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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은퇴마왕은 느긋하게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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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Calstein
작품등록일 :
2022.05.21 02:41
최근연재일 :
2022.06.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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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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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DUMMY

'버려진 자들의 한탄이라......'


세라피엘은 해가 저물고 돌아온 자신의 거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었다. 조슈아가 한 말의 의미를 그녀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마족도, 네크로폴리스도 결국은 같다는 말은 그들이 다른 종족들에게 받는 취급을 말하는 것이었다.


'세계의 버림을 받은 자들.'


그것이 마족의 별명이었다. 북쪽의 황무지, 살기 어려운 그 땅에서 마족들이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오랜 탄압의 결과다. 그곳에서 그들은 칼을 갈아왔고, 전쟁을 일으켰다.


네크로폴리스도 지금은 얌전하지만 그들이 받는 대우는 좋지 않다. 루카스 대공이 다스리는 영토만 그나마 인정을 조금 받는 것 뿐, 대부분의 언데드들은 부정한 생명이라며 멸시받는다. 그런 이들이 모인 네크로폴리스는 점점 많아져가고 있는데, 언제 마족의 편에 서서 전쟁을 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이들이 그 삶이 끝나는 순간 미소 짓게 만드는게 우리의 역할인건가.'


신의 뜻을 따라왔으나 사실 그 신은 이제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그저 남아있는 문건을 해독하여 천사들이 갈 길을 정해왔다. 그것이 4명의 천사장의 역할이었다.


"내가 지상을 좋아하는건,"


세라피엘이 천천히 중얼거렸다.


"너희들이야말로 가장 자유로운 존재기 때문이야."


지상을 동경하는 천사. 그런 천사가 그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상에 임무로 파견되어 오랫동안 머무른 이들은 천계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 천계는 경직되고, 멈춰있는 세계다. 이 지상과는 다르게.


"넌 무얼 보고 있는거지? 조슈아....."


역대 마왕 중 가장 특이한 마왕. 버려지고 탄압받아 원한이 가득한 마족들 사이에서 생겨난 특이점. 그가 생각하는 것은 알 수 없었다. 왜 마왕이 되어 그렇게까지 일한 것인지... 왜 마왕의 자리를 버린 것인지.


'정말 알수가 없어.'


세라피엘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조용한 밤에 녹아드는 어둠이 천천히 그녀를 잠으로 인도해갔다.


-


그렐을 조사를 위해 보내고 나서 며칠 뒤, 결국 발레노스가 마을에 찾아왔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보단 많이 늙었지만, 여전히 정정해보였다.


'역시 선대라고는 하나 용사였던 자인가.'


얼굴만 늙었을 뿐이지 아직도 마물들 몇 마리정도는 쉽게 때려잡을만한 그런 모습이었다. 오히려 군데군데 보이는 흰머리와 하얗게 변한 수염이 그를 더 빛나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발레노스... 날 알아볼까?'


난 그를 안다. 하지만 그도 나의 얼굴을 안다는 보장은 없다. 난 당시 마왕들이 입었다는 갑옷을 입고 싸웠다. 당연히 투구로 얼굴도 가리고 있었으며, 싸우는 도중에 벗겨진 적 따위 없었다.


'마력에 민감한 용사라면 단번에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용사의 축복은 다른 이에게 옮겨갔다. 선대 용사는 그 축복을 잃은 이다. 그거 하나만은 다행이었다. 만약 발레노스가 아직도 현역 용사였다면 매우 귀찮게 되기 때문이다.


"발레노스 경, 어서오십시오."


그렉이 그를 맞이했다. 촌장을 비롯한 마을사람들은 감히 쳐다도 못 볼 존재가 온 것에 당황하면서도 용사를 만난 기쁨에 찬 것이 보였다. 일반인들에게 용사란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렉 경, 그대가 여기 있었군."

"기사단장의 지시였습니다."

"그 친구가 자네를 많이 부려먹는군."

"아닙니다. 그리 힘들지도 않습니다."


그렉의 말에 발레노스가 살짝 미소지었다.


"자넨 옛날부터 성실했지."


그는 말에서 내려 촌장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날 주목하는 기색은 없었다.


"자네 보고대로 조용한 동네군. 일전에 이곳을 지나가다 강한 마력을 느꼈다는 것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야."

".....저흰 발레노스 경을 믿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발견을 못했다지?"

"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게 무엇이 있나.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을 수 있지. 이 늙은이의 착각일수도 있는게야."


발레노스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꽤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여전히 의심을 거두진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너무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군. 원래 저 숲은 조용한 숲인겐가?"


그 물음에는 촌장이 대답했다.


"예에.... 마물이 나왔던 숲이라 맹수들도 지금까지 잘 살고 있지 않는데다가 지금은 마물도 완전히 토벌된 상태라....."

"과거에 저곳이 던전이긴 했지. 나도 가본적이 있네. 물론 토벌은 다른 사람이 했지만... 그런데 아직도 짐승들이 저곳에 잘 접근을 안한단 말인가?"

"작은 짐승들은 저기에 자주 나옵니다. 다만 그것을 먹이삼는 맹수들이 다가가길 꺼려하는 것을 봤었습니다."

"정말인가?"


발레노스의 눈이 촌장이 아닌, 나를 향했다. 그 옆에 있는 막스까지도. 막스는 작게 혀를 차더니 대답했다.


"맞습니다. 제가 이 마을의 사냥꾼인데, 저 숲에서 맹수들이 나온건 본 적 없었습니다."

"자네는?"


발레노스는 나에게도 물었다. 왜 하필 나한테 그래?


"자네도 사냥꾼이지? 그렇지 않나?"

"맞습니다."

"그렉에게 얘기는 들었네."


아, 그렉을 통한건가.


"자네가 숲에서 애들을 발견한 것도 알고 있지. 그 애들은 지금 없는 모양이군."

"요즘 수도원에서 글자를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쪽에 있지요."

"....그렇군. 그 아이들도 만나고 싶었는데 말이야."


발레노스는 그렇게 말하고나서 기사들과 함께 기사들이 설치(?)한 거점으로 향했다. 참고로, 발레노스랑 마주쳐서 가장 문제를 일으킬만한 세라피엘은 제발 좀 집에 박혀있으라고 해놨다.


"일단, 저희가 파악한 것은 여기까지인데 이상할정도로 고요한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보고대로구만."

"이쪽은 여기 있는 조슈아가 조사를 해주었습니다."

"조슈아?"


발레노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내가 아는 이의 이름과 같구만."

"흔한 이름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이 나라 안에서 조슈아란 이름은 그리 드문 이름이 아니다. 원래 지구에선 조슈아는 성경에서 나오는 여호수아의 이름이 어원인데... 여기선 어떠려나.


"조슈아는 본래 성인의 이름이지. 그래, 그래서 다들 많이들 그걸로 짓고 다니지. 자네 부모님도 꽤 독실한 분이셨나보군?"


독실은.... 글쎄, 애초 난 마족인데.


"어렸을때 돌아가셔서 기억이 없습니다."

"이런, 내가 실례했네."

"아닙니다."


여기서도 뭔가 교회와 관련된 이름인건가. 신기하네. 다른 세계인데도 비슷한 점이 꽤 많은걸.


"자네는 잘 보니 내가 아는 사람이랑 생긴 것도 좀 비슷하군. 분위기도 그렇고 말이야."

"그...렇습니까?"


설마 알아본건가?


"하지만 그는 여기 있을리가 없지. 세상에 닮은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


휴우, 눈치는 못 챈 모양이군. 하긴 마족으로서의 상징도 감춘데다 마력도 최대한 감추고 있는데 알아볼리는 없나.


"조금은 그립구만."

"많이 친하신 분입니까?"

"친하다라... 글쎄, 그건 아닐걸세. 그리 많이 만나지도 못했기도 했고, 애초 그럴만한 사이가 아니었거든."


마왕과 용사. 서로 적대하는 운명이며,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다. 발레노스는 그럼에도 약간은 그리운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대화 한 마디라도 나눠보면 마음이 맞지 않을까 싶었네. 주변 사람들은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말리겠지만 말이야."

"......"

"음, 과거 이야기가 너무 길었군. 그래, 자네가 여길 조사했다고?"


발레노스는 숲의 한 지역을 지도에서 짚었다. 정확히 내가 조사했던 곳이다.


"예."

"여긴 과거 던전이 있던 곳이지? 그 유적이 아직 남아있던가?"

"유저 자체는 남아있지만 던전으로써는 수명이 완전히 끝난 곳입니다. 골렘이나 가고일 등 보통 던전의 수호를 맡는 석상 마물들조차 기동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실제론 나이트 골렘이 나왔었지만, 이제 그것도 핵이 없이 완전히 기동을 멈췄으니 끝이다.


"본래의 코어는 제국 중앙군이 회수했었지. 그럼 던전은 걱정할 사항이 아니군."

"예."

"그럼 이 부근은 어땠나?"


이번에 발레노스가 가리킨 지역은 실버 팽들이 나왔던 곳이다. 상당히 감이 날카롭네, 이 녀석. 역시 경험으로 쌓아올린 그 직감은 어디 가는게 아닌 모양이었다.


"거긴 버려진 마을의 폐허가 있는 곳입니다."

"버려진 마을?"

"원래 이 마을의 일부였으나 사람들이 떠나며 마을의 규모가 줄었고, 덕분에 버려진 곳입니다. 사냥꾼들이 머물만한 임시 오두막 정도가 있습니다."


그렉이 대신 설명을 해주었다.


"그렇군. 그럼 이 근처에서 아이들을 발견한건가."

"예. 단지 그 아이들이 어떤 경로로 숲으로 들어왔고, 어떻게 생활하였는지는 완전히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아직 그렐도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기억은 희미하고 추상적이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고, 무엇보다 별로 기억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보였다.


"지금이야 평화롭지만 최전선은 계속 혼란스러웠고, 과거엔 전체적으로 전쟁때문에 정신이 없었으니 몇 개 마을이 언제 불타 사라졌는지도 파악할 수 없지. 그 마을들의 생존자일수도 있겠구만."

"아이들은 그 당시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원래 사람은 괴로운 기억을 잊으려고 한다네. 어린 아이들이니 그런 경향이 더 강하겠지. 무리해서 알아낼 필요는 없네."


발레노스는 그렇게 말하고 숲의 중심부를 가리켰다.


"여긴 어떠했나?"

"아직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미묘하게 계속 헤매는 듯한 기색도 있었고, 마을사람들이 숲의 중심부에 가는것을 굉장히 꺼려하더군요."

"그래?"

"본래 숲 자체가 마물이 나왔던 곳이고,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 큰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란 곳입니다. 좀만 들어가도 금방 어두워지며,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 음산한 느낌마저 주지요."

"그래, 들어가지 않을만하군. 특히나 이런 마을사람들은 미신을 잘 믿기도 하니까."


교회 성립 이전의 종교들로부터 이어진 미신들은 아직도 민간에서 전래되며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심어주고 있었다. 이 숲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마물이라하며 다 쓸어버리지만 과거 몇몇 거대 마물들은 신이라 추앙받았던 적이 있다고 하지. 이 숲에도 그런 전승이 있던가?"

"촌장의 기억으로는 과거엔 그런 신앙과 전승이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최근엔 신앙으로서의 면모는 잃어버렸다고 들었습니다."

"교회의 영향이겠지."


교회는 다른 신앙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빛의 신의 권속이자 다른 신인 몇몇 신들을 믿는 신앙만을 인정할 뿐이다. 그런 신앙에게도 차별이 조금씩 가해지는데, 하물며 지방에 전해지는 마물을 섬기는 신앙따위는 그야말로 이단에 가깝다.


"막스, 자넨 아는거 없나?"


그렉이 막스에게 물었다. 막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제 부모님께 들은 얘기인데, 이 숲엔 원래는 거대한 늑대 마물이 살았다고 했었습니다. 그 늑대는 숲에 군림하며 딱히 마을사람들을 해치진 않았는데, 이따금 화가나면 흉년을 불러왔다고 합니다."

"흉년?"

"늑대 마물인데 어째서인지 농사에 관련된 것을 관장했다고 하더군요. 아마 이곳보다 좀 더 북쪽에서 흘러온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면 마족들에게도 본래 그런 신앙이 있었다고 했었는데.


"북쪽이라... 마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신앙인건가? 아니면 옛 야만인들에게인가."

"어찌되었건, 그 늑대 마물에 대한 전승이 남아있었습니다."

"그 늑대 마물의 모습은 알려진게 있나?"

"없습니다. 일단, 펜리르도 아니고 실버 팽도 아닙니다. 그 늑대 마물은 말을 할줄 알았고, 때때로 인간의 모습을 취해 마을에 내려와 공물을 받아가며 함께 어울려 놀았다고 합니다."

".....특이하군. 정말로 마물인가?"


음, 왠지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네..... 난 저 숲에 관련한 신앙은 처음 들었지만 묘하게 익숙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했다. 뭐, 착각이려나.


"그와 관련된 축제가 아직도 마을엔 남아있습니다. 알랜드와 같이 여는 축제지요. 가을 수확철 이후 열어 꽤나 풍족한 축제입니다."

"그럼 이 가운데 부분엔 그와 관련된 무언가가 있을수도 있겠어. 조사해볼 가치는 있군."


발레노스는 눈을 빛냈다. 그는 용사이며, 그 이전에 모험가였다. 모험을 좋아하는 모험가인 것이다.


"충분히 준비하도록 하게. 우린 여기 중앙부로 향한다."

"예!"


기사들의 힘찬 대답이 들렸다. 근데... 나도 가야되는 건 아니지? 그렇지? 제발 아니라고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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