놈들이..... 고대의 마법 중 청마법도 들어가는건가?"

[청마법을 되살리는 것이 이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청마법은 분명 이론상으로 완벽하게 잘 다루어내면 가장 강력한 위력을 내면서 다른 마법의 효율을 뛰어넘는 효율을 보여줄 것이었기 때문이죠.]


청마법... 후우, 문제로군.


"청마법? 그건... 오래 전에 금지된 마법이잖아."


뒤에선 세라피엘이 뒷북을 치고 있었다. 하긴, 천계는 이런 거에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걸 누가 되살리려하다니 터무니 없어. 그럴 수없어. 청마법은 그럴 수 있는게 아니야."

"넌 어떻게 그걸 확신하냐?"

"청마법을 다루던 인간들은 모조리 파멸한걸 봤으니까. 계승의 맥이 끊기고 서적들은 불타 사라졌어. 그런데 어찌 되살릴 수 있겠어."

[일부 일맥이 살아있었다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그 일부 일맥이라는 것도 완벽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나보구만.


[완전한 계승을 이루지 못한 이들이 작동을 시킨결과, 나이트 골렘을 잘못 깨워 오히려 본인들이 당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전멸한 건 아니겠지?"

[그 던전에 남아있던 마력 흐름이나 흔적을 보아 회수를 위해 추가적으로 인원이 왔지만 당하기만하고 철수한 것 같더군요. 결사단 자체는 아직 있을 수 있습니다. 단지, 회수에 실패했을 뿐이지요.]


그 놈들의 그 '실수' 때문에 던전이 되살아날 뻔 한건가?


[던전을 살리려 한건 실험 때문이겠지요. 청마법의 복원을 위해서기도 하겠지만, 던전의 마물들을 이용한 실험도 목적이었을겁니다.]

"던전을 통제하려던거구만. 그러니 실패도 한거고."


던전에 대한 제어는 마족도 한때 연구했던 사항이다. 별로 쓸모가 없어 보여 중단시켰었는데, 던전을 제어만 할 수 있다면 무한한 자원을 생산해내는 광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심혈을 기울였었다.


[던전의 통제가 그들의 목적이라는 것을 안 이상, 언제 다시 올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꽤 긴 세월동안 방치한 것을 보면 결사가 없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적절히 방어를 해야하나...."

[기사들을 이용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렐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간 기사단의 일부가 여기 주둔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그럼 내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아진다. 그렇게 되었다간 다른 일이 벌어졌을 때 내 행동이 너무 늦어질 수 있잖아."

[느긋하게 지내는게 목표이니 그걸 이용해도 되지 않습니까.]

"....나도 그 생각을 안해본게 아니지만 말이야...."



사실 기사들이나 제국군 등에게 이런 일을 대충 흘려놓고 쉬면 편하다. 하지만 마족도 나의 뒤를 쫓고 천계도 나의 뒤를 쫓는다. 여러 일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으면 자연스레 주목도도 높아지고 오히려 더 귀찮아질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냥 처리할 수 있는거 빨리 처리하고 쉬는게 낫다. 남한테 넘겨봤자 끝만 찝찝해. 그렐, 일시적으로 계약을 갱신해놓을테니 외부에서 정보를 모아봐. 가능하겠지?"

[외모도 바꿀까요?]

"인간세상에서 살려면 그러는게 좋겠지? 하여튼 네게 맡기겠다."

[최대한 알아보겠습니다.]


-


"또.... 인가."


텅빈 집무실을 보며 천계의 천사이자 대천사장 세라피엘의 보좌역인 바라키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시종을 바라보았다.


"어디 가셨나?"

"....그....그게...."

"어디가셨나 묻지 않았나."

"지, 지상에 가셨....."

"지상이라고?"


바라키엘의 서슬퍼런 눈빛에 시종은 움찔했다. 바라키엘은 천사 중에서도 위압적인 외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뿜어내는 기세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그 자를 쫓아가신건가?"

"예... 그, 마왕을....."

"조슈아 로젠크로이츠......"


바라키엘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라피엘이 그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하니 일을 하다 내팽겨치고 달려나갈 정도일 줄은 몰랐다.


'후우.....'


머리가 아파왔다. 이렇게 되면 결국 찾으러가야 하는 것은 자신이다. 어찌되었건 보좌관이니까.


'지상인가.....'


지상은 좋아하지 않는다. 애초 다른 세계니 좋아할 수 있을리 없다. 그곳에서 사는 생물들도 너무 무질서하여 좋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세라피엘은 그곳을 너무 좋아했다. 그는 그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머지 천사장들께는 뭐라 해야할지.....'


대천사장을 포함 4명의 천사장이 다스리는 천계. 천사장 한 명 한 명은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대천사장이면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그 남자만 얽히면 맨날 이렇게 되신단 말이지.'


어느 순간부터 세라피엘은 마왕, 조슈아에게 집착하여 계속해서 그를 쫓아다녔다. 명목상으론 패배의 굴욕을 갚아주고 마왕을 토벌한다는 목적을 세우고 있지만, 곁에서 지켜봐온 바라키엘에겐 전혀 다르게 보였다.


'사랑이라도 하시는건가?'


마왕과 대천사장의 사랑이라니, 당치도 않은 말이다. 무엇보다 마왕은 세라피엘에게 관심이 전혀 없어보였다.


'이런 의심을 하다니, 나도 참 많이 이상해졌군.'


아무래도 세라피엘을 옆에서 보좌하고 있다보니 점점 물드는 모양이었다. 속만 썩이는 상사지만, 어쨌든 상사는 상사. 계속 어울려야만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럽다.


"나도 지상으로 가야겠군. 어디로 가셨는지 아나?"

"신성 제국, 변방 영지인 알랜드 지방이었습니다."

"그래."


무엇이 되었든 잡아와야했다. 그것이 그의 의무다. 오랜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지금이 오히려 할일이 많았지만, 세라피엘이 없으면 그 일이 진행 자체가 안된다. 어서 찾아야만 했다.


'그러고보면, 마왕이 은퇴했다고 했었는데 말이야.'


마왕의 자리를 버리고 떠난 마왕,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도망다니는 대천사장, 참으로 좋은 조합이었다.


"한숨만 나오는군."


-


"엣취."


아, 재채기가 나오네. 뭐지.... 누가 내 욕이라도 하는건가?


"아, 귀 간지러워."


세라피엘도 마침 귀가 가려운지 긁고 있었다. 저 녀석도? 아니, 왠지 저 녀석이랑 같은거 취급당하니 기분이 별론데.


"그런데, 너.... 잘도 리치같은 놈들을 부하로 두고 있네."

"리치가 왜?"

"리치의 원래 소속을 잊었어?"

"하, 네크로폴리스?"


네크로폴리스는 리치, 데스나이트 같은 의지가 있는 언데드들이 만들어낸 세력이다. 하지만....


"그놈들은 세력이 아니야. 각자 흩어진 도시국가 같은 놈들이라고. 리치들도 그곳 소속이 아니고 그저 언데드인 그들이 갈 곳이 없어서 갔을 뿐이잖아."

"리치를 믿어?"

"왜? 믿지 못할 이유가 있나?"


세라피엘은 영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근데, 어차피 네 의견따위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그들은 언데드이기전에 인간이기도 하잖아."

"언제 그들이 인간 취급을 받았다고 그래? 신성 제국에 있는 루카스 대공조차도 그런 취급을 못받는데?"


최초의 네크로폴리스, 죽은 자들의 대공이라 불리는 루카스 대공. 그조차 인간들은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다. 신성 제국의 황실도 인정한 그를 말이다.


"네크로폴리스도, 우리 마족도... 다 버림받은 이들이 모여 외치고 있을 뿐이야, 세라피엘."

"무슨....."

"무슨 소리냐고? 잘 알잖아? 마족이란 어떤 종족인지."


세라피엘은 입을 다물었다. 뭐, 그럴만하지.


"버림받은 이들의 한탄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어, 세라피엘. 이제 그 한탄이 하늘에 닿지 못하면 지상을 향해 그 원한을 뿌리겠지."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거워져만 갔다.


"모든 이들이 그 삶이 끝날 그 마지막 순간에, 웃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것이 너희의 역할 아니겠냐.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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